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와 나 (1989)

 

  • 감독 : 마이클 무어
  • 원제 : Roger and Me(1989)

1 # 거북이[ | ]

화씨911 개봉기념으로 마이클 무어의 영화들을 쪼로록 봐주기로 했다. 뭐 어둠의 경로로 자체 회고전을 가지겠다는 뜻이다. 구하기 꽤 힘든 작품들도 있는데 뭐 그것들은 차차 보기로 하고 그 첫번째로 그의 데뷔작 로저와 나를 골랐다. 몇가지 백그라운드는 아래의 기사를 읽길 바란다. 지금 BeachBoysPetSounds를 일단 틀었다.

비판적 언론인 출신 답게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서 세계 최대의 자동차 그룹인 GM이 인건비 상승때문에 공장 폐업을 단행하고 그 도시가 박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도시 플린트는 GM이 생겨난 도시이고 연대파업으로 전미 자동차 노조를 만들어낸 유서깊은 공업도시다. 도시가 박살나는 과정은 이러하다.

폐업 → 실업자 발생 → 실업구제책과 우민화 정책 시작 → 대체산업 양성 시도 → 정책 실패로 범죄율 급증

뭐 대충 이러한 플로우가 꽤 빠른 템포로 이어지고, 이 길을 마이클 무어는 두가지 큰 흐름으로 따라간다. 하나는 GM의 사장인 로저 스미스를 하루만 데려와서 플린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를 하는 흐름이고, 나머지 하나는 집세를 못낸 사람들을 내쫓는 일이 업인 퇴거전문가가 한가족 한가족씩 퇴거시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이것들을 교묘하게 배치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로저 스미스로 대표되는 자본에 대한 분노가 일어나게 하고있다. 종종 허탈하게 웃게되지만 차마 웃을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때마다 그 분노는 증폭된다.

팻분PatBoone으로 대표되는 엔터테이너들이 와서 실업자들에게 희망을 준답시고 공연을 하는 것이나 목사가 와서 설교를 하는 것들이 얼마나 공허한가를 그냥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허구라고 폭로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다큐멘터리의 힘인것 같다. 솔직히 다 보고나면 마음이 아주 씁쓸하다. 도대체 왜 미국놈들은 자국민 의료와 교육서비스마저 포기한 주제에 전쟁이나 일으키는 것일까. 미친 개자식들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인상적인 장면 두어개를 적는다. 5년동안 5차례 이상 GM에서 쫓겨난 실업자가 요양원에서 농구를 하다가 남긴 인터뷰. 좋아하던 비치 보이스의 '꽤 좋지 않아?' Wouldn't it be nice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올때 울지 않을 수 없었다는 구절. 그래서 그런지 이 앨범을 지금 듣고 있는데 앨범 전체가 여전히 남성 하모니 가득한 서프 사운드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즐겁게 들리지 않는다.

도시 전체가 실업자가 되어 토끼를 기르게 된 아주머니. 이 아주머니는 토끼를 키워 주에 10-20$정도를 벌 수 있다는데, 토끼를 귀여워하다가 생업을 위해 그자리에서 머리를 내리쳐 토끼를 잡고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뺀다. 분명 마이클 무어는 이 장면을 의도적으로 섞었다. 도시가 이렇게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오버랩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무어는 거짓말은 안했다. 이런거 구라면 구라겠지. 아주 마음 꿀꿀했다.

기업이 노동 유연성을 위해 미국보다 월등히 인건비가 싼 멕시코로 공장을 옮긴 것에 대해 이 영화는 딱히 뭐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얘기하는 것은 '자본에게는 인간성이 없다'는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난 아직 이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하게되는 것이다. 정말 미친듯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일까. 공기업이나 공무원들처럼 철밥통을 만들어주자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생산성이라는 미명으로 근시안적인 일만을 계속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인터넷 업계는 그 발전 속도나 이직률등을 볼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구현된 업종이 아닌가 싶은데 그 안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가끔 섬뜩할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결코 심한 상황도 아닌데 말이다.

정말 이해가 안되는 것은, 이런 노동자를 위한 내용이 왜 일반 노동자들에게는 거부당할까라는 의문이다. 이런 얘기를 주변의 동료 노동자들에게 했을때 좋은 표정으로 듣는 사람들은 정말 적다. 2% 미만? -_- 왜 자기 얘기도 아닌 파리의 연인 따위나 보고있는거지? 뭐 파리의 연인 보는 것은 괜찮지만 이런것도 한번씩 봐주면 좋을텐데 말이다.

데뷔작이라서 그런지 날카로움이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그의 다음 영화들은 어떨지 매우 궁금해진다. -- 거북이 2004-07-30 03:01

2 # 씨네 21[ | ]

미시건주 플린트는 제너럴 모터스의 고향이다. GM이 이곳에 있는 공장 11곳을 폐쇄하고 3만3천여명의 노동자를 실업자로 만들어버리자, 이곳 출신인 괴짜영화감독 마이클 무어(43)는 아주 기발하고도 신랄한 다큐 (로저 와 나)(Roger & Me, 마이클 무어, 87분, 미국, 1989)를 만들어 GM을 온세 상의 웃음거리로 삼는다.

노동자의 삶보다는 이윤을 중시했던 1980년대 미국 기업의 신경영기법과 로널드 레이건으로 대표되는 보수주의자들의 공허한 수사학을 조롱한 작품. 제목에서 로저는 GM의 회장인 로저 스미스, \'나\'는 제작, 연출, 각본에 주인공까지 겸한 마이클 무어 자신이다.유추할 수 있는 대로, 이 다큐는 마이클 무어가 87년 2월부터 89년 8월까지, 공장폐쇄 결정을 내린 장본인로저 스미스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날선 웃음 속에 담아내고있다.

마이클이 그 지엄하신 회장을 만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가 상 대한 GM의 최고위 관계자래야 기껏 매끄러운 언변으로 공장폐쇄를 정당화하는 홍보담당자일 뿐이다. 그 홍보 담당자도 물론 해고돼 버리지만. 그러자 이번에 이 덩치 크고 짖궂은 사내는 플린트의 다른 구석구석을 기웃거린다. 그의 투망에 걸린 사람은, 예를 들어, 순찰을 돌면서 실업노동자들을 쫓아내는 것을 업으로 삼는 보안관, 시민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돈을 받고 불려온 연예인들, 우스꽝스러운 정치인들이다.

로널드 레이건은 피자를 함께 들며실업노동자들을 위로하지만, 피자값 내는 것을 깜박한다. 그 와중에 플린트를 관광명소로 만들어 관광객들을 유치하려는지역지도층의 노력은 한바탕의 어이없는 코미디로 끝나버린다. 미국의 일부 보수언론은 이 다큐의 좌파적 시각을 불편해했지만, 워너브라더스에 의해 배급돼 미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와 화제를 불러모았던 걸작이다. 이작품을 보면 반드시 마이클 무어라는 사람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미시건대를 졸업하고 (미시건 보이스)의 편집국장, 잡지 (마더 존스)의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인 마이클 무어는 (로저와 나)를 기점으로 영화인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그뒤 91년 (블라드 인 더 페이스)에 출연 했고, 92년에는 (애완동물 혹은 고기)(Pets or Meat)를 제작, 연출하고 각본까지 썼으며 95년 (캐나다 베이컨)(Canadian Bacon) 역시 연출, 각본 , 등장인물까지 겸했다. 그 재능을 인정받아 자타가 공인하는 좌파임에도불구하고 요즘엔 폭스TV에 영입돼 일하고 있고, 그 때문에 이번 영화제에초청받고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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