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함께 가라 앉은 나라

1 개요[ | ]

탐욕과 함께 가라 앉은 나라
  • 저자: Jjw
  • 2014-05-01

세월호가 가라 앉은 지 보름이 넘었다. 수 많은 희생자들의 사연은 저마다 절절하여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다른 무엇보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을 통감한다.

이 번 사고 소식들을 들으면 처음 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세월호는 안전기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출항하였고, 숙련되지 않은 선원이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물살이 빠르다는 곳을 지났으며, 사고가 나자 승객의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선원들만 먼저 빠져 나왔다. 처음 도착한 해양 경찰은 초기 구조에 실패하였고 그 뒤로 민간 기업과 결탁한 갖가지 추악한 소식만이 들릴 뿐이다.

그 사이 정부는 사고 초기부터 국민의 입단속이나 걱정했을 뿐, 실재 구조 작업에선 책임 모면에만 급급했다. 정치권 역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여당은 오히려 유가족들을 향해서마저 종북타령을 하는 인면수심을 보이는 가 하면, 야당은 사태수습에 아무런 움직임을 보여 주지 않은 복지부동을 보여 주었다.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가라앉아 버린 것 같다.

자신의 힘으로 선실을 뛰쳐 나온 사람들 말고는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무능한 구조, 무능한 행정, 무능한 정부, 무능한 대통령, 무능한 정치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지역별로 특수 구조 조직이 짜여져 있지 못했기에 제때에 인명을 구조하지 못하였다 하고, 어떤 사람은 선사가 탐욕만을 앞세워 안전을 도외시 하였다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나마 노무현 정부 시절 갖추었던 방재 시스템을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 다 망가뜨렸다고 하고, 다른 어떤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모면하려 할 뿐 재난 대처에 너무나도 무능하여 참사를 키웠다고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이 모두가 이 번 사건의 직간접적인 원인이요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할 문제들이다.

이 모든 문제 아래 국가 기관을 자신의 사익 창출 수단으로 보는 탐욕의 카르텔이 있다. 노후된 선박의 운항 연한을 늘려준 것은 결국 국회이다. 그 법안의 통과를 위해 얼마나 많은 로비가 있었을 지, 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선박의 안전을 감시해야할 기관은 오히려 선사들에게 장악되어 실무자가 제대로 된 검사를 하면 오히려 좌천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탐욕의 카르텔은 이미 우리 사회 전체를 포위하고 있다. 구조 작업에 있어서까지 민간 업체인 언딘이 실은 해양 경찰과 유착되어 문자 그대로 '시체 장사'를 했다고 한다. 참담하다.

세월호 침몰은 잘못된 정치, 잘못된 사회 구조가 얼마나 사람들을 잡아 먹을 수 있는 지 보여주지만, 지금의 야당이 집권하였더라면 그러면 무언가 달라졌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수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치라 요구하고 있지만 과연 1년이 지난 뒤에도 이 문제가 정치적 사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매우 부정적이다. 당장에 야당은 세월호 사고 이후 첫 정치 활동에서 세월호와 관련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잘 못 건드리면 자신들도 다치는 '뜨거운 감자'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뿌리에 관료 마피아로 지칭되는 탐욕의 카르텔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 기관을 이익집단으로 변질시키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사익만을 쫓아 행정 시스템을 썩어 문드러지게 하면서, 내부고발자를 오히려 죄인으로 내몰아 왔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단 한 번도 이들을 정죄하지 못하였다. 멀리 보면 IMF 구제금융 사태에서 부터, 가까이는 용산역 주변 개발 사업과 4대강 사업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승자는 이들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새누리당만을 탓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새만금 간척 사업을 보자. 수 많은 사람들이 수 없이 반대하였는데도 결국은 강행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결국 이러한 탐욕에 희생되는 사람들은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 최소임금이라도 받기 위해 탑승한 아르바이트 노동자, 제주도를 향하던 이주노동자, 몇 십년 만에 모여 여행을 떠난 초등학교 동창, 화물을 싣고 가던 운수노동자와 같은 사람들이다. 그 사이 마피아들은 이 소나기가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뻔뻔하게 하던 일을 할 것이다. 퇴직 후 옮겨갈 만만한 공공 기관을 물색할 것이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주머니에 돈이 들어 오는 데에 따라 행동하겠지.

이 탐욕의 카르텔을 끊어내지 않으면 우리는 오늘과 같은 슬픔을 계속해서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서해페리호가 가라앉고, 대구지하철이 불타고 난 뒤에도 우리는 다시 세월호가 가라앉는 것을 막지 못하였기에, 이 같은 일은 또 반복될 것이다. 지금의 구조를 가지고는 책임자를 모두 갈아 치워도 또 저런 탐욕의 카르텔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 하면 저 굶주린 아귀의 입에 재갈을 물릴 것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새로 재난 관리 부처를 만들겠다고 하는 말은 그저 면피용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해관계의 카르텔은 그냥 둔 채로 옥상위에 또 옥상을 만든다고 달라질 게 과연 있을까? 재난 구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 센터도 물론 필요하지만, 우리에겐 탐욕의 카르텔에 맞서 최소한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공무원들에겐 노동조합이 필요하고, 항운의 안전을 위해선 선사나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감시 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에선 탐욕의 카르텔에 저항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 지금은 여당이 만악의 근원으로 보이는 것만큼이나 야당 역시 무능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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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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