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rt of Homecoming

2002 10 29 火 : 어떤 귀향A Sort of Homecoming[ | ]

마드리드 터미널에 떨어졌다. 아웅 정말 밤버스는 인간이 탈 것이 못되는거 같다. 죽갔다.
민박집으로 낼름 들어가서 잤다. 조금 잔 다음에 아침을 얻어먹고 다시 짐을 컴팩트하게 싸다. 꽉꽉 밟아서 싸보니 그리 크진 않다. 없어진줄 알았던 데이빗 앨런DaevidAllen의 티셔츠는 우람이 잘 챙겨두었더군. 흠흠.

새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레알 마드리드의 티셔츠를 사러가다. 나는 모임 형의 지령을 받은 바 있었고 이쪽은 사촌 동생 선물이라네. 가는 길에 영어가 통했던 친절한 판가게로 가서 빈 씨디 케이스를 주고왔다. 어차피 케이스는 가면서 깨지고 무거우니 그거 빼고 가져간 다음에 서울에서 빈 케이스를 사는 것이 현명하다. 이 점원이 무슨 생각을 하며 빈 케이스를 받았을지 궁금하다. 씨디를 저렇게 많이 사다니 변태같은 일본인이야...정도가 아닐까 싶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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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유니폼. 하얀 피구를 샀다.

레알 마드리드 티셔츠를 사러갔는데 여기는 레알 마드리드의 상품만 파는 곳이다. 심지어 레알 마드리드 식기세트까지 있더군. 지구대표팀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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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띠로 공원.

잠시 시간이 비어 못가본 레띠로 공원에 갔다. 프라도 미술관 뒤에 있는 큼직한 공원이다. 역시 공원 손질은 영국만 못하다. 여긴 아주 엉성하다. 그나저나 나뒹구는 연인들이 왜 이렇게 많은겨~ 옷만 벗으면 아주 에로물이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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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워라. 훌쩍.

민박집에 돌아와서 할머니께 마드리드 가이드북과 내가 먹지않은 약들을 드렸다. 어차피 내게는 짐이고 여기 남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물건들이니. 할머니께서는 내가 가는 것을 창문을 내다보면서 배웅해주셨다. 내가 할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말은 '건강하세요~'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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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은 묵었던 민박집인 루까스집. 이 명판에는 세르반테스가 살던 집이라는 글귀가 써있다.

공항까지 나가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넉넉하게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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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요즘에 지은 것인지 꽤 깔끔한 8호선. 공항까지 한번에 간다.

여튼 공항에 도착했는데 여기는 터미널이 세개로 구분되어있기때문에 아주 복잡하다. 그나마 직원 하나가 길을 잘못 알려주어 한 20분은 헤맨거 같다. 간신히 찾아 표는 받았는데 세금 환급 창구를 아무리 뒤져도 못찾겠다. 아 짜증나는 녀석들. 도대체 공항 직원들도 영어를 못하는건 너무하지 않냐? T_T
세금 환급 창구를 찾다가 한국인 아저씨들을 만나 간만에 우리말로 한참 농담따먹기를 하다. 아 역시 모국어가 최고여. 그 옆에는 왠 아가씨가 하나 앉아있었는데 손에 이상한 무늬들이 있어 자꾸 눈에 뜨였다. 처음에는 병에 걸린 후유증인가 싶었다. 너무 흉칙해서.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보니 그건 문신이었다. 마치 실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느낌을 주는 문신이었다. 와 그것은 내가 영화나 다른 것들을 통해 접했던 문신중에 가장 무시무시한 거였다. 그 아가씨는 왜 그런 문신을 하게 된 것일까.
아 스페인의 면세점은 정말 살게 없다. 한국 면세점이 훨씬 다양하고 싸다. 자꾸 이런 것들이 눈에 띄니 나같이 비판적인 사람들도 외국에 한번만 나갔다오면 의외로 애국자로 변신하는 것인듯 하다. 한동안 내가 사용한 MSN의 별명은 '한국이 최고'였다.

JAL직원에게 물어 암스테르담의 세금 환급 창구 위치를 파악했다. 일본인들은 이런것을 미리 복사해놨다가 딱 준다. 아 이런건 정말 배워야해. 몸도 피곤하니 어서 비행기에 짱박혀서 자고싶은데 지랄리스틱하게 연착되고 있다. 어라 JAL이 연착도 하는겨? 했는데 알고보니 그건 이베리아 항공이더군. 즉 마드리드에서 암스테르담까지는 이베리아 항공이, 나머지는 JAL이 서비스하는거다. 그럼 그렇지...-_-++
JAL 여직원은 세상에서 가장 비굴한 얼굴을 하고 연신 굽신거리면서 미안하다고 한다. 아 일본인들 이런 모습은 정말 싫다. 그래 뭐 미안한 마음 알겠다. 너희 서비스에서 쫑난거니까 미안한건 미안한거지. 하지만 한번 미안하다고 하면 되지 뭘 그렇게 죽을 죄를 지은것처럼 그러냐. 사실 그건 이베리아 항공의 잘못이지 너희의 잘못도 아니잖아. 정말 이렇게 오버액션으로 체면과 염치를 중요시하는 가증스러운 모습은 매우 화를 불러일으킨다. 도저히 나의 감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에이, 잘란다.
우라질레이션~ 달게 자고있는데 깨우더니 밥먹으란다. 아웅 기내식 안먹을수도 없고...으휴. 샌드위치와 조각케익 그리고 음료수를 준다. 또 술이 있네. 나는 파인애플 쥬스를 마시고 토마토 쥬스를 또 달라고 했다. 여기 토마토 쥬스는 어떤가 맛보려고. 아 역시 케찹같은 맛이다. 우리나라같은 토마토 쥬스는 나가면 없나보다. 소금과 후추를 타서 먹으라고 준다. 해봤지만 소용없다. 왠지 역하다. 식초가 들어간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결국 포기하고 커피로 입가심한 다음에 다시 잠을 청했으나 잠이 안와 라디오방송 청취로 방향을 틀었다. 라디오 안나온다. 오 역시 스페인. 뒷통수 안치는 것이 없구만 그래. 그냥 일기 저술(?)이나 할란다. 네덜란드까지 얼마나 남은건지도 모르겠고~~

그 망할 이베리아 항공이 연착되는 바람에 암스테르담에서 환승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그 와중에 나는 세금 환급도 받아야 한다. 허겁지겁 걸어서 세금 환급 창구에 갔다.

돈도.
물건은?
부쳤지 따식아.
원래 물건 안보여주면 도장 안찍어주는데?
몰랐다. 찍어줘~
말해줬으니 앞으로는 알아야 해.
네...(말이 되냐 이놈아?)

이걸 받은 다음에 은행으로 가서 돈을 환급받아야 한다. 으으 시간없는데 애들이 은행 앞에서 줄서있다. 내가 급해서 '미안하지만 시간없는데 내가 먼저 하면 안될까'라는 의미를 담아 되도않는 영어로 말했는데 이놈들 못알아들은거 같다. 크흑. 결국 기다려서 환급받았다.
기껏 힘들게 도장받아 가져갔는데 뭐는 되고 뭐는 안된단다. 왜 안돼? 그랬더니 그걸 왜 나에게 물어 그런다. 적혀있는 전화번호에 걸어보라는군. 겨우 50E환불받았다. 그나마 내가 가방 어딘가에 짱박았던 세금 환급 신청서는 있다는 사실을 까먹어버리는 바람에 한 30E어치는 못받은거 같다. 동전은 간단하게 기부금 통에 넣어버렸다.

자 여기서 세금 환급 제도의 가식성에 대해 알아보자.
이 세금 환급 제도라는 것은 외국인의 소비를 활성화시키려고 만든 제도로 자국내 소비세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보통 한 15-20%정도 한다. 면세점은 처음부터 이 세금을 뗀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곳이고 세금 환급이라는 것은 특정 가게에서 정가에 구입한 다음 용지를 작성해서 출국시 제출하여 세금을 돌려받는 것이다.
세금 환급 제도는 다음의 세가지 점에서 사기성이 짙다.

  1. 세금을 돌려주고 싶다면 처음부터 면세점처럼 세금을 뺀 나머지 가격만 받고 물건을 팔아야 한다. 사람들 제어는 어떻게 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자 생각해보자.


  1. 굳이 지금처럼 운영하고 싶다면 세금 환급 용지를 간편하게 만들거나 신용카드 영수증 따위로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점원이 일일이 세금 환급 용지를 작성하느라 적어도 5분, 비숙련자의 경우 심하면 10분이상 날리고있다. 이렇게 번거로운 작업을 가게에 시키면 가게들은 아무래도 기피하게 마련이다. 나는 마드리드의 씨디가게에서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점원에게 그거 작성시켜서 무척 미안했다.
  2. 어디서나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EU의 경우 유럽을 빠져나가는 그 순간에 하게끔 되어있는데 그래서는 결국 사용자의 손에 또 유로화가 남게 마련이다. 나는 지금 서울에 수십 달러와 수십 유로를 가지고있게 되었다. 그것을 내가 유럽 안에 있을 때 가지고 있었다면 분명 다 쓰고 나왔을 것이다.
  3. 너무나 번거롭다. 이거 나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노인들은 과연 할 수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참고로 나는 이 나라에서 12년간 정규 교육 다 받고 대학 나와서 잘 살고있는 나름대로 그다지 멍청한 사람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해서 처리하기 어려운 절차라면 그것은 잘못된 절차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왜 이런 눈가리고 아웅하는 짓을 하는가? 세금 내주기 싫으면 차라리 다들 세금 환급이라는 제도를 없애버려라. 그러면 깔끔하지 않은가 말이다. 내주고 싶으면 확실하게 현찰박치기로 내주어라. 모두 다 그렇게 하면 되는거 아니냔 말이다. 괜히 세금 내준다고 꼬셔놓고 그거 받기 위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짓은 아주 기만적인 행위이다. 이것은 세금을 내주지 않기 위한 절차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이런 자본주의의 가식성이야 말로 현대사회를 복잡하고 짜증나게 만드는 원흉이다.
지금 복잡해진 금융 시스템을 보라. 요즘 이런 금융시스템과 재테크에 관해 모르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한다. 나는 왜 이렇게 복잡해진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복잡한 시스템은 대개의 경우 잘못된 시스템이다. 케플러가 어떻게 행성의 궤도는 타원일거라고 확신했겠는가? 왜 코페르니쿠스는 천동설이 잘못된거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것을 해명하는 천동설이라는 시스템이 너무나 복잡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의심하고 다른 가설을 내놓은 다음에야 아주 간단하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인간과 사회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것은 대개의 경우 나쁘다.

여튼 세금을 환급받은다음에 헐떡헐떡 걸어서 JAL 탑승구로 가니 이미 탑승이 시작되었다. 나는 암스테르담에서 말 그대로 환승만 한 것이다. 공항에 있는 씨디가게에 발도 못넣어봤다. 휴우. 이거 조금만 늦었으면 국제미아 될 뻔했잖아. 그나저나 나를 따라와야 할 내 배낭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배낭 증발하면 난리나는데~ 내 씨디 150장이 날아가는데~ 으 불안하고마. 아웅 망할 이베리아 항공.
나는 암스테르담에서 적어도 두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한걸까. 연착은 20분정도였다. 생각해보니 썸머타임의 차이가 있을거 같다. 스페인은 일요일에 썸머타임이 해제되어 1시간 늘었다. 그리고 스페인과 네덜란드와의 시차도 있을테니 두시간 정도는 쉽게 사라질 수도 있구나. 스코틀랜드에서 글래스고를 지나갈때도 15분동안 잔디밟을 여유는 있었는데 여기서는 정말 간신히 세금 환급만 받고 나간다.

비행기에 올라 다시 오락을 시작했다.
A Sort of Homecoming은 U2의 곡으로 The Unforgettable Fire앨범의 첫곡이다.


여행마무리 <= A Sort of Homecoming => 오타쿠들의재회

거북이유럽서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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