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BrainSalad의Best와Worst

1 # Best 3[ | ]

1.1 # 지후 탄생[ | ]

2003년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단연코 첫딸 지후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03년 최대의 이벤트일 뿐만 아니라 일생에서도 가장 큰 축복이라 말하고 싶다. 지후의 탄생을 통해서 34년을 걸어온 내 인생이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한 셈이고 아버지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며 가장으로서의 책임이 본격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자식된 도리도 한 것 같아 그 역시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10개월 가까이 몰라볼 정도로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에 별다른 탈 없이 너무도 건강하고 씩씩한 모습만 보여준 내 딸에게 무어라 고마움을 전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여기엔 어떠한 어려움에도 모유수유를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아내의 공이 전적으로 크다. 연말 가족 시상식이 있었다면 뭐 당연히 대상은 아내의 몫일 것이다.

반면에 생후 3개월까지는 집에 있으면서 하루종일 시간을 내주며 정성을 쏟았던 아빠였지만 회사에 다시 출근하면서 아기와 하루에 한번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로 무심한 아빠로 변신하게 되었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서 회사 근처로 이사를 해야 그나마 상황이 나아질텐데...

2004년 3월이면 지후는 첫돌을 맞이한다. 요즘 문제되는 "빗나간 자식사랑"을 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는 애쓰고 생각도 많이 하는 우리 부부이긴 하지만 이미 몇달전부터 돌잔치 자리를 예약하는 극성(?)을 보이는 걸로 봐서는 별수 없는건가 싶기도 해서 씁쓸해지기도 한다.

1.2 # 회사 이직[ | ]

오랫동안 준비도 해왔고 운도 따라줘서 원하던 부동산 분야에, 그것도 군대로 치자면 야전부대라고 할 수 있는 건설회사 기획실에 뛰어들게 된 뜻깊은 한해였다.

사회생활 7년차였고 3년차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정확히 3년마다 캐리어를 변신해 온 나로선 6년간의 방황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정열을 바쳐볼만한 캐리어" 관리의 원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직장생활 5년차에 시작된 인생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부동산 분야로의 설계로 가시화되었던게 2002년, 1년간의 준비 끝에 비록 우연히 지인을 통해 시작하게 된 일이긴 하지만 인생의 큰 기회로 생각해서 더없이 열심히 살았던 한해였다.

34살의 나이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새로운 일에 부대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자리를 잡아나간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역시나 본인의 노력만큼이나 주위에 도와준 좋은 사람들 덕분임을 항상 잊지않고 초심을 유지해야함은 물론이다.

2004년이 지나고나면 업자답게 부쩍 성장한 내 자신을 어디에든 내보일 수 있도록 야무지게 살아보련다.

1.3 # 재테크[ | ]

베스트 3의 마지막을 어느 것으로 뽑아야 할지 망설이던 끝에 금년도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인 개인자산관리로 결정하게 되었다. 이것은 미리 언급하건데, 결코 작년 한해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해서 선정된 것은 아니다.

첫째로 재테크의 가장 기본이랄 수 있는 지출을 통제하는 소비행태를 정착시켰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며(이 대목에서 사실 맘에 걸리는 것은 인간관계의 유지라는 허울로 여전히 술과 관련된 지출이 소비를 아낀 만큼 나갔다는 것이다.)

둘째로 그 다음의 기본적인 재테크 전략이랄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실현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03년말 현재 BrainSalad는 금융자산에 약 15%, 주식에 약 20%, 부동산에 65% 정도의 비중으로 자산을 구성하고 있고 부채비율은 자산 대비 약 40% 수준에 악성부채가 아니라는 점에서 꽤나 양호한 수준으로 재무현황을 개선시키고 있다.

중요한건 금액이 아니라 이러한 진용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수입 대 지출 비율도 60%선으로서 매월 현금흐름상 40% 정도가 금융자산과 부채 탕감에 선순환 되고 있어 향후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적지 않아도 나보다 훨씬 짭잘하게 재테크 잘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널리고 천지이지만 내가 핵심포인트로 보는 부분은 난 내 나름의 노하우를 만들어 갈 수 있고 후에 내 자식들에게도 실천방법론까지 생생한 경제교육을 시켜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로 긍정적인 측면은 흐름에 올라타서 이론을 과감히 실천함으로써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솔직히 운과 주위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긴 하지만 운과 인덕도 자신이 찾아나서기 마련이라는 소신대로라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복은 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2003년에 BrainSalad는 세금과 금융비용을 모두 합해 대략 1,500만원 정도의 자기자본을 투자해서 600%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물론 현금화하기 전까지는 최종 수익률은 가봐야 알 일이지만.

흔히들 말하는 레버리지 효과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마찬가지로 위에 적은 수치들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본인보다 훨씬 개념과 이론이 없는 아주머니들도 금액으로 보자면 나보다 몇배는 더 벌었기 때문이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 아래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2003년말을 기준으로 BrainSalad는 부동산으로 번 돈을 주식에 투자한 부분에서 까먹고 있다. 이것도 균형이라면 균형일 수도 있겠다. 2004년 현재도 그렇고 내년에도 그렇고 BrainSalad는 부단히 재테크를 배우기 위해 학습 중이다. 어쩌면 공부가 너무 부족하고 피상적이진 않은지 늘 돌아보며 반성하고 있다. 올 한해 운이 따라서 잘한 일 목록에 올랐지만 내년에도 같은 평가를 받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기에 자만 따위 버리고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2 # Worst 3[ | ]

2.1 # 이사[ | ]

현 회사로의 이직이 결정된 것이 2월말의 일이니까 3월에 집을 내놨어도 벌써 10개월 째 집을 못팔고 있다. 수원 영통이 사무실이니까 수도권 출퇴근 거리를 감안하더라도 정상적인 통근 권역대는 적어도 서울 강남권, 신도시 중에서는 산본, 평촌까지가 한계가 아닌가 싶다.

BrainSalad는 일산에서 수원까지 편도 65km를 매일 출퇴근 중이다. 통근 시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버스 2회와 무궁화호 열차 1회를 포함하여 2시간, 비용은 편도 7,300원 가량이 소요된다. 자가용은 1시간 반에 통행료와 유류비를 포함하여 7,000 ~ 8,000원이 소요된다. 1달이면 통근에만 약40만원 가량 지출되는 것이다.

독서나 운동에 할애할 시간의 손실, 피로감의 누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포함하면 기회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것이다.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은 월세 150만원까지 들여서 주말부부로 지낸 적도 있다.

이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동안 도대체 집은 왜 그리 안팔리고 있는가? 처분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인지? 접근 방식에 문제는 없었는지?

첫째로 집이 쉽게 안나간 이유는 매물의 적체와 매수기의 실종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연말에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다주택 보유자들의 급매물까지 밀려나오면서 매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호가는 야금야금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둘째로 시장 상황을 무시하고 목표가를 너무 고집한 탓이다. 여기에는 물론 연초부터 여름까지 매수의뢰가 아예 없었던 탓에 가을 이사철 몇몇 건의 협상에서 이른바 "본전생각"이 절실했던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름대로의 논리는 기왕에 매도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서 시기를 놓친 바에야 제 가치를 인정해줄 매수자가 나설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었지만 그건 시장의 상황을 너무 간과한 고집 아니었나 싶다.

좌우간 집을 사고 팔면서 50만원 때문에 협상을 깨버린 바보는 나밖에 없을거다.

2.2 # 건강관리[ | ]

2003년 한해 우리 가정의 화두 중 하나는 "뱃살"이었다.

결혼과 함께 스멀스멀 늘어나던 군살들은 말 그대로 "배 둘레 햄"을 완벽히 형성하기에 이르렀고 허리 사이즈 32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총각 시절 허리 사이즈 28은 일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아련한 기억이 되어버렸다. 남자 허리 28 유지가 좋은건 물론 아니지만 입던 바지를 느닷없이 하나 둘 버려야 될 상황이라면 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것 같다.

운동은 5월 회사 이직 이후로 제로 상태에 있다. 요즘 떠들썩한 아침형인간을 9개월째 실천하고는 있지만 기껏 남들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서 하는 일이라곤 위험천만한 졸음운전이 전부다. 날이 추워지긴 전에는 그래도 가급적 그 먼거리를 다니면서도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해 왔는데, 오고가면서 걷기도 하고 책이라도 좀 읽기 위해서였다. 그나마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서는 아예 차로 출퇴근하는게 당연하게 되다보니 언제부터인가는 몸이 배겨나질 못하고 운전 중 깜박깜박 조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버렸다. 아찔한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란 얘기다.

2003년 한해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서 한 일이 과연 무엇인가 반문하고 심각성이 어느 수준인지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2004년에도 그다지 형편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형편에 맞춰서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게 건강관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2.3 # 자기계발[ | ]

이직 자체가 작년 한해를 관통하는 성공사례였다지만 부수적으로 파생된 부작용도 적지는 않다. 위에서 꼽은 이사의 실패도 그 중 한가지라고 할 수 있고 지금 언급하는 자기계발 부족도 마찬가지가 된다. 어찌 보면 이사를 제때 못한 상태에서 치열한 조직생활에 파묻히다보니 자기계발이 파고들 틈이 적었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제 아무리 대단한 인간도 하루를 24시간 이상 쓰거나 한숨도 안자는 것은 불가능할테니까 말이다.

2003년 초에 세운 자기경영계획을 살펴보면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 목표가 포함되어 있다. 가을 수험을 목표로 온라인유료강의까지 거금을 투자해서 가입했지만 동영상 강의 하나도 제대로 수강하지 못한채 기간 만료로 날려버린 사건은 뼈아픈 후회로 남는다.

이 뿐만이 아니라 독서량에 있어서도 목표의 절반도 못 채운 한해였고 짜임새있는 시간관리도 하지 못한 한해였다. 총체적인 자기경영에 허점이 드러난 한해였다는 말이다.

기타 주식투자에 실패한 점이나 금연에 완전 성공하지 못한 점, 아내와 아이에게 역할을 충분히 해주지 못한 점, 친지나 지인들에게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점 등 무수히 많은 반성이 뒤따라야 하지만 마음 속에 각인해두고 이 정도로 마무리 해야 할 것 같다.

3 # 마무리[ | ]

인생의 큰 방향들을 결정할지도 모르는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해였다. 후에 나 자신은 2003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모르겠다. 어쩌면 후에 지금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는 여전히 현재의 시간 속에 답이 숨어있는 것 같다. 미래의 모습은 미래에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현재에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흘러간 시간들은 경기에서 이기고 있건 지고 있건 간에 이제 돌이킬 수도 바꿀 수도 없지만 남은 경기 시간 동안은 최선을 다해서 경기 결과를 내가 원하는 쪽으로 끌어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작전타임이다. 스포츠 경기 규칙에서는 작전타임의 횟수를 제한할 수 있지만 인생이란 게임에서는 작전타임을 제한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해마다 연말에만 작전타임을 가질게 아니라 수시로 위기감이 다가올 때면 언제건 흐름을 끊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들을 올해부터는 보다 많이 가져보자는 다짐을 해본다.

4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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