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inSalad의생활단편들/02

1 # 불친절 식당 때려잡기[ | ]

어제 점심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회사 건물 1층에 있는 식당(식당명은 말해도 모를테니 그냥 빼도록 하자)에 직원4명과 함께 내려갔다. 최근에 자주 가던 단골백반집이 갑작스레 문을 닫은 이후로 기획실 직원들은 이정표를 잃고 오합지졸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형국이었고 그나마 1층에 가까이 있고 번듯한 고급고기집을 지향하는 터라 음식은 깔끔한 편이었다. 다만, 고깃집이란 한계때문에 매일 점심을 먹기엔 메뉴가 단순하다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인 곳이다.

좌우간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우리 다섯은 비빔밥 둘, 내장탕 셋을 주문했고 시덥잖은 수다들을 떠는 사이 음식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개를 주문한 내장탕이 하나 덜 나오는게다. 두사람만 먼저 먹고 한사람이 잠시 기다리기로는 했는데...

당연히 계급으로 밀어붙인 나는 먼저 신나게 국물 후후 불어가며 내장탕을 먹고있었는데 절반쯤이나 먹었을까? 좀전에 양보하고 기다리고 있던 친구가 그때까지도 목이 빠져라 주방만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내장탕이 본시 적당히 덥혀서 내오는 음식은 아니다. 뚝배기탕류 중에서도 유난히 빠글빠글하게 끓이다보니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또 주종목인 집인데!!

일단 좋은 소리로 왜 하나 덜 나온거 안 주느냐 혼자만 못 먹고있으니 어서 달라고 독촉을 했다. 아래 직원들도 있긴 했지만 애들이 순해서 다들 참고만 있는거라 보다 못한 내가 한소리 꺼낸 것이다.

들은건지 못들은건지 왔다갔다 부산스럽기만한 점원들은 물론이요, 생뚱맞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여주인 표정도 도대체 머가 불만이냐는듯한 좀 황당한 표정들이다. 일단은 참았다. 금방 나오겠거니 생각하곤, "이집엔 뚝배기 끓일 불이 몇개 안되나봐...그걸고 갈비탕에 내장탕에 된장에 다 끓이자니 오래 걸리는 모냥이군 " 따위의 쓰잘데기없는 소리나 중얼대며 다시 먹는데 열중하려는데 마침내 내장탕 두개를 쟁반에 받쳐 나오는게 보인다. 오호 이제 됐네...

왠걸, 그 내장탕은 저쪽 편 테이블로 사라지고 만다. 이리 황당할 수가...아까 기껏 떠든건 뭐지? 결국 조금 더 격앙된 목소리로 그래도 참아가며 "아니 내장탕 여기두 하나 덜나온거 언제 얘기했는데 저쪽 먼저 주느냐...여긴 안줄거냐" 식으로 따지고 들자 여주인이 나서며 곧 나올테니 좀만 기다리랜다. 무조건....것도 되려 짜증스런 말투다...거좀 지둘려...니가 먹을 것도 아닌데 왜 난리야 니가...당사자는 가만있구만....머 내 귀엔 이런 식으로 들린건 어쩔 수 없다. 결국 살짝 터지고 만다.

"아니 , 아까부터 얘기했는데 여기 하나 마저 채워주고 나서 저쪽 주던가 해야지 뻔히 보고있는데 다른데로 먼저 가는 이유가 멉니까?"
"인제 곧 나올거에요, 기다리시고,...저쪽도 먼저 온사람이라서 드린거에욧..." 아줌마의 되려 당당하다못해 나무라는 대답이다. 물론 이보다 더 많은 변명과 자기합리의 답변이 있었으나 당췌 필자는 흥분했던 순간의 기억재구성이 어려운 성격인지라....

결국은 "사장님!! 그냥 미안하다 한마디 하시면 될것을 뭐 그리 말씀이 많으십니까 식당에서 잘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데...쀍!" 식으로 일단락했다. 평소 BrainSalad라면 여기서 끝이 났을리는 없다. 아마 어제 점심장사는 다만 잠시동안이나마 난장판이 되었을게다. 일단락되고 내가 극도의 인내심으로 참을 수 있었던 건 우리 자리 뒤쪽 방에는 회사 상무,부사장, 외부 손님들이 잔쯕 포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임원도 임원이지만 타 회사 내방객 보는 앞에서 꼴사나운 싸움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다 먹고 계산하고 사무실로 올라와서도 불쾌한 감정은 가시질 않았다. 성질을 다 못부려서가 아니다. 불친절한 서비스를 응징해주지 못 해서이다. 아니 불친절 자체보담도 뻔뻔함이 본질적인 문제의 원인이었다.

씩씩거리고 책상에 앉아있다보니 몇년전 인천으로 직장을 다니던 시절의 에피소드가 떠올라 피식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땐 서울 서교동에서 인천으로 매일 출퇴근 하던 시절이어서 회식자리에서 되도록 술도 자제하던 시절이었다.

저녁에 부서회식이 있어 흔히 OO가든 OO회관과 같은 식으로 이름 붙여진 고깃집을 찾았다. 식당 자체의주차장이 앞마당에 붙어있는 식당들 말이다. 주차하고 열쇠를 카운터에 맡기곤 평소와 다름없는 회식자리를 마쳤다. 그리 유명한 집은 아닌데도 그날따라 손님이 제법 많았던 걸로 기억이 난다. 다들 자리를 일어서는 와중에 신발 신고 카운터에 사장에게 열쇠를 달라고 하자 번호가 어찌 되냐고..서울 31나7602 누비라라고...열쇠고리에 차번호도 있다고...잠시만 기다리시라고...이상하다고...-_-;; 맡기신거 맞냐고....그럼 차를 이앞에 세워두고 그냥 들어갔으면 여태 가만뒀겠냐고...다른 분 열쇠랑 바뀐건가 자기네 보관 중인 열쇠에는 없는것 같다고...말이 되냐고 술취해서 신발 바꿔신고가는 얘긴 들어봤어도 남의 차열쇠를 가져갔다는 얘긴 들어본적이 없다고...

도무지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화를 내도 뭘 어떻게 내야할지.... 맡겨둔 열쇠를 잊어먹었다니....그런데 이 상황에 불이 끼얹은 것은 사실 열쇠를 가게에서 분실한 그 자체가 아니었다. 식당 사장은 " 누군가 열쇠를 바꿔서 가져갔다니깐 그러네....낸들 머 별수있겠냐고....별수없으니 열쇠가게 불러서 고치던가 해서 돌아가야지 않겠냐? 재수가 없어서 그리 된거라 생각하고..." 라는 식이었다. 아 물론 내 주관이 대단히 많이 섞여서 다소 과장된 억측으로 지어내는 말이긴 하지만 그 당시 나를 폭주하게 만든 주범은 그 사장의 말투와 표정의 뻔뻔스러움 때문이었다는건 확실하다.

결국 폭발한 BrainSalad는 온갖 성질 다 부려가며 길길이 따지기 시작했고 다른 손님들이 다 들릴만큼 소리를 질러가며 따지기 시작하자 그제서 수그러들고 빌기 시작하는 식당주인....쳇! 이 비굴함은 뭐냔 말이지... 이미 폭주하기 시작한 BrainSalad를 갑작스런 비굴함으로 쉽게 돌려세울 수는 없었다.

결국 식당주인은 그 자리에서 현찰로 내게 400,000원을 지급하기에 이른다. 내역은 다음과 같다.

서울까지 교통비(택시비, 할증요금 기준) 60,000
서울에서 모텔 숙박비(집열쇠 동반분실) 40,000
집 열쇠 자물쇠 교체비용 80,000 (특수키 자물쇠는 비쌈)
자동차 문 개방 및 열쇠 교체비용 120,000
기타 정신적 피해보상 따위 100,000

뭐 정확친 않지만 대략 저랬다. 적다면 적을 수도 있지만 좌우간 남은 돈으로 소주도 사먹고 차 유리 썬팅도 하고...얌체같지만 그땐 응징해줬다는 뿌듯함이 양심을 마비시켰었다.

그 당시 부서원들 사이엔 자그마한 화제였고 지금도 가끔 회자되나보다. 그때 신입사원 시절이었으니 지금은 정말 성질 많이 죽었다는 말이 실감난다. 심지어 어떤 선배 와이프는 그 얘길 듣더니 "당신도 좀 어디 가서 차 열쇠 맡기곤 돈 좀 뜯어오라는 -_-" 농담 아닌 농담도 있었다는 후문이.......

뭐...그런 일도 있었다는거다. 내 무용담을 늘어놓으려는게 아니라 그 정도로 식당이나 서비스 업종의 불친절함, 또는 불친절에 대한 뻔뻔한 생각들을 그냥 두고보지 않았던 나지만 요즘은 왠만하면 에너지 낭비 안하려고 참고 넘어가려 노력하는 편이다. 명분은 어찌 되었건 표면적으론 식당에서 성질 부리기 일쑤인 골치아픈 동료/일행/고객으로 보일 수도 있고 나야 내 성질 다 풀면서 사회정의도 실천한다는 식으로 아전인수할지 몰라도 결국 나를 주변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꼴만 될테니까 말이다.

대저 서비스업종이라는건 일정한 용역에 대한 댓가를 주고받는 것이 기본이긴 하지만 거기에 어떤 부가가치와 차별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용역 자체보다는 그것을 포장하는 미소와 친절, 더 나아가 댓가에 대해 떳떳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기본중의 기본을 망각하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을 볼 때마다 앞으로도 난 얼마나 더 많은 수양을 쌓아야 할지 걱정이 앞서곤 한다. 머 나나 잘하고 살아야겠지...-- BrainSalad 2003-8-1 4:53 pm

2 # 고정관념이란...[ | ]

오래전에 지하철 5호선 송정역에서 겪었던 상황인데 아주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나게 했던 기억이라서 되짚어본다.

송정역 개찰구를 나와서 출구로 빠져나가려면 제법 긴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하는데 젊은 사람들도 쉽사리 계단을 택하기 곤란한 정도로 높은 편이다. 매일 퇴근 길에 85번 버스를 이용하러 도착하는 곳인데 좌우간 그날은 작업때문인지 고장이었는지 난데없이 에스컬레이터가 정지해있었다. 걷기 싫어하기로 고양시에서 최고인 BrainSalad는 투덜거리며 아마도 비슷한 불만들을 담고있을 다른 많은 인파들 뒤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순간 머리 속이 서늘해지는 느낌.

"아뿔싸, 왜 모두들 계단으로만 몰렸을까? "

그렇다. 에스컬레이터는 단지 작동하지않을 뿐이었지 작업중인 인부들이 있던 것도, 바리케이드가 쳐있는 것도 아니었다. 말하자면 계단이나 다를바가 없었고 통제도 없는 상황이었단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정신을 차리고 둘러봤을 땐 나처럼 어떤 아주머니, 할아버지 뒤에서 따라 계단을 오르며 답답하다는 시늉을 내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에스컬레이터로 유유히 걸어올라가는 사람을 그 순간에는 단 한사람도 보지못한 것이다.

결국은 "에스컬레이터는 자동으로 운전될 때 이용하는 설비" 라는 관념과 "다른 사람들이 하지않는 행동은 역시 나도 피하는게 낫다"는 심리와 습관이 결합되어서 그런 우스꽝스러운 순간을 빚어낸게 아닐까?

좌우간 그날 그 순간에 난 무엇보다도 항상 깨어있는 마인드와 오감의 "새로고침" 상태를 유지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된 것이다. 이거 정말로 쉽지않은 결심이더라.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다는 쪽으로 긍정적인 자기약속을 유지만 해나가더라도 이날 송정역의 많은 사람들처럼 눈 벌겋게 뜬채로, 서로가 누가 바보인지도 모른채, 그것도 순식간에, 그렇게 바보가 되는 꼴은 덜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BrainSalad 2003-4-25 12:54 am

3 # 제부도 주말여행[ | ]

3.1 # 2003.1.18 토요일[ | ]

여행이래야 뭐 차 타고 왔다갔다, 음식점마다 들러서 맛난 음식 먹고, 잠자기전에 거나하게 술한잔씩 같이 하고, 바람 조금 쐬고 걸으며 이야기 좀 하고....

아마 1박2일로 가는 주말여행이 대부분은 비슷할 것이다. 여기에 조금씩 차이가 난다면 장소마다 거닐고 바람쐬고 구경할 곳이 다르다는 점, 카메라를 들고가느냐 아니냐의 차이점, 마지막으로 누구와 함께 갔느냐 정도가 다른 것이다.

아래에 적었듯이 1월 18일 우리 부부는 참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정확히 더도 덜도 아닌 위에 적은 그대로가 여정의 전부이긴 했지만 그정도 여유와 바깥 공기조차도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여행운이 없던 우리 둘이었기에 감회란 남다른 것이었다. 더구나 모모가 나오기 전에 다시 떠나기 어려운 걸음이었으니까..

출발하기 전부터 여행은 먹거리여행으로 컨셉이 맞춰져있었고 안산에 사는 김모병덕군 부부와 분당에 사는 노모동호군 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 이렇게 세쌍이서 오손도손 놀러가려다가 분당커플이 몸이 안좋아 약속을 깨는 바람에 두 집만 출발하게 되었는데...어쨌거나 대략의 일정은 이러했다.

각자 출발 -> 비봉IC에서 합류 -> 남양 사강 회단지로 이동 -> 숙소 예약 -> 단골횟집 일력회집에서 저녁식사 및 음주1차 -> 노래방 -> 각자 취침 -> 기상후 제부도 안으로 이동 -> 제부도해수욕장 바지락칼국수 골목에서 굴밥으로 아침식사 -> 산책 및 사진 -> 제부도에서 남양으로 이동 -> 남양 오리정 순두부에서 점심 식사 -> 해산

대략 4시반이 넘어 비봉 IC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병덕이 부부가 기다리고 있는 톨게이트에 도착하게 되었다. 30분 이상을 지루하게 차에서 기다렸지만 맛있는 음식들에 대한 기대때문인지 둘은 의외로 잘 참아내고 있더군. 어쨌든 차를 서둘러 남양을 조금 지나서 위치한 사강회단지로 이동했다. 제부도 안으로 들어가도 수없이 많은 횟집이 있고 제부도 물길로 들어가는 입구 매표소 부근에도 온통 횟집들로 천지이지만 (전국에 이런 관광지가 100여곳도 넘을텐데 도대체 그 회가 다 어디서 나오나?) 사강회타운의 장점은 제부도 횟집들에 비해 저렴한(?)가격경쟁력에 있다. 사실 횟감의 싱싱함과 스끼다시의 푸짐하고 역시 싱싱함은 거의 대등소이, 아니 오히려 훨씬 낫다고도 할 수 있을게다. 자세한 지도는 못 구했지만 대략 가는 길은 이런 식이다.

 

결국은 회건, 굴밥이건, 칼국수건 제부도까지 안들어가도 충분히 맛을 즐기면서 가격도 조금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사강회단지인 것이다. 당연히 조개구이도 된다는 것은 말하기도 구차하다. 물론 명색이 주말여행인데 제부도 바닷가를 아니 갈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저녁에 물길이 닫히고나면 어차피 다음날 아침인지라 저녁과 밤의 식사와 음주가무는 사강에서 해결하기로 하였던 것.

그리하여 우리가 찾은 곳은 일력횟집이라고 허름한 간판에 찬찬히 찾아보지 않으면 워낙 많은 사강회단지의 횟집들 사이에서 묻혀버릴 수도 있는 그런 집이다. 이 회집은 장인어른(제부도가 고향이시다)부터 단골로 다니시는 곳이라 이미 검증이 여러번 끝난 곳이라서 항상 제부도에서 회를 먹게되면 이 집을 찾고는 한다. 물론 무조건 단골하는건 아니고, 콩나물을 넣고 끓인 시원한 바지락 국물에서부터 특별히 조미를 가하거나 익히지않은 천연재료 스끼다시들(소라, 멍게, 가리비, 석화 등등)과 인심좋게 푸짐히 담아내시는 회까지 오로지 재료의 싱싱함과 푸짐함 두가지만으로 승부하는 식당이기 때문이다. 해녀 일을 지금도 하시는 아주머니들끼리 운영하는 곳이라서 직접 재료들을 바다에서 캐다가 상에 내신다고 하니 그 아니 맛있고 싱싱할소냐...

 

여하튼 병덕군과 나는 이집에서 이미 오늘의 향후 일정을 대강 매듭지을 만큼의 음주를 했던 것이다. 맛있는 음식 앞이나 즐거운 분위기에서는 원래 둘다 조금 술을 오버하는 편이기도 하다. 거나하게 식사와 음주를 마치고 나오니 날은 이미 어두워져 노는 것도 숙소 먼저 잡아두고 놀아야 될 상황인지라, 우린 회단지 바로 뒷편의 모텔중에서 적당한 곳을 잡아 차와 짐을 버려두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어차피 술 마신 상태에서 차때문에 멀리는 못갈 형편이었던 것. 다시 나와서 2차를 부르짖던 우리는 노래방을 찾기로 했다. 머...전형적인 놀이문화 아닌가?

오 세상에....아무리 시골이고 관광지이고 머 그런 정황을 참작하더라도 노래방의 분위기도, 시설도 영 맘에 안들고 침침한 것이 굳이 여기서 놀아야되나...아내들은 더군다나 맘에 안들어하는 눈치에다가 그나마 노래방이 그 동네에 많지도 않아서 다들 고만고만한 상태였다. 우린 이내 노래방을 포기하고 술을 더 먹기로 하였다. 아내는 물론 한방울도 안마시므로 아무 술집이나 가는게 아니라 최소한 안주가 맛있는 곳을 가야만 힘들게 앉아만 있지 않아도 될 것이었는데...결국 선택된 곳은 지난 98년 이후로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것같은 조개구이였다. IMF와 함께 우리를 찾아온 것중 하나가 조개구이였는데 이제는 서울 시내에서는 그 자취를 감춰버리고만 조개구이...그러나 여전히 서해안 관광지를 가면 곳곳에서 조개구이는 성업중이다. 우리가 골라서 간 곳은 번개탄 화력으로 조개를 구어먹는 곳이었다. 솔직히 조개구이의 맛은 감칠맛난다. 왠만한 고기 구어먹는 것보다 훨씬 술이 잘 받는 편이다.

 

아마도 그렇게 2차를 마친 뒤 나와 병덕군은 합계 6병이 넘는 소주를 달랑 둘이서 마셨나보다. 아마 내가 3병을 정확히 나눠 마시진 않았을테니 나의 14년 술친구 김병덕이 아침에 괴로와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3.2 # 2003.1.19 일요일[ | ]

아침에 9시 약속을 해놓고 각자 방으로 헤어지려다가 마지막 순간 그래도 정신은 남아서 30분을 연장하기를 정말 잘했다 싶었다...방안 공기가 건조하기까지해서 술 먹은 다음날의 속은 마를대로 말라 있었다. 이래서 시원한 해장국물이 필요한거겠지...그래도 잠이나마 푹 자서인지 영 못 일어날 지경은 아니었고...병덕군과 아내 소희도 많이 늦지않고 모텔서 나왔다. 지체없이 곧장 서신면을 거쳐 물길이 열린 제부도로 향했다. 여름 해수욕철이 아닌데도 매바위 주변에는 사람들이 꽤 많아보였다.

우선 배가 고파서, 또한 이번 여행의 주목적중 하나인 굴밥을 맛보기 위해 석구네회집으로 차를 몰았다.

 

이 집이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나름대로 매스컴을 통해 이름이 나있는 집이라서 적어도 다른 곳보단 안심하고 찾아가 본건데 결론적으로 대만족이었다.

굴밥은 겨울이 제철인 음식이다. 굴 자체가 늦은 11월부터 2,3월까지 겨울에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제부도와 같은 여행지에서 사먹기엔 좀 비싼 음식임을 인정해야한다. 전날 사강회단지에서 일력횟집 아주머니께 여쭤봤더니 멋하러 굴밥을 사서먹느냐...집에서 해먹으면 저렴하게 굴도 실컷 먹을터인데..이런 말씀을 하셨겠다? 1인분에 만원짜리 굴밥을 먹으면서 새삼 피부에 와닿는 말씀이었다. 물론 석구네의 굴밥은 입에서 녹는 맛을 선사하므로 돈이 아까운 생각은 안들지만 그래도 양껏 먹을 여건은 못 되더라. 이왕에 온 제부도에서 반지락 칼국수를 어찌 안 먹을소냐...굴밥과 칼국수를 반씩 시켰더니 맛으로도 가격으로도 안성맞춤인 아침식사가 되더라. 칼국수의 국물맛과 면발도 시내에서 먹던 바지락칼국수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배불리 아침을 먹고나오니 바람이 무척 쌀쌀하게 불어대긴 했지만 겨울바다와 갯벌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더라. 사진도 찍어주고, 바닷가 산책도 하고, 갯벌에도 나가보았다가 차를 옮겨 제부도 삼각꼭지점의 반대편 매바위로 이동했다. 바위 모양때문인지 이 바위에 살던 매처럼 생긴 새때문에 붙은 이름인지 모르지만 암튼 매바위는 아래 사진엣는 바다 가운데 서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물이 빠지고나면 갯벌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제부도를 찾는 이들이 사진 한방씩 찍기위해 다들 모여드는 명소이다.

 

물론 우리 일행도 열심히 온갖 개폼들 잡아가며 사진을 남겨두었다. 이 날만 해도 내가 디카를 사기 전이라서 병덕군 부부의 S30을 이용했는데 그다지 멋진 사진이 잡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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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바위에서는 정반대에 위치한 포구(선착장)는 왔던 길을 거슬러 길이 끝나는 곳까지 올라가면 도착하는데, 특별한 볼거리보다도 해수욕장쪽보다는 훨씬 시원한 바다풍경을 파노라마처럼 카메라에 담기 좋은 곳이다. 물론 이 날은 너무 추워서 방파제끝으로 가기도 힘들었지만...

 

방파제 구경까지 끝내고 대강 시간을 보니 점심 먹으러 출발하면 시간이 적당할 듯 하여 우리 일행은 제부도를 뒤로 하고 남양으로 빠져나왔다. 남양에 위치한 성모성지를 지나서 왼편으로 위치한 오리정순두부 집에서 짧은 여행의 마무리를 하게되었다. 오리정순두부 또한 우리 가족이 제부도의 장모님 산소를 들르거나 할때에 자주 찾는 맛집인데 아마도 화성시 일대 맛집 소개에서 빠지지 않는 유명한 식당 중 하나이다. 시원한 손맛이 일품인 이북식 보쌈김치의 싱싱함은 누구도 따라잡기 어려운 김치맛이다. 물론 야들야들한 삶은 돼지고기와 무엇보다도 부드러움이 엄마의 젖가슴과도 같을 두부의 고소함이 두부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메뉴가 다 먹고싶어 어느 것을 골라야 좋을지 난감할만한 곳이다. 여기에 조껍데기나 이집 특미 구기자 동동주만 얹어진다면 그 푸짐한 고향의 맛이란...

여하튼 두 부부의 먹거리 여행은 이렇게 해서 두군데 횟집과 두부집 한군데, 조개구이집을 돌면서 흐뭇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나마 아내에게는 임신 기간 동안의, 출산 전의 마지막 나들이나 다름없는 것이었기에 감회가 더욱 남달랐으리라...그런 면에서는 무척 아쉬움도 많이 남는 겨울이었던 것 같다. 작년부터 계속된 여행 관련 불운이 이제는 좀 사라지길 빌며, 이제 우리 첫 아이모모가 세상에 나오고나면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아기의 건강에 지장만 없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여행을 다녔으면 싶다. 둘째까지도 생각하게되는 우리 부부로서는 무리해서라도 여행을 다니지않으면 앞으로도 3,4년은 아무데도 못간다는 불쌍한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여행은 영혼의 비타민이라는데 그래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BrainSalad 2003-2-23 16:24

4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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