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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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박기복(2003)
  • 장르:다큐멘터리

1 # 자일리톨[ | ]

추석같은 명절날. 우리집 친척들은 주로 서울에서 모여 살기에 지방에 살고 계신 부모님이 역귀성을 하고 있다. 그래서 명절연휴가 되면 난 별로 할 일도 없이 집 밖을 어슬렁거리곤 한다. 우리집은 친척들간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아서 굳이 무리해서 올라올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부모님은 어쨌건 명절에는 상경한다. 보통 서울로 올라온 어머니는 큰집으로 혼자서 일하러 가고 아버지는 아들의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말도 안되는 말을 내게 늘어놓기 일쑤다. 그러기를 몇 년째.. 난 도저히 짜증도 나고 그런 아버지와 더 싸울 힘도 없어져 버렸다. 큰집에서도 제발로 걸어 나와서 집에도 못 들어가고... 그래서 난 명절이 되면 차례만 지내고 큰집을 탈출해서 친구집에 피난(?)을 간다.

이번 명절도 그랬다. 차례를 지내자마자 바로 큰집을 나와버렸다. 어찌보면 친척들간의 갈등의 중심에는 항상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아들 딸들의 중간에서 적극적으로 긴장을 조성해 가며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럴거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쩌면 그렇게들 유치하게 되는지... 그런 할머니를 보지 않은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빨리 돌아가셔야 그나마 친척들간에 얼굴 맞댈 일 없이 편안하게 살텐데. 서로 얼굴 붉히면서 명절때라고 몇일간의 휴전을 선포하는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추석연휴전에 친구녀석에게 전화를 걸어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했더니, 친구녀석이 보러가자고 했던 영화가 바로 이거였다. 산자와 죽은자 사이를 연결해 준다는 영매들(무당,점쟁이 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였는데, 재미는 있었으나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짧은 이승에서의 인연 때문에 괴로워하고 그 맺힌 한을 풀어주기 위한 그 많은 의식들이 우리의 주변에 있는 줄 몰랐었다. 아예 우리의 삶 전체가 그런 맺힌 한을 풀기 위한 제의같았다고나 할까? 인간들의 만남과 관계라는 것들이 그렇게 질긴 것인지, 좀더 쿨한 관계가 올바른 것은 아닌지, 질긴 인연에 얽혀 허우적대며 어쨌거나 같이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 것인지 그러저러한 생각들을 하며 엔딩 타이틀이 올라갈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만약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가 사실이라면 난 완전 인생 헛 산거다. 젠장. -- 자일리톨 2003-9-15 10:51 pm

2 # 오야붕[ | ]

2004년 뉴욕 한국 영화 페스티발에서 살인의추억을 제외하곤 이것만 관심이 갔기에 봤다. 우선 이 다큐의 주된 내용을 말하자면 무당(점쟁이)이라는 이름의 영매들이 하는 일과 그들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종교는 토속신앙과 특히 유교사상과 결부되어 다른 나라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 그건 기독교도 마찬가지고 여타 다른 종교도 뺄 수 없다. 여튼, 이 다큐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 영매란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하는 매개체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내가 느꼈던 건 결국 모든 것은 산 자를 위한 것.이란 거였다. 살아있는 사람이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하기 위해 영에 조금 더 가까운 사람들을 이용...이라고 하는건 좀 뭣하지만 비슷한 행위 같았고 영매는 산자를 위로하는게 주 임무란 거였다.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치를 떨며 싫어하는 기독교인이다.(물론 날나리 신자다) 그러나 종교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가질 수록 느껴지는건데 모든 종교는 절대자의 이름만 다를 뿐 하나의 이치로 통일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이름으로 서로가 절대적이라 외치는 교리들을 보면 결국 하는 말은 똑같지 않은가. 살아있을 때, 선하게 살면 되는 거다. 그리고 원한도 미움도 같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타인과 '더불어' 살면 추구하는 바는 똑같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영매가 기독교에선 미신이고, 잡신이며 사탄의 장난이다. 맞다. 그리고 또 그렇다고만 보기엔 안타깝다. 기독교에선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삼는데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진실로 타인을 보듬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왜냐면 예수님은 타종교인이라고 외면한 분이 아니셨기 때문이다. 나 역시 다른 종교의 절대자를 신.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내게 있어 신은 단 한분이다. 하지만 우리끼리 모여 있으면 편하다고 우리끼리만 뭉치고 다른 이들을 외면한다면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과 행동은 실천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종교든 조금만 들어가면 나타나는 기적의 현상도 비슷하다. 기독교에선 방언이란 은사가 있다. 그리고 방언에서 좀 더 들어가면 통변이란게 있다.(자신과 타인의 방언을 통역하는 것) 그리고 더 들어가면 절대자와의 직접 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여기까진 안가봐서 아직 모름) 기독교의 은사 중 위의 언어에 대한 면은 타인과 연결 된 것이라기보단 나와 절대자. 딱 둘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은사란(신이 준 선물) 여러가지가 있다. 어떤 사람은 예언의 은사, 치유의 은사, 권면의 은사등을 받는다. 대강 열거한 것들만 봐도 무당이 사람들에게 하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종교든(내겐 그저 철학이지만) 수도를 많이하면 영적인 능력은 밝아지고 예민해지기 마련이니 그렇게 보면, 결국 무당이나 기독교에서 은사를 받은 이들이 타인에게 궁극적으로 하는 건, 보듬고 위로하며 함께 잘살자.하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여튼, 골수 기독교 신자들이 이 글을 본다면 난 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모르겠다. 하나님도 예수님도 서로 돕고 잘 살라고 했는데 왜 갖가지 이유들을 들어서 나누고 싸우는지. 어느 종교든, 특히 내가 믿는 기독교에서 절대자가 우리에게 하려고 한 말은 무엇인지. 어떤게 먼저인지. 그런 이유들로 이 다큐는 내게 이데올로기 싸움같다 생각했다. -- 오야붕 2004-8-21 3:08 pm

3 # 촌평[ | ]

옳습니다. 신이란 불가지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에서 인간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건 초월자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을 위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가끔 들고는 합니다. 그리고 모든 종교의 원류는 동일하다는 님의 유연한 생각에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제눈엔 왜 자꾸만 그러한 절대자들을 이용하여 제 뱃속을 채우는 사람들이 먼저 보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혹세무민'하는 그런 사람들만 보이지 않는다면 저조차 진정한 예수의 품(?)으로 다시 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떠나온지 근 13년이 넘었네요..-_-;;; -- 자일리톨 2004-8-21 3:49 pm

음.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그 종교에 환멸을 느끼게하는 첫번째 요인이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때문이거든요? 저두 그래서 한동안 멀어졌었구 왜 저런 사람들이 축복을 받는걸까? 그러구 나나 잘하면 된다. 머 이런 식이었는데요. 지난 1월에 깨달았죠. 저 잘못 많이 했던걸요? :) 음.. 뭘 잘못했냐면요. 그거 교만이었어요. 타인을 단죄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그건 하나님 몫인데 말이죠. 그거 까먹구 있었더라고용. 그러니 당신이 잘못했소.하고 맘으로든 뭐로든 단죄할게 아니라 권면해야 하는거였어요. 그래서 Passionofthechrist보고 엉엉 울었죠. 잘못했어요... 잉잉.그러구. ^^ 뭐 그렇단 얘깁니다. 헤헤.-- 오야붕 2004-8-24 1:0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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