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앞두고

1 # 이직을 앞두고[ | ]

연초부터 구상에 나서 이제까지도 결말을 못내고 있는 개인작업이 하나 있다. 바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짜는 것인데 머리 속이나 메모로는 얼추 답을 내놓았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을 언제나처럼 이리 미루고 저리 밀치면서 벌써 2달째 뭉기적대는 중이다. 물론 막 구상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이직(전직)의 기회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고 당연히 놓치지 않고자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이번주면 일단락될 것 같다. 큰 변곡점이 정리가 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마스터플랜을 짜 볼 것이라고 미룰 핑계거리는 좋았지만 사실 크게 달라질 것은 없는데 귀찮고 게을러서 못한다는 말은 죽어도 하기 싫은가보다.

내가 생각하는 내 미래의 청사진은 대강 이렇다.

많이 봐줘서 50세면 그 옛날 공자가 60을 일컬어 이야기했던 이순(耳順)의 나이가 될거라고 생각된다. 현대사회는 그만큼 빠르니까. 이때쯤부터 나는 미디어컨텐츠 사업에 진출해보고 싶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그것은 출판업이 될 수도 있고 음반업이 될 수도 있겠다. 무선컨텐츠를 만들어 팔 수도 있을 것이고 전자책사업일 수도 있다. 더 잘되면 말 그대로 매스미디어를 소유할지도 모르지. 그때 가서 "매스" 미디어란게 존재할지는 모르겠지만...여하간 그런 분야를 예전부터 관심 내지 호감을 가져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진짜 이유는 내 자신이 저술과 강연활동에 대한 포부가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책들과 강연을 들어보았지만 분명히 내공의 유무고저와 무관하게 탁월한 전달력과 호소력을 가진 저술가들은 따로 있다. 아니, 거창하게 나갈 것 없이 선생님, 학원강사들도 인기 비인기가 극명하게 갈리는 요즘이다. 내가 그럴만한 역량이나 자질을 가진 타고난 웅변가, 저술가인지는 모르겠다. 연륜이 쌓이면서 달라지는 부분이나 노력으로 바뀌는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액면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잘 봐줘야 그 분야로 대성할 가능성은 50% 수준이리라.

그러나 자본주의의 장점이자 맹점은 시스템을 보유하면 (자체 추진력이 약하더라도) 쉽게 궤도에 올릴 수가 있다는 점이다. 결국 내가 내 소유의 미디어시스템을 활용하는 것과 공동의 시스템을 통하는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것이기에 적어도 내 책임 하에 추진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서 미디어를 보유한다면 좀더 유리한 경쟁우위를 갖고 시작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너무 타산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50부터 슬슬 그런 방향으로 몰고가려면 정신없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공격경영은 40대에서 승부를 내고 정리에 들어가야 옳다. 미디어 사업이란 물론 내돈이건 남의 돈이건 초반 밑빠진 독에 물붇기 식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따라서 재력이건 파이낸싱 네트웍이건 기반을 다져놓는 40대가 될 전망이다. 또한 50대에 안정적으로 장기적인 수입원이 있어야만 가족이니 노후 걱정없이 일을 추진할 수가 있다. 대안은 역시 부동산 임대소득이라고 본다. 또한 40대 10년 동안 내 나름의 "작품"을 하나 남기고싶다. 전무후무한 엔터테인먼트형부동산 디벨로퍼라는 브랜드가 내가 추구하는 미래의 비젼인 것이다. 결국 40대에 독립적으로 나의 작품을 개발하며 한편으로 재력의 기반도 만들어가자면 남은 30대의 5년 남짓은 상당한 하드트레이닝이 필요한 시기이며 겉멋만 든 디벨로퍼,컨설턴트가 아니라 노가다 업무부터 시작해서 사후관리업무까지 파악하는 기.초.체.력.을 탄탄히 해야만 그 뒤의 계획들이 실효성있게 굴러갈 수 있지않겠냐는 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5년의 트레이닝도 한참 짧은 시간이기에 더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내겐 남아있지 않다는 결론만 남는다. 서둘러 새로운 도전을 실제로 시작해야만 하는 시점인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삶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직장인의 성공은 처음에 발을 디딘 분야를 그대로 파고들어 그 분야의 상위권으로 올라서거나 전략적으로 자신이 정말 해보고싶은 가치있는 분야를 찾아내 과감한 인생투자를 시도해보거나의 두가지 경우로 갈라진다고 할 수 있을것 같은데 나의 경우엔 현재 근무하던 환경비즈니스 분야에서 최고가 될만한 기초체력도 약할뿐더러 (뭐는 안 그렇겠느가만은) 결정적으로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점이 새로운 도전을 찾아 헤매게 만든 동기를 제공했다 하겠다.

사실상 환경비즈니스는 님비NIMBY의 세계에 속해있다. 더구나 공공재, 공익성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는 세계이다. 선택의 여지가 아닌 필수적으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굴러가야 하는 산업분야이다. 반면에 부동산개발업은 어떤가? PIMFY의 세계이다. 철저한 자본주의 속성을 지닌듯 하지만 사회공헌의 역할도 환경분야 못지않다. 주거를 바탕으로 근래엔 문화코드마저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사회의 트렌드를 관통하는 이해와 감각이 없이는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자리잡기 어렵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면서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멋진 사업이 부동산개발이다. 나는 내 이름과 마음을 담은 랜드마크를 남기고 싶은 것이다. 이런 내 미래를 답답한 현 직장에 담보하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옮기는 곳은 시공회사다. 물론 택지개발부터 분양 사후관리까지 전 PM 과정을 거의 직접 운영하므로 일을 배우기에는 그만인 곳이라고 판단해서 자리를 잡게되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좋은 회사라거나 꿈꾸던 바로 그런 곳은 아닌게 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디벨로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면 어설피 기회를 포착해서 한두단계 건너뛰어 "한건"을 노리는 것보다는 남보다 늦게 이루는 한이 있더라도 기초부터 다져서 제대로 하고 싶다는 나의 욕심이다.

과연 현명한 판단이었고 적절한 시기였는지는 후에 내 개인의 역사가 평가할 수 있겠지만 - 너무 거창한가? - 지금으로선 더 늦어 후회하기 전에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는 과감한 도전을 나름대로 택한 것이다. 이제는 뒤돌아보지도 머뭇거리지도 말고 뛰어가자. 최선을 다하며 절제된 삶을 전략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사람치고 "왜 나는 일이 안풀릴까?"라는 한탄을 하는 사람은 없다는 어느 책의 글귀가 생각난다. -- BrainSalad 2003-3-10 18:42

2 같이 보기[ | ]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