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만세

  다른 뜻에 대해서는 애정만세 (1994) 문서를 참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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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자일리톨[ | ]

"EBS 세계의 명화"에서 이번 주말 틀어주더라. 박찬욱 감독이 나와서 이 영화는 이러저러한 영화다라고 말해 주는데, 다분히 스포일러성이 짙다. 영화 다 끝난 다음에 나와서 "전 이 영화를 이런 이유로 재미있게 봤고, 저한테 이런 영향을 준 것 같아요."라고 인터뷰 한번 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괜히 앞에 나와서 산통 다 깨 버렸다. 마치 식스센스보고 "주인공이 유령이래매!"라고 외치는 놈처럼 말이다.

현대인의 소외에 대한 감독 나름의 고찰이라고 하는데, 영화 내내 분위기가 쓸쓸하고 을씨년스러워서 ... 좋았다. 더위가 가신 늦여름밤에 어울릴만한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딱 세번 웃었던 것 같은데 모두 극중 사강의 행동을 보고 그랬다. 사강이 혼자서 수박에다 키스를 할 때, 볼링공처럼 굴릴 때, 그리고 욕조에서 빨래하는 모습을 보고서 말이다. 그러고보니 이강생이라는 이 배우 우울하고 소심한 게이역을 참 충실히 소화해 낸 것 같다.

평소 현대인의 소외는 별로 좋아하는 주제는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며 피부로 느끼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가까운 문제이기에 단순히 관념적인 문제라거나 사회적인 문제로 치부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속의 우울한 사강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냐"라며 고개를 젓는 모습이 오버랩되더라. "머릿속에서 지향하는 나"와 "현실의 나" 사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마치 경계인처럼 느껴졌다. 소외란 일상의 문제이고 삶의 문제인데 우연히 이런 영화를 통해서야 깨닫게 되다니... 일상을 통해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미쳐버릴래나? -- 자일리톨 2004-8-29 9:32 pm

2 # 촌평[ | ]

개봉할때 코아아트홀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그때 학교 후배랑 보러 간 기억이 나네요. 영화가 끝나고 별로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우리 옆 자리의 한 여자가 조용히 눈물을 닦고 있었습니다. 후배왈 "나도 학생때라면, 눈물이 났을것 같애", 우리는 이미 그해봄에 졸업을 했고, 그녀는 이미 직장생활에 조금씩 찌들어가고 있었는듯...
보면서 영화속 얘기에 꽤 공감했었고, 소외나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했던 좋은 영화인듯. -- RoadToYou 2004-9-1 9:5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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