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여우

 

1 # 거북이[ | ]

적어도 이 애니메이션에서 내가 느낀 장점은 현실과 환상의 지속적인 교차, 그리고 그 교차과정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편집, 한 여배우의 일생과 연기인생을 자연스럽게 뒤섞는 스토리의 참신함 등이다. 아무래도 개성부족이라고 생각되는 다카하타 이사오 풍의 건조한 그림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참신성으로 그것들을 극복한다.

자일리톨군 얘기대로 집착을 넘어서 도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치요꼬의 모습은 참 보기가 안좋았지만 뭐 원래 멜로란 그런 것이다. 원더풀데이즈를 못봤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이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그 첫번째 원인은 분명 스토리일 것이다.

감독이 누군가 했더니 오토모 가츠히로가 총감독을 맡았던 화제의 영화 메모리즈의 첫번째 파트인 그녀의 기억을 만든 양반이다. -- 거북이 2003-8-23 10:53 am

2 # 자일리톨[ | ]

역시 조선사람 정서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더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물론 그들과 많은 면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본애니를 보고 있을라치면 소소한 심리묘사 등에서 우리와 코드가 비슷한 점이 많음을 느낀다.

난 천년여우라고 해서 여우라는 동물이 나오는 애니인 줄 알았는데, 밑에 영어자막을 보니 <Chiyoko, Once and Forever>라는 자막이 나와서 그게 아닌 줄 알았다. 영화는 갑자기 영화계에서 사라져버린 후지와라 치요코라는 일본 여배우를 두사람의 다큐멘터리작가들이 추적하면서 시작된다. 치요코는 1922년 생으로 그녀의 인생은 격동기였던 일본의 현대사에 얼마간 연결되어 있는데, 우연히 경찰에게 추격당하던 민권운동가를 자신의 집에 숨겨주게 되면서 그에 대한 사랑이 싹트게 되고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배우가 되어 그를 찾아 나선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이 영화를 서양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정말 우스운 줄거리일지도 모른다. 아무 관계도 없었던 남자와 잠깐 이야기를 했던 것에 불과한데도 그와의 너무나도 조그마한 약속같지도 않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갖 역경을 마다하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 또한 현실과 치요코가 출연했던 여러편의 영화가 뒤섞여 치요코 자신과 민권운동가 사이의 만남이 천년동안 이루어지지 못했던 남녀간의 운명적 사랑의 조그마한 일부일지 모른다는 설정. 나 성유리의 어색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끈 최근의 드라마(제목도 기억 안 난다)와 많은 부분 닮아있다.

그러나 분명 빠른 편집, 여러 이야기를 뒤섞는 교묘한 장치들, 연거푸 오버액션을 일삼는 다큐멘터리 작가들로 인해 이 이야기는 식상한 틀에도 불구하고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흥미를 느끼게끔 만들고 있었다.

중반 이후, 치요코가 사랑을 찾아 훗카이도까지 달려가는 장면에서 나는 사실 좀 짜증이 났다. 별 의미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목숨까지 걸 듯한 치요코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그것을 마치 지고지순한 사랑, 순정으로 포장하려는 그 다큐멘터리 작가나 주변의 시선이 너무나도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종반 전직 일본 순사를 통해 치요코가 그토록 찾던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큐멘터리작가 겐요 또한 수십년 동안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치요코에게 말하지 못했던 사실이 밝혀졌을 때, 나는 비로소 이 영화가 <Chiyoko Once and Forever>가 아닌 <Genyo Once and Forever>에 관한 것임을 알게 되었고 이 영화가 좋아졌다.

치요코가 쫓던 그 사람은 이세상에 존재치 않는 사람이었고 치요코가 현실에서 했던 모든 행동들은 무의미한 것, 한낱 자아도취의 결과물이나 자위행위로 생각될지 모른다. 그런데 왜 겐요는 치요코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것은 치요코가 간직한 사랑이 치요코로 하여금 치요코의 남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힘을 주었으며 치요코의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즉, 사랑에 대한 욕망은 치요코의 존재이유였고, 또한 치요코에 대한 사랑은 겐요의 존재이유였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사랑이란 중요한 것이다. 여기서의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사람 이외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말이다. 아마도 거북이가 시스템이나 데이터베이스에 대해서 가지는 애정도 이와 비슷한 것이리라. (그렇다고 거북이가 변태는 아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러한 사랑은 조그마한, 일견 허망해보이는 조그마한(치요코와 그 남자의 조그만 약속과도 같은) 계기에서 비롯된다.

나만의 개똥철학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 그리고 그것의 허망함, 그러나 그것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나름의 성찰이 담겨 있는 좋은 작품임에 분명하다. -- 자일리톨 2003-8-16 11:29 am

Upload:chiyoko1.gif

3 # 엥데팡당[ | ]

박옹이 보자고 해서 난 이영화가 무슨 영환줄도 모르고 봤다. 천년여우라고 해서 난 구미호가 나오는 호러 액션물 인줄 알았다.ㅋㅋㅋ. 일단 내 옆에 에 앉았던 아가씨는 한 30분 정도 지나자 꾸벅구벅 졸았다. 재미가 없었나보다.사람들은 이영화를 어떻게 보았을까. 이 영화는 복잡한 영화다. 즉 대중성을 바탕으로둔 영화가 아니라 순전히 감독및 제작자들이 대중들의 간파력을 테스트한 힘겨루기 영화다. 이여화를 보고 그저 재밌었다 정도의 인상만 가지고 있다면 그건 내 생각이지만 잘못본거다. 이영화는 재밌는 영화는 아니다. 되려 계몽적인 영화고 감동적인 영화다.

영화 자체를 보자면: 이 만화영화는 극장용으로는 저예산 limited animation의 극악함을 보여준다. TV용 수준으로 극장용을 만들었다. 주인공이나 주요인물빼곤 움직이는 배경이 아무것도 없다. 크로마티 고교 정도의 수준이다. -_- . TV용은 9필드 작화지를 사용하고 극장용은 12필드 작화지를 사용한다. 극장용 작화지를 최대한 아끼려든 냄새가 난다. 센과 치히로 까진 바라지 않지만 뱀파이어 헌터 d 정도만 되었어도 좋을텐데 좀 아쉽다.

난 이영화 셀 제작에 돈 별로 않들였을걸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Full animation이 아니더라도 배경에 대한 디테일도 잡아주었으면 한다. 뭐 관객들은 거기까지 감지할 능력이 안되므로 그 막대한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애니매이션 업계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거지만 말이다.

작화는 역시 매드하우스다. 캐릭터의 작화는 대단하고 특히 선화에서 캐릭터들의 인상이 전혀 변하지 않고 균일하였다. 선화가들도 사람인지라 기본 캐릭터를 갖고 수작업을 하면 개개인의 수준이나 개성이 드러나는데 이 영화에선 주인공 캐릭터들의 스케치는 정말 균일하다. 아마 대부분의 선화가들은 봉천동 일류 누나 형님들일거다.

이 만화영화는 특수효과가 별로 없다. 즉 화려함이 전혀 없는 밋밋함 그자체다. 닌자 싸움정도가 액션의 다다. 현재 3부를 제작중인 마크로스 제로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수준 이하로 느낄지 모르나 밋밋하면서 균일한게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ㅋㅋㅋ

내용을 보자면: 이 영화는 관객들이 많은 걸 간파해야 한다. 감독이 익살스러운 사람이다.ㅋㅋ

일단 과거 소설가 지망생으로서 본다면 이영화는 관객들의 상상력과 이해력이 필요하다. 내가 보기엔 감독이 설정한 주인공 치요코상은 말그대로 막부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환생을 거듭하면서 똑같은 사랑의 아픔을 겪은것 같다. 그녀가 천년을 방황하며 찾으려 했던 사랑이 각 시대를 넘나드며 그녀가 했던 영화를 통해서 재현이된다. 최초 그 억겁의 사랑을 시작하게된 시초가된 성의 요괴가 준 저주가 걸린 약을 먹게되는것도 영화의 한장면이자 실제로 그랬을거다.

여기서 감독은 끝끝내 치요코상이 찾던 사랑의 주인공 남자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그건 막부시절 성주엿던 남자부터 두차례의 쫓기던 장면 까지 그 남자의 얼굴을 정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왜냐. 치요코상이 그 남자를 사랑하고 그 남자를 찾아 헤맬땐 이미 그 남자는 살아 있지 않다. 죽어 땅에 묻힌 남자의 얼굴을 안다고 해도 그 남자는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다. 이렇게 치요코상은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할때까지 사랑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가 자신이 늙고 추해졋다고 생각을 하면서 잠적을 하고 은둔하게 된다.

앙드레 지드의 소설 [좁은문]을 감독이 보았는가 보다. 알리샤는 제롬이 자신의 젊고 아름다웟던 모습만을 간직해주길 우너해 그녀는 수녀원을 택한다. 이렇게 여인은 사랑하는 타인들에게 만큼은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만 기억으로 남길 원하는거다.

치요코상은 나이가들어서 숨을 거둔다. 그녀는 숨을 거두기전에 드디어 이영화의 메세지를 전하고 숨을 거둔다. " 내가 사랑했던것은 그렇게 사랑을 찾아 헤매던 내 자신이었다고"

내 기억으로 이런 대사 였다. 그리고 그녀는 미래에 환생하고서도 사랑을 찾아 우주를 나간다. 그러나 미래의 그녀는 깨달았다. 이것은 집착 이었다고. 그 사랑을 찾아헤매는데 매개체 였던 열쇠를 손에쥐고 그렇게 시공간을 초월한 곳으로 그녀는 나아갓다. 그렇게 깨닫는 순간 억겁의 시간동안 사랑을 찾아 가슴에 아픔을 담는 여인의 저주는 깨어지고 만다.

이 영화는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인간의 가슴에 희망 이라는 것을 가지고 살아야 죽을때 편하게 죽는다는 계몽도 들어 있다. 그 목표를 성취하는게 기쁜게 아니라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을 사랑하자!!!!

이게 내가 박옹이랑 코아 아트홀에 가서 한번보고 내린 리뷰고 그냥 손가는대로 쓴 분석기다. 앞으론 영화좀 자주봐야지,.ㅋㅋㅋ

아웅 졸려.....

4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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