Grazia Di Michell - cliche[ | ]
1960~70년대의 대중음악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이건 나의 건방진 견해이지만 70년대가 넘어서서 출현한 음악들은 훌륭한 음악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60~70년대의 고상한 품격과는 그리고 천진난만한 젊음과는 어쩐지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 때의 CD재발매 붐의 주종은 프로그레시브 록과 포크계열이었다. 이 당시에 숨겨진 명반들이 많이 발굴되었지만 진부하기 그지없는 단지 비싼 음반이라는 이유로 재발매되었던 음반들에 관해서는 식상한 감이 많이 들었었다.
그리하여 그 대안으로 Soft Rock/Pop, 혹은 AOR 계열의 Niche Pop들의 복각은 긍정적으로 수긍가는 요소들로써, 아직까지는 개척되어야 할-CD화가 이루어져야 할- 양질의 자원들의 풍성함과 밀도(密度)에 있어서 부가될 수 있는 가치가 높다는 점. 덧붙여 프로그레시브 혹은 포크 계열의 복각 때와 같은 소박한 심리적 허세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 바꾸어 말하면 음악 그 자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메리트가 아닐까 한다.
이 음반을 처음 봤을 때 부담스럽지 않은 화려함을 지닌 쟈켓에 넋을 잃었다. 이 쟈켓을 지닌 음반의 주인공은 Grazia di Michell이다. 솔직히 말한다. 난 이 여자가 누군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음반을 발매하고 20년하고도 몇 해가 더 지난 지금 한국의 한 대학생인 나와 조우했다. 음반의 소개에 앞서서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그녀는 너무도 아름다운 음악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에서 발매되었던 오리지널 앨범의 커버(조금은 조악하다)와는 달리 영화 '정사'의 포스터를 제작하신 김상만씨께서 커버를 다시 제작하셔서 오리지널 커버보다는 훨씬 뛰어난 아름다운 커버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것이 내 첫 인상이었다.
이 음반이 담고 있는 음악은 이 음반을 발매한 Beyond The Moon의 이승씨는 포크어프로치의 깐쏘네(이탈리아어를 듣자면 깐쪼네보다는 깐쏘네라는 발음에 더 가깝기에 원어에 가까운 음으로 음차를 하였다)라고 하셨는데 절대적으로 수긍이 가는 표현이다. 멜로디라인이 수려하고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부드러운 음악을 담고 있다는 말이다.
음반에 수록된 I Sogni(꿈), Il Problema(문제), Reflessioni(반사) 등의 곡에서는 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탈리아의 처녀가 들려주는 허브향의 향긋함이 배어있는 듯한 그녀의 씁쓸하지만 단맛 배인 음색에 실려 (눈가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힌 영롱함의 기쁨을 전해 주고 있다.
음반의 마지막 트랙은 화려하게 만개되는 드라마틱한 느낌의 연주곡이다. 이 곡은 마치 종달새 한 마리가 내 손 안에서 지저귈 때 그 종달새가 떠나면서 내 손안에 떨어진 깃털 한 개의 여운이라고 할까? '유종의 미'를 적확하게 표현한 곡이다. 음반의 타이틀은 Cliche(진부한 표현)이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은 수려한 음악을 담고 있다.
그녀의 음악은 JanisIan과 이종사촌이고 FrancoiseHardy와는 고종사촌지간이다. 따스한 목소리와 포크에 기반을 둔 간소하고 소박한 그러나 분명한 개성을 지니고 있기에 어디에서도 쉽게 접하기 힘든 사운드는 더 할 나위 없는 서정이라는 정서가 안겨주는 특별한 선물로 다가온다.
여름에 들을 때는 마치 삼림욕을 즐기는 듯한 음악이 될 것이고 겨울에 듣는다면 따스한 벽난로 앞에 편안히 앉아있을 때를 상상하게 할 음악이 될 것 같은 행복한 감정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그녀의 목소리는 내 귓속에서 행복의 파랑새처럼 지저귄다. 일상에 지칠 때 한 번 정도 나를 따스하게 보듬어줄 행복의 파랑새같은 음악. 내가 요사이 너무 지치면 다시 한번 힘을 내게 도와준 따스함... 거기에 가미되는 상큼함. 대중적인 사운드 속에서도 무언지 모를 오묘한 매력과 깔끔한 기품을 간직한 음반이다
수록곡
1 I Sogni
2 Cliche
3 Il Problema
4 Riso e Coliandori
5 A Giorni Verrai
6 (Ricomincio) Da Zero
7 Riflessioni
8 Ho Visto Gente
9 Canzone per Daria
10 Controluce
-
{{comment.page_title}} ―{{comment.n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