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란다스의 개 이야기

1 # 거북이[ | ]

'지리멸렬'로 단편영화계에 혜성처럼 데뷔한 봉준호는 이 장편 데뷔작에서 그다지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다. 플란다스의 개라는 영화와는 하등의 관계도 없는 국적불명의 명칭도 그렇게 지어진 냄새가 난다.

하지만 몇가지 주목할만한 점도 존재한다. 먼저 장점부터.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무기력한 지식인과 그 주변부의 지리멸렬한 일상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있으며 홍상수 이후 이런 리얼리즘의 흐름은 한국영화의 한 주류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있으면 이런 영화들은 우리 주변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기때문에 쉽게 눈을 돌리기 어렵다. 이 영화에 묘사된 그런 구차한 일상은 비교적 영화의 흐름과 잘 뒤섞여있다.
그리고 현실을 굳이 부정하지 않으면서 조금의 희망섞인 바램을 영화 마지막에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결말 역시 마음에 든다. 배두나가 이 영화속에서 가지는 위치는 '구원의 소녀'라는 느낌이다. 물론 자신 역시 그다지 좋은 상황에 처한 것도 아니고 이성재처럼 구차한 지식인도 아니며 주변의 친구 역시 피곤한 삶을 살고있지만 밝게 여러가지를 끌어가고자 한다. 그러한 것들이 소소하게 풀려가며 영화는 끝나는데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아, 잘될거야 라는 느낌을 주고있으니까.

단점으로는 조금 작위적인 사건들이 벌어진다는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띄는데 여기서 일단 개는 그다지 의미있는 매개가 되지 못하며 계속 개를 잡아먹는 경비아저씨의 존재는 너무 억지스러운 감이 있다. 이런 영화를 보면 외국인들 누구라도 브리짓 언니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다. 내가 이해한대로 무기력한 지식인의 살아가는 방식과 그 주변에 존재하는 구원의 씨앗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주제라면 그것과는 무관한 장면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집약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봤을때 데뷔작으로서 봉준호라는 이름을 알리기에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된다. 물론 여기서 살인의추억정도 되는 영화가 나올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배두나의 풋풋한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다. -- 거북이 2003-5-18 9:4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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