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자

시인의마을

# 잃어버린 물[ | ]

한 번도 그릇을 깨뜨려본 적 없는데
자꾸 그릇을 놓친다.
조심할수록 그릇의 살 끝을 놓치고
꼭 하려던 그릇의 말 끝을 놓치고
감춰둔 사발을 몰래 꺼내보다
마침내 그도 놓치고 말았다.
생줄 끊어놓고
산산조각난 저 혓바닥에
부러진 관계의 어금니.
한 사발의 생수를 잃어버리고
거기에 담을 빵과 찰랑한 웃음 잃어버리고
앞으로 긴 시간
어림도 없는 다른 사발로
그리움의 물 퍼먹으며
더 엎지를 것도 없는
침침한 빈 손가락 열 개뿐인 거
텅텅 비어서 줄줄 새면서
잃어버린 물 쑤셔박힌 땅만 바라볼 거
나, 다 알고 있어.


산다는 거. 마냥 남의 일이란 게 없다. - LaFolia, 2002.07.10

 

1987년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 ,교육학석사
1996년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전공, 문학박사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귀 안에 슬픈 말 있네』(1989)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1993), 『사막일기』(1998), 『울음소리 작아지다』(1999) 등
저서 『시창작 이론과 실제』(1998), 『현대시에 나타난 기독교 사상의 상징적 해석』(1999) 등 다수
현재 협성대 문예창작과 교수 ||


시인의마을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