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유럽서부여행 - 당하다

2002 10 26 土 : 당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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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근처의 분수대 앞에서.

여전히 느즈막히 일어났다. 오늘은 케이블카와 미술관 두개를 해치운뒤 공연을 본 다음 바스크 지방에 올라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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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쪽으로 가는 길

케이블카는 팀별로 태워주었다. 역시 남자 둘이 탈만한 것은 결코 아니야. 여튼 꽤 길어서 그런대로 즐겁게 탈 수 있었다. 전철역 두개이상의 거리는 되는 길이였으니까. 한 4E정도였나? 우리는 올라가서 또 이런저런 농담따먹기를 하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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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안에서

그리고 우람과 헤어졌다. 우람은 오늘 오후를 적당히 보내고 더블린으로 들어간다.

정말 혼자가 된 나는 티쎈 보르네미싸 미술관에 갔다. 여기는 스페인의 테이트 미술관이라고 할만한 곳인데 꽤 볼 것이 많다. 개인 컬렉션이 이정도라면 그 사람은 정말 미술품을 고르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의 취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개성적인 컬렉션이다.

  • 로댕 / Birth of Venus 묘사는 반드시 디테일할 필요가 없다. 뽀인뜨를 얼마나 잘 짚느냐가 생명.
  • Goncherevo / Rayonist Landscape 큐비즘도 개성이 있어야지 :)
  • Kupka / Positionings of Mobile Graphic Elements / Small Machinary 이런 화풍이 있었는데. 속도를 중시하는~
  • 샤갈 / Madonna of the Village / Cock 샤갈 말고 닭을 이렇게 환상적으로 표현한 화가가 또 있을까 싶다. 하하.
  • Mark Tobey / Earth Rhythm 폴록을 생각나게 하지만 자기만의 개성이 있어보인다.
  • Edward Hopper / Martha Mickeen 쇠라처럼 감정없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듯.
  • 이브탕기 / Still & Always 그는 이름에 비해 아류작가에 불과한듯
  • 달리 / Gradiva Rediscovers
  • Raphael Soyer / 자화상
  • 베이컨 / Portrait of George Dyer 아 베이컨은 정말 악랄해. 물론 나야 그를 20세기가 낳은 예술가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다. 너무 악랄하다.
  • Melchior Hondercoeter / Bird of Prey
  • 네덜란드의 그림은 정말 국민성을 잘 나타내는것 같다.
  • 쿠르베 / Water Stream, Breme
  • 코로 / Solitude / Setting Out Promenade Pont-Marly
  • Wilhelm Trubner / Starnberger Sea
  • 피사로 / Saint Honore / Clos a Eragny
  • 르노아르 / Parasol Garden / Champ de Ble
  • 로트렉 / Rousse White Blause
  • 드가 / Milliner's
  • 고흐 / Vessenots Auvers / Steredores Arles
  • 브라크 / Seasoape Estaque
  • 뭉크 / Evening Hour Laura / Autumn Evening
  • 이곤쉴레 / Old Town
  • 에밀놀데 / Marschbrucke / Summer Clouds
  • Otto Mueller / Two Female Nudes 박수근의 그림같은 질감을 가진 그림이다.
  • Larionor / Blue Nude / The Baker
  • Johannes Itten / Group Houses Spring
  • Franz Mare / Dream
    • 둘 다 묘하게 샤갈풍의 환상적인 느낌을 가지고있다.
  • Conrad Felixmuller / Elfriede Hausmann
  • 그로츠 / Metropolis 그로츠는 독일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사변이성적이면서 광기에 가득찬 만화경적인 세상을 잘 그려내고 있다. 내 감성에 딱이다. -_-a
  • Bramantino /Resurrected Christ
  • John de Cock / Temtation of St.Anthony 보쉬풍이다.
  • 엘그레코 / Immaculate Conce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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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에서 찍은 참새. 이상하게 혼자있으니 주변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그리고 너무나 커서 한쪽 관을 통째로 못봤던 프라도에 다시 갔다. 고야보쉬는 또 봐도 좋았다. 이거 미술관을 두번째 가서 동일한 그림들을 다시 볼 기회를 가졌는데 처음에 놓쳤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역시 예술품을 본다는 것은 한번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음악도 들을 때마다 달라진다. 소설도 읽을때마다 달라진다고 하더라. 오늘은 토요일이라 그랬는지 무슨 날이었는지 공짜다.

이제 공연을 보면 되겠다 싶어 솔 광장 쪽으로 나갔다. 물어물어 공연장을 찾아냈는데 공연장은 무려 PM 11:30에 개장이라고 써있다. 나는 도노스티아에 밤차를 타고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 시간에 시작하는 공연을 보면 도저히 출발할 수가 없다.
공연을 11시에 시작하는게 말이 되는가? 아 나는 도대체 이나라 사람들의 시간관념을 �아갈 수가 없구나. 보아하니 이놈들은 밤 늦게 놀이문화를 시작해서 밤새 띵가띵가 노는 것이 일상 다반사인듯 하다. 나이트 클럽이나 바 같은 것은 꽤 많아보이니 말이다.
아웅 좌절해서 사려다 마지막날 사려고 미루어둔 부탁받은 시디를 몇장 사들고 다시 민박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PC방에나 가볼까 했는데 여기는 또 이상한 회원제인지 이용방법이 복잡해보여 그만두었다. 어떻게 할까 하고 방황하던 차에 왠 여자가 부른다.

치노, 치노~
(설마 나를 부르는 거겠어?)
(다가오면서) 치노~~(중국인을 말하는듯)
(어째 분위기가 거리의 언니같군)
*#&$^@#&$*#&^ :)
아블로 에스빠뇰(스페인어는 모린다)
*@^&$*@&#*%*(% ^^
이오 아블로 에스빠뇰(이오가 영어의 I겠거니 했다. 이태리어에서는 I거든)
(이제 말은 포기하고 손가락으로 나와 자신을 가리키더니 왼손으로는 링을 만들고 검지손가락으로 거기에 넣었다가 뺐다가 한다)
(손바닥 절래절래) 아이 딧잇I did it.

이러면서 도망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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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처에는 같잖은 섹스샵도 몇개 있다.

가뜩이나 짜증나는데 이런 애들까지 성가시게 구네. 그러고보니 방금 이 처자같은 자세로 서있는 애들은 꽤 많다. 이 거리가 프리랜서 나가요 언니들의 주 영업장소인가보다. 이거 대학다닐때 용산 근처에서 아줌마 삐끼에게 잡힐뻔한 이후로 처음이다. -_- 나는 내려와서 케밥이나 하나 사들고 민박집으로 갔다.
민박집 가는 길에 예전부터 노리던 쿠키가게가 하나 있어 들렀다. 이랏샤이마세~ 아웅 제발 일본어 인사좀 하지마라. 내 유럽와서 한 댓번은 들은거 같다. 월드컵만 아니었으면 내는 고려인이여~라고 말해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충분히 지친 상태이기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슈크림이 들어있는 조각을 2E어치 달라고 말했는데 많이 준다. 오호~ 이러고 있었는데 계산서가 6E네? 도스 에우로~라고 말하니 그제서야 알아듣고 1/3만 준다. 투 유로 이런건 절대 안통한다. 도스 에우로다.

생존 스페인어 몇마디 정리해볼까. 생활 스페인어가 아니기 때문에 원어는 굳이 찾지 않겠다.

하나 우노
도스
뜨레(?) three, trio
꽈뜨로 quarter와 어원이 같겠지 뭐.
유로 에우로
안녕 올라 어이, 헤이, 여보세요...
얼쑤 갈레~ 플라멩코에서 사용
스페인어 모릅니다 아블로 에스빠뇰 듣자하니 이건 스페인어를 압니다고 모릅니다라고 하고프면 노 아블로 에스빠뇰이라고 해야한다는군. 그래서 거리의 아가씨가 포기하지 않고 말을 걸고있었나...-.-
깎아죠요 뽀르 빠보르, 마스 바하 민박집 아저씨에게 배우다
많이 산다 무쵸 꼼쁘라레 하지만 깎는데는 실패...-_-
고맙습니다 그라시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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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인 마요르 광장. 하지만 직접 가보면 의외로 썰렁하다 :)

들어왔더니 오늘 입주한 사람 둘이 있어 얘기를 몇마디 했다. 이 시기에 오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직장 때려치우고 나온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어학연수중에 다른 동네로 놀러온 사람들이다. 여기서 만난 청년 하나는 왠 스페인 사업가를 모로코 가는 길에 만나서 아주 왕대접을 받다가 온적도 있다는데 뭐랄까 능동적인 모습이 보여 보기 좋았다. 나가서 느낀건데 내가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더군. 흑. 이젠 뭘 해도 어리다는 얘기는 안들을 나이가 된거다. 그들은 곧 플라멩코를 보러갔다.
역시 우람이 없이 혼자 있으니까 벌써 비는 시간에 할 일이 없다. 긴 여행을 혼자 한다는 것은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것이 확실하게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일기나 긁적긁적 대다가 조금 일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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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광장에 있던 남미의 악사들

솔 광장에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는데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중이다. 며칠전에 중국인이 전통악기를 전자악기처럼 만든 것을 연주하던거 빼고 마드리드의 악사들은 대부분 남미계다. 깡패 선조를 둔 덕분에 중남미는 전부(포르투갈어나 스페인어나 ��이니) 스페인어를 쓰게되었다. 그때부터 몇백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이 사회의 바닥을 채우는 사람들은 중남미계 사람들이다. 그리고 스페인이 한동안 유럽의 그지꼴을 하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어는 영어를 제외하면 거의 유일하게 국제어라고 할 수 있는 언어이다. 여튼 이 안데스의 플룻소리는 언제들어도 애잔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음악만 듣고 돈을 내거나 음반을 사주거나 하진 않는다. 여기도 좀 야박한갑다. 즐겼으면 조금이라도 내주는게 좋은데. 나는 얼마 안되는 동전들이지만 모자에 털어넣었다.
엊그제(2002년 12월 17일)는 선릉역에서 이런 남미의 악사들을 보았다. 그들은 테헤란로의 넥타이 부대들 앞에서 잔잔하게 컬쳐 쇼크를 던지고 있었으며 많은 이들은 그들 앞에 서서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주변에서 서성이는, 얼핏봐도 삶에 찌든 군상들을 보면서 오히려 그들의 삶이 더 아름다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터미널에 왔다. 아직 시간은 한시간쯤 남았다. �에는 고삐리로 보이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손에 신발을 끼우고 난쟁이 흉내를 내면서 사진찍어가면서 신나게 서로 놀고들 있다. 천진한 놈들이로고.
일기를 마저 쓰고 차를 잡아탔다.


줍다 <= 당하다 => 잠자리는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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