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남

# 헌옷[ | ]

빈 방에
저 혼자 말없이 걸려 있는 옷을
오래 바라보는 것은 슬프다
왠지 커다랗게 웃고 나면
웃음 끝에 매달리던 눈물만큼 슬프다
누가 나를 여기에 벗어서
던져두고 간 것일까, 그 물음만큼 슬프다

외로움도 오래되면
내 몸에 너무 편한 옷과 같아서
누군가 이것마저 벗겨가지나 않을까
참 눈물나게 걱정되는 법이지만
빈 방에 덩그러니 걸린 옷을 바라보면
아, 언젠가는 돌아와
다시 껴입을 것처럼
나를 여기에 벗어던지고 떠난
그대의 마음처럼 아파오는 것입니다.
그래, 새옷은 마음에 드십니까?


떨쳐버릴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이별의 전과. 그.리.움. - LaFolia, 2001.04.25

시인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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