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Byrne

TalkingHeads BrianEno

1 # Look into the Eyeball Tour : 2001[ | ]

  데이빗 번에 대해 그동안 과소평가 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이 양반 꾸준히 판을 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뭐랄까 토킹헤즈 시절만큼의 다이나믹함이 없었던 것이다. 앨범들의 발전이 없다고나 할까.

그래서 우연찮게 구한 이 공연을 봤을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틀어놓고 만화책이나 보다가 힐끔힐끔 보자는 생각으로 틀어두었다. 뭐 관객이 캠으로 찍은거라서 아주 정적이고 음악은 좋았지만 딱히 볼건 없었다, 초반에는 말이다. 그의 곡들은 대부분 중남미풍의 리듬을 차용한 국적불명의 독백적인 스타일이라서 한두곡 들으면 듣다가 길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 괴이한 목소리까지 더해진, 명백하게 데이빗 번의 스타일이 있고 그건 누가뭐래도 매우 독특한 것이지만 그것은 좋게 봐줘도 탐 웨이츠정도의 강한 개성 이상으로 봐주긴 어렵다. 후배들에게 영향을 그다지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까. (=계보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예전 짬밥이 있어서 그런지 혼자서도 신나게 노래를 했다. 그것들은 듣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정도였으니 그는 멋진 싱어송라이터임에는 분명하다. 한 서너곡 지나니 가끔 토킹헤즈 시절의 곡들도 연주해가면서 그는 분위기를 띄운다. 솔로 뮤지션이 예전 곡들로 분위기를 띄워야한다는 점은 팬들에게야 좋은 일이지만 뮤지션에게는 조금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확실히 피터 게이브리얼은 자존심이 강한 양반이라고나 할까나.
자신도 시동이 걸렸는지 몸을 설렁설렁 흔들기 시작한다. 강하게 움직이지도 않는데 아주 유들유들하게 춤을 춘다. 내가 추구하는 춤 스타일이다...ㅎㅎ 건들건들 자기혼자 즐겁게 흔드는 것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 춤은 여러가지 동작들을 가미해가면서 변하고있다. 오 역시 왕년의 프론트맨은 다르다. 음악에 맞춰서 그 느릿느릿 걸어다니면서 추는 춤을 마구 변형시킨다. 이쯤부터 나는 그의 춤이 궁금해져서 만화책보다 모니터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공연 중후반이 되니 관객들이 올라온다. 번은 그들을 잘 잡아서 올려주고 다른 사람들도 그걸보고 업되어서 우르르 올라온다. 번이 그들을 자기 뒤에 놓고 공연을 계속하자 사람들은 춤을 추기시작했고 스테이지는 곧이어 캬바레장으로 바뀌었다. 뭐 남미풍의 리듬이지만 적당히 네박자로 쪼개지는 리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월드뮤직을 선보이는데다가 종종 현악라인도 있으니 어슬렁거리며 춤추기에는 제격이다.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부터 츄리닝 반바지를 입은 마치 의 공연에나 가야할 것 같은 빡빡청년들까지 함께 건들대며 막춤을 춘다. 이미 번은 자신의 곡들 대충 다 연주하고 예전 뮤지컬삽입곡이나 휘트니 휴스턴 커버곡등을 해가면서 혼자 신났다.

공연을 다 보고 난 느낌은 그동안 내가 그를 너무 과소평가 했었다는 거였다. 물론 그의 솔로활동이 그리 역동적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나름대로 월드뮤직 레이블인 Luaka Bop을 운영하기까지 했었던 월드뮤직 매니아이고 그의 솔로작에는 스스로의 스타일로 변용, 소화시킨 남미의 각종 리듬이 담겨있다. 이런 양반을 백그라운드 뮤직정도로만 삼는건 좀 미안한 일이다.
오늘 통근길에 토킹헤즈의 Stop Making Sense공연을 다시 들었다. 역시 토킹헤즈 시절이 더 다이나믹하고 락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있긴 했다. 하지만 번의 솔로작들 역시 경청해줄 가치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일은 그의 이전작인 Rei Momo라도 들으면서 이 웃기는 노인의 모습이나 한번 떠올려봐야겠다. -- 거북이 2004-4-29 2:22 am

 

2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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