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Manzarek

 

http://www.thedoors.com/BeHere/ray/cbinfo.html

★★, USA

Rocking the Classics #03

Carl Orff & Eugen Jochum VS. Ray Manzarek & Philip Glass

이번부터 3회에 걸쳐 클래식 작품 하나를 통채로 락음악으로 변용시킨 예를 가지고 그 공과를 살펴보려 한다. 이미 밝혔지만 이런 시도는 매우 어설펐는데 뭐 이것은 팝에 클래식을 차용한 예, 혹은 재즈에서 클래식을 차용한 예에서도 대체로 비슷했다. 차용이라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딱 이용해먹을 만큼만 해야지 그것을 넘어서면 유치해진다. 어쨌거나 미녀를 향한 락음악의 사랑고백인 이 예들을 살펴보자.

먼저 오늘의 주인공 레이 만자렉Ray Manzarek이라는 인물에 대해 살펴보자면 먼저 도어즈The Doors라는 걸출한 미국 싸이키 밴드를 말해야 한다. 그는 도어즈의 오르간 주자였는데 당시 싸이키델릭 씬에서 도어즈처럼 오르간을 연주했던 밴드는 거의 없었으며 그의 오르간 연주는 짐 모리슨Jim Morrison의 카리스마와 더불어 도어즈 사운드의 핵을 이루는 중요한 것이었다. 뭐 꼭 당시 씬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그의 오르간 연주는 락 음악 전체를 다 털어봐도 가장 맛깔 스러운 연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명연이었다. 짐 모리슨이 죽은 뒤 레이 만자렉은 동료들과 도어즈를 이끌어보려고 두 장의 음반을 내었으나 무참히 실패하고 솔로음반도 내보았지만 역시 바로 사장. 엑스X[ 일본밴드가 아니라 미국 ]같은 밴드의 프로듀서로 나서보기도 했지만 결코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얼마전 재개봉하기도 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의 사운드트랙에 도어즈의 명곡 The End가 사용되면서 도어즈의 앨범들이 챠트에 다시 올라가는 히트를 거두었다. 그 와중에 만자렉은 바빠졌는데 그가 좋아했던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자기스타일로 녹음한 데모가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손에 우연찮게 들어가게 되어 이 앨범이 기획되었다. 필립 글래스가 락음악과 맺고있는 관계는 매우 다양하며 이는 후에 미니멀리즘을 다룰 때 적겠다.

여기서 내가 칼 오르프Carl Orff에 대해 적는것은 우습지만 그래도 이 녹음에 대해 간단하게 적어보겠다.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오르프는 현대음악가라기보다는 음악 교육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음악사에 이름을 적은 사람인 듯 하다. 그는 드라마틱한 이 한 곡으로 말 그대로 대박 히트를 치는 바람에 가장 유명한 현대음악가중 하나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극과 음악을 결합시키는데 관심이 있었다고 하며 이런 면에서 필립 글래스로 하여금 레이 만자렉의 녹음에 참여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그랬다. 히트는 안치는 것이 아니라 못치는거라고. 역시 히트치는 것은 중요하다. 오르프는 독일의 여류 작가 루이제 린저Luise Rinser의 남편이기도 하며 오르프 부부는 국제적 작곡가 윤이상과 깊은 친분이 있기도 했다. 이 오이겐 요훔Eugen Jochum의 67년 녹음은 카르미나 부라나 연주의 가장 고전적인 명연으로 알려져있는데 요훔은 카르미나 부라나를 초연하기도 하였다. 오르프의 친구라고하며 이 음반에는 오르프가 자신의 작곡의도에 충실한 연주라고 인증 싸인까지 해주었다. 이 외에는 앙드레 프레빈Andre Previn의 74년 녹음이 좋다고들 한다.

카르미나 부라나 조곡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부분은 처음과 끝을 장식하고 있는 O Furtuna일 것이며 이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만큼이나 여러 사람의 귀에 푹 박혀있는 선율이다. 아마도 수없이 많은 광고에 사용되었을 것이며 여러 대중음악가들이 심심찮게 차용해서 사용하였다. 최근에는 데뷔할 때 그레고리안 성가를 차용하여 인기를 끌어모은 이니그마Enigma가 최근작 The Screen Behind the Mirror에서 O Furtuna를 비롯한 카르미나 부라나 전체를 차용한 바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 곡 O Furtuna에서 운명을 노래하는 남성 합창부의 비장미 때문일 것이다. 이 웅장한 비장미는 듣는 순간 청자의 가슴속으로 쑤시고 들어오는 느낌이 있다. 그때문에 여러 대중음악가들이 곡이나 공연의 오프닝에서 분위기 잡을때 써먹은 것이며 대표적인 것으로는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81년도 명 공연을 담은 Tribute를 들 수 있다.

이제 레이 만자렉의 본 앨범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이는 내 동생의 외마디 비명으로 전달할 수 있겠다. ?이게 뭐야? 레이 만자렉이 이딴 짓이나 하고있었단 말야?? 내 동생은 나 못지않은 도어즈의 팬이며 따라서 레이 만자렉도 좋아한다. 그런데 그는 왜 듣지마자 이런 말이 내뱉었을까? 사실 나는 이 녹음에 대해 이렇게까지 혹평을 하고싶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은 이 앨범을 듣고 방정맞다라고 말한다. 또 그것을 부정하기도 어렵고. 전체적으로는 조금 빠른 템포로 연주되었으며 이 곡의 핵심인 남성 합창부가 충분히 드라마틱하지 못하다. 게다가 레이 만자렉 본인이 건반주자이다보니 전체적으로 키보드 연주가 강조되어있는데 이것이 그 방정맞음의 핵심을 이룬다 하겠다. 본인은 재즈락을 도입했네 어쩌네 운운하지만 애초에 이 기획은 문제가 있었던 것이 일단 이렇게 유명한 곡을 변용하면 왠만큼 자기식으로 소화하지 못할경우 욕만 먹게 마련인데 무모하게 시작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일단 변용을 시도했다면 그것을 과감하게 해서 다른 이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결과도 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필립 글래스가 도와주었으리라 추측되는 남성 합창부의 힘이 영 별로라는 것이다. 그의 다른 음반들, 아크나텐Akhnaten(1984)이나 이타이푸Itaipu(1993) 등에서 성취한 합창부의 완성도에 비해 형편없다. 아마 남성 합창부를 완전히 빼버리고 그 부분들을 폭발적인 기타연주로 채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음반에는 종종 락적인 연주들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그가 도어즈 시절에 들려주던 연주만은 못해도 즐길만한 연주들이 숨어있다. 다음에는 클래식 작품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변용시킨 예를 통해 재창조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바람직한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PS.이 음반의 재킷은 무척이나 근대적이었던 중세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의 그림이 변형되어 사용되었다.


카르미나부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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