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읽는 노인

1 개요[ | ]

Un Viejo que leia Novelas de Amor
연애소설 읽는 노인

 

2 책 소개(알라딘)[ | ]

칠레 출신의 작가 세풀베다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1989년작 장편소설. 살해당한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에게 책을 바친다는 서문에서 짐작되듯, 소설은 아마존 밀림을 배경으로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 자연의 무서움과 거대함을 배치해 보여주는 수작이다.

인디오만큼이나 정글을 잘 아는 호세 노인은 과거를 모두 떨어버리고 단출하게, 혼자 아마존 오두막집에서 사는데 만족하고 있다. 노인의 유일한 취미라곤 한 달에 두 권씩, 치과의사가 배달해주는 연애소설을 읽는 것 뿐.

하지만 어리석은 백인 사냥꾼이 정글의 살쾡이를 화나게 하면서 노인은 원치않는 잡음에 휘말린다. 이성을 잃은 살쾡이가 인간을 사냥하기 시작하자, 정글 안내인으로 살쾡이 수색대에 참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인들이 사랑으로 인해 고통을 겪지만 결국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연애소설은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을 잊게 해주는 순진한 세계. 노인이 짧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연애소설이 기다리는 오두막으로 돌아오는 결말은, 그래서, 개운한 것이기보다 착잡한 것이다.

3 # 자일리톨[ | ]

6-70년대 중남미문학의 황금기 이후 다소 침체되었던 중남미문학을 부흥시킨 소설가가 루이스 세풀베다란다. 형이 읽고서 추천해 주길래 퇴근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그의 문체는 이전의 중남미 소설의 특징인 마술적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쉽고 평이하며 남미의 지역적 색채를 잘 담고 있는 듯 하다. 또한 갖가지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들을 연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어 소설의 마지막을 향하여 맹렬히 치닫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뜻 제목을 보고 "이거 또 번역한 놈이 책 팔아먹으려고 제목부터 고쳤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원제도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다. 그리고 책장을 몇장 넘기다 보니 왜 이런 제목을 붙일 수 밖에 없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연애소설", 그리고 그것을 "읽는 노인"이라... 대단한 은유다.

칠레의 군부쿠데타에 반대해 반체제운동을 벌이다 투옥당한 경험이 있고, 이후 망명길에 올라 환경운동, 민주화운동 등에 투신했던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상당히 비판적이다. 친자연적인 원주민문화를 말살하며 전지구를 약탈하고 있는 자본주의와 1세계중심의 세계체제를 비판하며 그는 무엇이 진정으로 인간을 위한 길인지 되묻는다. 마르케스는 자신이 소설을 쓰는 이유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사람들을 감동시킴으로써 행동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함"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세풀베다는 대단한 소설가다. -- 자일리톨 2004-8-25 12:10 am

4 # PlusAlpha[ | ]

연애소설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뭔가 잔잔하고 따뜻한 것을 상상했었는데 많이 빗나갔다.
얄팍한 책이었음에도 쉽게 읽히지 않고 자꾸 읽은 문장을 또 읽고 또 읽고 하게 되었다. 소설의 정형(?)에서 벗어난 문체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것이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남미 소설가의 소설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자 쪽에 심증이 간다...
예를들어 이런 부분이 문제였다.

수크레 호에서 내린 순간부터 연신 땀을 흘리고 손수건을 쥐어짜는 바람에 이내 증기탕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뚱보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은 처음부터 곱지 않았다.

이 긴문장에서 주어는 '주민들의 시선'인데 그를 꾸며주는 부분이 지나치게 길다. 이는 '간결체 건조체 애호가'(?)인 나에게 자꾸 독서의 흐름을 끊는 걸림돌로 작용했고,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존 밀림의 자연을 묘사하거나 개발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작가의 태도에서 참여의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책 뒷표지에 나온대로 "우아한 문체로 정교하게 그려진..." 하는 평가에는 솔직히 동의하지 못하겠다. 원전을 직접 보면 어떨지 몰라도... 스페인어에는 까막눈이니...쩝 -.- -- PlusAlpha 2003-1-29 0:58

5 # 촌평[ | ]

  • 1. 루이스 세풀베다는 칠레에서 1949년에 태어났고, 남미 지식인들과 비슷한 행보를 걸어왔다. 군부독재에 항거했지만 결국 나라를 등질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한 지식인들......
  • 2. 이 소설은 89년 살해당한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에게 바치는 소설이면서, 그의 첫번째 소설이다. 밀림을 파괴하는 백인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서구 문명을 비판하는 이 소설은 묘하게도 연애 소설을 읽는 것만이 삶의 즐거움이 되어버린 노인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노인은 백인도 아니고 원주민도 아니지만, 밀림과 함께 사는 원주민의 규율을 따르며, 그 규율을 무시하고 밀림을 짓밟는 백인들의 만행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밀림의 반대편에서 쓰여진 남녀의 지고지순하며 뜨거운 사랑 이야기이다. 이것은 아이러니일까? 자연과 문명,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그가 취할 수 있는 중간은 낭만이었던 것일까?
  • 3. 노인에게 책읽기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단어를 반복해 발음(예를 들어 곤돌라)하면서 얻는 음악적 즐거움과, 새로운 세상을 상상(예를 들어 베네치아)하게 하는 영화적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설의 남녀가 '뜨겁게' 키스를 한다는 문구에서 도대체 '뜨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것처럼 그를 사로잡은 즐거움은 언어적 즐거움이다. 가만 보면 언어란 놈은 인간에게 축복이면서 족쇄인 것 같다. -- 노영아 2005-6-28 8:06 pm

NoSmok:장정일 이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책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사고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노인과 바다를 연상케하는, 하지만 더 위트있는 이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 자연친화적으로 살아야 함을 이 진솔하지만 현명한 노인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그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세상을 마술적으로 그려낸다. 세풀베다의 책은 기회가 되면 더 읽고싶다. --거북이(2002 02 10)

6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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