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의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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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의 계산
  • 저자: Jjw
  • 2015-03-29

그냥 뒤적 뒤적 수학 서적을 뒤지는 것도 내 많고 많은 취미 가운데 하나인데, 수학 자체 보다는 수학의 역사를 읽는 걸 좋아한다. 아르키메데스에 대한 글들을 읽고 있는데, 그의 유명한 업적 가운데 하나인 원주율의 계산을 다시 읽고 있다. 아르키메데스의 업적을 보다 보면 이 사람은 아마도 외계인 아니었을까 싶은 구석이 있다.

아르키메데스의 아이디어는 이렇다.

먼저, 원의 넓이 = 반지름의 제곱 x 원주율 이다. (이것을 처음으로 증명한 사람도 아르키메데스)

반지름이 1인 원의 넓이는 당연히 원주율과 같다.

한편 정다각형은 원에 내접하거나 외접한다.

 

따라서 정다각형의 변이 충분히 많다면 그 넓이는 원의 넓이에 충분히 가까워질 것이다.

(여기서 정다각형의 둘레가 아니라 넓이를 계산하는 쪽을 선택한 게 천재적인데, 둘레를 계산하려고 하면 수 많은 분수의 통분과 마주쳐야 한다. 안그래도 계산할 거 많은데 쓸데 없는 데 시간 다 쓰지 않으려면 넓이를 따지는 편이 좋다.)

이렇게 생각한 아르키메데스는 대뜸 정육각형에서부터 시작한다. 육각형 정도면 일단 둥그스름하게 보이니까.

 

위 그림처럼 정육각형은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삼각형 6개가 모인 것과 같다.

그러니 정육각형의 넓이 = 정삼각형의 넓이 x 6

정삼각형은 밑변 = 1, 높이 = √3/2 이므로, 정삼각형의 넓이= 1/2 x 밑면 x 높이 = 1/2 x 1 x √3/2 = √3/4

따라서 정육각형의 넓이 = √3/4 x 6 = 3√3/2

즉, 3/2 x √3 이 된다.


이제 변을 두배로 늘려 정12각형이 되게 하고 적당히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활용하면 정12각형의 넓이를 구할 수 있다.(정확히 3)

  • 정24각형은 6 x √(2-√3),
  • 정48각형은 12 x √(2 - √(2 + √3)),
  • 정96각형은 24 x √(2 - √(2 + √(2 + √3)))
  • 정192각형은 48 x √(2 - √(2+ √(2 + √(2 +√3))))
  • ...

변의 수를 늘릴 때 마다 계산식이 복잡해지기는 하지만 분명한 패턴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여기까지 생각한 다음

원주율 π ≒ 3.1416 이라고 계산하였다. 이 계산의 오차는 오늘날 알려진 원주율의 값 3.141592... 와 불과 0.0001 미만에 불과하다. 진짜 존경 존경.

어쨌거나, 위 식을 보면 원주율의 근사값을 계산하려면 먼저 두 무리수 √2 와 √3의 근사값을 계산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과연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였을 것인가.... 두근 거리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 쓰여진 한마디.

"아무도 몰라."

큭. 아... 허망.

내가 어릴 때 수학 시간에 배운 무리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개평법이었다. 발음이 좀 그렇지만 열 開 고를 平 을 써서 개평법이다. 개평이란 낱말의 의미는 정사각형의 넓이를 뜻하는 평을 알면 거꾸로 한변의 길이를 계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평법 문제는 정말 계산이 지긋지긋 했는데, 소수점 아래 세자리 이하로만 넘어가도 곱셈하여야 할 숫자가 만단위를 훌쩍 넘어가 버린다. 개평법이 뭐지 하는 사람을 위해 예시를 보이면,

개평법1.jpg

아하 할 사람 많으리라...

그런데, 사실 이것보다 더 쉽고 확실한 방법이 있으니, 수열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a 의 근사값 계산은 아래의 생성식에 적당한 수를 넣고 무한 반복하면 된다.

[math]\displaystyle{ x_{n+1}=\frac{1}{2}\left( x_n+\frac{a}{x_n} \right) }[/math]

이 수열을 바빌로니아 법이라고 한다. √3 의 근사값을 구해보자. 먼저 x(0) 을 정해야 한다. 이건 적당히 아무 값이든 양의 정수이기만 하면 되지만 되도록 예상되는 근사값에 가까울 수록 빠르게 계산할 수 있다. √3은 분명 √4 = 2 보다 작으니 x(0) = 1 이라고 하자.

그러면 수열은 아래와 같이 계산된다.

  • x(0) = 1
  • x(1) = 1/2 x (1 + 3/1) = 3/2 = 1.5
  • x(2) = 1/2 x (3/2 + 3/3/2) = 1/2 x (3/2 + 6/3) = 7/4 = 1.75
  • x(3) = 1/2 x (7/4 + 3/7/4) = 1/2 x (7/4 + 12/7) = 1/2 x (49/28 + 48/28) = 97/56 = 1.7321...
  • x(4) = 1/2 x (97/56 + 3/97/56) = 1/2 x (97/56 + 168/97) = 1/2 x (9409/5432 + 9408/5432) = 18817/10864 = 1.7320508...

컴퓨터에 깔린 계산기를 이용하면 √3의 근사값은 1.732050807568877... 이다. 위의 수열을 이용하면 4번만에 소수점 아래 7자리까지 정확하게 계산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컴퓨터란 게 없던 시기에 이정도면 계산 속도가 그야말로 전광석화라고 할 수 있었다. 내 어린 시절 (아마 고딩때 아니었나 싶은데) 개평법이 교과서에 실리고 바빌로니아 법이 안실린건 아무래도 계산 원리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게 어려울 거라고 교육과정 개발자들이 판단했으리라 싶지만... 개평법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고요.

아르키메데스가 어떤 방법을 썼는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3을 계산하여 다음과 같은 근사값을 사용하였다.

  • [math]\displaystyle{ 256/153 < \sqrt{3} <1351/780 }[/math]
[math]\displaystyle{ 256/153 ≒ 1.673202614379085 }[/math]
[math]\displaystyle{ 1351/780 ≒ 1.732051282051282 }[/math]

고대그리스 시대에는 0 이란 개념도 없었고, 심지어 수의 표기도 십진법이 아니라 뒤죽박죽이었다. 아르키메데스는 아무래도 외계인 맞는 거 같다.

2 같이 보기[ | ]

3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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