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잡는 상호와 간판들

Jmnote bot (토론 | 기여)님의 2015년 2월 28일 (토) 20:01 판 (로봇: 스크랩 분류 추가)

1 배꼽잡는 상호와 간판들

1.1 개 요

플라스틱 관련 무역업을 하는 남성현 사장(45). 점심은 중국집 ‘진 짜루’에서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고 오후에 잠깐 시간을 내 ‘빤스 터미널’에 들러 와이프에게 선물할 속옷 세트를 구입했다. ‘아파트 파는 남자’에 전화를 걸어 2년전 구입한 아파트 시세도 확인했다. 저녁 부서 회식은 여직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원빈’으로 예약했지 만 바비큐 요리에 소주 한 잔을 고집하는 남자 직원들 불평에 ‘산적 들의 저녁파티’로 장소를 바꿨다. ‘로이스닭com’에 들러 치킨 안 주에 생맥주로 입가심을 한 남 사장은 3차로 ‘코스닥’ 노래방에 갔 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는 ‘만두벌판’에 들러 야참 거리까지 샀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홍천 스키장에 갈 생각인데 ‘이노무스키’ 에 들러 스키 장비를 빌리고 오랜만에 ‘뼈대있는 집’에 들러 뼈다 귀 해장국을 먹어 볼 참이다.

만화 같은 얘기라고? 현실이다. 전국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독특한 상호다. 창업 시장은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더 튀는 상호를 지 으려는 창업자들의 노력이 치열하다.

1.2 ▶날마다적자? 뼈대있는집?◀

창업 전문가들은 ‘음식점 창업의 80%는 입지에 달렸다’고 입을 모 은다. 여기에 가게 이름까지 좋으면 금상첨화다. 맛은 기본이고 여기 에 ‘+α’ 역할을 상호가 맡는다.

여의도에 ‘만두벌판’을 개업한 류석근 사장(36)은 요즘 손님들로부 터 ‘가게 이름 누가 지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근처 여의도 고 국어 교사까지 와서 ‘이름을 참 잘 지었다’며 학생들에게 광고 해 줄 정도다. 역사 속 동경의 대상인 ‘광활한 만주벌판’을 절묘하 게 패러디해 지은 이름이 ‘만두벌판’이다. 메뉴도 만벌만두, 만벌 김밥으로 통일시켰다. 류 사장은 “뭔가 튀는 이름을 짓기 지어야겠 다고 생각해 열흘 밤낮을 고민하다 정한 이름”이라 말한다. 전화번 호부를 뒤져보면 ‘놀랄 만두하군’이라는 상호를 가진 만두집도 있 다.

지난해 말 가락동에 개업한 중국음식점 ‘진짜루’는 개업과 동시에 동네 명소가 됐다. 인근에만 30여개가 넘는 중국집이 있지만 단연 이 름이 튀기 때문이다.

중국 음식점을 뜻하는 ‘루(樓)’에다 ‘진짜’를 붙여 만든 이름이 다. 조근순 사장은 “사람들이 한번 들으면 중국집인지 단번에 아는 데다 기억하기도 쉬워 특히 배달 주문이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그 래서인지 인터넷 전화번호 안내에서 ‘진짜루’를 검색해 보면 무려 50여개가 넘는 중국집이 나온다.

답십리에서 ‘진짜루손짜장’을 경영하는 전종철 사장(38)도 이름 덕 을 톡톡히 보고 있다. 본래 손자장을 강조하기 위해 ‘진짜루’를 가 게 이름에 덧붙였는데 이게 단번에 유명 상호가 됐다. 전 사장은 “ 동네 애들도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진짜루 간다’고 놀릴 정도 로 유명해졌다”고 말한다.

1.3 ▶패러디, 상호를 만드는 예술(?)◀

음식점 가운데는 유난히 인기 연재만화 ‘광수 생각’을 패러디한 이 름이 많다. 갈비 전문점‘갈비생각’과 횟집 ‘광어생각’, 국수집 ‘국수생각’이 대표적인 경우다. 한자를 교묘하게 이용한 양곱창집 ‘의기양양’도 논현동에서 성업 중이다.

닭집 가운데는 유난히 ‘닭’을 강조한 이름이 많다. 치킨 전문점 체 인업체인 ‘로이스닭com’은 ‘닷컴’을 교묘하게 패러디 한 이름이 다. 벤처 열풍이 한창 불면서 닷컴으로 이름을 바꾸는 게 유행처럼 번지자 치킨 전문점도 ‘닭com열풍(?)’에 동참한 셈이다. 코스닥을 패러디한 ‘코스닭’, 다큐멘터리를 본 딴 ‘닭큐멘터리’도 서울과 부천에서 각각 성업 중이다.

동국대 앞 포장마차 ‘떡도날드’는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서 이름 을 빌려왔다. 정종성 사장(34)은 “변변치 않은 포장마차인데도 멀리 서 이름만 듣고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주 메뉴 가운데 맥도날드 ‘빅맥’을 본뜬 ‘빅떡’이 최고 인기 메뉴다. 돈암동 성 신여대 앞 고기집 ‘피자반’은 ‘SBS, KBS, MBC 방영될 고깃집’이 라는 간판을 달고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서초동 한정식집 ‘원빈’은 다른 음식점들과는 반대 경우다. 본래 이름을 지을 때 의도했던 게 아니지만 탤런트 원빈이 뜨면서 유명세 를 타고 있다. 원빈이 특히 젊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한정식 집 인데도 여자 손님이 부쩍 많아졌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도 이색 상호를 가진 식당들이 많다. 광주시 동 구에 있는 ‘날마다 적자’와 전남 화순에 있는 ‘곧 망할 집’은 이 름 하나만으로 지방 명소가 됐다. 대구시 달서구에서도 ‘니가 내’ ‘시집안간 암퇘지’ ‘가제는 게 편’ 등이 이색 상호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경남 사천에는 ‘며느리도 모른다’는 고추장 광고를 한 번 더 응용한 ‘알아버린 며느리’라는 분식집이 인기다.

1.4 ▶아파트파는남자 총알탄공인◀

공인중개소는 서비스 내용도 비슷한 데다 등록한 매물도 거의 공유하 고 있어 손님들의 발길을 잡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상호다.

시류를 반영하듯 최근 개업한 공인중개소 이름은 튀는 이름이 많다. 수원 망포동에 있는 ‘아파트 파는 남자’도 비슷한 케이스. 본래 ‘ 탑공인중개’에서 아파트 파는 남자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대학 선 배가 판교에서 경영하는 공인중개사무소 이름을 따왔다.

‘아파트 파는 남자’ 원조 격인 원석동 사장은 “특허청에 상호 등 록을 마쳤다”며 “프랜차이즈로 키워가겠다”고 말한다. 원 사장은 최근 용인 동백지구에 ‘아파트 파는 여자’라는 상호로 부동산 중개 업소를 한 곳 더 냈다.

노원구 ‘히딩크 공인’, 영등포구 ‘총알탄 공인’도 업계 내에서 유명한 상호로 자리잡았다. 최학진 히딩크 공인중개 소장은 “학사공 인에서 히딩크공인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전화 문의가 2배는 늘었다” 며 “이름 덕에 단번에 스타 중개사무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홍천 비발디파크 스키장 입구에는 이름 하나 만으로 명소가 된 곳도 있다. 스키 장비 대여업체인 ‘이노무스키’. 지난해 첫 간판을 걸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스키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사업 개시가 늦어 상대적으로 경쟁업체에 비해 입지가 좋 지 않지만 이름이 워낙 유명해지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이노무스키는 포천 베어스타운 스키장 입구에도 있다.

서울 신월동에도 있는 미용실 ‘버르장머리’도 인기있는 이름이다. 이 미용실에 가면 단번에 ‘버르장머리 있는 놈’이 되는 셈이다. 바 다 건너 미국 LA와 뉴욕에도 ‘버르장머리’ 미용실이 있다.

박찬각 이노무스키 사장은 “고심 끝에 이름을 정한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손님들 호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박 사장은 “잘 만든 상호 하나가 열 번 광고보다 낫다는 사실을 절감한다”고 덧붙 였다.

자료출처 : 매경이코노미 200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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