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전서

ISBN:8935653047

1 # 거북이[편집]

아 일단 불만부터 쓰자. 이 한길 크세주라는 시리즈는 프랑스에서 나오는 책을 내립다 출간하는 모양인데 그다지 영양가가 높지 않아 보인다. 이 책 '백과전서'만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적 사실 나열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것들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기준으로 맥락을 짚어나가야 하는데 그 점에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마치 백과전서라는 당대의 사건의 서지정보 모음집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디드로라는 불굴의 영혼이 어떤 방식으로 집요하게 백과전서를 끌고갔는가에 대한 흐름을 짚는데는 명백히 실패하고 있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최근 나오고있는 몇몇 얇은 교양 시리즈들인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나 다른 책들에서도 종종 드러난다. 물론 그 책들 중에도 잘 씌어진 것들이 있다. 하지만 얇은 분량에 많은 정보를 넣으려다보니 종종 정말로 짚어야 할 것들을 못짚는 경우들이 많이보인다.

어쨌거나 디드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디드로 책들을 번역하거나 논문을 쓴 역자이지만 이 백과전서라는 책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잘 짚지는 못하고 있다. 요즘 세상이 데이터베이스로 보이는 나에게 있어서 백과전서라는 책이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며 여기서 내가 알고자하는 것들은 이러하다.

  1. 백과전서파들이 어떻게 장세니스트들로 대표되는 적들에게서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는가. 디드로의 개인적 의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여러가지 재정적, 정치적, 인간적 문제에 시달렸을 것이 분명한데 그것은 어떻게 해소하였는가.
  2. 백과전서파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면 이후 어떤 학자들이 백과전서의 영향을 받아왔는가.
  3. 백과전서라는 책이 가지고 있는 편집체계는 어떠하며 편집자들은 무슨 의도를 가지고 항목을 선정했는가.

슬프게도 이 책은 이 세가지 질문에 아무 대답을 못하고 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는 디드로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어렴풋하게 감을 잡을 수 있었으며 백과전서라는 책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키우는데는 성공했다.

  1. 백과전서는 원래 디드로의 기획이 아니었지만 그가 열성적으로 참여하면서 단순하게 번역사업이 아니라 당대의 방대한 지식이 표제어단위로 편집되어 무려 26년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간된 유례없는 대 역사가 되었다.
  2. 디드로는 소설가라는 본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편집자가 되어 여러 사람들을 독려하고 백과전서라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집요하게 노력해왔다.
  3. 그리고 이 백과전서라는 책은 유럽 전역에 퍼져나가게 되었으며 여러 판본들이 나왔고 몇몇 아류적인 책들까지 나왔다.
  4. 백과전서파들은 필명을 밝히기도 하고 혹은 익명으로 저술을 했으며 그 내용들을 일관된 관점으로 정리하기 보다는 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당대의 학문 체계를 일단 집대성하였고 이후 다른 학자들이 여기서 시작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었다.

즉 백과전서는 한 시대를 정리하는 저작이었으며 그 자체가 시스템이었다고 볼 수 있다. 두가지 면에서 디드로라는 인간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그 집요함이다. 그는 장세니스트들의 공격때문에 감옥에 한번 다녀왔으며 초기의 협력자인 달랑베르 뿐 아니라 이후 여러 사람이 거쳐갈동안 백과전서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심지어 그는 러시아의 예카테리나에게까지 손을 뻗쳐 자금을 동원할 정도로 처절하게 노력해왔다. 그의 집요함이 없었다면 백과전서라는 저작은 구심점이 없어 흩어져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스템에 관한 그의 인식이다. 디드로는 그 스스로 방대한 지식의 소유자였으며 당시 지식계의 어설픈 모양새에 대단한 실망을 느끼고 있었을거다. 물론 그 역시 만연된 표절, 일관되지 못한 관점 등의 한계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학문을 분류할 것인가에 대해 그는 심도있게 생각했을 것이며 표제어와 도판, 그리고 명징한 표현 등을 통해 지금도 충분히 유효한 시스템을 생각해내었다. 자료가 정리되면 그것은 정보가 되지만 방치되면 그냥 자료일 뿐이라는 것을 그는 분명히 인식했던 것이다. 이것은 고도 정보화사회라는 지금까지도 유효한 문제의식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데이터베이스라는 온라인 시대의 진정한 백과전서가 아직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리고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이 시대의 디드로가 되고싶다. 정말로. --거북이, 2002 11 25, 노무현이 정몽준을 이기고 단일후보가 되다.

2 # 촌평[편집]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zf.userName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