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ger Waters - In the Flesh tour,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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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헌님의 리뷰 [1]

1 # 정철 2002 04 02 Unofficial Version[ | ]

핑크 플로이드의 공연이 있을것이다라는 루머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돌았다. 판문점에서 공연을 할거라는 둥, The Wall공연을 재현할거라는 둥 루머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었다. 작년말부터 그것이 로저 워터스의 공연이라는 보다 현실감있는 소식으로 바뀌었고 그의 투어 리스트에 참실Chamsil이 적혀있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은 점점 들떴다. 그리고 예매가 시작되었다.

내가 제일 처음 샀던 그들의 판은 The Dark Side of the Moon이었다. 내가 제일 처음 산 프로그레시브락 시디였던 것 같다. 20주년 기념반이라 리마스터링이 잘 되어 더 좋게 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깔끔하고 치밀한 구성에 맛이 홀랑 갔었다. 그리고 Wish You Were Here의 조선 라이센스 반을 샀다. 전영혁의 오버하는 해설이 아니었어도 그 음반은 전율 그 자체였으며 불끄고 혼자 그 판을 들은 것이 몇번인지 모르겠다. 언젠가 내가 죽으면 나를 화장해달라고 말할거고 그 불길에 Wish You Were Here LP도 함께 넣어달라고 할거다. 오버라고? -_- 진심이다.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음반중에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은 그 잔잔한 음반이었다. 이후 나는 급속히 프로그레시브 락으로 빠져들어갔다.

로저 형이 Amused to Death를 내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가 데이빗의 플로이드와 별로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Pros and Cons of Hitch Hiking은 음악적으로 그리 강한 임팩트가 없었고 Radio KAOS는 아마 로저가 만들어낸 최악의 음반일 것이다. 아무리 구제해주고 싶어도 그럴 여지가 없는 구린 판이었다. 하지만 92년에 Amused to Death를 냈을때 그는 결국 그가 만들고자 하는 것의 정점을 만들어내었다. 77년에 발매한 Animals이후 그는 15년간 단 한순간도 세상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는데 The Wall이 첫번째 정점이었다면 Amused to Death는 완성에 가까왔던 것이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그는 그 앨범을 내고 죽었어도 별로 여한이 없었을 것 같다.

젠장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같은 날 회의를 한다. 사람들하고 만나기로 했는데 회의는 시작되었고 전화가 계속 걸려와 결국 나는 핸드폰을 꺼야했다. 단 한마디도 쓸모있는 말을 듣지 못한 채 간신히 회의가 끝났고 나는 바로 잠실로 튀어갔다. 뭐랄까 말로만듣던 150톤의 공연장비로는 전혀 안보이는, 생각보다 썰렁한 무대를 바라보며 나는 김밥을 먹었다. 지인들과 몇마디 주고받긴 했지만 별로 큰 감흥은 없었다. 새벽에 서지도 않을것 같은 에릭 클랩튼의 맥아리없는 연주가 계속 흘러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젠장 원더풀 투나잇을 들으러 내가 여기까지 튀어왔는줄 알아? 로저가 늦는다는 말을 들으며 더더욱 힘이 풀린 나는 과연 여기서 내가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역시나. In the Flesh가 흘러나와도 나는 그저 그랬다. 제복입은 독재자의 로저를 보고싶어했던 것은 아니었을텐데. 머리는 기대하지 않았어도 마음은 기대했나보다. 이후 전성기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공연을 보면서 나는 실망에 실망을 거듭했지만 이미 In the Flesh 시디를 들으며 나름대로 정을 붙여왔기 때문에 즐길 수 있었다. 전혀 싸이키델릭하지 않은 물방울 화면을 보며 Set the Controls for the Heart of the Sun을 들으니 정말 그 시대가 가긴 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부에서는 다행히 Wish You Were Here의 연주가 아주 좋았기때문에 별로 실망스럽지 않았다.

나는 2부를 더 기대해왔다. 시디를 들을때도 Amused to Death의 곡들이 줗았었으니 말이다. 역시 Perfect Sense가 나왔을 때 이것이 로저의 음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의 위력이 안데스에 펩시콜라를 가져다 놓는것을 그가 기적이라고 말할때, 벤츠와 페라리를 선택할 수 있는 그 기적에 대해 비꼴때 그것이 바로 로저의 음악이었다. Brain Damage와 Comfortably Numb을 폭발적으로 즐긴 나는 죽음 자체에 도취되어있는amused to death 우리들을, 무기력하게 하지만 너무도 편안히 마비되어가는comfortably numb우리를 위해 그가 작은 촛불each small candle을 켜줄거라 생각했다. Each Small Candle은 In the Flesh 라이브 시디의 마무리로 너무도 적합한 희망의 노래였다. 그 곡이 안나오고 Flickering Flame이 나왔을때 나는 흠 앵콜 두번째 곡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오지 않았다. Flickering Flame도 마지막으로 괜찮은 곡이었지만 각각의 촛불이 어두운 구석을 밝힌다는 가사를 따라부르며 핸드폰이라도 꺼내들 생각을 했던 나는 역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배신을 때리는구먼.

다 끝나고 뭔가 아직 덜 끝난 느낌이 드는 가운데 공연장을 나왔다. 역시 오길 잘했다. 옛 애인이 몰락해가는 것도 다 봐주어야 진짜 연인이겠지. 로저는 새로운 락 오페라를 준비중이라한다. 그가 어떤 음악을 해도 나는 그를 지켜볼것이다. 그는 광고 카피처럼 핑크 플로이드의 비젼이었으니까. --거북이 2002 04 03

2 # 정철 2002 04 02 Official Version[ | ]

결국 로저 워터스Roger Waters가 이 나라에 왔다. 그가 솔로활동을 시작한지 이십여년 만의 일이다. 그리고 그가 음악을 시작한지 사십년이 훌쩍 지나서야 우리는 겨우 그를 볼 수 있었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음악으로 중고등학교 시절을 벅차게 보냈던 나(혹은 그대)는 이제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너무 늦었다. 지금의 나는 이미 그때의 가슴이 아니다. 지금 핑크 플로이드와 로저 워터스는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지만 그때처럼 나의 우상은 아닌것이다. 나는 이미 아픈 마음을 다 추스려 담담하게 지난 연인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번 투어는 99년에도 있었던 인 더 플레쉬In the Flesh 투어의 재탕이다. 연주하는 곡들도 그때와 거의 비슷하고 따라서 이미 두장의 라이브 시디로 발매된 In the Flesh 시디나 DVD를 본 사람들은 그 분위기를 짐작할만 했다. 실제로도 그러했고. 하지만 핑크 플로이드 공연의 특징인 효과음의 적절한 사용, 360도로 회전하는 웅장한 사운드, 음악과 동시에 스토리에 맞춰 보여주는 환상적인 이미지, 화려한 여성 코러스 등으로 특징지울 수 있는 종합예술적 성격은 역시 공연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연극적 무대진행, 싸이키델릭 라이트 쇼 등과같이 이제는 공연에서도 얻을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그것은 이미 갈라서버린 로저 워터스와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가 결합하기를 바라는 것과 비슷할것이다.

The Wall앨범의 첫곡이자 이번공연의 타이틀인 In the Flesh?로 포문을 열고 연속으로 The Wall의 백미들을 들려준다. 빌보드 1위곡 Another Brick in the Wall pt.2가 나오자 사람들이 따라부르면서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후 Animals 수록곡 Dogs와 유일한 초기 곡 Set the Controls for the Heart of the Sun이 나오고 Wish You Were Here 앨범의 곡들이 흘러나왔다. Set the Controls for the Heart of the Sun은 초기 싸이키델릭 분위기를 잘 담고있는 곡으로 많은 이들은 1부의 절정을 이 곡이 나올 때로 잡았다. 하지만 역시 개인적으로 1부의 절정은 단 한곡을 뺀 전곡이 흘러나온 Wish You Were Here 앨범의 곡들이었던 것 같다. 핑크 플로이드의 초기 영웅 시드 배럿Syd Barret을 그리는 그 곡들은 앨범만큼이나 블루지한 느낌을 잘 살려낸 연주로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하지만 역시 이 자리에는 스노위 화이트Snowy White보다는 데이빗 길모어가 있어야 했다. 그의 기타 톤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대가 여기 있었다면…Wish You Were Here…

두번째 파트는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곡들로 시작되었다. 빌보드 200위안에 무려 육백주 이상 올라와있던 슈퍼 베스트셀러이자 상업성과 음악성이 고도로 응축되었던 최고의 프로그레시브 락 앨범의 수록곡들인만큼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분주했던 사람들을 다시한번 흥분시켜놓았다. 그리고 그의 솔로앨범들에 있던 곡들이 나왔는데 역시 하이라이트는 불후의 명반 Amused to Death의 수록곡들이다. TV를 바라보며 죽음을 죽음인지도 모른채, 자신이 죽어가고 있는것도 모로고 그것을 즐기고있는 한마리 원숭이로 인류를 표현한 이 거대한 묵시록을 실황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축복이다. 공연의 끝은 핑크 플로이드 최고의 인기곡이라고 할만한 The Wall 수록곡 Comfortably Numb이었다. 핑크 플로이드 전 시기에 걸쳐 대부분을 작곡한 로저였지만 이 곡은 데이빗의 곡에 로저가 가사를 붙인 거의 유일한 곡이다. 바로 그 곡이 로저의 공연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역시 데이빗이 그리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 앵콜 곡으로는 평소에 하던 Each Small Candle이 아니라 신곡 Flickering Flame으로 이루어졌다. 역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곡이었지만 아무래도 이 공연 전체를 마무리짓는 곡으로는 Each Small Candle이 더 어울렸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공연은 핑크 플로이드의 중기 이후를 모조리 훑는 베스트적인 성격이 강하고 이후 로저의 음반에서 그동안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전쟁으로 물들인 20세기를 보내는 진혼곡Requem적인 느낌이 강하다. 상이 군인의 아들로 Animals앨범 이후 지속적으로 인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해왔던 로저 워터스는 그 진혼곡의 주재자로 부족함이 없다. 그가 Perfect Sense를 부르며 보여준 몸짓은 비록 영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관객들에게 전쟁의 부조리함을 다시한번 절실히 전해주었다.

프로그레시브 락의 전성기를 이루어내었던 인물중에 가장 중요한 인물 셋을 들라면 로버트 프립Robert Fripp, 피터 게이브리얼Peter Gabriel 그리고 로저 워터스를 들겠다. 이중 로버트 프립은 음악속에 빠졌던 반면 나머지 둘은 사회로 시선을 돌렸다. 피터 게이브리얼이 인권운동가이자 월드뮤직의 수호자로 실천적 삶을 살았다면 로저 워터스는 개인적 체험과 생각들을 보편적 정서로 승화시킨 예언자적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한순간을 드디어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로저 워터스 정도로 깐깐하고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핑크 플로이드 시절 곡들을 줄이고 그의 솔로 곡들을 좀 더 했으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이 공연을 시디로 들을 때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핑크 플로이드 시절의 곡들은 지금 로저 워터스의 보컬 스타일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그가 부르는 것은 조금 실망스럽다. 김추자가 신중현의 싸이키델릭 반주에서 노래하는 것과 지금 뽕짝스러운 반주에 맞추어 노래하는 것은 너무나 다른 것이니 말이다. 반면에 그의 솔로 곡들, 특히 Amused to Death의 곡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앨범의 분위기를 증폭시켜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핑크 플로이드 곡들에서는 왠지 어색했던 여성 코러스도 로저의 곡들에서는 아주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공연은 핑크 플로이드의 공연이 아니라 로저 워터스의 공연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해보자.

공연문화에 대해 한마디 안 할 수 없는데 일단 2만원에서 15만원까지 천차만별인 가격대와 마구 뿌려댄 초대권은 공연을 혼란스럽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가격을 균일가로 책정하되 취향을 배려하여 좌석과 스탠딩석 정도로만 구분해두는 것이 옳다. 그래야 흥분하며 즐길 관객은 앞으로 가고 편하게 구경할 사람은 의자에 앉을 것이 아닌가. 게다가 안전요원들의 과도한 간섭은 공연장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충분했다. 그리고 벌써 대형 공연을 여러 차례 가졌는데 아직도 공연 도중에 음질이 뭉개지는 일이 종종 있다. 이제 이런 것은 사라질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보다 앞선 세대들은 미군부대에서 빠져나온 판들을 점심을 굶어가며 샀고, 청계천에서 지글거리는 빽판으로 들었지만 금지곡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해했다. 내 세대는 선배들이 권해주던 라이센스 LP와 간간히 들어오는 시디들을 허겁지겁 사모으며 감동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후배들에게 며칠전 로저와 함께했던 시간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것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핵심, 로저 워터스는 그렇게 우리에게 왔다가 갔다. --거북이 2002 04 04

3 # 박준식 2002 04 02[ | ]

[#Xanadu]

준식입니다...

어제 오후 1시에 포항을 출발해서 조금전 오전 10시 30분에 포항에 다시 도착했습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네요…

뭐 다들 보셨을 공연이고… (아닌가요??) 자세한 설명보다는 그냥 제 느낌을 위주로 적어볼랍니다…^^

저는 대충 7시쯤 공연장에 들어간거 같습니다… 혼자 달랑가서 그런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더군요… 22구역을 알리는 표지가 바로 눈앞에 있어서 기다리는 내내 눈에 거슬렸는데… 다행히 공연 시작 전에 치워주더군요…^^ 제가 앉은 22열 맨 앞줄은 바동민들이 줄줄이 앉아 계신 자리인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다른 바동분들 얼굴도 모르고…그래서 그냥 조용히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의외로 제가 낮을 좀 가리거든요… 기다리는 시간동안 계속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이 왠지 기분은 안좋았습니다… 한마디로… 제 앞이 통로가 될것이고 만일 공연 도중에 사람들이 지나다닌다면..참 거슬리겠구나…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전 “david gilmour is wanker!!!”를 들고다니던 두친구는 참 재미있더군요…. wanker가 한국말로 뭐냐구 묻고 다니던데…-_-;;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점 하늘도 어두워지고 무대 세팅도 다 된거 같더군요… 20분 늦어진다는 장내방송도 나오고… 의외로 애들까지 데리고 온 아줌마 아저씨들이 눈에 많이 띄였습니다…

드디어 공연 시작입니다… 로저가 “Eins!! Twei!! Tri!! Alla!!”를 외칠 때… 저는 환호성을 지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빌어먹을 눈물’이 나더군요…

1987년… 두란두란과 왬을 좋아하던 대한민국의 한 중학생이… 이런저런 경로로 PinkFloyd 라는 그룹의 tape을 집어들게 됩니다… 그 tape이 그 말 많은 앨범 ‘A Momentary Lapse of Reason’이었습니다… 남들은 뭐라고 하든... 그 tape은 그날 같이 집어든 Yes의 ‘9012 live solos’와 함께 한 중학생의 음악듣기 취향을 결정적으로 뒤틀어 버립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났습니다… 그때의 그 중학생은 이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쳐 포항이라는 촌구석에서 대학원생이 되었고… 문제의 그 tape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아니 오히려 그 문제의 앨범 때문에 이런저런 안 좋은 이야기들도 듣게 되었지만… 한 소년의 사춘기 시절… 그의 가치관을 일그러뜨린 주인공 PinkFloyd 라는 그룹의 리더였던 RogerWaters 의 서울공연을 보고 있습니다…

99년과 2000년 로저가 미국에서 열심히 순회공연을 할때만 하더라도 그저 미국애들은 좋겠네…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예바동의 한분이 미국에서의 공연을 보고 관람기를 올리셨을때도 제가 그의 공연을 볼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혹시나 나중에 미국에 갈일이 있을 때나 운좋게 보게되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2002년에 유럽과 아시아에서 공연을 한다고 할때도 South Korea가 스케줄안에 들어갈거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그저 언제나 그렇듯이 혹시나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아아… 15년동안 기다렸습니다… 제나이가 올해로 만 28살… 제 짧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기다려온 샘입니다… 20년 25년씩 기다리신 분들도 있는 거 같습니다…

In the flesh, The Happiest…, Another Brick Pt 2… 너무 많이 들어서 저절로 가사를 외워 버린곡들이 마구 귀를 흝고 지나갑니다..T.T 너무나 사랑하는 곡 Mother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때부터 사람들이 들락날락 하는게 거슬리기 시작하더군요… 10만원 15만원씩 하는 표를 사고 들어왔다면 말그대로 1초 1초가 아까울 터인데…

자기돈 주고 보는 공연이 아니라는 이야기겠죠?? 물론 이게 무슨 클레식 공연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많이 들락날락 하는건 처음봤습니다.. 공연장 전체 분위기가 산만해 지기도 했구요… 'Mother should I trust the government?’에서는 ‘NO!!!’를 외치고 싶었는데… 주변이 하도 산만해서 집중이 안되더군요… Final Cut의 두곡이 나올때까지는 계속 신경이 쓰이다가… Pigs On the Wing부터는 그냥 그러려니 해버렸습니다…

그래도 몸을 숙이고 다니는 분들은 봐줄만 한데… 그냥 뻣뻣하게 그것도 천천히 어슬렁 왔다갔다 하는 경우에는 무대가 안보이는 문제가 아니라… 소리를 막아버리더군요…-_-;; 암튼 신경 끄고 음악에 집중했습니다…

R석 맨 앞 줄표를 구하려고 했어도 충분히 구했을텐데.. 그냥 S석 맨 앞 줄이 투자대 성능비 최고일거라고 생각한 저의 판단 착오였습니다.. 처음 자리에 앉았을때는 자리 좋다고 생각했었는데..-_-;;

전에는 2부 첫 곡으로 나오던 Set the Control이 Dogs의 다음 곡으로 나오고… Have A Cigar를 제외한 Wish You Were Here 전곡을 순서대로 배열한 것도 예상외의 진행이라면 진행이었습니다.. 그렇게 1부가 끝났습니다…

너무나 빨리 지나가버린 한 시간입니다.. 화장실을 찾아 빙빙 헤메고… 담배 한대 피고나니까 5분후에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오더군요… 왠지 5분안에 사람들이 전부다 들어오기 힘들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Time의 중간까지도 계속 사람들이 들어오더군요… 또다시 짜증…

Money가 시작될때는 그냥 일어나 버렸습니다… 앞사람들도 일어나서 잘보이지도 않고… 이런저런 짜증 때문에 풀고도 싶고… 거기다 Andy Fairweather Low의 다소 오버스러운 기타솔로도 나오고 할테니... Every Strangers Eyes가 나옵니다.. 제가 꼽은 Highlight라죠…^^ 무엇보다도 립싱크를 안 하더라… 최소한 앨범 녹음 트랙은 아니더라… 새로 녹음해서 거기에 립싱킹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닐거 같더라… 감동 먹었습니다… 로저가 아직도 그런 높은음을 부를수 있다는 것이… 물론“아 레코그나!!!~~아아아…”하는 부분은 한 옥타브 낮춰 부른거 같았습니다.. 백보컬들은 제높이로 불러서 별로 귀에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Perfect Sense와 The Bravery…를 지나 It’s A Miracle과 Amused To Death에 이르러서는 공연에 완전히 몰입되서 주변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Amused To Death는 곡이 끝났는데도 잠시동안 조용하군요… 다른 사람들도 뻑이 간건지…

앵콜곡은 Flickering Flame이 맞습니다.. 저는 이 곡이 each small candle보다 더 좋던데요… 아마도 다음 앨범에 수록될 곡일거 같습니다… 공연 끝나고 가는길에 Best Album인 Flickering Flame을 샀는데요… cd는 1장 짜리고… knocking on heaven’s door, flickering flame, towers of faith, lost boys calling같은 구하기가 그다지 쉽지 않았던 곡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목에 the Solo years Vol 1이라고 되어있던데… vol 2 도 나오나요??

아무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만 빼 놓으면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공연일거 같습니다.. 차라리 5만원 더 주고 R석 맨 앞줄로 갈걸… 하는 아쉬움은 아직도 남네요…

(로저 와러스 서울 공연 보고 와서 바로 쓴글...Xanadu)

4 박경호 : 2002/04/03[ | ]

Subject

  Comfortably Numb?


지극히 개인적인 글입니다.(카테고리도 '후기'가 아니고 '생각'입니다. ^^) --- 로저 워터스와 핑크 플로이드를 처음 접한 것은 아마도 1983년. 당시 즐겨듣던 라디오 프로그램 '황인용의 영팝스'에서 핑플의 신보라면서 'The Final Cut'을 며칠에 걸쳐서 조금씩 소개해 준 것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그 때까지 주로 듣던 팝과는 달리 희한한 효과음들이 삽입된 신기한 음악들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아마도 그 만남이 프로그레시브락이라는 장르에 빠져들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후 용돈을 아껴가며 한달에 한장씩 핑플의 라이센스를 사모았고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두 곡이 금지곡으로 잘린 것도 모른 채(그만큼 정보가 없었다) 열심히 들었다. 'The Wall'은 금지음반이라 친구가 복사한 테입을 빌려서 들었고... 하지만 가장 좋아한 음반은 'Wish You Were Here'였다.

심지어 한때 로저 워터스는 나의 우상이었다. 학부 때 전방입소했을 때 설문조사에 존경하는 인물을 쓰라는 난에 로저 워터스라고 쓰려고 했을 정도였으니... (그런데 아인쉬타인이나 김구 정도를 쓰는 것이 무난하다는 남들의 귀뜸에 실제는 아인쉬타인으로 쓴 것 같다. 김대중 같은 이름 썼다가는 입소기간 내내 좀 피곤할 거라는 말들도 있었다. 세상 많이 변했다. ^^)

핑플에 대한 애정이 완전히 식어버린 것은 처음 들은 후로 약 10년 뒤 아마도 'The Division Bell'이 발매되었을 때쯤이 아닌가 싶다. 판을 사는 것이 아까와서 LP에 구멍뚫어서 덤핑하는 것을 2000원 주고 샀고 그나마 거의 듣지도 않았다. 당시에는 이미 공식적인 핑플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던 로저 워터스에게는 그나마 관심이 좀 남아있었지만, 신보는 거의 발매되지 않았고 공연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 이후에 핑플은 남들이 내게 물으면 추천은 열심히 해주지만 정작 나 자신은 몇년씩 한 번도 듣지 않는 재고음반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햇수로 20년이 지난 지금 그 핑플의 핵심이었던 로저 워터스의 공연을 보고 왔다. 보고난 느낌은? 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한때 열렬히 사랑했지만(짝사랑?) 지금은 추억의 한켠으로 밀려난 여인을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 같은 느낌이다. 진심으로 반가와해 주고는 싶은데 왠지 머쓱한 그런 느낌. 물론 오늘 공연은 훌륭했다. 하지만 내게는 정작 별다른 느낌이 없다. 이미 오래전에 퇴임한 대처를 아직도 부르는 가사는 왠지 이들의 공연이 잘 만들어진 박제처럼 보이게 했다. (요즘 길거리에 나가서 전두환 타도를 외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난 정말 공연이 시작되면 In The Flesh의 첫소절이 내 귀에 들리자마자 가슴 속에서 뭔가가 용솟음쳐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러나 로저 워터스는 너무 늦게 나를 찾아왔고 그에게 열광을 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괜히 울적해진다. Have I become Comfortably Numb...?

PS: 하지만 그래도 Shine On You Crazy Diamond와 Comfortably Numb은 꽤나 열광하며 관람했습니다. ^^

  • 정철 마치 오늘 출근을 위하여 빡씨게 자버린 저를 위해 대필해주신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비슷한 느낌을 :)

저도 곧 저의 느낌을 정리해보겠습니다...ㅎㅎ  ::: 2002/04/03

  • 진병관 고등학교 때가 한창 때였죠. 라이센스로 나오던 앨범들을 모으고 거 머시기냐 졸라 현학적인 문체의 해설지를 보면서

핑플에 대한 막연한 동경같은 걸 했었죠. 그 리뷰들 중에 말이죠. 핑플 공연에서의 360' 사운드라는 거에 대해 참으로 많이도 언급되었습니다만 -공연을 보고 쓴 글이 아닌 것 같은, 번역문인 것 같은 리뷰들 - 막상 직접 느껴보니 색다르 더군요. 주로 배경음에만 사용되는 것 같아서 음악적으로는 한계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구요. (사실 제가 엔진음을 무쟈게 좋아합니다. ^^; another brick에서 헬리콥터 로터음을 빙빙 돌려주던데 사실 몇번 더 돌려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죠. 게다가 원래 잠실 운동장이 헬기들 비행참조점(check point)이라 그 노래 나올때 헬기들이 지나가면 멋질 거 라는 생각도 --;)

경호님 말씀처럼 로져는 참 늦게 왔습니다. 애정이 식은 저도 오전까지만해도 갈까말까 하다가 겨우 갔으니 말이죠. 근데 처음에 반신반의했던 나의 흥분에 대한 의심도 시간이 좀 지나면서 풀리더군요. (친구들과 음주를 한 까닭도 있겠 습니다만 헤헤) 가슴과 배로 전해지는 묵직한 진동들, 그리고 들고있던 포테토칩 봉지를 공명시켰던 음파를 느끼면서 그들의 베스트 곡들을 듣는 것은 정말 근사했습니다.

그리고 comfortably numb를 듣고나서... 참 잘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질문요. amuse to death에서 코러스를 했던 여자가 누군지 아시는지요? 멤버 소개할 때도 못들었구요. 씨디 재킷에도 이름은 없죠. 그 여자가 맞는 것 같은데...

철님. 동생분이 참 재밌으시더군요. ^^; 철님의 약간 냉소적이면서도 긍정적이고 뭐랄까 낙천적으로 보여지는 모습 (제가 무척 좋아하는 부분입니다.)들이 웬지 동생분과의 치열한 투쟁 속에서 단련된 것 같다는 느낌이 갑자기 들었다는- ^^;

컴훠터블리 넘을 듣고나서 스탠딩에 몰려있던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경호님을 동반하여 담을 넘어간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 노래가 The Wall 앨범에서와는 좀 다르게 곡의 후반부가 코러스와 기타로 더욱 보강되서인지 아주 확 실한 감흥을 주더군요.

로져형! 다음엔 길모형이나 꼭 데리고 와봐요. 롸이트형이랑 메이슨형도 두루두루 봤으면 좋겠네요.  ::: 2002/04/03 조영래 한 마디로.. 다들 "열광"하거나 "흥분"하기만 한 것이 아닌, 만감이 교차하는 공연이었던 거 같습니다. 정말 그런 존재라고 할 수 있겠죠. 핑크 플로이드와 로저 워터스, 그들이... 그리고보니 록 컨서트에서 이번처럼 얌전하게 본 적이 없었습니다. 뭐랄까 움직이기 싫은 느낌이랄까... 하루 지나고나니 아득한 옛날에 본 거 같단 생각이 드네염.  ::: 2002/04/03

  • 이용길 나는 로져보단 핑플을 더 좋와 하지요... 그래도 내 소원인 핑플 라이브를 로져가 반이라도 때워준게 고맙지요.

오랜 꿈을 이루고 난후의 허전함이 언제까지 가려는지 모르겟습니다. 근데 기타는 누구냐... 그 왼손잡이 기타리스트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 2002/04/03

  • 박경호 어제 자기 전에 쓴 글인데 지금 읽어보니 상당히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네요. -_- 위에서도 말했지만 공연 자체는 좋았습니다. 스탠딩석이라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 아쉬움도 있고... 제가 혹시 문화부장관 같은 것 되면 모든 락공연은 균일가에 스탠딩만 하도록 법으로 정하겠습니다. ^^  ::: 2002/04/03
  • 장태순 만약 공연을 봤더라면 경호형의 느낌과 매우 흡사했을 거라는 예상을 해봅니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경호형에게는 유사한 경험이나 느낌을 발견하곤 해서 깜짝 놀라곤 합니다.

p.s. 낙성대 소니 창고에서 집어온 2천원짜리 'The Division Bell' 구멍판은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철이가 탐을 내곤 했죠... 물론 두 번인가 듣고 안듣습니다. ^^; :::  ::: 2002/04/03

  • 오찬익 태순아 나에게 팔아라~  ::: 2002/04/03
  • 조영래 아직도 여전한 알랜드의 공방

아무개 "< >는 저도 있습니다. *번 듣고 안 듣네여" 오찬익 "팔아라~~"

  • 아무개 "시로요"  ::: 2002/04/04
  • 김진 저도 있습니다. 중고시디로 4천원주고 샀습니다.

물론 두 번인가 듣고 안듣습니다  ::: 2002/04/06

  • 박경호 왠지 The Division Bell이 아일랜드 공인 똥판이 되는 분위기...  ::: 200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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