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organizeCampaign

1 # Reorganize!! Campaign[ | ]

나에겐 두개의 스케쥴 다이어리(오거나이저라는게 낫겠다) 가 있다. 하나는 회사업무와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론 개인일정관리를 위한 것이겠지.

그 활용방법을 엄격히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는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각 장마다 덕지덕지 붙어있는 포스트잇들이 되겠다. 바로 이 포스트잇이 얼마나 빼곡히 붙어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그것들이 새로운 메모들로 바뀌어 가는지, 그렇게 해치운 사안들에 대한 기록이 얼마나 쌓여가는지를 점검하는 것만으로 BrainSalad가 나름대로 치열하게 삶을 일궈가고 있는지 엉성하게 살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최근에 둘 사이에 심각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데, 업무노트는 갈수록 포스트잇의 밀도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개인 오거나이저는 하루에 한번 들여다보기도 어려워졌다는 것. 개인 오거나이저의 용도가 단순히 가족사, 기념일, 사적인 약속 등을 잊어먹지 않기 위한 메모보관소로서의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면 굳이 따로 운영을 할 필요가 없으리라. 업무노트에 개인적인 내용이 담겨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사규로 정한 변태회사에 다니지 않는 한 말이다.

그보다는 개인 오거나이저는 조금 더 욕심껏 잘 살아가고자 하는 여러 가지 고민들, 이따금 놓치고 싶지않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들(대부분은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체검열에 의해 삭제되긴 하지만), 말하자면 BrainSalad생각하는 삶을 살기위해 도움을 받고 동기를 부여해주기도 하는 것이 진정한 개인오거나이저의 역할이었고 그런 측면에서 “지니고 다니는 생활공작소”였다고나 할까?

그러던 것이 회사를 옮기던 시점에서부터 몹시 바쁘고 맘의 여유를 못 찾았다는, 또는 새로운 조직에 순응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를 모두 집중해서 소진할 비상체제가 한시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뭐 이런 단순한 생각에 사로잡혀 지낸 것이 사실이다. 그게 벌써 3달을 채우고 있는가 보다.

오늘뿐 아니지만 요 며칠 사이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이유로 개인생활이 아나키 상태에 빠진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연한 얘기지만 의지박약 판정이 나온 것이다. 내 스스로가 내 생활을, 나아가 인생을 지배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니까, 다시 말해서 별다른 생각과 문제의식이 없이 멍청하게 지내는 시간들이 쌓여서 오늘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개인 오거나이저에 형형색색으로 붙어있는 포스트잇들과 손때묻은 책장들은 그 자체로써 담겨있는 내용에 상관없이 내 나름대로 알찬 인생을 기획하고 전략적인 흐름 속에서 꾸려나가고 있다는 자위와 자부심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는 생활의 소구였고 PDA따위가 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충전까지도 도와주는 친구였던 것이다.

그런 다이어리(아무래도 오거나이저보다 이 단어가 따뜻한 느낌인걸)가 사무실 책상 한편에 내동댕이쳐진 채 며칠이 흘렀을 정도로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 오늘 문득 돌아보게 된 다이어리에 미안한 심정보다는 내 자신에게 대한 안쓰러움이 서글픈 생각마저 들게 만들고 있다.

만일 국가에 비유한다면 아마도 지금쯤 국정홍보처 등이 나서서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둥, 다시 함께 뛰자는 둥, 우리의 저력이 어쩌고 저쩌고…하며 호들갑을 떨었을 상황 아닐까?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Reorganize!! Campaign 이 된 것이다. 내 삶의 군주로서 복귀하고자 하는 것이다.

막연하게 마음가짐을 다잡고 열심히 뛰자라는 식의 자기반성이 아니라 의식하지 않고도 충분히 짜임새 있는 생활관리가 될 수 있는 일단의 “좋은 습관”을 찾아내고 체화시켜 나가는 것.

그게 어떤 모습이 될지는 모르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좋은 습관을 여럿 가지고 꾸준히 잘 실천하던 내 모습만 되찾아도 우선은 충분하지 않을까?

2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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