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하야가와가의가을

1 # 거북이[ | ]

코하야가와가의 가을은 오즈 야스지로의 후기작인데 칼라영화라는 점을 빼면 그의 옛 영화들과 대차 없어보인다. 오즈의 영화에는 그의 영화에 자주 출연해 익숙한 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마치 드라마 다음편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각 영화에는 일상에 대한 묘사 뿐 아니라 사건이 하나씩 등장해서 일본의 가족에 대해 담담하게 보여주는 일이 많다.

이 영화에서 사건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다면, 할아버지가 예전에 자신과 함께 살았던 기생 할머니, 그리고 그녀가 낳은 딸과 함께 만나 지내다가 지병의 악화로 죽는다는 것이다. 요즘 영화들에서라면 도대체 사건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이 사건 하나 외에는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내가 영화에 대해 잘 모르니 나에게 오즈의 영화는 그저 한편의 드라마일 뿐이다. 드라마로서 이 영화가 말하고 있는 것은 '니들이 내 인생을 알것냐~'라는 메시지다. 오래전에 헤어진 기생 할머니와 어렵사리 재회한 할아버지는, 그 이전에도 밝게 살아오던 양반이지만 옛 연인과 자식을 만나서 행복하다. 그 연인과 자식이 그다지 기품있다거나 잘 성장한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그냥 그들이 좋은 것이다. 그동안 못 주어왔던 것들을 주고싶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자신을 모시고 사는 자식들은 그들대로 괜찮지만 말이다. 이중 며느리는 할아버지의 일탈이 영 마땅치 않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 며느리를 살짝 피해서 어디도 시끄럽지 않게 하면서 재회를 즐긴다.

쿠로사와아키라마다다요를 조금 연상시키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역시 할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거 같다. 자식들은 할아버지에 대해서 조금씩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주어 할아버지를 설명해주고 있고, 이 할아버지는 여느 가장들처럼 살다가 때론 일탈도 했다가 조용히 인생을 정리하시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할아버지 만의 것은 아니다. 딸 하나는 연인을 찾아 삿포로로 떠나고 또다른 딸은 이혼녀로서 재혼을 하지 않은 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가을을 지나면서 할아버지를 보내면서 코하야가와 사람들은 조금씩 자기 길을 찾아간다.

코하야가와가가 있는 동네에는 술도가(로 생각되는 곳)이 있다. 이 길가에는 양조에 쓰이는 나무통이 놓여있는데 가지런히 쪼로록 기대어 햇빛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아마도 코하야가와가를 상징하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배경이 오사카라서 희한한 사투리를 쓴다. :)

나는 이상하게 오즈의 영화들 중에서 유명하지 않은 것들을 먼저 보게 되는 것 같은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다운받아서 본 이 영화는 별로 정보도 없고, 자막도 영어자막으로 봐서 조금 쉽진 않았다. 그래도 쥐털만큼 일본어 공부했다고 어설픈 영어실력과 결합하니 나름대로 뜻을 이해할 수 있어서 뭐랄까 상당히 기뻤다. -- 거북이 2004-8-24 12:55 am

2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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