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C/김경진

제 목:클래식과 록의 결합!! 또는 조화(1) 관련자료:없음 [2278] 보낸이:김경진 (ARZACHEL) 1996-10-15 18:14 조회:584

지난 봄, 일본 빅터로부터 날아온 소식지 형태의 한 정기 간행물을 훑어보다 눈 에 확 띄는 사진 한 장과 함께 실린 기사를 보았다. 그것은 독일의 멜로딕 스래쉬 그룹 레이지(Rage)의 리더이자 보컬인 피터 바그너(Peter 'Peavy' Wagner)가 콘 트라베이스를 켜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고, 그룹이 오케스트라와 환상의 공 연을 펼쳤다는 제목과 새 앨범에 대한 내용이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일본어 에는 완전한 까막눈이라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지만, 『죽음의 언어』라는 앨범 제목과,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 등의 말로 미루어 (일본인들 특유의 과장된, 때론 얼토당토않은 수사법에 대해 늘 경계의 눈초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뭔가 대단한 작업일 거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전영혁 의 음악세계>를 통해 처음 들었던 이 앨범은 기대 이상의 만족을 가져다 주었고, 音 하나하나가 지닌 아름다움에 넋이 나간 나는 이건 꼭 발매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굳혀야 했다. 사실 처음부터, 같은 시기에 발매된 블라인드 가디언이나 임펠 리테리의 새 앨범보다도 이러한 외도적 성향의 작품에 더욱 관심이 쏠린 이유는 물론 개인적으로 이런 류 {{ . 많은 매니아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그 쟝르가 포괄하는 범위와 내용면에 있 어 타 쟝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아트 록(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프로그레시브'라는 용어가 일반적인 것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아트 록'이 라는 말이 더욱 상위의 개념으로 정착되어 쓰이고 있다)을 즐겨 듣는 이들의 경 우, 자신도 모르게 음악에 포함된 어떤 특정한 요소들만으로 그 음악을 평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주 생소한 앨범일지라도 뒷면의 인덱스에 'Mellotron'이 명시 되어 있다거나 'String Arrangement by..' 혹은 'Orchestra Conducted by..' 라는 글이 적혀 있다면 그 앨범은 일단 50퍼센트 아니 그 이상의 믿음을 주게 되는 것 이다. 이는 클래식 음악이 가지는 아름다운 선율과 화려한 사운드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聽者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 의 음악을 좋아하는 탓이겠지만, 도대체 왜 요즈음들어 이러한 작업들이 유행처럼 번지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쟝르간의 크로스오버는 인간의 문화 양식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중 음악의 역사에서 그 줄기를 형성해왔다. 아! 물론 여기서 '자연스럽다'라는 말은 다분히 通時的인 관점에서, 별다른 감정 없이 역사 책을 읽듯 지금 이 순간 뒤를 돌아다봤을 때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서로 대등한 두 문화의 충돌에는 항상 엄청난 파장이 일기 마련이고, 우연성을 배제한 어떤 경 우에든 새로운 문화의 탄생이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는 것은 周知의 사실이다. 음 악에 있어서도 그건 예외가 될 수 없다. 리듬 앤 블루스와 컨트리 앤 웨스턴-용어 자체에서 보이듯 이것도 '접목'과 '융합'의 소산이긴 하지만-에 록커빌리를 결합 한 록큰롤로 팝 음악의 판도를 바꾸어버린 엘비스와, 그가 이룬 바탕 위에서 온갖 다양한 음악 또는 음악 외적 요소들을 도입하여 팝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비 틀즈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변화는, 그들이 감수해야 했던 비난들을 단번에 일축 시키고도 남을 만한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비트를 강 조하는 록 음악의 정형이 되는 기초를 제시했다면 비틀즈는 쟝르간의 다양한 크 로스오버와 그 결과로 생기는 '새로운 음악'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 준 것이 다. 잘 알려진 바처럼 최초의 컨셉트 앨범-『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와 음악의 접목-, 최초의 테이프 역회전 사운드 도입-<Tomorrow Never Knows>: '음악이 아닌' 요소와 음악의 접목-, 최초의 멜로트론 사운드 도입-<Strawberry Fields Forever>: 사운드의 신기원을 이루는 장치와의 접목-, 최초의 민속 악기 도입-<Norwegian Wood>: 인도의 악기인 시 타 사용- 등등.. 클래식과 록의 융합을 최초로 시도한 그룹 역시 비틀즈로 기록된 다. 에서의 현악기의 도입은 물론, <Eleanor Rigby>의 아기자기한 스트링 편곡, <Got To Get You Into My Life>의 화려한 브라스 사운드 등을 통 해 이들은 크로스오버적인 시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1967년,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이라 평가되는 무디 블루스의 『Days Of Future Passed』가 발매된다. 이후로 많은 그룹들이 시도하는 '오케스트라와의 협 연'의 기원을 이루는 이 작품은,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모티브로 작곡 되어 피터 나이트(Peter Knight)의 지휘 아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을 하였으며 지금까지 프로그레시브 록의 고전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록이라기보다는 클래식적인 요소가 더욱 강하게 드러난 사운드를 담고 있으며, '하루'라는 주제를 다룬 완벽한 컨셉트 앨범이라는 점과 미학적인 완성도의 측면 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록과 클래식의 훌륭한 조화'를 이룬 작품은 아니 었다. 그 후 이런 오케스트라나 스트링의 도입은 특히 아트 록을 추구하는 많은 그룹들에 유행처럼 번져, 당시 발매된 많은 유, 무명 밴드들의 앨범들에는 고스란 히 그 흔적들이 남아있다. 무디 블루스 이후 또다시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던 팀은 바로 딥 퍼플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던 키 보디스트 존 로드(Jon Lord)는 초기 딥 퍼플의 사운드에 클래식적인 요소를 적절 히 가미하여, 아름다운 바이올린과 키보드가 조화를 이룬 이나 마치 잘 꾸며진 클래식 소품같은 느낌을 주는 등과 같은 명곡을 만들어냈었다.
결국 그의 주도하에 밴드는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한 작곡가 말콤 아놀드 (Malcolm Arnold)의 지휘 아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Concerto For Group And Orchestra』를 발표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실험을 위 한 실험'에 그치고 말았는데, 클래식 파트와 록 파트가 확연히 분리-'조화'가 아 닌-되는 구성은 말할 것도 없고 하드 록이 지닌 폭발하는 에너지도, 클래식 음악 에서 느낄 수 있는 美感도 잃어버린 어정쩡한 사운드로 가득 찬 앨범이었다. 너무 앞서기만 한 의욕이 문제였을까? 존 로드의 이러한 클래식 추구의 경향은 그룹 탈퇴 후 발표한 일련의 솔로 앨범들에서 잘 나타난다. 이에 비해 같은 해 발표된 핑크 플로이드의 『Atom Heart Mother』는 론 기신(Ron Geesin), 존 알디스 합 창단과의 협연으로 이루어진 앨범으로, 각종 저널리스트들과 팬들로부터 크게 호 평을 받은 작품이었다. 앨범의 타이틀 곡은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각종 효과음과 독특한 합창, 그리고 아름다운 첼로 소리가 어우러져 누구도 범접 못할 플로이드 특유의 음악 세계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것에 클래식과 록의 조화를 이룬 작품으 로서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외형적인 조건 외에 클래식 작품 과의 유사성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들 외에 아예 '클래시컬 록' 으로 불리우는 르네상스(Renaissance)나 에니드(The Enid) 같은 팀이 있긴 하지 만, 오히려 옛 전통을 잘 이어받아 성공적으로 접목을 시킨 예는 이태리의 록 음 악에서 볼 수 있다.

제 목:클래식과 록의 결합!! 또는 조화(2) 관련자료:없음 [2295] 보낸이:김경진 (ARZACHEL) 1996-11-05 14:53 조회:684

영화 음악 감독이자 제작자, 그리고 편곡가인 루이스 엔리께즈 바깔로프(Luis Enriquez Bacalov)는 이태리 음악 팬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 우리에 게도 너무나 잘 알려져 친숙한 뉴 트롤스(New Trolls)의 『Concerto Gross Per 1 』('71)에 함께 참여한 그는 와 <Cadenza-Andante Con Moto>의 눈물나도 록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과 쳄발로 사운드를 있게 한 장본인이다. 이들의 離合 集散이 있은 후 다시 참여한 『Concerto Grosso N°2』('76)에서도 역시 오케스 트레이션을 담당하여 이번에는 클래식의 감각을 팝적인 요소에 담아 듣기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 그 외에 그가 참여한 잘 알려진 작품으로 오잔나(Osanna)의 『 Milano Calibro 9』('72)와 로베쉬오 델라 메달리아(Rovescio Della Medaglia)의 『Contaminazione』('73)가 있다. 이 두 앨범들은 이태리 음악이 가지는 특유의 정서에 고전 음악의 우아한 요소, 그리고 적절한 실험성이 가미된 秀作으로, 이 태리 록 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들이다. 그는 깐초네 가수인 빠 올로 프레스꾸라(Paolo Frescura)의 작품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렇듯 눈에 띄는 인물, 수퍼 그룹들 뿐 아니라 이 나라의 수많은 무명 그룹, 아티스트들은 이러한 시도 자체를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듯 하다. 라떼 에 미엘레(Latte E Miele)는 비발디와 베토벤을 카피했고, 카피슘 레드(Capisum Red)는 베토벤의 피 아노 소나타 을 모티브로 연주했으며-이것은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 (Emerson Lake & Palmer)가 했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나 스페인의 로스 까나리오스(Los Canarios)가 했던 비발디의 또는 레인보우의 베토벤 9번 교향곡 <Difficult To Cure> 등과 또 다른 차별을 가지는 작업이다-, 플래너 테리엄(Planetarium)의 유일작에는 '록 비트가 가미된 클래식 소품'들이 담겨 있 다. 빠에제 데이 발로끼(Il Paese Dei Balocchi)의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은 아름 답거나 밝지 않고 시종일관 암울하고 몽롱하게 전개된다. 뿌(I Pooh)나 지아르디 노 데이 셈쁠리치(Il Giardino Dei Semplici), 보떼가 델라르떼(La Bottega Dell'Arte) 등 '팝 프로그레시브' 그룹들의 음악에는 스트링과 오케스트레이션이 아예 전면에 나선다. 이렇듯 선율이 강조되고 감성적인, 여성적인 음악이 주를 이루는 대신 강한 하드 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누구도 '이탤리언 스래쉬' 라는 어색하기 짝없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트 록 계열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숱한 시도들과 작업들로 록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는 더욱 넓어진 셈이 된다. 헤비 메틀, 하드 록 밴드에서도 클래식-혹은 클래식적인 요소-과의 접목을 이룬 예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모두들 레인보우(Rainbow)의 <Rainbow Eyes>에 흐르던 그 잔잔한 현악 사운드를 기억할 것이다. 이들은 그 이전에 두 번째 앨범 『Rising』('76)에서 대규모 오케스트라 를 동원하여 명곡 를 만들어냈었다. 아서 리(Arthur Lee)가 이끌던 싸이키델릭 그룹 러브(Love)의 『Forever Changes』('67), 타미 볼린(Tommy Bolin)이 참여했던 제임스 갱(James Gang)의 『Bang』('73)에 수록된 , 앨리스 쿠퍼(Alice Cooper)의 『Welcome To My Nightmare』('75)의 <Years Ago>, , <The Awakening>으로 이어지는 3부작,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Diary Of A Madman』('81)의 타이틀곡과 『Bark At The Moon』('83)의 <So Tired>, 그리고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Use Your Illusion I』('91) 의 <November Rain>, 익스트림(Extreme)의 『III Side To Every Story』('93)의 <Everything Under The Sun>에 이르기까지, 유행에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표현 수단으로 클래식의 요소를 차용한 많은 그룹들이 예술성, 작품성을 인정받아왔 다. 하지만 위에 예로 든 작품들을 제외한다면 근래의 록계에서 이러한 류의 음 악은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이다. 아트 록의 새 조류를 타고 등장한 네오 프로그레 시브(Neo-Progressive) 그룹이나 소위 아트 메틀 혹은 프로그레시브 메틀로 불리 우는 쟝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본격적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을 도입하여 모 짜르트, 베토벤 등의 곡을 연주하는 새비티지(Savatage)와 같은 그룹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이들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현이나 관악기 등의 '고전적인' 편 성보다는 더욱 다양해진 키보드와 샘플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90년대 이후 언 더그라운드 메틀의 메카처럼 되어버린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 등장하는 밴드들의 사운드에서 간혹 놀라게 되는 일이 있는데, 블랙, 데스메틀로 분류되는 몇몇 팀들의 작품에서 들려오는 바이올린, 플룻, 그리고 색소폰 소리는 음침한 저음의 보컬, 기타와 어우러져 서정적이다 못해 듣는 이를 취하게 하는 몽롱한 분위기를 이룬다. 여하튼 英, 美 팝 음악의 주류를 이루는 얼터너티브, 펑크 등 모던 록이 팬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지상(Overground)에서 군림하고 있을 때, 저 다른 편에서는 定型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입을 이루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일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블랙 메틀, 그리고 독일을 중심 으로 한 멜로딕 파워 메틀(Melodic Power Metal 또는 Melodic Thrash) 밴드들 사 이에서 자신들의 음악에 클래식의 요소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서사적인 가사 내용에 걸맞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기타 연주가 이 루어내는 교향악적인 전개와 치밀한 구성으로 스래쉬 메틀의 새 장을 열었던 헬 로윈(Helloween)의 등장 이래 이들의 영향을 받은 많은 그룹들 중, 모방에서 새 로운 창조와 발전을 이룬 소수의 팀들은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독 일의 블라인드 가디언(Blind Guardian), 핀란드의 스트라토베리우스 (Stratovarius), 브라질의 앙그라(Angra)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은 또한 앞서 계속 언급된 크로스오버의 작업을 훌륭히 이루어낸 밴드들이기 도 하다. 올들어 발표된 실험적인, 그러나 높은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앨범들에는 이들의 작품이 어김없이 포함된다.

ULI JON ROTH / Prologue To The Symphonic Legends 스콜피온스(Scorpions)의 탈퇴 이후 자신의 그룹 일렉트릭 썬(Electric Sun)의 결성과 꾸준한 솔로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실험적인 작품들을 발표해 온 기타리 스트 울리히 로스(Uli Jon Roth)는, 지난 해 말 제작을 완료하여 새해의 시작과 함께 발표한 새 앨범 『Prologue To The Symphonic Legends』로 또 다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 작품은 그가 새로운 프로젝트 그룹 스카이 오브 어밸론 (Sky Of Avalon)을 결성하여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그리고 이미 상당히 진척되 어 있는 작품 『The Legends Of Avalon』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앨범으로, '서막 (Prologue)'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이후에 발매될 세 작품들에서 발췌한 비중있 는 곡들로 구성되었다. 그는 벌써 세 작품을 대부분의 녹음까지도 끝낸 상태이 며, 네 번째 작품이 준비중에 있고 다섯 번째 작품은 마음 속에서 그 윤곽을 잡 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쓴 SF 소설에 기초한 이 연작은 합창단과 오케스 트라의 참여로 화려하고 웅장한 심포닉 록을 이룬다. 단지 '맛배기'에 불과한, 30분 남짓의 짧은 수록 시간을 가진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짙은 여운을 길 게 남기는 작품이다. 푸치니의 오페라를 편곡하여 들려주는 곡들을 비롯하여, 소 프라노를 포함한 여성 합창단의 적절한 배치와 현악 오케스트라의 사용은 이 앨 범을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만든다. 사실 좀 과하다 싶은 부분도 눈에 띄긴 하지 만, 그래서 어떤 이는 울리히 로스가 갈 데까지 갔구나 하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과거 유산의 무분별한 답습이라는 차원에서 이 시대와 어울리 지 않는 발상이라 단언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그 안에서 또 다른 새로운 가능성 을 보았기 때문이다.

ANGRA / Holy Land 같은 브라질 출신인 세풀투라(Sepultura)와는 너무도 다른 음악을 펼쳐 보이는 그룹 앙그라는, 이전의 여러 그룹들이 그러했듯 앙드레 마토스(Andre Matos)라는 리더 1인의 음악적 성향과 재능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밴드 중의 하나이다. 물 론 라파엘 비텐커트(Rafael Bittencourt)의 클래시컬한 기타 프레이즈는 키코 루 레이로(Kiko Loureiro)의 헤비한 연주에 섬세한 아름다움을 더해주어 특유의 선 율을 이루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리카르도 콘페소리(Ricardo Confessori)의 민속 타악의 리듬이 깃든 드러밍은 여타 밴드와 분명한 차별을 둘 수 있는 요소 가 될 수 있다. 그러한 독특한 바탕 위에 덧입혀진 현악기와 어쿠스틱 피아노, 성가대 합창의 약간은 어색한, 그러나 어느 순간 자연스레 서로 녹아든 사운드의 절묘한 조합은 '클래시컬 록'이라 이름할 수 있는 다른 음악들과도 일정한 거리 를 두게 된다. 첫 앨범에서의 평범한 시도에 만족했더라면-물론 이 또한 수작임 에는 틀립없지만- 『Holy Land』에서의 이러한 음악적 성숙은 이루지 못했을 것 이다.

STRATOVARIUS / Episode 헬로윈의 마이클 키스케(Michael Kiske), 앙그라의 앙드레 마토스, 그리고 스 트라토베리우스의 티모 코티펠토(Timo Kotipelto), 이 3인의 공통점은 보컬리스 트라는 점 외에 이들의 音色이 서로 상당히 유사한 부분을 가진다는 점이다. 물 론 쭉쭉 뻗는 고음역의 보컬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마이클 키스케 이후 등장한 이들 보컬리스트들이 초기에는 그저 헬로윈을 모방하려는 듯 여겨졌던 것 은 사실이나, 이제 앙그라의 연주나 보컬에서 그러한 흔적을 찾는다는 것은 무의 미한 일이 될 정도로 확고한 나름대로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스트라토베 리우스의 신작 『Episode』를 들어보면 전성기의 헬로윈과 놀라울 정도롤 흡사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첫 곡에서부터 나타나는 헬로윈의 향기는 앨범의 초반부를 완전히 뒤덮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힘찬 보컬과 수려한 멜로디의 기타, 그리고 코러스에 이르기까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뛰어난 곡들이 전개 되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오케스트라와 현악의 도입이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주가 되는 스피드 메틀을 받쳐주며 심포닉한 곡의 분위기 를 이루는 역할을 하는데 허술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이유는 뛰어난 편곡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몇몇 곡에 사용된 합창단의 신비로운 코러스 역시 듣는 이를 무아경으로 인도한다. 앨범 제작을 위해 30인조 오케스트라와 40인조의 합창단이 참여했다.

BLIND GUARDIAN / The Forgotten Tales 힘이 넘치는 리듬과 화려한 멜로디,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지 퀴르쉬(Hansi Kursch)만의 독특한 보컬로 '가장 독일적인 밴드'라는 평이 결코 어색하지 않은 그룹. 블라인드 가디언이 처음으로 클래식과의 접목을 시도한 곡은, 첫 앨범 『 Battalions Of Fear』('88)의 수록곡 <By The Gates Of Moria>이다. 드보르작의 의 주 멜로디를 담은 이 곡 이래 이들은 꾸준히 실험적인 시도를 해왔 다. 두 번째 앨범 『Follow The Blind』('89)의 타이틀 트랙에서 들리는 그레고 리안 성가나 『Somewhere Far Beyond』('92)에서 백파이프로만 연주된 <The Piper's Calling>, 그리고 오케스트라로 연주된 <Theatre Of Pain> 등이 그 예이 다. 새 앨범 『The Forgotten Tales』에는 클래시컬 버젼으로 편곡되어 아름다운 사운드를 들려주는 곡들이 담겨 있다.

RAGE And The SYMPHONIC ORCHESTRA PRAGUE / Lingua Mortis '이것은 참여한 모든 음악가들에게 대단한 경험이었고, 놀라웁게도 우리의 노 래들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음악이 담겨 있는지 깨달았다.' '조명을 어둡게 하 고, 기대어 앉아, 편한 마음으로 클래식 음악과 헤비 메틀의 이 놀라운 조합이 당신의 피부 아래 기어가도록 놓아 두시오.' 북클렛 안쪽에 쓰여진 짤막한 이 문 구들만으로 앨범의 성격은 명확히 드러난다. 아니, 아예 CD 케이스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해 놓았다. 'RAGE Das Klassik Album'. 독일의 간판급 스래쉬 그룹인 레이지의 새로운 앨범은 정말로 '놀라운' 작품이다. '죽음의 언어'라는 뜻의 라 틴어인 『Lingua Mortis』를 타이틀로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담 은 이 앨범의 수록곡 제목만 본다면 베스트 앨범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것은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들로 다시 태어난 곡들임을, 첫 곡이 울려나오는 순 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해 발매되었던 앨범 『Black In Mind』의 수록곡들 을 중심으로 『The Missing Link』('93), 『Perfect Man』('88)에서 발췌한 곡들 이 아름답고 웅장한 클래식 곡으로, 심포닉 록으로 바뀌어 감동을 준다. 아마도 90년대의 모든 크로스오버적 시도를 통틀어 최상의 작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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