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 ]
- 오밤중에 적는 낙서
- 저자: Jjw
- 2013-05-12
오밤 중에 긴 글 쓰는 거 아침에 읽으면 형편없긴 한데...
과학은 "왜 사냐?" 같은 물음에 답하지 못한다. 그것은 관찰과 실험으로 밝힐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을 저런 질문에 끌어들이는 것은 때론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어쨌거나, 과학 이외의 것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신념의 문제(= 관념의 문제)이다. 그것이 세계관이건, 종교이건, 아니면 다른 이데올로기건 간에. 스스로를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어떤 신념도 그것의 반증 가능성을 부정하는 순간 이미 과학의 토대를 무너뜨리게 된다.(요 부분까지만 칼 포퍼의 이야기에 동의한다. 그 다음은 쫌... 아무튼,)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 페이스북에 내 신념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를 하지 않은 편인데, 오늘은 그냥 아침에 무지 후회할 걸 각오하고 몇 자 적는다.
나는 우주가 인간의 정신과는 하등 상관 없는 물질적 실체로서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렇게 있는 우주의 만물은 서로 상호작용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론적으로 중력은 우주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제한 없이 영향을 준다.(중력파의 전달 같은 복잡한 이야기는 잠깐 빼자.) 우리 역시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주의 모든 물질이 주고 받는 상호작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이 사실을 매 번 출근길 지하철에서 문자 그대로 뼈저리게 느낀다.(살을 빼야 한다.)
물질 간의 상호 작용은 본질부터 확률적이며 대다수는 우연의 결과이다. 왜 하필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 가운데 북극성만이 자리를 지키냐고 물어봐야 소용없다. 우연이니까. 만약 누군가가 동영상을 거꾸로 돌리듯 우주를 처음으로 돌렸다가 다시 재생하여도 또다시 지금 이 모양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나는 인류의 지식 발전이 다행히도 자기 중심성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다고 생각한다. 뜬금없이 수학 이야기를 하자면, 자연수와 분수만을 알던 시기에 맨처음 무리수를 발견한 수학자들은 스스로도 굉장히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결국 자연수와 분수보다 무리수가 더 많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모두 납득하게 되었다. 내 생각엔 이게 좀 중요한데, 왜냐하면 인류는 직관적으로 납득하기 쉽지 않은 것도 합리적이면 참이라고 여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때는 우리가 바로 우주의 중심이고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우리 주위를 회전한다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지구가 거대한 우주 구조 속에서 그야말로 변두리를 차지하며 하루에 한 번 자전하고 일년에 한번 공전하며 태양을 따라 2억 5천만년에 한 번 우리 은하를 돈다는 것을 안다. 그 은하 자체도 안드로메다 은하와 같은 주변의 은하와 엮여 우주 공간을 방황하고 있다. 오늘날 "아침해가 떴습니다"는 그저 관용적인 언어일 뿐이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그야말로 아주 작은 점과 같은 행성일 뿐이다. 칼 세이건이 말한 그대로 온 인류는 우주를 떠도는 창백한 푸른 점위에 살고 있다. 이 관점에선 나의 존재뿐만 아니라 지구자체의 존재도 수 많은 별들과 행성이 겪는 우주적 사건 속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초신성이 폭발하여 주변 수십 광년을 초토화시킨다고 하여도 우주는 그저 유유히 흐를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원대한 "의지"를 갖고 필사의 "노력'을 한다고 해도 그저 한 사람의 일생일 뿐이다. 게다가 그 노력은 보답받지 못하기 일쑤이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한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거기다 삶은 일회용이어서 리셋이 안된다. 최악의 조건이다.
나는 그래서 그냥 산다. 내가 무슨 특별한 존재라고 "나의" 성과를 내세우는 것도 좀 우습고, 다른 누가 "자신"의 성과를 내세우는 것도 시큰둥하다. 그 와중에 몇몇 별과 같이 빛나는 사람이 물론 있지만(위대한 아르키메데스 만세~), 그 역시도 한 사람의 몫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내가 "갑질"하는 녀석들이 무척이나 싫은 것도, 제 돈주머니 좀 채우려고 다른 수 많은 사람들 피눈물나게 만드는 인간들을 보면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너나 나나 도토리 키재기에 그 따위로 살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기승전망... 이럴 줄 알았다. 쓴 게 아까우니 등록.
2 참고[ | ]
- 분류 댓글:
- Jjw (4)
- 2013년 수필 (2)
오밤중에 적는 낙서 ― Jjw오밤중에 적는 낙서 ― John Jeong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Pinkcrimson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Pinkcrim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