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Ashcroft

# Alone with Everybody[ | ]

  ★★★

"몰락한 군주의 위엄과도 같은"

리처드 애쉬크로프트에게 사용되던 위와 같은 수식어구는 그의 이번 앨범을 설명해주는 듯 하다. 스웨이드 Suede와 버브 the Verve는 똑같이 보컬과 기타리스트간의 불화를 겪은 팀이지만, 결과는 사뭇 다르다. 스웨이드는 다른 기타리스트를 영입하여 나름대로 성공적인 포스트 - 버틀러 시대를 열고 있지만 리처드 애쉬크로프트가 없이는 버브도 없다. 모리씨와 자니 마 조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영국에서의 밴드 해산과 멤버들의 솔로 데뷔에는 재미있는 공식이 있는데, 발표한 앨범이 전 영국을 강타하면서 수다스럽고 매력적인 보컬과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실력파인 기타리스트 사이에 다툼이 잦아진다. 드디어 각자 찢어져 솔로 앨범을 내면, 보컬이 낸 앨범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기타리스트의 앨범은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그들의 황금시대는 밴드 시절이었음이 시간이 갈수록 확연해 진다 - 가 그것이다. (이 공식의 확실한 예외가 있다면 오아시스의 갤러거 형제들이라 하겠다. 밴드 해산은 이들에게 아직 미래 시제지만 둘 다 떠버리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닉 맥케이브 Nick McCabe 가 솔로 앨범을 낼 예정이라는 말은 아직 들려오지 않지만, 리처드 애쉬크로프트의 앨범은 유감스럽게도 위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번 앨범의 제목이 비록 [군중 속의 고독 Alone with Everybody] 이지만 그의 옆에는 그의 아내 케이트(Kate Radley, 스피리추얼라이즈드 Spiritualized 의 멤버)와 새로 태어난 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듯 하다. [Urban Hymns]가 가져온 엄청난 성공에 대하여 "마치 커트 코베인이 된 (듯한 끔찍한) 기분이었다." 고 회상하는 리처드는 이번 앨범은 자신의 어두운 광기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앨범이며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A Song for the Lovers' 는 'Bitter Sweet Symphony를 연상시키는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시작하지만 훨씬 약 냄새 덜 나는 순화된 버전이다. 'Brave New World' 는 아직 버브가 해산하기 전, 멤버들의 불화가 극에 달했을 때 리처드가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하여 쓴 곡으로 '나는 그저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지/ 노래를 들으며/ 내가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나아지기를 바라며 (I'm just sitting at the table/ Hearing songs/ Wishing I was able... stable)'라는 자기 암시적 가사들이 반복된다. 매력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New York',케이트에게 보내는 러브 송인 'You on My Mind in My Sleep', 런던 가스펠 합창단의 코러스가 어우러진 컨트리 락 발라드 'Money to Burn', 앨범 중 버브 때의 음악과 가장 확연히 대비되는 넘버가 아닌가 하는 'C'mon People' 에 이어 'Everybody' 까지를 듣고 난 느낌은 그의 이번 앨범이 솔로로서 확실히 자리 매김한 높은 퀄리티의 음악임이 틀림없으나, 팽팽하던 고무줄이 끊어진 듯한 느슨함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버브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현기증을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이 앨범을 듣고 뭔가 아쉽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리라. --vanylla,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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