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do

# No Angel[ | ]

  ★★★

만약 당신이 '제 2의 누구누구'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뮤지션은 좋은 뮤지션이 아니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면 조심스럽게 말하건대 당신의 예측은 옳다. 다이도를 들으며 생각나는 이름은 흔히 말하듯 일렉트로닉 시네이드 오코너도 사라 맥러클란도 아닌 '나탈리 임브룰리아 Natalie Imbruglia'였다. 이 연상 작용은 뮤직 비즈니스계에 위치하고 있는 지점의 유사성에 의한 것인데, 98년 깔끔한 외모와 인상적인 뮤직비디오, 라디오 리퀘스트용으로 좋은 싱글곡 'Torn'으로 인기를 얻었던 나탈리 임브룰리아는 그 인지도에 비해 음악신에 남긴 영향력은 지극히 미미했다. 'You Oughta Know'를 부르며 자신을 버린 남자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앨라니스 모리셋은 영미 음악신에도 약간은 충격이었으리라. 하지만 여전히 안전하게 재생산 되는 것은 약간의 도발적인 일탈은 허용하지만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나탈리 임부를리아 만큼의 이미지다.

대부분 사랑과 관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다이도의 앨범에서 새로운 시각이나 해석을 발견하긴 힘들다. 일렉트로닉과 포크적 성향이 공존하는 것에는 상당부분 일렉트로닉 그룹 페이스리스 Faithless의 리더로 있는 오빠 롤로 Rollo의 손길이 작용했다. 6살 때부터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은 다이도가 솔로 아티스트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도 페이스리스의 객원 싱어로 활동하면서였다. 사실 다이도의 솔로 데뷔작 [No Angel]은 1999년에 발표되었다. 한국에서만 지각 발매된 게 아니라, 영미에서도 그녀의 음악은 <슬라이딩 도어스>영화의 삽입곡으로 쓰이면서, 그리고 에미넴의 히트곡 'Stan'을 통해서 새롭게 가시권에 들었다. 다이도의 노래 'Thank You'의 코러스 부분을 발췌하여 자신의 노래에 결합시킨 'Stan'의 전략은 매우 적절했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페이스리스에 삽입된 그녀의 보컬도 무척 아름다웠으리라. 그녀의 목소리는 하나의 악기처럼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따뜻하고 우아한 목소리를 가진 아티스트에게 무슨 소리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가끔 기계음처럼 들리는 그녀의 완벽한 목소리엔 인간적인 고통과 환희를 담아낼 만한 스케일이 없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수퍼 컴퓨터 HAL 2000이 노래를 불렀다면 이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을까?

그녀가 좀더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이 하지 않는다면 클래식적 소양과 영국산이라는 배경을 깐 다소 고급스러운 filler로서 팝시장의 빈 자리를 채우고 사라지는 사이클에서 자유롭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여성 솔로 아티스트는 전략적으로 뱀처럼 지혜로울 필요가 있다. 의도적으로 볼살이 통통히 오른 소녀적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교차해서 편집해 놓은 앨범 부클릿 속의 순진한 얼굴은 28살의 나이에 19살에 데뷔 앨범을 냈던 피오나 애플 만큼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듯 하여 걱정스럽다. --vanylla,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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