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사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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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Last Samurai(2003, US)
  • 감독 : Edward Zwick(1952-)

1 # 거북이[ | ]

라스트 사무라이는 서구인들의 정신세계로 이미 쏙 들어가버린 듯한 오리엔탈리즘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그런것 치곤 비교적 어색하지 않다. 감독은 일본문화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깊은 양반처럼 보인다. 조금 엉성한 고증도 없진 않지만 말이다.

잘 만든 영화이긴 하지만 너무 스토리 전개 방식이 범상하여 이 아저씨의 전과기록을 보니 가을의전설커리지언더파이어의 감독이다. 역시 전과기록은 어지간해선 속이지 않는다.

이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스토리와 비교적 안정감있는 드라마 연출, 그리고 탐 크루즈라는 캐릭터 이 세가지가 원인이 아닌가 싶은데...나는 특히 스토리에 의미를 두고싶다.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아주 단순하게 소개해본다.
탐 크루즈는 미국 군인인데 서부 개척과정에서 인디언들을 애어른 할것없이 살상한 것에 대해 허무감을 가지고 있다. 그는 돈때문에 메이지 시대의 일본으로 가는 용병이 되어 막부세력을 타도하는 신정부를 위해 싸우게 된다. 그러나 첫 전투에서 패하게 되고 그는 포로가 된다. 포로생활을 하면서 사무라이가 지배하는 전통사회의 단아함에 빠지게 된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편안함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는 크게 네번의 싸움을 한다. 하나는 그가 포로가 되는 첫번째 전투다. 여기서 그는 전투본능밖에는 없는 인간이다. 두번째는 그를 포로로 잡은 장군과의 연회에서 발생한 닌자의 습격이다. 여기서 그는 장군과 함께 죽도록 싸우면서 우정을 나누게 된다. 세번째는 그가 신정부에 잡힌 장군을 구하러 가는 길에 마주치게 된 5:1 칼부림인데 여기서 그는 스스로가 이미 사무라이가 되었음을 자각하게 된다. 마지막 싸움은 신정부와 막부군의 대규모 전투인데 여기서 그는 사무라이로서 끝까지 사무라이의 길을 걷게된다. 그러고보니 '사무라이의 길'이라는 부제를 가진 고스트독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는구먼.

이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내 생각엔 탐 크루즈가 변해가는 과정이 아니다. 오락영화고 뭐 쌈박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본 전통 문화의 단정함에 대한 시각적 예찬이 아닌가 싶다. 색감을 잘 살려서 화면을 잡고, 그들의 소박하지만 성실한 삶을 묘사하고, 자신의 도를 꿋꿋하게 걷는 사람들에 경의를 표하는 그런 문화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얘기하는 소재로 시대착오적인 막부군을 옹호하는 것을 방향으로 잡은 것은, 근대화를 추구했던 세력을 무시하고 너희들은 원시적이지만 낭만적인 예전 삶의 방식으로나 살아라라고 말하는 느낌도 좀 있어서 영 유쾌하지 않은 면이 있다.
물론 순종적인 일본 여성의 이미지 또한 빠지지 않는다. 아마 일본 여성운동가들은 전 세계가 가진 이런 왜곡된 이미지에 질려버리지 않았을까. 너는펫에서 그렇게 당당한 OL역을 맡았고 주로 강인한 여성상을 연기하는 코유키가 여기서는 순종적이면서도 묵묵하게 자기 일을 충실히하는 전형적인 일본 여성으로 나온다.

맘에드는 캐릭터는 장군역으로 나오는 와타나베 켄이라는 사람이다. 와호장룡에서 나왔던 주윤발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있는데, 멋진 무사의 연기를 잘 해내고 있다. 이 아저씨 영어 무쟈게 잘한다. 중간에 탐 크루즈에게 내 영어가 좀 부실해서 못알아듣나? 이런 대사를 하는데...나 들으라고 하는것 같더구만...-.- 어쨌든 끝까지 의리파로 남는 이 아저씨는 멋지다.
탐 크루즈는 나름대로 일본어를 꽤 열심히 하는데, 아무리봐도 이해하고 하는 것 같지는 않은것이...너무 맥락에 잘 맞게 구어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면 외국인다운 일본어(내가 하는? -_-)를 구사해야지...몇마디 못하는 주제에 겁나 잘한다. 분명히 영어로 써준걸 그대로 외웠으리라...하하

전체적으로 오락영화로서는 완성도가 높은,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한번 보시길 권한다. -- 거북이 2004-5-8 2:32 am

손일이라는 지리학자는 자신이 왜 뜬금없이 일본사 책을 번역하고 관심가지다가 급기야 책을 쓰게 되었는가에 대해 짧게 적었는데 첫 계기는 이 영화였다고 한다. 본지 하도 오래되어 기억도 안나길래 다시 본 이 영화는 내 생각만큼 이상한 영화까진 아니다. 물론 고증같은건 엉망이지만 그렇게 보면 고증 잘된 영화만 봐야하는거니까 한 90%는 못볼 영화가 된다. 서구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을 시각적으로 꺼냈다는 점에선 거의 교과서같은 영화. 막말 메이지기에 일본에 머물던 서구인 다수는 일본에 호의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 시기의 일본에는 재미있는 일이 많이 있었다. --Pinkcrimson (토론) 2020년 2월 12일 (수) 11:38 (KST)

2 # 촌평[ | ]

나는 2시간 내내 웃었다.반 개혁파인 장군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이미 16세기에 총을 쓴놈들이 칼과 활만으로 싸운다는것하며..
개인 소유의 거대한 절까지 소유한 장군이 백성 운운하는것 하며.. -- WooRam 2004-5-8 8:22 am

자네가 말한대로일세...몇가지 개 풀뜯는 퇴행적인 짓거리들을 하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봤던건 그런대로 능구렁이처럼 넘어가는 스토리 진행과 깔꼼한 화면때문이 아니었나 싶네...ㅎㅎ 그래도 와타나베 켄의 눈빛은 백성을 위한다는 마음이 절절이 묻어나오지 않던감? 푸푸 -- 거북이 2004-5-8 11:15 am
그리고 꼭 마지막까지 양놈만 살아남는다는 설정은 참 가증스러웠다. -- 거북이 2004-5-9 5:04 pm

사무라이가 싫고 탐크루즈가 싫은 나로선 시간이 천지 남아돌아도 보고싶진 않던데 거북인 재밌게 봤나보네...사무라이 영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구만? -- BrainSalad 2004-5-8 8:06 am

딱히 사무라이 영화를 좋아하진 않는데 뭐 종종 보게 되는군요. 쿠로사와 아키라 덕어 사무라이 영화는 많이 봤죠. -- 거북이 2004-5-9 5:0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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