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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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 1960, 1965[ | ]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어느 측면에서는 매우 돈을 벌 수도 있고 또 다른 측면으로서의 의미는 쪽박차려고 애를 쓴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이들은 한국에서 쪽박을 찰 음악을 해서 입에 풀칠을 했던 최초의 음악집단이다.

당시 Pat Metheney와 Pink Floyd를 좋아하던 두 청년이 만나서 만들어낸 서정미는 소위 말하는 '뽕끼'를 제거한 담백하면서도 침잠된 마치 자폐아가 그려낸 담채화처럼 짙은 색이 없으면서도 한없이 침묵과 투명에 가까운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표현해내는 데에성공한 이들이다.

이들의 음악에는 혼란스러운 전위도 없고 한없이 달콤한 대중적인 감수성도 없다.

그러나 80년대 당시 상황을 보면 이문세표 발라드와 가왕 조용필이 그 주류를 사로잡았고 인디는 헤비메틀의 강렬함이 그들을 사로잡았을 때 왠지 시류에 편승하지 않은고요한 그러면서도 공허한 공간감을 이 안에 표현해낸 그들의 재능은 분명 비범한 것이며 지금에 이르러서도 매력적이기 짝이 없다.

잔잔하게 흐르는 신디사이져와 분명 대중적이지 않지만 지극히 편안한 기타, 거기에 여리디 여린 음성의 보이스가 일으키는 감정의 파고는 격변하지 않지만 충분한 임팩트를 안기는 것이다.

사파이어같이 빛나는 선율을 모티브로 씌어진 하늘, 같은 곡이나 들국화의 공허한 울림과 달리 한층 차갑고 우울한 공감각적 심상을 담고있는 오후만 있던 일요일, 담백한 프렛리스 베이스가 차분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일상의 자잘한 사실들을 스케치한 비오는 날이면, 또한 꿈과 이상에 대한 추상적 시어들로 가득한 "그날", "너무 아쉬워 하지마"에서는 '언젠가 다가올 그날에 떠오를 새로운 태양과 푸르른 꿈 위해 혼자 걷는 너에게 날으는 법을 배우는 작은 새'라고 등을 토닥이며, '기억 속에 희미해진 많은 꿈'에 대해서는 너무 아쉬워 말라고 속살거리며 위로한다. 앨범의 전 트랙을 감싸는 기운은 하나같이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사심 없는 호기심이 때로는 날카로운 통찰에 이르는 아이들의 동그란 눈초리를 닮아있었다.

마치 사춘기소년의 우울하면서도 그 때만 가능한 소년적인 감수성이 잔뜩 먹여진 선율로 옷을 입고 있는 이 음반은 당시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은 Arrange에 눈을 돌린 어쩌면 획기적인 시도와 함께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서정적인 음악을 담고있다.

그들이 가진 서정미는 달콤하지 않다.

마치 약수처럼 담담하다. 꿀맛은 한번보고 그 임팩트를 받으면 그 순간으로 끝이지만 약수는 계속 그 담담함을 즐기고 싶어진다. 결코 싸지 않고 결코 달콤함만을 추구하지 않은 이상적인 서정미.

이 음반의 종극에 이르러서 내리는 일종의 미학적인 결론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고 싶다.

수록곡

1. 하늘
2. 오래된 친구
3. 그날
4. 지금 그대는
5. 오늘은
6. 너무 아쉬워 하지마
7. 겨울 하루
8. 비오는 날이면
9. 오후만 있던 일요일

-Invi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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