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의 미래

1 레식: 관념의 미래 리처드 코먼 2001-12-21[ | ]

2 # 들어가며[ | ]

"우리는 혁신의 아키텍쳐를 거쳐 이제 또다시 통제의 아키텍쳐를 맞이하고 있다—통고도 없이, 저항도 없이, 의문의 대상도 되지 않은 채. 자유의 기술에 의해 위협받던 자들이 이 기술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터득했다. 반격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로렌스 레식:「관념의 미래」중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한 인터뷰 테잎에서 제리 가르시아는 정부지원 하에 LSD를 테스트했던 시절을 얘기하고 있다. "LSD를 불법화한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에요. 하지만 한때는 그게 뭔지도 몰랐고 불법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죠. 그때는, 그래요 정말 그때는 좋은 시절이었어요."

냅스터 현상도 이와 유사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한때 엄청난 양의 음악을 네트웍을 통해 공짜로 구할 수 있었다.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었다. 어떤 이들은 신청곡을 틀어주는 라디오방송처럼 이용했고("음, 오늘은 밴 모리슨의 음악이 듣고 싶군."), 어떤 이들은 신곡을 찾는 데 이용했으며("쥬얼의 곡이 괜찮다던데 한번 들어볼까; 오 좋군, CD를 사야겠어"), 또 어떤 이들은 공짜로 CD를 찍어내주는 공장으로 이용했다("초고속망과 시디굽는 장치를 달았으니 이제 더이상 돈주고 음악을 사지 않을 거야.") 때로 쉽게 찾을 수 없기도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거의 반드시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음반협회가 냅스터(그리고 MP3.com)를 공격하기 시작하자, 파장의 분위기가 뚜렷해졌다. 불현듯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 정말 그때는 좋은 시절이었어."

곧이어 불가피한 일이 벌어졌다. "이 괴물을 폐쇄하라," 마릴린 홀 파텔 연방판사가 말했다. "하지만 지니는 벌써 램프를 빠져나왔어," 우리는 응수했다. 수백가지 다른 방법이 생겨날 것이다; 음반사들이 디지털방식으로 음악을 내놓고 또 MP3같은 훌륭한 압축포맷이 있으니, 어찌 구하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 인터넷의 급속한 혁신에 의하여 공룡같은 레이블 음반회사들은 조만간 사라질 운명에 놓이리라.

하지만 우리는 환각에 빠져 있었음이 틀림없다. 고난의 한 해가 저물고 있는 지금, 지니는 다시 램프 속에 갇혀버린 것이(또는 그럴 수 있음이) 분명해보인다. 냅스터는 폐쇄되었다; 음반협회와 영화협회는 MusicCity, Grokster 등을 제소했다; 그리고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은 법정에서 효력을 인정받고 있다.

스탠포드대 교수이자 「코드: 사이버공간의 법이론」의 저자인 로렌스 레식은 그의 새책 「관념의 미래」에서, 이미 끝나버린 듯 보이는 이 전투가 단지 음악을 둘러싼 문제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네트웍의 힘이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과 결합해가던 때가 있었다. 인터넷에 연결된 수백만의 사람들(또한 기업과 대학들), 강력한 PC, 빠른 대역폭,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게 해 주는 P2P 소프트웨어, 이런 것들로 인하여 우리의 소통능력, 협동능력, 참여능력—단지 음악팬으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예술을 창작하고 소프트웨어를 저작하며 정부를 지도하고 새로운 사회운동을 조직하는 등의 능력—이 획기적인 돌파구를 맞이하였던 때가 있었다.

3 # 복수의 시대[ | ]

레식에 따르면, 이 모든 새로움에도 불구하고 냅스터를 비롯한 여러 사건들에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신세력에 대한 구세력(때로 그는 이것을 구소련에 비유하기도 한다)의 복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관념의 미래」는 바로 이러한 복수의 이야기이자, 행동에의 호소이다. "신체제 하에서 번영을 누려야할 사람들이 구세력에 대하여 자신의 것을 방어하려 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과연 그들이 그렇게 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대답은 명확하다: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 레식의 가장 음울한 전망의 하나는, 한때 공유의 소통체계를 창조했던 사람들이, 그리고 그것에서 이익을 누렸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건설했던 것을 지키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할리웃의 강력한 로비에 맞서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책의 모두에서 레식은 "리핑하고, 믹싱하고, 구워라(Rip, mix, burn). 결국 당신의 음악이니까"라는 애플의 광고카피를 거론한다(현재 애플은 이 카피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저작권법을 집행하는 변호사들에게 있어 "당신의" CD에 담긴 음악이 "당신의 음악"이라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그 음악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당신에게는 리핑할 "권리"도, 믹싱할 "권리"도 없으며 구울 "권리"는 더더욱 없다. 당신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할리웃의 은총과 당신의 권리를 혼동하지 말라. 변호사들이 말해주겠지만, 우리 문화의 이 부분은 소수의 재산이다. 저작권법이 그들에게 그런 권리를 부여하였다... 비록 저작권법이 이런 강고한 권력을 만들려고 의도하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달 초 RealOne Music 서비스가 개시되어 AOL 타임워너의 목록으로부터 수십만곡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달에 10불을 내면 당신은 100번의 다운로드와 100번의 스트리밍 청취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작권관리소프트웨어 덕분에 다운받은 곡을 휴대용 MP3플레이어로 카피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구세력이 가한 몇방의 펀치였다. 법원을 이용하여 사용자들로부터의 경쟁을 제거하는 것. 그리고 코드를 이용하여 복제를 방지하는 것. 법 더하기 코드! 그러나 강력한 후속타가 있었으니, 그것은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이라는 해머펀치였다. DMCA의 우회금지조항은 저작권관리소프트웨어를 크랙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한다. 법 더하기 코드 더하기 법! 이로서 업계는 다음과 같은 규칙을 부과하게 되었다:

  • 당신은 당신들끼리 음악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
  • 당신은 우리가 정해놓은 제한에 따라 우리로부터 음악을 다운받아야 한다.
  • 우리는 이러한 제한을 코드를 통해서 강제할 것이다.
  • 이 코드를 깨는 것은 범죄를 구성한다.

레식이 보기에 이것은 저작권의 대대적인 확장이다. 이것은 저작권법의 목적을 창작성 지원으로부터 총체적이고 절대적인 재산권 부여—그것도 창작자가 아닌 중개인에게의 부여—로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오프라인에서도 저작권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왔다. 저작권보호기간은 14년에서 저자사후 70년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저작권자는 법이 규정하는 범위를 다양한 방법으로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공정이용은 침식되고 있으며 예전에는 비침해적 이용으로 간주되던 행위들이 제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4 # 비침해적 이용[ | ]

당신이 만화 심슨의 팬이어서 당신 방에 바트와 리사의 그림을 걸어두었다면, 이것은 사실상 비침해적 이용에 해당한다. 아무도 당신 방에 어떤 그림이 걸려있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바트의 이미지가 당신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다면—그리고 비록 레식이 말하듯이 100명 미만의 사람들이 당신 홈페이지를 방문한다 할지라도—, 당신은 폭스사의 변호사로부터 편지를 받게 될 수 있다. 이제 당신은 출판가이고, 당신은 저작물인 그림을 훔치고 있기 때문이다. 10대들의 방 벽장문에서 브로마이드를 뜯어내려고 시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폭스사는 로봇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손쉽게 심슨의 이미지를 찾아내어 변호사에게 통고할 수 있다. 예전에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행위가 이제 변호사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현실세계에서 허용되던 행위가 가상공간으로 옮아가면 통제의 대상이 된다."

"비침해적이라 생각되던 이용행위가 코드에 의한 감시가 가능해짐에 따라 침해적 행위가 된다."

CD를 카세트테잎에 복제할 수 있다면, 그것의 디지털 복제가 안될 이유가 어디있는가?(CD는 이미 디지털이다.) 그리고 당신의 컴퓨터에 디지털 복제를 할 수 있다면, 그 복제물을 서버에 올려 원할때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지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이것이 바로 MP3.com이 MyMP3.com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가졌던 생각이다. 그들은 수천개의 CD를 복제하여 당신이 온라인으로 당신 소유의 CD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물론 당신은 최초 1회 CD를 당신 PC에 삽입하여 등록함으로써 당신이 그 CD의 소유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웹기반 서비스를 위해 수천개의 CD를 복제한다?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타인의 지적재산권에 기초하여 사업을 전개한다? 더더욱 좋은 생각이 아니다. 결국 음반협회의 제소로 1억 1천만불의 배상판결이 내려졌고, MP3.com은 현재 Vivendi Universal에게 넘어갔다.

이제 당신은 냅스터를 잃었고 http://www.MyMP3.com 도 잃었기에 그저 조용히 당신 소유의 CD를 당신의 하드디스크로 복제할 따름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불평을 제기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CD 케이스에는 "권한없는 복제는 관련법에 따라 처벌됩니다"라고 쓰여있다. 만일 이를테면 다음 버전의 윈도가 권한없는 CD복제를 감시하는 기능을 포함하게 된다면, 그래서 그들이 당신을 법정에 세운다면, 당신은 무어라 변명하겠는가? 공정이용? 그러나 할리웃 변호사들의 말대로 "CD를 구입하는 것은 그것을 가지고 몇가지 한정된 일을 하는 것을 허가받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 몇가지 한정된 일에는 하드디스크로의 리핑이 포함될 수도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전에는 비침해적이라 생각되던 이용행위가, 홈페이지들에서 바트와 리사의 이미지를 검색하는 로봇프로그램과 같이, 코드에 의한 감시가 가능해짐에 따라 침해적 행위가 될 수 있다.

5 # 공정이용과 DMCA[ | ]

DMCA의 우회금지조항은 저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암호화기술을 "우회하는"(크랙하는) 코드를 배포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사례는, 영화협회가 DVD 스크램블 소프트웨어를 깨는 소프트웨어인 DeCSS의 배포를 이 조항을 이용하여 금지시킨 것이다. 스크램블된 내용물을 어떻게 디코드할지를 기계가 알지 못한다면 당신은 DVD를 재생시킬 수 없다. 리눅스 머신은 DVD를 재생시키는 라이선스를 받지 못했기에 리눅스 유저들은 DVD를 볼 수 없었다. 게다가 리눅스 유저들은 자기들이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데 무척 짜증을 낸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DeCSS라는, 라이선스받지 않은(즉, 제조업자가 영화협회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은) 머신에서도 DVD를 재생시킬 수 있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레식에 따르면, CSS는 디스크의 복제를 방지하는 장치가 아니므로, DeCSS도 불법복제를 증가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리눅스 유저들이 DVD를 재생시킬 수 있게 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저작권법이 공정이용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공정이용을 저해하는 코드를 크랙하는 것—합법적으로 구입한 DVD를 자신이 선택한 컴퓨터에서 재생시킬 수 있는 것—도 허용되는 것이 아닌가? 법원은 공정이용의 법리에 따라 이 코드의 배포를 허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레식의 입장이다. "저작권법은 공정이용을 보호해야 한다... 따라서 저작물을 보호하는 코드를 보호하는 법도 공정이용의 여지를 남겨주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논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1심법원은 DMCA가 저작권을 규율하는 법률이 아니라 코드를 규율하는 법률이라고 판시했다. 이 결정은 항소심에서도 유지되었는데, 판사들은 DeCSS가 공정이용법리 혹은 수정헌법 1조에 의하여 허용되어야 한다는 논변을 단호히 거부했다. 사건은 연방대법원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DMCA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저작물을 허락없이 이용하는 행위나 DVD 등 매체의 암호화장치를 우회하려는 시도는 모두 불법이며 가차없이 기소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법원이 DMCA를 무효화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DMCA의 우회금지조항이 보다 순수하게 문제된 것은 아마 Dmitri Sklyarov에 대한 연방사건에서일 것이다. 러시아 프로그래머인 그는 "Advanced Ebook Processor"를 작성했는데, 이것은 어도비사의 Ebook Reader에 장착된 복제방지 소프트웨어를 무력화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DMCA의 우회금지조항을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스클랴로프를 체포하여 북캘리포니아에 억류한 후, FBI는 그가 고용주인 모스코바의 Elcomsoft사에 불리한 증언을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그에 대한 기소를 취하했다. 법인인 Elcomsoft사는 벌금형의 대상일 뿐, 대표이사에 대한 징역형은 받지 않는다. 이 회사에 대한 법정기일은 2002년 초여름에 개시될 예정이다.

6 #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 ]

레식의 암울한 전망은 "혁신의 공유지"가 종말을 고하고, 구세계와 마찬가지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멋진 신세계가 그 자리를 대신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 보호기간은 말도 안되게 확장되고, 공정이용은 사실상 사라지고 있으며, 특허권은 새로운 관념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냅스터는 죽었다. 리눅스 머신으로는 DVD를 볼 수 없다. 당신 소유의 CD를 서버를 통해서 들을 수도 없다. 레이블 음반사에 돈을 지불하고 그들의 서비스로부터 음악을 다운받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구매한 제품을 특정 재생장치에서는 들을 수가 없다. 케이블TV 회사들은 우리가 인터넷을 어떻게 이용할지를 정할 수 있어, 이를테면 그들의 독점적 사업과 경쟁하는 스트리밍 비디오의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 레식이 「관념의 미래」에서 들려주는 이 모든 슬픈 이야기에 더하여, 부시행정부는 역내 테러리즘과 싸운다는 명분으로 인터넷과 현실세계에서 프라이버시와 시민적 자유를 공격해대고 있다.

반문화의 "그 좋던 시절"은 애처로운 호소가 아니라 켄트주립대학에서의 주방위군의 총격에 의해서 종말을 맞았다. 냅스터의 죽음과 오하이오 시위대의 죽음을 동일시할 수는 없겠지만, 가혹한 탄압이 있었다는 사실은 공통적이다. 1970년대에는 정부가 탄압의 주체였지만, 2000년대에는(우리는 이 시기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할리웃이 주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두 사건은 유사한 데가 있다.

반문화는 묻혀지고 급진주의자들은 뉴욕 매디슨가에 직장을 잡았지만, 60년대의 충격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의 예술과 문화와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초기 네트웍의 위대한 통찰과 냅스터시대의 창조적 도약은 미래의 인터넷과 세계문화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이 관념들은 앞으로도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다—다만 이제는 보다 조용히 진행될 뿐.

혁명은 TV로 중계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56K냐 300K냐, 리얼포맷이냐 마이크로소프트포맷이냐를 결정하는 우리의 선택 속에서도 혁명은 스트리밍되고 있다. 단지 사용자라이선스약관을 읽고나서 "동의함"을 클릭하라.


Richard Koman은 프리랜서 작가이자 편집인이다. 그는 New Architect지와 O'Reilly Network의 고정기고자이기도 하다.

oreillynet.com Copyright © 2000 O'Reilly & Associates, Inc. Translated by Dohyun Kim

7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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