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MortalCoil

1 This Mortal Coil[ | ]

1.1 # Blood[ | ]

  이종헌 [1]-['자체감상회'를 위해.]

1. NEW WAVE PROGRESSIVE (?)

극장 이나 까페, 레코드점 따위에서 무료로 집어올 수 있는 길쭉하 고 얇은 잡지가 있는데 [Neo LooK] 이라는 잡지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잡지의 95년 3월호 [popular art] 코너에서 김상만씨는 [ART ROCK - NEW WAVE Progressive ] 라는 글을 기고했다.
나는 그 기사를 보고 먼저 뉴웨이브 프로그래시브라는 합성어의 생 소함을 느꼈고 이 새로운(?) 장르 명칭이 신세대 프로그래시브 음 악과 어떤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함이 일었고, 동시에 혹여, 이 합성어가 메니어들 사이에서 가끔 지탄을 받기도 하는 쓰 잘데 없는 장르 구분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기고자 김상만씨는 그 글에서 뉴웨이브 프로그래시브를 이렇게 정 의하고 있다.
"프로그래시브 뮤직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원인으로는 지나친 난 해함과 엄숙주의, 그리고 방송에 부적합한 10분 이상의 대곡지향 태도를 들 수 있는데...그 결과로 새로운 프로그래시브 뮤직이 나 타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뉴웨이브 프로그래시브라고 불리는 80 년대 방식의 음악이었다. 뉴웨이브 프로그래시브는 그 근원을 락 보다는 펑크와 테크노 전자음악에 두고 있어서 ...기존의 프로 그래시브 팬들에게는 경박한 댄스 음악으로 평가되곤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뉴웨이브 프로그래시브는 기존의 프로그래시브와 그다지 관계가 없고, 프로그래시브의 계보를 잊는 네오프로그래시 브 와도 결별관계에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프로락 메니어 들 사이에서는 댄스음악으로 평가된 음악이라니?
그는 그 글에서 Throbbing Gristle, The Garden O.S.T. Japan, Nagativland, OMD, Bauhaus, Ultravox, 등을 뉴웨이브 프로그래시 브 그룹의 예로 들고 있다.게다가 그는 파격적으로 "최근 얼터너티 브 그룹으로 뒤늦게 알려진 Sonic Youth....와 같은 그룹들이 미국 뉴웨이브 프로그래시브를 형성하고 있다." 라고 말한다. 의아한 일 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관점은 도대체 뭔가?
그가 말하는 뉴웨이브 프로그래시브는 어떠한 음악을 가리키는 것 인가. 하릴없는 장르세분화 장난인가, 그렇지 않으면 의미 있는 장 르 구분일것인가.
나에게는 그가 예로든 그룹들이 거의 생소하였고 알고 있는 정도로 는 울트라복스와 소닉 유스, 제팬 정도였다. 소닉유스는 우리가 모 두 잘 알고 있다 싶이 펑크그룹이고 제펜은 듀란듀란의 선배격인 뉴웨이브 그룹이다. 이들을 아무리 뉴웨이브라는 말이 붙더라도 '
프로그래시브'라고 부르다니?! 뉴웨이브와 프로그래시브는 완전히 이질적인 장르가 아니던가.
아마도 그는 뉴웨이브의 연장선상에서 실험성을 가미한 음악을 하 는, 컬트성이 강하고 기존음악판도에 대해 나름대로 이질적인 음악 들을 뉴웨이브 프로그래시브라고 부르려 하는 것 같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거부감이 이는 동시에 어느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제펜이 팝적인 음악으로 출발해서 점차 자신들 의 음악성을 확립해 갔다고 하는데, 만약 팝적인 면모를 둔 그룹이 자신의 음악적 색채를 완성시키고 보다 확신에 찬 음악을 만들었다 고 해서 프로그래시브라는 전혀 별개의 장르로 이동했다고 평가하 는 것은 넌센스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뉴웨이브 성향을 가지고 있으나 그렇다고 뉴웨 이브라고 부를 수 없는 어떤 것,실험적이고 컬트성이 강한 그런 것, 그런 것은 이러한 새로운 합성어를 붙여도 큰일이 나진 않을 법하기도 하다.
사실, 그가 예를 든 울트라복스나 요사이 등장한 미란다섹스가든 같은 그룹들은 기존의 프로그래시브와 큰 음악적 연관이 없으면서 도 일반적 팝의 테투리에 묶어두기는 모호한 음악을 하고 있지 않 은가. 독일의 전자음악 그룹 크라프트베르크 역시 이 범주에 포함 되지 않을까.
이러한 논점에 기대에 말한다면 미란다섹스가든 정도를 뉴웨이브 프로그래시브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미란다섹스가든의 음악은 인도음악적인 분위기와 신비로움, 그리고 펑크적 휠링들이 교묘하 게 뒤섞여 있다.
바로 이러한 음악, 네오프로그래시브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정통프 로락도 아니면서, 팝도 아니면서, 무엇인가 이질적이고 규정하기 모호하면서도, 실험적인 색채의 음악들, 게다가 그 음악의 뿌리에 는 뉴웨이브의 정신이 살아있는 그런것, 바로 그런 것이 뉴웨이브 프로그래시브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무엇인가 뒤틀리고 좀 분위기가 어둡고 약간 실험 같은 장 난을 한다고 해서 프로그래시브를 붙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일부의 모던락 추종자들이 몸살을 일으키며 거부하듯 무슨 프로그래시브라는 단어가 어떤 특별한 계층적 의미가 있어서가 아 니라, 다만 프로그래시브라는 것도 일정한 패턴을 가진 음악 장르 를 가리키는 명칭이기 때문인데, 무조건 비틀고 비오버그라운드적 인 연주를 한다고 프로그래시브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뉴 웨이브프로그래시브라는 단어가, 철없이 조금 언더적인 성향을 띤 뉴웨이브를 말한다면 그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2.This Mortal Coil - Blood 나는 그 글에서 소개된 바 있는 [This Mortal Coil ] 이라는 그룹 의 'BLOOD' 앨범을 최근에 우연히 구입 했다. 난 이들의 음악을 어 떤 FM 프로그램에서 들었고 게스트 디제이는 이 그룹을 모던락의 범주에서 소개했던 것 같다.
이 앨범을 사면서 까지도 나는 이 그룹의 음악이 대체 어떨까, 종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안면이 있는 가게 점원아가씨는 내가 산 이 앨범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반가움과 궁금증을 가진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어머, 이거 이름을 많이 듣긴 했는데...어떤 음악하는 애들이죠?"
그 분은 매장에 이 앨범이 들어온 것을 그때까지 몰랐었나 보다.
글쎄, 나는, 라디오에서는 모던락이라고 했고, 잡지에서는 생소하 게 뉴웨이브 프로그래시브라고 한 이 그룹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랐지만, "모던락 쪽으로 알고 있는데요." 라고 대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어본 이들의 음악은 기대이상으로 만족감 을 주었다.
이들의 음악은 어두운 단색의 빛깔을 띄고 있다. 따뜻하고 인간적 인 색채를 내는 분홍빛이나 자연적인 초록빛을 띄고 있지 않다. 이 들은 어두운 회색톤의 연주를 들려주다가, 검정색 흑백이기도 하다 가, 때로는 가을의 낙엽처럼 갈색의 쓸쓸한 빛으로 노래부른다. 이 들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때로는 실험적이기도 하며, 어떨때는 비 인간적인 인더스터리얼이기도 하다가 단순한 댄스곡이 되기도 한 다. 이들의 음악에는 선배 그룹들의 방법론이 하나하나 뿌리가 되 어 있다. depeche MODE 의 인더스터리얼적 형태와 Yazoo 의 어두운 댄스리듬이 이들의 음악의 자양분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이들은 그런 선배들의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단백한, 즐길 수 있는 뉴웨이브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키고 전혀 느낌이 다른 진지하고 건조한 음악으로 재생산해 내고 있다.
이들의 음악에서는 Clannad 의 신비로움도 느껴지다가, 전자음악과 현을 이용했던 유리스믹스의 환영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76분 25초, 21 곡의 this mortal coil, Blood 앨범은 자켓의 눈자 위가 검은 여인의 모습처럼-그녀는 마약 중독자일까?- 젊고 냉정하 며 차가우며 지루하지 않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절제의 미가 느껴진다랄까, 76분은 어느새 금방 흘러가버린다.

3. 마치며.
많은 아티스트들이 인터뷰 따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 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본다.
"당신들의 음악은 프로그래시브(또는 모던락, 얼터, 헤비메탈, 둠, 데스 , 고딕) 인가요?"
그렇게 물으면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우리의 음악은 딱잘라서 그렇게 말할 순 없어요. 다만 우리는 우 리일 뿐이예요."
그것은 왜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것은 일종의 확장성 때문이 아닐까, 하고.
누군가, '나의 음악, 예술'을 무엇이라고 규정지어버린다면 '나는'
그것에 얽메이게 되고 그 범위를 벗어나는 새로운 시도로 나아가기 어려워지고 그렇다면 진부함만 가득할 뿐 발전은 더딜 수 밖에 없 을 것이다.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만약 내가 이들, 디스 모르탈 코일의 음악을 뉴웨이브, 또는 뉴뮤직, 또는 모던락, 또는 누군가 그렇게 소개했 듯이 뉴웨이브 프로그래시브 라고 불러버린다면 이들의 음악은 분 명 소외될 것이 뻔하다. 뉴웨이브라고 소개한다면 QVL 과 오잔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음악을 외면할 것이고 모던락을 좋아하 는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까. 반대로 이들을 뉴웨이브프로 그래시브라고 누군가의 말을 빌어 소개한다면, 뉴뮤직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서 듣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을까.
나는 이글을 읽는 분들에게 이들의 음악을 한번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들의 음악은 상당히 휼륭하다.

만족도 75%

- 아일랜드, 찬서리...

[이 글은 하이텔 언더그라운드 동호회 아트락 게시판(under 14)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으며 삭제나 수정을 원하실 mailto:경우정철zepelin@hanmir.com에게 요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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