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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30일 (화) 20:09 판

1 Aphex Twin =

/SingleDisco /AlbumDisco


1.1 # 간략 바이오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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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테크노이드의 음악에 대한 사려 깊은 사고와 때로는 전복적인 사고, 사실은 독단적인 사고가 어떻게 오늘과 내일의 음악에 대한 가능성을 들려주었는가

1971년 원탁의 기사의 무대가 되었던 영국 콘월 지방에서 태어난 에이펙스 트윈, 그는 아더왕과 그 기사들 못지 않은 전설과 마법사의 주술의 여파와도 같은 기행담을 뿌려 일렉트로니카 세력의 자존심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음악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게 되는 이 시대에 그는 여전히 음악을 발명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에이펙스 트윈의 디스코그라피는 비단 20세기 후반의 획기적인 유산에만 불과한 줄 알았던 일렉트로닉 음악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음악형식임을 증명해내며, 그 자신이 대단히 혁신적인 작곡가임을 입증해낸다.

에이펙스 트윈이 무대에 올라 콘솔 뒤에 숨어서 디제잉하는 음악들은 마치 하드코어와 정글, 드럼앤베이스를 아우르는 브레이크비트의 지난 10년간의 역사 수업과도 진행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음악으로 끝을 맺는다.

본명은 리처드 D 제임스이며, 자신의 레이블 리플렉스(Rephlex)에서는 AFX라는 이름으로, 그를 세상에 알렸고, 더불어 함께 성장했던 워프 레이블에서는 에이펙스 트윈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그외에 폴리곤 윈도우, 코스틱 윈도우, GAK, 파워-필 등의 이름으로 작업하였다. 그에게 이렇게 서로 다른 이름들은 확실히 각 이름에 부여된 음악적 작업의 관심도를 한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리플렉스 레이블에서 발매된 아스트로브트니아(Astrobotnia)처럼 그 뒤의 실제 인물이 에이펙스 트윈인지 아닌지 내기를 걸어야 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나는 많은 작업을 비밀리에 해냈다. 어느 누구도 내 작업인지 알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든 일렉트로닉 음악을 일단 내 작업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나는 많은 작업의 크레딧에 내 이름이 오른다. 그건 정말 믿지 못할 일이다. 결국 실제적으로 나는 누구나가 되는 것이며, 또한 그 어느 누구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것이다.(by AFX)

그의 음악적 성취가 어떠한 것인지 인터넷을 뒤져보라. 한쪽에서는 ‘원맨 크래프트베르크’라고 부르며, 다른 한쪽에서는 ‘제2의 모차르트’라고 부르고, 또는 그저 ‘일렉트로니카(IDM/정글)의 천재 아티스트’라고 칭하기도 한다.

에이펙스 트윈은 필립 글래스를 초대해서 <Icct Hedral>을 만들었다. [Richard D James Album]에서 그는 분명 필립 글래스의 반복의 환영에 매료되어 있었다. 만약 마이크 파라디노스(M-ZIQ)을 스티브 라이히에 비견한다면 에이펙스 트윈을 손쉽게 필립 글래스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에이펙스 트윈은 모차르트나 필립 글래스를 지향하고 있지 않다. 그는 에릭 사티에 가깝다. [Druqz]에서 그는 이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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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트베르크 이후의 대중음악에서 전자음악의 발전은 극히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훵키 섹션이나 힙 합, 하우스, 재즈적 임프로바이제이션, PC 툴의 발전, DJ 문화와 레이브 파티의 제 요소들 등을 수용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테크놀로지에 기인하였다고 불여졌던 테크노 음악의 여러 분파들도 80년대 후반에는 수많은 음악인들의 가세에 힘입어 새로운 지향점들을 만들어냈고 90년대에 이르면 클럽 중심의 댄스 음악씬에 청취용 일렉트로닉 트랙들이 등장하여 일렉트로니카 내부에 뚜렷한 자의식이 생겨났다. 그 자의식 중심에는 오브와 같은 천재적 듀오와 에이펙스 트윈과 같은 테크노이드가 있었고, ‘인공 지능 컴필레이션’(Artificial Intelligence)을 발매하면서 ‘인텔리전트 댄스 뮤직(IDM)’이라는 청취용 댄스 뮤직을 소개하기 시작한 워프 레이블이 있었다. 오테커, 스퀘어푸셔, 뮤직 등 수많은 재능아들이 있었지만 프로디지와 케미컬 브러더스의 브레이크 비트에 기반한 대중성의 확보가 터져나오기 전까지는 언더그라운드의 진보적 흐름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에이펙스 트윈은 얼터너티브 세대의 자의식 과잉과 날로 세련되어져가던 귀를 갖게된 소수 음악팬들의 음악의 절대지존을 찾아가는 의식 등의 지표와 맞물리며 그 어떤 대중적 소모전략 없이도 어느날 이 바닥의 천재로 군림하게 되었다. 음악팬들에게 에이펙스 트윈은 브라이언 이노 이후의 앰비언트에 화이트노이즈와 하나의 이미지로 시작하여 지평선 위에 고정된 롤러코스터 위를 달려나가는 일 소절의 무한 루핑의 짜릿함을, 때로는 극도의 무위에 가까운 무상함의 고뇌를 동시에 안겨주었으며, 정글/드럼앤베이스의 발명 이후에는 드릴앤베이스로 예측할 수 없는 속도 속에 음의 해체와 취합을 반복하였다. 그리고 그의 브레이크비트와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에 대한 아이러니를 동반한 사유는 크리스 커닝햄이라는 비디오 아티스트와 성공적으로 결합하였다. 에이펙스 트윈은 음반을 한 장씩 발매할 때마다 음악팬들의 귀를 단련시켜가며 새로운 지평으로 인도하였던 음악인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에이펙스 트윈 이후 세대의 음악인인 보즈 오브 캐나다는 에이펙스 트윈의 앰비언트 기질과 <To Cure A Weakling Child>의 유아기에 대한 시대적인 반성을 동반하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에이펙스 트윈이 시대의 총아가 되었던 것은 그의 유머 때문이다. 흔히들 그의 미소에서 사악함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이들은 참으로 알아듣기 힘든 그의 음악에서 어쩌다가 ‘I want kill everybody’라는 소절을 알아듣고 내심 쾌재를 부른다. 사실 그 소절은 ‘I won't kill everybody’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오역은 음악평론가들이 더하다. 그들은 이미 에이펙스 트윈을 철저하게 뒤틀린 웃음을 동반하는 한 수 위의 마릴린 맨슨으로 규정짓고 음악을 듣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음악평론가들의 또다른 강박관념은 에이펙스 트윈은 언제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해당 장르를 언제나 새롭게 정의해내는 인물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혹 그의 새 앨범에서 전에 들었던 것과 유사한 부분이 자신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시간만(대략 10초) 지속되어도 그 앨범을 실패작으로 간주하고 만다. 그들의 [Drukqz]에 대한 반응은 이러했던 것이다.

에이펙스 트윈은 록큰롤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트렌트 레즈너와는 함께 작업을 했으며, 레드 제플린을 브레이크비트를 잘 활용한 밴드로 생각하며, 핑크 플로이드의 사이키델릭한 점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최근 [Kid A] 이후의 래디오헤드는 에이펙스 트윈의 영향을 언급하기도 했다.

에이펙스 트윈의 가장 대표적인 앨범 Selected Ambient Works II는 그의 꿈에서 들었던 사운드를 현실에서 모사한 음반이라고 한다. 그의 음반의 노래 제목들은 아예 제목이라고 불릴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부제만 인터넷에 떠돌고), 해독할 수 없는 기호들의 나열에 불과하기도 하다. 그의 인터뷰는 동문서답, 우문현답에 가까운 언어의 유희인 것이 많으며, 그는 직접 자신이 만든 일종의 커스텀 신디사이저로 14살때부터 작곡을 시작하였고, 지금은 한계를 발견해나가는 재미를 느끼면서 PC만으로 거의 모든 작업을 한다. 그는 자신이 범주화된 음악 장르에 속해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그 다음날로 즉시 그 범주를 깨뜨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그 작업은 단순히 농담이 아니다. 이를테면 그는 앰비언트를 자조적인 농담처럼 해체하여 재구축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음악을 듣기도 전에 규정된 이름에 불과한 것이 정의해버리는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는 음악에 관한한 신비주의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정말 음악을 믿고 있다. 소모적인 음악 비즈니스의 가열찬 사이클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 그는 우리 시대의 그 어떤 록스타보다 더욱 록스타답지만, 차라리 제임스 조이스가 되기를 바라며 해독불능의 아티스트로 남기를 열망한다. 지금은 가 엄연하게 일렉트로니카의 클래식으로 살아남은 시대가 아닌가. -- Sonimage 2004-5-8 1:11 am

1.2 # Selected Ambient Works 85-92

정철 {mailto:zepelin@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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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APHEX TWIN 1992 00 Selected Ambient Works 85-92 {Richard D.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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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K

이 음반은 리처드가 처음으로 발표한 LP로 이녀석이 70년 생이니까 15살때부터 만들어 온 곡들을 이거저거 모아서 낸 음반이다. 물론 이녀석이 이런 저런 이름으로 활동한거는 이삼년 더 올라간다. 사실 EP나 single이라는 것은 돈좀 들이고 맘만 먹으면 대충 내기 쉬우나 LP는 자신이 아티스트라는 자각을 하고 뭔가 프로로서 내는 것이니 만큼 리처드의 첫걸음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진 않다.

리처드의 음악은 크게 나누면 앰비언트적인 성향과 정글적인 성향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이 음반은 이름부터 앰비언트 모음이니까 전체적으로는 앰비언트 성향이나 뒤에 나올 음반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듣기편한 연주와 역동적인 곡 구성을 띠고 있다.
뭐 언제나 그렇듯이 여기서도 전혀 개념없이 반복의 연속이다. 아니 개념이 없진 않은데 그 개념이란걸 찾기 힘들다.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거나 음악 자체에 매몰되면 자신이 무엇을 듣고있었던가조차 까먹게 된다. 아마 나는 그것을 느끼기위해 리처드의 음악을 듣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리처드는 컬트끼가 짙은 뮤지션인데 여기에서부터 이미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독특하게 변형된 A자를 재킷에 찍고있다. 곡 제목들도 보통 사전에는 없는 대충 의미를 부여해서 만들었거나 아니면 의미 자체가 없거나 그것도 아니면 제목이 없거나(!) 뭐 그러하다. 음반 발매한 것도 아주 다양한 포맷과 아주 다양한 선곡의 잡다 single 및 EP들이 인터넷의 매니아들도 완전한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고 그나마 매우 소량 발매하여 매니어들의 타겟이 되는 것이 많다. 현재 자신의 레이블 rephlex에서 어느정도 재발매하려는 모양이다. 그의 명반 Selected Ambient Works Vol.II 이전에는 미국발매조차 되지않았다.

리처드의 음악은 분위기로만 비유하면 도시의 자연화라고나 할까.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블레이드 러너같은 영화에 나오는 황량한 도시, 그러나 그 자체가 우리에게 이미 자연이 되어버린...뭐 그런 곳에서 흘러나올만한 것이다. 사실 나만해도 서울이라는 세계적 규모의 메트로폴리스에서 태어나 다른 지역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는 관계로 빌딩이 낯설지 않다. 가끔 야외조사를 나가면 아 자연이 좋구나...싶어도 결국 하루빨리 집에 오고싶고 서울로 진입했을때 보이는 빌딩군이 반갑다. 그다지 유쾌한 사실은 아니지만 현실이다. 전자악기로 떡칠을 한 음악이라서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으나 다른 일렉트로닉 아티스트에게서는 쉽게 찾기 힘든 그런 것이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리처드를 공공연히 천재라 부르는 것 같다.

현재 리처드는 Richard D. James LP를 내고 놀고있는데 이는 이미 철지난 정글을 결코 대단하지 않게 구사한 음반으로 대중적으로 성공하기는 하였으나 자신의 음악 자체로는 그다지 진일보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는 젊지만 현재까지 해 놓은 것을 보아 혁신적인 것을 보여주기는 꽤 힘들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려먹을만큼 다 우려먹은 일렉트로니카에서 그가 디딜 지점은 그리 많지않아보이기 때문이다. 하긴 기껏 Beck정도 되는 아티스트가 락의 미래니 뭐니 하는걸 보면 락에서도 새로운 스타일이 나타나기는 무척 어려울 듯 하다(벡은 물론 대단한 놈이다).

1998년 6월 쓰다.

1.3 # Selected Ambient Works Vol.2

height=300   정철 {mailto:zepelin@hanmir.com}

Homepage http://koreanr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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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APHEX TWIN 1994 03 Selected Ambient Works Vol.2 {Richard D. 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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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K

요새 갑자기 테크노-앰비언트, 트립합쪽의 음악이 뜨고있는데 나도 그 붐에 발맞추어 한 장 충동구매 해봤다.

AFX, Polygon Widow, Aphex Twin등등의 잡다한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한 이놈의 본명은 Richard D. James이다. 제대로 나온 앨범들은 요즈음에 나왔던 '...I Care Because You Do'와 신작인 'Richard D. James'밖에 없는듯하지만 'Aphex Twin Calssics', 'Selected Ambient Works Vol 1,2'등의 앨범급 음반들도 있고 잡다 명의로 나온 싱글들은 상당히 많다. 그나마 년도들이 제각각인걸 보면 왕창 만들었다가 자기 구미에 맞춰 선곡하여 음반을 내는 모양이다.
이 음반은 정말 앨범 타이틀 그대로이다. 평소에 취미삼아 만들어놓았던 앰비언트 트랙들을 모아서 그냥 묶어 음반을 낸 듯하다. 아마 이 트랙들은 발표되었던 것은 아닌거 같으니 정규 음반이라 할 수 있겠다.

아주 황당하게도 이 앨범의 곡들에는 제목이 없다. 단지 그림만이 있을 뿐이다. 트랙이라도 적으면 말도 안하지. 2CD에 11곡 12곡씩 무려 150분에 육박하는 앨범에 제목이 없으니 듣기에 좀 짜증나긴 하다. 아마도 니네 맘대로 들어...앰비언튼데 뭘 그런걸 가려 듣냐? 라는 의미인가보다. 아니면 자기가 그 그림들에서 영감을 얻었던지. 다행히 인터넷 사이트에는 부제가 달려있어 구분에 도움을 준다.

들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음반은 정말 앰비언트이다. 이미지 하나를 계속 몽롱하게 우려먹을 뿐더러 음산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들어본다면 Aphex Twin이 왜 천재급 아티스트인지 느낌이 올것이다.

요새 寄生獸라는 살벌한 만화를 봤는데 그걸 보면서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쓰니까 그렇게 잘 어울릴수가 없었다. 아마 銃夢이나 (AKIRA) 攻殼機動隊(Ghost in the Shell)갈은 만화랑 들어도 잘 어울릴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1997년 6월 15일 쓰다.

1.4 # Drukqz

Drukqs (Warp)  

세기말의 테크노이드 에리펙스 트윈이 돌아왔다. 그간 [Come To Daddy], [Windowlicker]를 통해 간간히 일그러진 미소와 음흉한 패러디의 전략을 펼치면서 콘월 출신의 정복왕다운 기질을 보여주었지만, 이 두 EP를 통해 유아에 대한 이상성욕과 힙합 씬에 대한 모욕 등의 혐의를 뒤집어 쓰기도 했고, 이러한 혐의가 벗겨진 다음에도 그의 은퇴에 대한 루머는 끊이질 않았다. 결국 1996년의 [Richard D James Album] 이후 5년만에 정규 앨범 [Drukqz]가 발매되었다. 이미 한 차례 폭풍같은 리뷰들이 지나간 후라, 그의 새 앨범을 여유롭게 다시 들을 수 있는 요즘, 이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앨범이 가진 갖가지 맛들을 하나씩 음미하며, 한담하듯 서로 이야기해보는 것이 어떠할까 한다.

피치포크의 필자들이 에이펙스 트윈의 새 앨범을 혹평한 이유는 그가 더 이상 일렉트로니카의 미래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자신의 앨범들로부터 동어반복적인 트랙들이 [Drukqz]에서 고스란히 차용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에이펙스 트윈의 이전 앨범들은 ‘앰비언트 테크노의 미래 그 자체’였거나, ‘드럼앤베이스의 화룡점정’, 혹은 ‘자신을 키워낸 앰비언트 씬에 대한 자조적 패로디’, ‘보즈 오브 캐나다, 플레이드를 키워낸 주춧돌’ 등의 화려한 수사 없이는 묘사 불가능한 극찬에 파묻혀 있었고, 실제로 그러했다. 그 앨범들이 워프 레코드의 [Artificial Intelligence]로 촉발된, 플로어 지향이 아닌 IDM(인텔리전트 댄스 뮤직)으로 나아가는 청취용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대한 지향점을 설파해낸 것은 사실이다. 물론, 오늘 다시 그의 이전 레코드들(별 다섯 개, 혹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은)을 다시 들어본다면 지난 세기의 화려한 기원으로서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게 되지만, 이미 수없이 모사되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사운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에이펙스 트윈은 이번 앨범에 대해 ‘인터넷 상의 무수한 가짜 에이펙스 트윈들이 만들어놓은 사운드를 총합한 것일뿐’이라는 농담을 던졌지만, 실제로 새 앨범과 관련된 그의 속사정은 참으로 딱하다. 에리펙스 트윈은 자신의 MP3 플레이어를 비행기 안에서 분실했는데, RM 플레이어 안에는 282개의 미발표 트랙들이 들어있었다고 한다(Squarepusher의 트랙들도 80개나 들어있었다고). 에이펙스 트윈은 그 음원들이 인터넷 상에서 거래 대상으로 오르내리기 전에 가능한한 많은 트랙들을 일반에 발표하고 싶어했고, 그래서 애초에 4CD로 계획되었던 것이 이번에 발매된 2CD의 [Drukqz]이다. 새 앨범의 완성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워프 레코드와의 계약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발매했어야만 하는 것이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을 그런 관점에서 섣불리 평가할 수는 없다.

[Drukqz]은 에이펙스 트윈의 방대한 음악적 취향과 그 자신의 음악적 경유지점을 무작위 추출로 드러낸 앨범이다. 그는 이미 필립 글래스와 <Donkey Rhubarb>에서 음악적 인연을 맺었고, 최근 스톡하우젠 페스트벌에 일렉트로니카의 젊은 기수 자격으로 참여하기도 했으며, 에릭 사티에 대한 편향은 이미 고전적 앰비언트를 재정의하는 작업에서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지점은 여기서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다. 그리고 스퀘어푸셔의 강력 하드코어 비트와 뮤직의 훵키 멜로디시즘에 대한 그 자신의 응답, 또한 브레이크비트와 정글의 역사적 현장에 있었던 그 기억들이 바로 이 앨범에 들어있다. 자신의 독보적 스타일로 만들어낸 이 앨범의 개별 트랙들의 사양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그 진가를 평가하기 힘들다. 천방지축의 무정형의 비트로부터 글로켄스필과 하프시코드의 가슴 저미는 씁쓸한 멜로디 라인에 이르기까지 에이펙스 트윈의 무한의 정점에 대한 동경을 편견없이 들어보자.

(2002년 초에 쓴 것으로 생각됨. 조만간에 다시 쓸 것임...) -- Sonimage 2004-5-8 3:21 am

1.5 # <Come To Daddy> music video

<Come To Daddy> (Aphex Twin) dir : 크리스 커닝햄(Chris Cunningham)

   

앰비언트 테크노의 미래이자 드럼앤베이스의 킬러 스마일, 에이펙스 트윈이 자신과 걸맞는 또 한명의 천재적인 악동 크리스 커닝햄을 만난 것은 그의 음악에 대한 영상적 출구를 찾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Come To Daddy> 뮤직 비디오는 아버지를 찾아낸 어린 무법자들의 이야기, 혹은 텔레비전 안에 갇혀 아이들을 간절하게 부르다가 결국 비디오드롬의 저주가 풀려 고블린으로 환생하게 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모든 어린 무법자들의 얼굴에 시종일관 킬러스마일의 일그러진 미소를 띤 에이펙스 트윈의 얼굴이 덧입혀져 있는 이 아름다운 코믹 호러는 발표되자마자 음반업계나 영상업계 종사자들로부터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그 찬사는 이 뮤직 비디오에 숨겨진 무수한 함의들이 실종된 아버지상을 찾는 무법자들의 이야기에 비틀려 들어간 은유들과 관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내러티브와 무관한 이미지 자체, 혹은 영상적 특질 자체에 관계된 것이다.

부서진 낡은 텔레비전에 갇혀있던 비쩍 마른 고블린이 깨어나기 시작하고 수염 난 남자의 일그러진 미소 띤 얼굴(에이펙스 트윈의 얼굴)을 한 아이들은 환호를 질러댄다. 또는, 도시 근교의 쇠락한 공동거주지역에 모더니티와 성장제일주의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권태와 데카당스와 그로테스크의 기운이 뻗쳐나가기 시작한다. 또는, 메타모포시스에 대한 인더스트리얼 시대의 아날로그적 적용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 뮤직 비디오의 가장 큰 미덕은 유머이다. 이토록 진지한 코미디를 본 적이 있는가? 물론 <Come To Daddy> 비디오는 영국에서 심야 시간에만 방송이 허가되었다. 정체가 모호한 등장인물들은 기성 세대들에게 상상불가의, 인간의 육체에 대한 강탈이라고 여겨졌을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가 고블린의 괴성에 아연실색하는 장면들 속에서 불안을 느낀 자들은 이 비디오의 깜찍한 유머를 즐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이다.

크리스 커닝햄의 뮤직 비디오가 출발한 곳은 에이펙스 트윈의 음악과 하나의 풍경으로부터이다. 크리스 커닝햄의 뮤직 비디오들은 언제나 그 뮤직비디오의 서사가 펼쳐지는 설정 쇼트들로부터 출발하며, 그 설정쇼트들 안에 전체적인 이미지의 무게를 떠받들게 하는 심정적 장치들을 집어넣는다. 어린 시절 쌍둥이 형을 잃고 자신의 이름을 에이펙스 트윈으로 고쳐부른 리처드 D 제임스의 무수하게 복제된 쌍둥이 동생들, 아버지가 들어있는 텔레비전을 두고 서로 싸우는 아이들, 산업사회의 파괴의 흔적들이 남아있을 뿐인 쓰레기 하치장에서 더이상 의미없는 파괴와 반달리즘을 자행하는 아이들, 한편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춤 동작을 펼치는 아이들, 그리고 텔레비전이라는 허물을 벗고 서서히 탈피하여 대리석상의 질감과 파충류적 미끈함으로부터 눈을 뜬 아이들의 아버지, 그리고 마침내 아이들에 둘러싸여 어린 무법자들의 구세주로 등장하는 고블린. 이 평화로운 해피엔딩의 작품에 물신주의와 추락한 가족 위상, 위협적인 도시근교 풍경 등의 혐의를 씌운다고 해도 이 작품이 가진 흡입력은 사그라질 수 없다. 영혼을 담아낸다고 하는 얼굴의 복제 이미지는 (에이펙스 트윈) 뮤직 비디오와 <All Is Full Of Love>(뷰욕) 뮤직 비디오, 신체강탈의 이미지는 <Africa Shoxx>(레프트필드와 아프리카 밤바타) 뮤직 비디오에 또다시 등장하는데 단순한 거울 이미지와 도덕적 심의의 경계를 넘어선 이러한 크리스 커닝햄의 전략들은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모더니스트적 전략으로부터 전혀 다른 토대 위에 서있는 이미지의 새로운 세기를 예고하고 있다. -- Sonimage 2004-5-8 3:0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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