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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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0 13 日 : 본토침공[ | ]

아침에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는데 옆에 비누가 있길래 썼다. 엥 그건 클린징 크림이었나보다. 면도도 그걸로 했는데 얼굴이 미끈한게 별로 쿨하지 않다. 으 꿀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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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내가 서울 촌놈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튜브에는 분명 어디로 가라는 표시가 제대로 없는 곳들이 몇개 있다.

공항 가기까지 시간이 조금 비어 우람과 함께 국립 미술관에 한번 더 가기로 했다.

  • 피사로의 Little Country Maid라는 그림을 보고 왜 저 그림이 마음에 드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것은 피사로의 따듯한 톤과 하녀라는 소재가 합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녀란 나를 돌봐주는 고마운 존재이자 내가 시키는대로 하는 조금은 (나쁜의미의) 손쉬운 대상이라는 이미지가 포함되어있어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이야 하녀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졌다고 봐도 좋겠지만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를 생각해보면 하녀는 분명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 프리드리히의 겨울 풍경은 소나무와 교회 그리고 십자가가 수직으로 서있어 지상의 평평한 이미지와 대조적이다. 그리고 그 십자가 앞에서 한 사람이 기도를 하고있다. 대자연의 엄혹함 속에서 조용히 종교적 구원을 찾는 그 인간의 모습은 무척 경건하다.
  • Delaroche - Execution of Lady Jane Grey 그림이 아주 앵그르적이다.
  • Rosa L'Umona Fragilita
  • Reni Susannah and the Elders
  • 샤반느가 그린 세레요한의 처형이라는 그림에 대한 특별전이 있다. 인간의 역동적인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꽤 열심히 공부한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그림에서는 요한의 당당함이, 다른 그림에서는 고뇌하는 요한의 모습이 그려져있는 것도 독특하다.

다시 루튼 공항으로 왔다. 처음에 나올때 허걱스러운 리턴티켓을 샀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갔다. 이번에는 내릴때 문이 그냥 닫혀 낄 뻔했다. 아 영국, 끝까지 맘에 안들어.

탑승권 발부받는데 아가씨가 친절하게 티켓을 끊어주더니 마지막에 '감사합니다~'이러는거다. 흠 작은 것이지만 기분이 좋구나. 여자이름 맞나하고 의심이 드는 게리Gerry라는 이름이었는데 내 여권을 봐야지 티켓을 끊어주니 내 국적은 금방 알 수 있었을거고 아마도 각국 인사말 표를 적어두었을 것이다. GamSaHapNiDa~ ARiGaTo~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실 이정도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작은것만은 아니다. 영국에 대해 구긴 인상을 절반은 이 아가씨가 펴주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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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for your Kindness, Garry!

우람과 둘이 모아보니 남은 돈 3.69P로 요기를 했다. 이래저래 싸구려 음식들을 조합해서 3.65P어치를 샀고 그런대로 배는 채울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주는 것이라고는 이런 과자 부스러기구나. 그나마 먹을만한 곳을 찾았는데 앉으니 또 비가온다. 오오 역시 런던 -_-+ 다시 대합실 내로 들어와 적당한 의자에 앉아 꾸역꾸역 넣었다. 큭 런던에서는 상처만 받고간다.

세금을 환급받으러 갔는데 EU를 떠날때 받으라고 한다. 자 이놈의 세금 환급에 대해서는 나중에 분노하기로 하자. -_-++
여튼 영국은 생각보다 신용카드 안받는 곳이 많다. 이거 세계 금융 중심지 맞어? 조금 큰 음식점과 대형 마트, 공산품 가게 정도가 고작이다. 한국보다 덜 받으면 덜 받았지 더 받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나는 환전이나 돈 찾는 것이 귀찮아서 어떻게든 신용카드와 미리 환전해둔 것으로 때웠는데 일단 돈을 좀 넉넉하게 가지고 있되 나중에 신용카드와 돈을 적절히 써가면서 떠나는 날까지 돈을 잘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얼마나 쓸지는 며느리도 잘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뭐 적어도 한두번은 돈을 찾을 일이 생길게다.

바르셀로나로 날아가는 비행버스를 타고선 또 자버렸다. 나는 뭐만 탔다하면 잘 잔다. 물론 중간에 깨기도 하지. 그래도 세시간은 날아오니깐 말이다. 오다가 피레네 산맥으로 예상되는 절경을 지나왔다. 눈이 하얗게 덮인 것이 아주 볼만했는데 여기를 날아오면서 한니발 이놈은 분명 미친거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터너의 그림에도 장렬하게 묘사되어있지만 북아프리카가 아지트인(카르타고니까) 한니발은 시칠리아를 로마에게 빼앗기자 이베리아 반도쪽으로 방향을 틀어 피레네와 알프스를 넘었다. 말이 피레네와 알프스지 이거 해발 수천미터의 만년설로 뒤덮인 곳인데 여기를 수만의 군대과 군량, 코끼리를 끌고 넘어갔다는 것은 그다지 인간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물론 가능하면 지대가 그다지 험하지 않은 곳으로 갔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간단했겠는가. 정말 초인적인 인내와 의지를 가지지 않았다면 못했을 일이다. 여기를 지나서 한니발은 로마를 15년간이나 위협했다. 끝내 이기지 못했지만 한니발은 카르타고라는 이름을 결코 역사에서 지울 수 없도록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훌륭한 스페인 개관

바르셀로나에 내렸다. 여기 공항에는 영어, 스페인어 그리고 까딸루냐어로 써있다. 말로만 듣던 까딸루냐에 오긴 왔구나. 확실한 것은 영어가 전혀~ 안통한다는 사실이다. 서로 어버버니 원. -_- i에서 지도를 받고 지하철을 타러갔다. 시내까지 들어가는 녀석이 우리가 가자마자 떠나는 바람에 30분이나 기다렸다. 여튼 어딜가나 초반 어리버리 헤매는 것은 여전하다. 갈아타는 곳 찾는 것도 그다지 쉽지 않았지만 여튼 용케 민박집까지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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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공항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야자수...-_-

중간에 좀 헤매게 되어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역무원인듯한 녀석은 택시타고 가라질 않나 다른 녀석은 영어따윈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질 않나...결국 귀여운 여자애들에게 물으니 그나마 쓸만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얘들도 영어에는 영 자신이 없는듯 서로 스페인어로 한참 주고받은 다음에 더듬더듬 영어를 말하고 자기들끼리 깔깔대고 그런다. 여튼 우리보다 더했음 더했지 결코 잘하지는 않는 이들의 영어실력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아 정말 약자는 서럽구만.

여기 민박집도 상당히 깨끗하다. 우리는 그래도 민박집 운은 있는것 같다. 아저씨에게 물어봐서 스페인을 어떻게 돌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먼저 얻었다. 기대 만땅이다. 내일은 바르셀로나를 씨티투어버스로 돌면서 가우디 위주로 보고 2-3일간 빡씨게 돌아야겠다. 그 다음에 안달루시아를 가서 보고 시간을 좀 남겨서 모로코를 다녀올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 꿈도 야무졌지 이 때는...-_-) 말이 안통해 고생이야 좀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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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에서 찍은 셀프 카메라. 자 이제 여행도 절반이 꺾였다!

주인아저씨 쪽에 얘기해서 빵도 얻고 CDP도 빌려서 그동안 굶었던 음악도 좀 들었다. 간만에 좀 들었지만 뭐랄까 내 집이 아니어서 그런지 마음이 편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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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유럽서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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