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국가"의 두 판 사이의 차이

 
(같은 사용자의 중간 판 2개는 보이지 않습니다)
79번째 줄: 79번째 줄:


== 책속 한구절 ==
== 책속 한구절 ==
; 미수정
{{인용문|예수는 “너의 적을 사랑하고 너를 저주하는 자를 축복하고 너를 증오하는 자에게 잘 해주고 너를 학대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의 기독교도는 이 가르침을 잘 지키고 있는가? 나는 단지 국가적이고 교육적인 문제를 해석하는데 그들이 오로지 개인적이고 인신적인 공격을 하는 것은 비겁하지 않은가? 성실한 변론으로 시비를 다툴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공격으로 초점을 바꾸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들이 개인적이고 인신적인 공격을 한다는 것은 시비를 다투는 데 패배한 증거이다.|[p.125] 교육과 종교의 충돌}}
{{인용문|예수는 “너의 적을 사랑하고 너를 저주하는 자를 축복하고 너를 증오하는 자에게 잘 해주고 너를 학대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의 기독교도는 이 가르침을 잘 지키고 있는가? 나는 단지 국가적이고 교육적인 문제를 해석하는데 그들이 오로지 개인적이고 인신적인 공격을 하는 것은 비겁하지 않은가? 성실한 변론으로 시비를 다툴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공격으로 초점을 바꾸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들이 개인적이고 인신적인 공격을 한다는 것은 시비를 다투는 데 패배한 증거이다.|[p.125] 교육과 종교의 충돌}}


88번째 줄: 86번째 줄:
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을 뿐, 평등 관념과 독립자존의 정신은 이미 있다. 그러나 여기에 치우치지 않았을 뿐이다. 요컨대 독립자존주의는 동양에서는 수천 년 동안 행해졌다. 이제 와 루소 씨 무리의 찌꺼기를 핥으면서 독립자존을 서양에서 수입하는 일은 참으로 ‘요동의 돼지’라 할 만하다. 또 진리는 동서에 의해 나뉘는 것이 아니므로 서양의 독립자존만이 옳고 동양의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과연 그렇다면, 이제 와서 독립자존을 제창해서 동양 고대의 도덕을 변하게 한다고 할 수 없다. 하물며 동양 고래의 독립자존은 한층 심원한 취지를 가짐에랴.|[p.185] 독립자존주의의 도덕을 비판함}}
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을 뿐, 평등 관념과 독립자존의 정신은 이미 있다. 그러나 여기에 치우치지 않았을 뿐이다. 요컨대 독립자존주의는 동양에서는 수천 년 동안 행해졌다. 이제 와 루소 씨 무리의 찌꺼기를 핥으면서 독립자존을 서양에서 수입하는 일은 참으로 ‘요동의 돼지’라 할 만하다. 또 진리는 동서에 의해 나뉘는 것이 아니므로 서양의 독립자존만이 옳고 동양의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과연 그렇다면, 이제 와서 독립자존을 제창해서 동양 고대의 도덕을 변하게 한다고 할 수 없다. 하물며 동양 고래의 독립자존은 한층 심원한 취지를 가짐에랴.|[p.185] 독립자존주의의 도덕을 비판함}}


{{인용문|정부의 형식을 바꾸고 헌법의 조문을 바꾸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이다. 하지만 과거 수만년 내지 수십만년 동안 우리 인류의 두뇌에 새겨진 이 노예근성을 제거하는 일이야말로 결코 쉬운 사업이 아니다.
{{인용문| 이것을 생각하지 않고 일본의 신을 기독교의 God과 같은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신이란 뛰어난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죽으면 반드시 신이 된다고 말할 수도 없다. 뛰어난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이미 신이다... 뛰어난 사람은 모두 신이다. 살아있는 신이다. 기독교에서 신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신도의 말을 빌려 쓴 것이다. 기독교의 God으로 통용하려고 해도 일본에서는 알지 못하므로 일본 신도의 언어를 빌린 것이다. 신이라고 하면 일본 신도에서의 신들의 의미가 아니면 안된다. 요컨대 일본에서는 신대도 인대도 엄밀한 구별이 없다. |[p.412] 신도와 세계종교}}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들이 자유인이 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이 일을 완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예근성론 중에서}}
 
{{인용문|필연에서 자유로의 비약적인 생활! 외적 강박에서 내적 발의로의 창조적인 생활! 이것은 실로 사회주의가 이상으로 삼는 최후의 목표이다. 그리고 최근 사상계에서 가장 선명한 색채의 깃발이다. |생의창조 중에서}}
 
{{인용문|운동에는 방향이 있다. 그러나 최후의 목적은 없다. 어떤 운동이 가진 이상은 마지막 목적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이상에는 항상 운동이 따르고 그 운동과 함께 전진한다. 이상이 운동 앞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운동 그 안에 있다. 운동 그 안에 자신의 형태를 새겨가는 것이다. |생의창조 중에서}}
 
{{인용문|우리는 핏기 없는 예술에 생기를 불어넣고 빈약한 가슴을 풍만하게 하고 민중의 힘과 건강을 그 안에 불어넣으려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 영혼의 영광을 민중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영광을 위해 민중이 우리와 함께 활동하게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세계를위한새로운예술 중에서}}
 
{{인용문|새로운 생명은 복잡한 심리나 정치한 감정이나 난해한 상징을 가지고 있지 않다. 큰 행위와 큰 선으로 강하게 이끄는 모습, 단순하고 힘찬 리듬의 단순한 감정, 빗자루로 그린 듯한 거친 상태, 이것이 새로운 생명 그대로의 모습이다. 동시에 또 이것이 민중예술 자체와 그 기교상의 근본원칙이어야 한다. |민중예술의기교 중에서}}
 
{{인용문|나는 정신이 좋다. 그러나 그 정신이 이론화되면 대체로 싫어진다. 이론화라는 여정에서 대부분은 사회적 현실과 조화하거나 사대적인 타협을 하기 때문이다. 속임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정신이좋다 중에서}}


{{인용문|요컨대 대의정치란 자치라는 양두羊頭를 내걸고 전제專制라는 구육狗肉을 파는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지배한다는 명목하에 자기를 지배하는 주인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개인주의자와정치운동 중에서}}
{{인용문| 또 우리 국체는 결코 권력적 국체가 아니다. 이에 대해서도 증거를 들어 해명하고 싶지만, 지금은 생략하고 사람들 판단에 맡기기로 하자. ... 즉 우리 국체는 공리적 동기에 의해 성립한 것도 아니며 권력적 동기에 의해 성립한 것도 아니다. 완전히 정신주의, 희생주의, 몰아주의에 의해 성립한 것이며 거기에 일종의 특색이 있다. 공리주의도 도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주의와 비교하면 저급한 도덕이다. 따라서 공리적 국체는 그 시초의 공리적 동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으므로 점차 전진하여 정신주의를 향하는 것이다. |[p.460] 우리 국체와 국민도덕}}
 
{{인용문|노동조합은 그 자체가 노동자의 자주자치적 능력을 점점 충실히 행하고자 하는 표현임과 동시에 밖으로는 그 능력을 점점 확대해 가고자 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이렇게 노동자가 스스로 창출해 가고자
하는 장래사회의 맹아이어야 한다. 반복해서 말한다.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자기 획득 운동, 자주자치적 생활 획득 운동이다. 인간운동이다. 인격운동이다. |노동운동의정신 중에서}}
 
{{인용문|우리의 이른바 야유는 결코 단순한 파괴를 위한 것도 아니며, 단순한 전도를 위한 것도 아니다. 언제라도 그리고 어디서라도 새로운 생활, 새로운 질서를 한 발 한 발 구축하기 위한 실제적인 운동이다.
|새로운질서의창조 중에서}}


== 저자 / 역자 소개 ==
== 저자 / 역자 소개 ==
; 미수정
지은이 [[이노우에 데쓰지로]](井上哲次郎, 1855~1944). 지금의 후쿠오카현에 해당하는 지쿠젠노쿠니(築前國)의 다자이후(太宰府)라는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의사의 3남으로 태어났다. 간코(菅公)신사로 알려진 곳으로 후에 이노우에는 간코에 관한 글도 남긴다. 동네에서의 한학교육을 통해 사서삼경에 대한 소양을 쌓는 것으로 교육이력을 시작했고, 이어 나가사키의 관립영어학교, 도쿄의 가이세이(開成)학교를 거쳐, 도쿄대학이 개교하자마자 철학전공으로 입학한다. 도쿄대학 졸업 후, 도쿄대학 조교수로 발령받고 잠시 동양철학사를 강의하다 곧 독일유학을 떠난다. 국가에서 파견한 3년간의 유학기간 외에 일본어교사로 3년을 더 체류한 뒤에, 1890년 귀국하여 바로 (도쿄)제국대학 정교수로 발령받는다. 정교수로 발령받고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교육칙어의 공인해설서를 쓰는 일이었다. 제국대학의 철학과 교수로서 그는 독일철학을 소개하는 일 외에도 종교, 동양철학, 무사도, 국민도덕, 현상즉실재론이라는 세계관의 구축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동했으며 그 속에서 그가 일관되게 지향했던 것은 일본의 번영을 위한 국민통합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 [[오스기 사카에]](大杉栄). 20세기 초 일본을 대표하는 아나키스트로
반역자 ·순교자 등 다양한 이미지로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인물이다.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육군유년학교에 입학했지만, 상관에 반항하여 퇴교당한다.
도쿄외국어학교 불문과에 재학 중 평민사에 출입하면서 고토쿠 슈스이 등에게
영향을 받아 사회운동에 참여한 후, 수차례 투옥당한다. 옥중에서 ‘대역사건’ 에
연좌되는 것을 피했다. 1912년《근대사상》을 창간을 시작으로《평민신문》,
《문명비평》,《노동신문》등을 창간하면서 문단과 노동운동의 총아로 떠오른다.
1920년에 코민테른 극동사회주의자대회 참석을 위해 상하이로 밀항, 1922년에는
국제아나키스트대회(베를린) 참석을 위해 일본을 탈출한 후, 이듬해 파리 교외
생드니에서 열린 메이데이 집회에서 연설한 검거되어 귀국길에 오른다.
관동대지진 때, 일제 헌병의 손에 의해 잔혹하게 학살당했다. 그의 사상은
코민테른 등 타인의 지도에 의한 운동이 아니라 “오직 노동자 자신”에 의한
노동운동에 있으며, 창간했던 잡지명(《근대사상》,《문명비평》등)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20세기 초에 일본에서 누구보다 ‘근대’ 를 체현한 인물이다.
 
[[https://m.kmib.co.kr/view.asp?arcid=0923250877&code=11171211&sid1=sp 국민일보 한마당 기사]]


옮긴이
옮긴이
* 김병진. 단국대학교 일본연구소 재직. 오스기 사카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근현대 사상에 나타난 ‘생명주의’ 흐름에 주목하고서 사회운동 및 여성운동 내에서의 전개 양상을 추적하고 있다.
* [[이혜경]].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교수. 동아시아 근현대 철학사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천하관과 근대화론 : 양계초를 중심으로』, 『량치차오:문명과 유학에 얽힌 애증의서사』등이 있고 역서로 [[량치차오]]의 『신민설』, [[황종희]]『맹자사설』등이 있다.
* 김태진. 동국대 일본학과 재직. 정치사상 전공으로, 근대 일본의 신체정치 담론 분석을 중심으로 근대 동아시아의 정치서사를 연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 김정희. 독립연구자. 중국 천태불교의 수행론과 불성론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 서동주.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재직. 근대 일본 사회주의 문학의 식민지주의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 분야는 일본 근현대문학과 사상이며, 최근에는 냉전기 전후 일본의 문화적 상상력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 김태진. 동국대학교 일본학과 조교수. 근대동아시아 개념의 수용과 전파, 번역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 양지영. 가천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원. 번역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한일비교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 이경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식민지시기 민족담론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 최호영.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 재직. 주로 사상사, 비교문학, 문화콘텐츠의 관점에서 한국 현대시의 동아시아적 지평과 장르적 확장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 이연승.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동아시아의 유교적 문화와 사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 이예안.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부교수. 20세기 전반기 한국과 일본의 사상교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 감수 윤형식. 유럽인문아카데미 대표. ‘공생주의’(Kommunismus) 이론을 특히 독일 관념론의 전통 속에서 독해하고 갱신하는 데 주요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 책 날개의 고전 소개 ==
== 책 날개의 고전 소개 ==

2024년 3월 18일 (월) 17:23 기준 최신판

1 개요[ | ]

철학과 국가 - 제국대 교수의 근대일본 만들기
이노우에 데쓰지로 선집
철학과 국가 – 제국대 교수의 근대일본 만들기
1판 1쇄 발행 2024년 3월 1일
이노우에 데쓰지로 지음 윤형식 감수
이혜경·김정희·김태진·이경미·이연승·이예안 옮김
편집 정철 표지 디자인 김상만
발행 정철 출판사 빈서재
이메일 pinkcrimson@gmail.com
ISBN 979‑11‑980639‑6‑0

612페이지. 39000원.

* 국내도서 > 역사 > 일본사 > 일본근현대사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일본철학

2 이미지[ | ]

Inoue03.jpgInoue04.jpg

전체 표지 보기

Inoue01.jpgInoue02.jpgInoue03.jpgInoue04.jpgInoue05.jpg

3 목차[ | ]

이 글을 보려면 오른쪽 '펼치기' 버튼 클릭
차 례
차 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9

제 1 장 종교와 교육 . . . . . . . . . . . . . . . . . . . . . 11
1.1 교육과 종교의 충돌 . . . . . . . . . . . . (1893) 11
1.2 종교의 장래에 관한 의견 . . . . . . . . . (1899) 126
1.3 독립자존주의의 도덕을 비판함 . . . . . . (1901) 166

제 2 장 현상즉실재론 . . . . . . . . . . . . . . . . . . . . 191
2.1 내 세계관의 먼지 한 톨 . . . . . . . . . . (1894) 191
2.2 현상즉실재론의 요령 . . . . . . . . . . . (1894) 214
2.3 유물론과 유심론에 대한 실재론의 철학적 가치. . (1910) 258

제 3 장 동양철학 . . . . . . . . . . . . . . . . . . . . . . . 295
3.1 동양의 철학사상에 대하여 . . . . . . . . (1894) 295
3.2 에도유학 삼부작: 서론과 결론 . . . (1900~1905) 313

제 4 장 국민도덕과 신도 . . . . . . . . . . . . . . . . . . 363
4.1 국민도덕개론 . . . . . . . . . . . . . . . (1912) 363
4.2 신도와 세계종교 . . . . . . . . . . . . . . (1915) 402
4.3 우리 국체와 국민도덕 . . . . . . . . . . . (1925) 426

제 5 장 철학 . . . . . . . . . . . . . . . . . . . . . . . . . 477
5.1 철학의 요구 및 장래 . . . . . . . . . . . . (1915) 477
5.2 철학적으로 본 진화론 . . . . . . . . . . . (1910) 501
5.3 메이지 철학계의 회고 . . . . . . . . . . . (1932) 530

이노우에 데쓰지로와 일본주의의 시대 . . (이혜경) . . . 563
연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595
찾아보기 . . . . . . . . . . . . . . . . . . . . . . . . . . . . 601

4 출판사 책소개[ | ]

[헤드카피]

메이지 유신 이후 제국 일본의 신체는 만들어졌지만 국가와 국민의 관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았다. 제국대학 최초의 철학과 교수는 철학으로 국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평생을 보냈다. 식민지 조선에서도 널리 읽힌 제국의 철학자 이노우에 데쓰지로의 선집이 현대 한국어로 처음 소개된다.

[간단 소개]

근대 서양의 제국에게 국권을 위협받으면서 군사기술이든 정치체제든 서둘러 배워야 했던 동아시아의 나라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이른바 ‘구국’이 ‘계몽’을 압도하는 근대화 시기를 지나왔다. 일본도 침략자가 되기 전까지 침략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를 느끼며 근대화 과정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노우에 데쓰지로는 가장 극단적인 민족주의자 중 하나였다. 메이지 초기에는 저들을 배워야 한다는 서구화 노선이 강했고 메이로쿠 잡지 등으로 대표되는 개화 논설이 세를 얻었다. 하지만 이후 일본은 서구화 노선을 비판하며 민족주의가 득세하기 시작했고 메이지 정부는 국가주의와 유교주의를 기조로 하는 ‘제국헌법’(1889)과 함께 그 정신을 교육에 뿌리내리게 하는 ‘교육칙어’(1890)를 발포했다. 그 흐름의 중앙에 이노우에가 있었다. ‘교육칙어’가 발포된 이듬해 공인 해설서 『칙어연의』(1891)를 발간하고 기독교를 비국가주의로 낙인찍은『교육과 종교의 충돌』(1893)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데올로그로서의 이력은 국내외 정세의 변화 속에서 변주되며 쇼와 초기까지 평생 이어진다.

그것뿐이었다면 이노우에 데쓰지로가 이렇게까지 지속적으로 읽히는 인물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일본 최초의 철학 사전 철학자휘를 집필했고, 에도시대 유학사를 체계적으로 읽어낸 첫 연구자였으며 현상즉실재론이라는 독특한 해석체계를 마련한 철학자였다. 그가 길러낸 제국대학의 제자들은 경성제대의 교수가 되어 식민지 조선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인물이 실제로 어떤 글을 써왔는지 우리는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이 선집으로 최소한 이노우에에 대해 제대로 읽어보고 비판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5 책속 한구절[ | ]

예수는 “너의 적을 사랑하고 너를 저주하는 자를 축복하고 너를 증오하는 자에게 잘 해주고 너를 학대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의 기독교도는 이 가르침을 잘 지키고 있는가? 나는 단지 국가적이고 교육적인 문제를 해석하는데 그들이 오로지 개인적이고 인신적인 공격을 하는 것은 비겁하지 않은가? 성실한 변론으로 시비를 다툴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공격으로 초점을 바꾸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들이 개인적이고 인신적인 공격을 한다는 것은 시비를 다투는 데 패배한 증거이다.– [p.125] 교육과 종교의 충돌

본래 종교의 본체는 인류의 행위를 규정하는 원리로서, 실천윤리의 근본주의와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종교의 본체는 상주불멸하고 광대무변하며 모든 인간사의 관건이다. 이를 종교라고 이름붙이는 것은 반드시 정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종교라는 명칭은 애매할 뿐만 아니라 너무나 협소하다. 종교의 본체는 종교라는 이름이 지시하는 것보다 훨씬 광대한 것이다.– [p.162] 종교의 장래에 관한 의견

그 정신은 바로 독립자존이다. 특히 맹자의 설과 루소 씨의 설은 자연스럽게 암합하는 바가 있는 것은 기이한 점이라고 할 만하다.『에밀』을 보라.『사회계약설』을 보라. 동양의 옛 학자라고 해도 어떻게 독립자존 주의를 모르겠는가! ... 오직 권리사상만 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을 뿐, 평등 관념과 독립자존의 정신은 이미 있다. 그러나 여기에 치우치지 않았을 뿐이다. 요컨대 독립자존주의는 동양에서는 수천 년 동안 행해졌다. 이제 와 루소 씨 무리의 찌꺼기를 핥으면서 독립자존을 서양에서 수입하는 일은 참으로 ‘요동의 돼지’라 할 만하다. 또 진리는 동서에 의해 나뉘는 것이 아니므로 서양의 독립자존만이 옳고 동양의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과연 그렇다면, 이제 와서 독립자존을 제창해서 동양 고대의 도덕을 변하게 한다고 할 수 없다. 하물며 동양 고래의 독립자존은 한층 심원한 취지를 가짐에랴.– [p.185] 독립자존주의의 도덕을 비판함

이것을 생각하지 않고 일본의 신을 기독교의 God과 같은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신이란 뛰어난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죽으면 반드시 신이 된다고 말할 수도 없다. 뛰어난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이미 신이다... 뛰어난 사람은 모두 신이다. 살아있는 신이다. 기독교에서 신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신도의 말을 빌려 쓴 것이다. 기독교의 God으로 통용하려고 해도 일본에서는 알지 못하므로 일본 신도의 언어를 빌린 것이다. 신이라고 하면 일본 신도에서의 신들의 의미가 아니면 안된다. 요컨대 일본에서는 신대도 인대도 엄밀한 구별이 없다. – [p.412] 신도와 세계종교

또 우리 국체는 결코 권력적 국체가 아니다. 이에 대해서도 증거를 들어 해명하고 싶지만, 지금은 생략하고 사람들 판단에 맡기기로 하자. ... 즉 우리 국체는 공리적 동기에 의해 성립한 것도 아니며 권력적 동기에 의해 성립한 것도 아니다. 완전히 정신주의, 희생주의, 몰아주의에 의해 성립한 것이며 거기에 일종의 특색이 있다. 공리주의도 도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주의와 비교하면 저급한 도덕이다. 따라서 공리적 국체는 그 시초의 공리적 동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으므로 점차 전진하여 정신주의를 향하는 것이다. – [p.460] 우리 국체와 국민도덕

6 저자 / 역자 소개[ | ]

지은이 이노우에 데쓰지로(井上哲次郎, 1855~1944). 지금의 후쿠오카현에 해당하는 지쿠젠노쿠니(築前國)의 다자이후(太宰府)라는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의사의 3남으로 태어났다. 간코(菅公)신사로 알려진 곳으로 후에 이노우에는 간코에 관한 글도 남긴다. 동네에서의 한학교육을 통해 사서삼경에 대한 소양을 쌓는 것으로 교육이력을 시작했고, 이어 나가사키의 관립영어학교, 도쿄의 가이세이(開成)학교를 거쳐, 도쿄대학이 개교하자마자 철학전공으로 입학한다. 도쿄대학 졸업 후, 도쿄대학 조교수로 발령받고 잠시 동양철학사를 강의하다 곧 독일유학을 떠난다. 국가에서 파견한 3년간의 유학기간 외에 일본어교사로 3년을 더 체류한 뒤에, 1890년 귀국하여 바로 (도쿄)제국대학 정교수로 발령받는다. 정교수로 발령받고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교육칙어의 공인해설서를 쓰는 일이었다. 제국대학의 철학과 교수로서 그는 독일철학을 소개하는 일 외에도 종교, 동양철학, 무사도, 국민도덕, 현상즉실재론이라는 세계관의 구축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동했으며 그 속에서 그가 일관되게 지향했던 것은 일본의 번영을 위한 국민통합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옮긴이

  • 이혜경.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교수. 동아시아 근현대 철학사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천하관과 근대화론 : 양계초를 중심으로』, 『량치차오:문명과 유학에 얽힌 애증의서사』등이 있고 역서로 량치차오의 『신민설』, 황종희의 『맹자사설』등이 있다.
  • 김정희. 독립연구자. 중국 천태불교의 수행론과 불성론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 김태진. 동국대학교 일본학과 조교수. 근대동아시아 개념의 수용과 전파, 번역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 이경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식민지시기 민족담론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 이연승.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동아시아의 유교적 문화와 사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 이예안.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부교수. 20세기 전반기 한국과 일본의 사상교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 감수 윤형식. 유럽인문아카데미 대표. ‘공생주의’(Kommunismus) 이론을 특히 독일 관념론의 전통 속에서 독해하고 갱신하는 데 주요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7 책 날개의 고전 소개[ | ]

  • 신론 (아이자와 야스시, 1825 / 세창출판사)
  • 입헌정체략·진정대의 (가토 히로유키, 1868·1870 / 세창출판사)
  • 학문의 권장 (후쿠자와 유키치, 1872 / 소화)
  • 문명론의 개략 (후쿠자와 유키치, 1875 / 제이앤씨)
  • 미구회람실기 (구메 구니타케, 1878 / 소명출판)
  • 삼취인경륜문답 (나카에 초민, 1887 / 소명출판)
  • 후쿠자와 유키치의 젠더론 (후쿠자와 유키치, 1880s / 보고사)
  • 일본의 설계자, 시부사와 에이이치 (시부사와 에이이치, 1887년경 / 21세기북스)
  • 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 (후쿠자와 유키치, 1899 / 소명출판)
  • 오스기 사카에 자서전 (오스기 사카에, 1919 / 실천문학사)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