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의 일기/1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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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3 06 02 : 호원교장(의정부) : 소집[ | ]

사람들의 열화와같은 성원에 힘입어 야비군의 일기도 진행해볼까 한다.

야비군이란 무엇인가. 나도 확실히는 잘 모르는데 뭐 대충 말하자면 이러하다. 야비군은 군 복무를 마친 자원(각 군발들을 리소스로 파악하면서 사용하는 전문용어)이 제대후 8년간 여전히 자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까먹기전에 군사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보통 첫해에는 소집, 2-5년차에는 3박4일 동원훈련(2박3일로 줄어든다는 설이 있다, 만쉐이!), 6-7년차에는 상하반기에 하루씩 부대로 소집되어 사실상 종결된다. 그 다음에는 민방위라는 이름으로 변신한다.

어쨌거나 며칠전 야비군 소집통보를 받고 올것이 왔군 했다. 훈련소에서의 4주도 무척이나 싫었던 나는 만약 방통대가 동원예비군이 아니라 학생 예비군이 적용될 경우 방통대 등록까지 할 용의가 있었다. 그만큼 하기 싫었던 것이다.
요즘에는 세상이 좋아져서 병특으로 군생활을 마쳐도 군복이 나온다.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보니 와있다고 하는군. 아부지께 부탁드려서 받아왔다. 허리 36(나는 30)에 신발 285(나는 270)라...남는게 그거밖에 없다는네. 대한민국 육군이 다 그렇지 뭐.
입어보니 장화신은 고양이 같다. 우람이놈이 보더니 공수부대 마크로 오바록 해줄까하고 놀리는군.
소집통보에는 핸드폰, 잡지, 신문 금지라고 써있었고 지각하면 어떤 불이익이 돌아온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적어놓은 것은 그래도 되고 누구나 그러고있기 때문에 적어두었다는 것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 알 수 있었다.

시간이 되어 훈련소로 떠났다. 어떻게 가야하나 하고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은 전철역에 가자마자 알 수 있었다. 가는 도중에 한놈씩 누가봐도 명백한 야비군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난 그놈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훈련소까지 갈 수 있었는데 이런게 도킨스가 이기적유전자에서 침튀기며 떠들던 미임을 말하는 것인지...-_-
역시 나는 1년차다운 복장과 자세를 하고있었는데 선수 야비군들은 달랐다. 전투모도 안쓰고 가방 메고, 옷 내어 입고, 손 찔러 넣고 아주 가관이었다. 특히 뭐랄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껄렁함, 당나라 군대가 아니면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그런 껄렁함으로 그들은 나를 압도했다. 이중 태반은 나보다 어린 놈들인데...허허.

난 고무링이 없었다. 동사무소에 아부지께서 두고오셨나부다. 고무링이란 전투복이 뽀대나도록 바지 아래쪽을 돌돌말아 꽉 조이게 하는 뭐 그런 녀석이다. 동생거라도 찾아볼까 하다가 그냥 전투화에 바지를 잘 낑겨넣고 나왔는데 망월사역에 내리자마자 아줌마들이 고무링을 팔고 있었다. 쿠오오 역시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은 위대하다. 아줌마들은 요대(허리띠)와 고무링 등을 팔면서 이거 없으면 훈련장에 못들어간다고 구라까지 치고있었다. 난 그냥 지나갔다.
한참 애들을 따라가니 훈련소가 나왔는데 훈련소 바로 앞에도 고무링 아줌마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하긴 이건 약과다. 학부다닐때 몇번 시위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최루탄 연기 가득한 가운데서 다들 컥컥대고있는 와중에 마스크를 파는 아줌마가 있었다. 난 그걸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시위대 따라 김밥파는 아줌마도 있었는데 애들은 택(시위대 이동 계획 혹은 작전)을 모르면 아줌마에게 물어보면 된다는 농담아닌 농담까지 했었으니까.
그거에 비하면 고무링 아줌마는 깜찍하지.

들어갔다. 왜 항상 현역 군인들은 군인아저씨 같을까. 나름대로 목에 힘주고 선배님들을 다루고 있었으나 말을 들을리 없는 야비군들은 그저 껄렁댈 뿐이었다.
첫번째 시간은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제목의 시청각 비디오였다. 나름대로 선진화된 부대인지 노트북으로 틀더라. 그런데 그거 트는 와중에 에러가 뜨더니 급기야 안전모드로 전환...-_- 한참 웃고있었는데 용케 플레이를 시켰다.
요즘 비디오들은 꽤 괜찮다. 상당히 실증적인 자료로 설득력있게 이런저런 국제정세를 보여준다. 물론 애들이 안자고 있을때나 의미가 있지만 말이다. 모두 자거나 문자를 던지거나(심지어는 전화하는 놈도 있다) 스포츠신문을 보고있었다. 우리나라 무선인터넷 산업발전의 한 축을 야비군이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업계종사자로서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두번째 시간은 대대장이 부대 자랑하는 시간이었다. 아까부터 나는 책을 읽고있었는데 더욱 가속이 붙는다. 책 읽으려면 가능한 뒤쪽에 앉는것이 좋다. 뒤쪽은 불을 켜두기 때문이다. 조교들이 알짱댄다고 쫄 필요는 없고 그냥 유유히 읽으면 된다.
세번째 시간은 왠 강사가 앞에서 웅얼대는 시간이었다. 마이크 시설이 너무 안좋아서 무슨 말인지 아까부터 하나도 안들렸는데 이 양반은 진짜 압권이다. 완전히 웅얼웅얼이다. 뒤쪽에서는 왠 놈들이 떠들고 있고 양 옆은 아까부터 계속 잔다. 나도 밤 새고 왔어야 했는데 영 실수했다. 드디어 책을 다 읽었다...-_- 이럴줄 알았으면 더 긴걸 가져오는건데...크흑. 할게 책읽는거밖에 없으니 집중도 완빵이다.
뒤에서 떠드는 놈들은 뭐 노래방 운영자와 그 친구인 모양인데 뭐 언니가 나오는 곳도 아줌마도 나오고 그런다고 손님을 맞춰줘야 한대는 둥 뭐 각종 껄떡스러운 멘트를 지치지도 않게 하더라. 그러다가 결국은 잤다.
네번째 시간이 되었는데 이젠 진짜 지겨워 죽을거 같다. 나도 핸펀을 꺼내어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갑자기 박수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네 야비군이 이렇게 박수를 칠 리가 없는데...하고 봤더니 이걸루 교육을 마친다는 멘트였나보다. 그럼 그렇지...-_- 여튼 무려 40분이나 땡겨서 끝낸 덕분에 다들 희색이 만연하다. 뭐 조교넘들도 쉬는시간마다 나가 담배를 빨아대던 것을 보니 영 지겹긴 했겠다.

쉬는시간에 나와서 먼 산을 바라보곤 했는데 갑자기 2001년의 겨울같았던 3월이 생각이 났다. 발 뒤축이 너무나 아팠기 때문이다. 행군할때도 이상한 전투화를 신었던 덕분에 발 뒤축이 홀라당 까졌었는데 이번 전투화도 새것이었으므로 내 발 뒤축을 긁어대었던 것이다. 당나라 군대를 실실거리면서 바라보던 나에게 그 시간을 회상하게 만든 유일한 것은 바로 뒤축을 눌러대던 그 전투화 뿐이였다. 너무 발 뒤축이 아파서 그때는 우유팩을 접어서 발 뒷꿈치에 대었었다. 그러다가 결국 50km행군할 때는 활동화(운동화)를 신을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 자리에 통증이 오자 그 생각이 갑자기 나더라. 마치 회상버튼인것처럼.

끝나고 나오다가 다시한번 놀라버렸다. 아줌마들이 아이스박스에 캔음료를 짱박고있다가 나오는 놈들에게 팔았기 때문이다. 아 한국의 아줌마들 역시 감동. 게다가 하나에 오백원밖에 안받더라. 그래서 나도 캔커피 하나 마셨다.
캔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전투모를 거꾸로 썼다. 이제 야비군이 되었다는 기분이 든걸까. 모를 일이다. 온갖 양아치 야비군들은 어디가서 맥주나 한잔 하지 하면서 웅성웅성 대고있다. 동창회 분위기.

지하철에 탔는데 지나가는 뚱뚱한 아저씨가 묻는다. 어이, 오늘 훈련받았냐(반말이었음...-_-)? 아뇨 오늘은 그저 누가 살았나 죽었나 확인하는 날이었어요. 어허 이거 군기가 빠져서리, 우리땐 안그랬다구. 아 내년부턴 훈련 할거 같아요.
또 하나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다. 왠 여자애가 환승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야비군 남친과 합류했다. 남자가 전투모를 벗어 여자에게 씌워주고 여자애는 옷도 받아주고 뭐 그런다. 그냥 놀러가는 약속을 한거였겠지만 훈련소 퇴소도 아니고 제대도 아닌데 여자애가 훈련소 근처까지 나오다니 재미있다.

그나저나 전투화를 어떻게 하긴 해야겠다. 아파서 또 신을 자신이 없다. 그리고 바지도 줄이던지 해야지 원...-_- -- 거북이 2003-6-2 7:37 pm

1.1 잡담[ | ]

나도 오늘 오후 미금교장으로 예비군간다. 이 더운날 무슨 고생이냐 -_- -- GoodGene 2003-8-5 9:57 am

미금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더운데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특수복 입고 고생좀 하겠구만. 돌컥! -- 거북이 2003-8-5 10:10 am

현재 내가 보유한 복장은 전투화랑 상하 한 벌 밖에 없는데 이정도로 버텨도 되는가? 오뚜기 전우 및 야비군 선배? -- GoodGene 2003-8-5 10:15 am

하모. 고무링같은거 안사도 된다 아이가. 발 뒤축 안벗겨지게 망치로 전투화 겁나 패고 가라. 단말기 하나 가져가서 게임하거나 책 한권 가져가는거 잊지말고. 가방 미고 온 놈들도 많다.-- 거북이 2003-8-5 10:17 am
전투복 머리에 두르고 화장실 보내줘를 외치는 예비군 고참하나 때문에 무지하게 웃고 잠시 비디오 틀어주면서 자라는 암묵적인 시그널을 송신하길래 잠시 쉬어줬더니 집에 가라고 하더라. 정말 훈련소하고는 어찌 그리 딴판인지. 나이차이는 비슷했고 나의 계급은 그대로인데. 필증나누어 주는데 대부분 앉아서 손만 내밀고 조교가 왔다 갔다하면서 나누어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위대한 예비군들이여! -- GoodGene 2003-8-6 2:21 pm
동원나오면 널널하지만은 않다고들 하더라. -- 거북이 2003-8-6 2:54 pm

1년차는 소집점검이고 2년차부터 교육신고를 하고 입소하는것 같은데 군대는 신고로 시작해서 신고로 끝난다고 2년차때 입소신고하고 3박4일간 영내생활 할땐 군법의 적용을 받는다는것을 알고 예비군 훈련 일지라도 군사훈련을 건성으로 받지 말도록. 나는 총 땅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고 괜히 현역장교한테 욕하고 대들고 말 않듣고 도망다니고 군용물품 함부로 해서 무겁다고 총은 나무에 걸어놓고 오고 하이바는 개울가에 던져놓고 하는 놈들은 모두 고발 조치 당해서 구류를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비군은 야비군이 아니며 예비군도 군인이다. 5년차 까지의 예비군은 동원 예비군으로써 전쟁이 나면 2차저지선인 찰리지역에 배치됨을 잊어선 않된다. 강원도에서 찰리지역이라 함은 양양 부근을 말한다. 경기도는 잘 모르겠고. 아마 파주나 문산 이겠지.

특전사 부대 마크는 함부로 오바로크 치지 마시게.. 적발당하면 예비역 특전 부사관들이 아마 죽지 않을 정도로 팰걸세.ㅎㅎㅎ..,. 거북이 뒤집어지다... 내가 현역때 지급 받은 기본강하 공수마크 하고 레인저 마크는 아마 찾아보면 어디 있을지도 모르고, ㅎㅎㅎㅎ... 어떤 예비군은 민경대대 시절에 지급받은 태극기 마크하고 민정경찰 마크 달고 다니던데 마크 달고 다닌는 놈 치고 실속있는 놈은 없으니 쫄지 마시게나.. 모두 허방 이야.., 대한민국의 많은 남자들이 천부적으로 받아들일수밖에 없는 예비군이라는 의무에 최선을 다하게나... 책 보거나 졸지 말라고!!!.

육군교도소 특경집체교욱 16기 출신 이라는 경력 때문에 전 시청 산하 예비군 기동중대 대전시장 경호소속 이었으면서 현 할일없는 초짜 민방우 FVI 가 ,,.

민방우 훈련 1교시 : 뒤에서 간호 아줌마가 " 빨리 가고 싶은분들 어서 와서 수술 받으세요 ! " 거시기 막는 수술,, 아무도 안가더군,,, 이런거 없애야 되는거 아닌가.. - FVI -

혹시 예비군훈련 가고싶으시면 얘기하세용~ 내 바꿔드리리다. :) -- 거북이 2003-6-3 3:04 pm

훈련병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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