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zric Tentacles

1 # Strangetude[ | ]

제 목:OZRIC TENTACLES - STRANGEITUDE 관련자료:없음 [1966] 보낸이:김형모 (E999 ) 1995-10-05 20:54 조회:168 흔히들 스티브 힐리지 재적시의 공의 사운드나 호크윈드에 비교 되어 스페이스락 그룹 혹은 네오 사이키델릭 그룹으로 일컬어지 는 오즈릭 텐타클스는 저 자신도 이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들어본 앨범도 STRANGEITUDE 밖에 없기에 아는 척하기가 참으로 껄끄럽지만 오랜 궁금증 후에 들어본 결과 비교적 괜찮은 그룹이 라 여겨집니다. 우선 이들의 사운드를 전체적으로 평하자면 두터 운 리듬 파트를 바탕으로한 기타와 신디가 위주가 된 스페이스락 적인 요소가 담겨있는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사실 그런 음악 하는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기에 그렇게 표현한 제자신도 황망하 지만 어쨋든 스페이스 리�랴에서 느낄 수있었던 조금은 낡고 촌스런 인상을 주는 호크윈드의 스페이스락 사운드가 아주 세련되고 현대 적으로 윤색된 것 같은 느낌을 주며 기타는 스티브 힐리지나 스티 브 하우가 아주 클라이막스에 도달했을 때 표출하는 그런 격렬함을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베이스는 아주 선이 굵고 묵직하게 드럼과 더불어 곡들을 받쳐주고 있어 리듬 파트는 매우 충실하게 들립니다. 특이한 것은 이들의 곡조에 많이 나타나는 중 동적인 요소인데 리듬은 말할 것도 없고 멜러디 또한 중동풍을 많 이 차용해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음악은 딴판이지 만 DEAD CAN DANCE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보컬은 몇곡에서 이팩트 를 걸거나 해서 조금 읊조리는 것 빼고 전무하며 연주위주의 취향 을 확실히 나타내고 있습니다. 멤버 구성을 보면 리더인듯한 ED WYNNE이 기타, 신디와 제작을 맡고 있고 같은 가계인듯한 ROLY WYN NE이 베이스를 EOIN EOGAN이 플륫과 목소리, JOIE HINTON이 신디와 버블스(이게 무슨 악기인지는 도무지 알길이 없지만 이들이 자주 사 용하는 효과음중 물방울 소리가 많은데 아마 그것을 지칭하는게 아 닐지 추론될 뿐입니다), MERV PEPLER가 드럼 그리고 게스트로 보이는 PAUL HANKIN이라는 작자가 두곡에서 콩가를 두들겼습니다.
이 앨범은 이들의 91년 앨범이고 이들의 최대 명반은 이전에 나온 메 이져 데뷔작인 EARPLAND라는데 안들어봐서 할말 없고 여하튼 이들은 근래 접한 팀들 중에서도 보기 드믈게 팀플레이가 강하고 또한 연주 실력 자체도 너무나 나무랄데가 없는 훌륭한 그룹이라 칭찬해주고 싶 고 아울러 스페이스락(그렇다고 오락실 음향으로 범벅해 놓은 그런 유치한 것이 아닌 들어보면 공간미가 넘친다는 듯에서의)쪽이나 아니 면 조금 헤비하면서도 복잡한 연주곡을 즐기시는 분들은 한번 들어보 셔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끝으로 수록곡은 1.WHITE RHINO TEA 2.SPLOOSH! 3.SAUCERS 4.STRANGEI TUDE 5.BIZZARRE BAZAAR 6.SPACE BETWEEN YOUR EARS 7.LIVE THROBBE.

2 # Erpland[ | ]

제 목:cynical>OZRIC TENTACLES - Erpland 관련자료:없음 [2154] 보낸이:한종현 (Mwatcher) 1996-05-13 14:36 조회:140 OZRIC TENTACLES - Erpland Ozric Tentacles는 국내에선 거의 무시되고 있는 형편이지만, 해외에서의 인기(? - 이런 류의 음악에서의 인기라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짐작 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낮은 경우가 흔하지만)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 니다. 여러 사람들이 이들을 8~90년대의 최고의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의 하 나라고 말하고들 있는데, 프로그레시브 록이 한참 인기있던 때에 마구 발매 되던 네오-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의 앨범중에서도 이들의 앨범이 선택되지 못 한 것은 이들보다도 우리 나라 프로그레시브 록 팬들에게 불행한 일이었다 고 생각된다.
아무튼 지난 12일 아트 록 소모임인 아일랜드 감상회에서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들어보고서, 간신히 유영재님으로부터 CD를 빌릴 수 있었는데, 감상회 때 들은 곡보다 그 뒷 곡들이 더 좋은 사태가 발생, 어젯밤부터 내내 듣는 사태가 발발하게 되었다.
모두 10명의 인원이 멤버로 크레디트 되어있다. 부클렛에 나온데로 라인 업을 소개하자면 Ed - Guitar, Synthersizer, Production Paul - Percussion Merv - Drums John - Flute, Voice Roly - Bass Joie - Synthersizer, Sampling Marcus - Ethnic Percussion Tom - Reggae Bubbles Generator John - Tea & Tambourine Steve - Smapling 한 눈에 보더라도 타악 파트에 다수의 인원이 투입되어 있고, 첨단 문명 의 힘을 빌어오는데도 전혀 인색하지 않고 있다. 어찌되었든 다수의 인원이 참가한 앨범 치고 알맹이 있는 음악을 들려 주는 앨범이 의외로 드믈었다는 전례는 (아마 저 라인업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금치 못했다는 Visitor를 떠 올릴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들 에게서만은 예외로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감상회때는 심포닉 록 특집 시간에서 네오-프로그레시브 록을 대표하는 밴드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개인적으로는 심포닉 록이라기보다는 사이키델릭이나 퓨전 재즈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생각되며, 스페이스 록이 라 할만한 신디사이저의 사용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Ethnic 음악이라고 할 만한 이국적 비트감은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많은 곡들에서 풍부한 원초적인 리듬이 뼈대를 이루고 있는 주술적인 요 소를 느낄 수 있는데, 특히 2면과 3면의 수록곡들이 그러하다.
Gong, 초기의 Pink Floyd, Can, 크로스오버 재즈, Ethnic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호감을 가지리라 생각한다.

p.s. CD를 빌려준 유영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Fish, 신인철, mailto:icshin@chiak.kaist.ac.kr]

사실 전 Ozrics의 _Erpland_를 처음 Ranjit으로부터 받고 그다지 즐기지 않았읍 니다... 근데 한 일주일 쯤 있다가 drunk like an ape 된날 자기전에 한번 꺼내 들었죠.. 우와! 정말 정신을 못차리겠더군요... Neo-Zao님이 말씀하신 _trip_을 느꼈습니다...대개 trip이 그 환각상태(drug이나 Marijuana에 의한...)를 얘기하 는것 맞죠 ? a.m.p.를 계속 관찰하신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같은 내용을 posting 하였다가 전세계의 Ozric Tentacles fan들로부터 아주많은 공감을 느꼈다는 둥의 mail을 좀 받았죠... :-) (smile) 술마신 후 꼭 들어보야할 음악입니다. 예전에 Pink Floyd의 A saucerful of secrets 를 생전처음 억백으로 취했을때 듣고 정말 황홀경을 헤맸던 기억이 있네요... :-)

[Oak-Man, 장민수, mailto:jangms@mobi.etri.re.kr]

저도 Ozric Tentacles 의 _Erpland_ 를 무척 좋아합니다. 꽉 들어찬 전자음과 드 럼, 퍼커션, 그리고 Neo-Zao 님이 지적하신 불같은 기타 연주.현대판_You_(Gong) 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 _Jurassic Shift_ 도 들어보았는데 첫곡부 터 _Erpland_ 와 너무나 유사한 음소재들로 일관하더군요. _Erpland_의 이란성 쌍동이 앨범이예요 :) 근데 Ozric 의 음악은 좀 쉽게 질리지 않나요? 기타 연주 를 빼면 아주 지루할 것만 같은 그런 Ozric 이예요... :)

3 # Aborescence[ | ]

[Fish , mailto:icshin@chiak.kait.ac.kr] Ozric Tentacles / Aborescence

Space fusion group Ozrics의 최신 앨범입니다.. 이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고 하니 작년 이맘때가 생각 나는 군요.. 그때는 a.m.p. 의 거의 반정도가(과장 하면) 전부 Ozric Tentacles 의 새 앨범인 _Jurassic Shift_ 이야기 였습니다..
정말 뿅가는 앨범이다 라는 파와, Jurassic Shift가 아니라 Jurassic Shit 이다 라는 파가 둘로 나누어져 엄청난 flame war를 벌였었죠. 하지만 이번 앨범 Abo- rescence는 잠깐 이야기가 돌다가 사라진 것으로 보아 그렇게 충실하던 Ozrics의 컬티스트(Cultist) 들이 다수 net을 떠난게 아닌가 싶네요.. :-) 우선 이 앨범은 Jacket design이 종래의 Ozrics album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 다.. 항상 등장하던 난장이 마법사는 안보이고 촌스러운 원색대비로 그린 psych- edelic 시대로의 회귀를 바라는 둣한 화풍의 그림입니다. 저는 그래서 뭔가 다르 지 않을까 하고 잔텭기대를 했었는데.. CD를 player가 읽어나가는 순간 "음 정 말 그대로군..." 이라고 중얼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Ozrics의 앨범을 다 들어본건 아니지만 실질적인 debut 작 _Erpland_ 부터 작년의 _Jurassic Shift_ 까지 그들은 어쩌면 지루하다싶을 정도로 초지일관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Sequencer에 이어 작렬하는 Ed 의 guitar... Misticum Arabicola (맞나? 이들은 제목이 하도 이상해서..) 와 비슷한 아랍풍의 _Al-Salooq_도 재미있는 track이구 요.. 첫번째 track인 _Astro Cortex_도 부담없이 들을만한 guitar playing이 멋 진 작품입니다.. 군데군데 이상한 비명이나 잡담소리같은 것이 심심찮게 나오구 요.. 아주 Wierdness와 Strangeness를 자기들의 표현 방법론의 하나인 것처럼 credit에 Ed: quitar, synth, wierdness Joie: synth, strangeness 라고 표시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Rambling]

4 # Become the Other[ | ]

[Fish, 신인철, mailto:icshin@bioneer.kaist.ac.kr]

Dovetail record사가 망했느니 뭐니 말이 많았지만 작년에 이 앨범이 나온걸로 봐선 아직 건재한 것 같습니다.
Jurassic Shift에 이은 Aborescence 앨범이 '여전히 같은것을 우려먹고 있다' 라는 비난 등등으로 액면만큼의 평가를 못받은 이후에..

앨범 타이틀부터 '뭔가 변한 모습' 을 보여주려는지 'Become the Other' 라는 제목이 입혀졌지만, 글쎄요.. 코가 큰 acid child wizard의 모습이 앨범 슬리브에 다시 등장 하였듯이.. 음악은 여전한 스타일인것 같습니다..

반면..앨범 크레딧을 보니 Ed Wynne과 같이 OT를 창업한 특유의 둥둥뜨는 신스 사운드와 카레냄새 물씬 나는 터치로 OT를 이끌었던 Joie가 탈퇴한 상태더군요.
그의 후임으로는 해초(Seaweed)라는 친구가 들어온것 같은데 그다지 연주가 특색있지는 않습니다.

첫곡 Cat DNA에서는 여전히 Ed가 정신 없이 날아다니는 기타를 들려주고 있지만.. 어쩐지 손가락에 조금 힘이 빠져있는것 처럼 들리고..'어이쿠 깬다..' 하는 탄성을 불러일으키기엔 많이 미약한 것 같습니다.

글쎄요.. 풍부한 공간감을 주던 Joie의 키보드가 빠졌기 때문일까요..
해초라는 친구의 건반연주는 예전의 OT 사운드 보다는 조금 밋밋하고 flat하게 들리게 만드네요..

OT를 처음 들었을때의 신선한 충격은 이제 물건너 간듯 하구요..
Porcupine Tree의 백카탈로그 컬렉션에 남은 구십육년을 보내야 할 듯 하네요..
Merry Christmans Dear YBD'ers !!

NP: Wob Glass - Ozric Tentacles

5 # 2000 10 23 공연기[ | ]

http://yebadong.net/review/ozric.htm

Gig review by Simon Chong (mailto:schon8624@yahoo.com)

날짜 : 10/23/00 7PM
장소 : Paradise rock club in Boston

피쉬님의 예스 공연, 현식님의 카멜 공연, 박경신님의 크림슨 왕의 공연 후기를 보고 용기내어 함 써봅니다. 한 한달전인가요? 피쉬님과 현식님의 공연 후기를 보고 감동을 받은 나머지 무작정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운좋게 Ozric의 공연과 크림슨왕의 공연 일정을 보게 됐고 회사 사무실에 인쇄해 붙여놓고 기다리기를 어언 한 달 드뎌 그날이 온 것입니다. 물론 표를 예매하기 위해 전화를 돌려봤지만 직접 매표소에서 구하라는 메시지만 나오더군요. 그래도 어느정도 공부는 하고 가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Ozric의 홈페이지를 찾았고 이번 투어가 그들의 새 앨범(The hidden step)으로 인한 것이란 걸 알게됐습니다. 홈페이지도 아주 깔끔하게 잘 만들었더군요. 플래쉬를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짧은 2~3분 내외의 사운드 샘플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공연 2주전 :
혼자 가기 뭐해서 같이 일하는 동료 한 명을 꼬시기 시작했습니다.
"얘네들 영국 밴든데 약기운이 감도는 몽롱끼가 쥑이는 음악을 하거든요. 같이 안가실래요? 미국 투어 제 1착으로 보스톤에서 하거든요. 이런 기회 쉽게 안옵니다. 일만 하지말고 문화생활도 좀 하며 삽시다."
"아 예, 시간되면 같이 가죠."

공연 하루 전날 :
"어떻게... 가실 수 있으시겠어요?(사실 회사 프로젝트 마감이 이번달 말이라 눈코 뜰새없이 바쁜상태)" "전 좀 힘들겠는데요… 혼자라도 다녀 오시죠."
"-_-;; 그래야죠, 한달을 기다렸는데..." 전 그날 밤샐 각오를 했습니다.

공연 당일 5PM :
"우…띠바, 표사려면 지금 나가야 되는데 뭔 놈의 일이 이렇게 밀리냐?..." 30분이 더 지난후에야 전 자리를 뜰 수 있었습니다. 보스톤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고속도로로 들어서니 퇴근길이라 차가 장난이 아니게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스톤 짬밥이 무려 13년입니다. 모든 기량을 발휘하여 요리조리 빠져나갔고 6:15분에 간신히 클럽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앗! 여긴..." 항상 지나 다닐 때 마다 줄서서 기다리는 애들을 보고 무슨 밤 무도회장인 줄로만 알고있었던 곳이었습니다. 지난 13년간 보스톤에 헛 살았다는 느낌이 순간 뇌리를 스쳤습니다. -_-;;

6:20PM :
운좋게 근처에 나가는 차가있어 잽싸게 차를 대고 클럽 앞으로 가니 한 7~8명 정도의 애들이 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처음 오는곳이라 무척이나 낯 설었지만 표를 사기위해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매표소에 사람이 있더군요.
"야! 지금 표파냐?"
"아니, 이따 7:30부터 팔기 시작할거야."
"?... 공연시간이 7시라며?" "응, 지금 좀 사소한 문제가 생겨서 좀 늦어질거야."
"으... 험한길을 뚫고 기껏왔더니..." 안쪽을 힐끔 쳐다보니 웬 거지같은 복장을 한 녀석이 복도 바닥에 않은채로 퉁소 비스므리한걸 불고 있더군요. "에이, 쟤가 설마 Ozric의 John이겠어?" 하며 밖으로 나와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멀뚱멀뚱서서 담배를 피며 기다리는데 한 녀석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Porcupine tree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게 아무래도 쁘로그 동지인 것 같아서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 Ozric 좋아하나보지?" "응, 작년에도 여기서 공연했었는데 또 보러왔지."
"새 앨범은 들어봤냐?" "아니 아직, 근데 그거 아직 시중에 안 나왔잖아?"
"글쎄..." 이렇게 그 녀석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까의 그 퉁소소리가 또 들려오더군요. "야! 쟤 혹시 피리부는 John아니냐?" "어, 맞어. 쟤 작년에는 퉁소불면서 거리를 왔다갔다 하기도 했어." 별 일 아니라는듯이 얘기를 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CD를 안 가지고 온게 무진장 후회가 되더군요. 싸인을 받았어야 했는데... 하긴 분위기가 범상치 않아서 다가가기가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서두요. ^_^;; 슬슬 어두워 지자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고 기다리는 애들도 거의 없는 것 같아 옆에있는 맥도날드에 들어가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이것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건데... ^_^;;

7PM :
다 먹고 나와보니 예의 그 녀석이 아직도 쓸쓸히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더군요. "야, 생각보다 오늘 공연보러 오는 애들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러게, 홍보가 덜 됐나?..." "넌 표 구했냐?" 그러자 당연히 없을것이라는 저의 예상을 깨고 "응, Strawberries(Tower record같은 음반전문매장)에서 구했지." 여기서 다시 한번 헛 살았다는 생각이 뇌리를... -_-;; "얼만데?"
"$20"하면서 표를 보여주더군요. 순간 표가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7:30PM :

어느정도 시간이 되자 기도같아 보이는 덩치들 2명이 나와서 줄을 서게 하더군요. 줄이래봐야 기껏 10명 정도 밖에 안됐지만요. 그래도 일찍와서 기다린 보람이 있어서 맨 앞에 그 녀석과 서게 됐습니다. 기도한테 물었습니다.
"야! 인제 표파는겨?"
"미안해... 아직 문제가 해결이 안되서 좀 더 연기될것 같아. 걔네들 쓰는 악기가 220V용인데 110V용 컨버터가 모자라는 모양이야." 미국 투어를 처음 하는것도 아닌데 이런 일이... 약간 황당하더군요. 기다리기 지루해서 옆에 붙어있는 앞으로의 공연 일정을 봤습니다.
"헉! Steve Howe가 내일 여기서 공연을?..." 옆에 녀석이 들었는지 "나도 오늘 봤어. 홍보를 하나도 안한 모양이야." "내일은 일해야 돼서 못나오는데... ToT"
"어차피 내일은 사람이 많이 몰려서 표 구하기 힘들껄. 그나저나 얼마전에 House of Blues(하바드 대학가에 있는 클럽)에서 Trey Gunn 컨서트했는데 봤냐? Larry Fast도 같이 왔었는데."
"??? Larry Fast? Synergy의 Larry Fast?" "응, 건반 연주를 걔가 했거든 연주 죽였어." -_-;; "NEARFest(미국 북동쪽에서 열리는 쁘로그 컨서트, 1년에 이틀간 6월 하순쯤 펜실바니아주에서 열림) 는?"
"그거? 가고 싶었는데 일하느라 못갔지. ToT" "그래? 난 거기가서 Solaris멤버한테 앨범에 사인도 받았는데… 그녀석 담배피느라 밖에 나와있는걸 잡았지." 이 녀석이 사람속을 뒤집어 놓는 재주가 있더군요. 어느덧 8시가 되어 뒤를 돌아보니 줄을 선 사람들이 약 50명 가량으로 늘어났더군요.

8:20PM :
아직도 표를 팔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녀석도 기다리기 지루한지 저한테 말을 걸더군요. "야 얘네들(Magonia)이 오늘 오프닝 밴드인가봐. 너 예네들이 누군지 아냐?"
"너도 모르는데 낸들 알겠냐." "잘은 모르지만 얘네들 이름이 Magonia데 클럽에서 Magnoia로 잘 못 부쳐서 지금 열받아있데 아까 너 없어졌을 때 들었지." 아까 맥도날드 갔을 때 였던 모양이네요. 아직까지도 고치치 못하고 버벅대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뒤를 돌아보니 줄끝이 보이지 않더군요. 약 한 150명가량 돼는 것 같았습니다. "이놈들이 어떻게 알고 이렇게 늦게 온거야 도대체?..."

8:40PM :
드디어 다 고쳤다고 들어오랍니다. 놀랍게도 $16밖에 안하더군요. 미리 표를 구한 그녀석이 가엾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_^;; 표를 사고 복도끝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다시 가로 막더군요. "정말 미안한데 아직 준비가 덜 됐어 이해좀 해줘라. 곧 끝날것(real short) 같아." 머리에 스팀이 오르는 순간입니다. 고지가 바로 코앞인데… "띠바, 벌써 2시간반째 기다리는 거야 알아?"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기도의 덩치가 장난이 아니게 컸던 관계로 다시 삼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_-;; 덕분에 바로 왼쪽에서 Ozric의 티셔츠등 물건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와서 새앨범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그거 여긴없고 CD shop에 가서 사야돼." 그러자 잠자코 듣고있던 한 녀석 왈 "장난하나, 여기 있는 사람들 말곤 Ozric CD를 살 사람은 보스톤엔 없다구." 그러게 말입니다. 물건파는 탁자위에 오프닝 밴드인 Magonia의 소개 카드가 있었는데 의외로 보스톤 로컬 그룹이네요. 폭스바겐 Passat자동차 TV 선전에 자기네들 음악이 쓰였다고 맨 첫란에 써있는데 더 재밌는건 porn movie 'Call girls'의 음악을 했다는군요.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런걸 소개카드에 올리는지 원... 하긴 저 유명한 Klause Schulze도 Body love라는 뽀르노 영화 음악을 했으니... 아~ 보구 싶어랑... ^_^;;

9:00PM :
2시간 40분의 기다림 끝에 들여보내 주네요. 20분을 real short라고 말하다니... -_- 내부는 들어가보니 의외로 작은 곳이었습니다. 작은 무대앞에 길이 4m, 너비 8m정도의 Hall이 있고 양 옆에 30명정도가 않을 수 있는 공간, 뒤쪽 이층으로 2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다 였습니다. 홀에는 앉는 의자조차도 없더군요. 벌써 거의 3시간 가량 서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의지의 한국인이라 스테이지 중간 맨 앞 1m를 남겨놓고 섰습니다. 어차피 오프닝 밴드가 무명이라 그런지 아무도 앞으로 나오지 않는군요. 무대위에선 Magonia멤버들(3명 ? Guitar, Bass, Drum)이 악기등을 셋팅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기타를 치는 녀석이 마이크대에 전화선으로 연결한 뭔가를 주렁주렁 달더군요. 신기하게 브러쉬, 옷 솔, 립스틱 껍대기처럼 생긴 반들반들한 쇠막대(이런건 주로 가운데 손가락에 비스므리한걸 끼고 연주하는게 보통인데 이건 그냥 막대였습니다. ), 무슨 이상한 빨간빛 전구가 달린 플라스틱 덩어리(아! 이거 확실히 뭔지 모르니 표현하기가 좀 그렇네요.) 이렇게 네개 였습니다. 이것들은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_^;;

9:15PM :
드뎌 준비가 다 됐는지 인사를 하고 연주를 하기 시작합니다. 음 역시 라이브라 그런지 소리가 틀립니다. 너무 가까이 있었던 탓인지 Bass와 드럼소리가 저를 밀어내는군요. 엄청납니다. Bass소리가 너무 크게 번져서 부르르 떠는게 좀 흠이네요. 이 친구들 곡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들은바로는 모던 락 + Spacey prog sound 정도 되는데요. 라이븐데 삑사리하나 안내고 잘 하네요.
바닥에 붙여놓은 play list를 살펴보니 대략 10곡 정도를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첫 곡에서부터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던 주렁 주렁 매달아 놓은 물건들의 베일을 벗기기 시작하네요. 위에 이들의 사운드가 spacey하다고 했는데 키보드가 없는 상태에서 spacey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특별 도구(?) 였던 것입니다.

옷솔 : 기타 코드를 잡은 상태에서 마구 문질러 내는데 쓰임. 헤비메탈 리프보다 더 강력하게 들리더군요. 쇠막대 : 동장님의 예상을 깨고 역쉬 코드를 잡은 상태에서 현을 살짝 통통 때리더군요. 이펙트를 어떻게 썼는진 몰라도 깔끔한 '삐용 삐용' 하는 소리가 아주 듣기 좋았습니다. 손가락에 끼는 막대는 주머니에서 나오더군요. *^_^* 브러쉬 : 머리를 빗을때 쓰는 거죠. 좀 전의 쇠막대를 픽업 바로 위의 현에대고 브러쉬로 아래서부터 위로 긁어 올립니다. 소리는 '뾰로롱~ 뾰로로로롱~'이었슴다. 문제의 조그만 빨간 전구가 달린 플라스틱 덩어리 : 아~ 이거 신기하게도 코드를 잡은 손 바로 옆에 대고 픽업쪽으로 조금씩 내리면서 아주 살짝씩 떠는데 첼로 비스므리한 소리가 나더군요. 정말 신기했습니다. 암튼 기타치는 이 친구 예전의 잘나가던 때의 김수철처럼 펄쩍 펄쩍뛰면서 갖은 묘기(?)를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반응은 상상외로 별루였슴다. 괜히 저 혼자 열광한 것 같아 좀 쑥스럽기 조차 하더군요. ^_^;; 상당히 잘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다섯곡째가 끝나자 관객들의 좀 냉담한 반응이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든 죄의 대가인줄 알고 약간의 변명을 잊지 않더군요.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텐타클스의 악기가 여기 전압과 달라서 고생을 좀 했지(우린 아니라고…) 다음 곡은..." 이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반응이 없더군요. 드뎌 마지막 곡입니다. "이 곡이 마지막이고 텐타클스가 곧 나올거야." "와~아~(광란)" 지금까지 들어왔던 함성중에 제일 듣기 민망한 것이었습니다. 곡이 끝난후 제일 많은 박수와 함성이 나오더군요. '니들은 이제 들어가고 오즈릭나와라' 이런식의... 그래도 전 "와아~ 잘했다, 이놈들아!"를 꿋꿋히 외쳤습니다. 앙콜도 부르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속으로 삼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_-;; 옆에서 같이 관람하던 그 녀석에게 물었습니다. "야! 쟤네들 무명인데 꽤 잘하지 않았냐?" "응, 그럭저럭 괜찮았어." 이 녀석도 꽤나 시큰둥한 표정을 짓더군요. '짜식들, 보스톤 로컬 그룹인데 웬만하면 좀 띄워주지' 미국녀석들의 반응을 전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오즈릭이 나오기전까지는... 하나 빠뜨렸군요. 참고로 이 컨서트에 유색인종은 달랑 저 하나였습니다.

10:00PM :
곡 들이 짧아서 인지 불과 45분만에 10곡이 끝나더군요. 장비를 주섬주섬 챙겨 Magonia의 멤버들은 퇴장을 하고 오즈릭의 메니저와 스탭들이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합니다. 그 중 메니저가 바닥에 playlist를 붙이더군요. 공연시간에 맞춰 나가느라 메모지를 준비하지 못한 저로서는 열심히 외기 시작했습니다. 안 그래도 안 돌아가는 머리에 쥐가 나더군요. ^_^;;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은 공연이 끝나자 리스트를 뜯어 갔는데 왜 진작에 그 생각을 못 했는지...
다음이 리스트 입니다.

Vita Voom (Jurassic shift) Xingu (waterfall city) Pixel dream (The hidden step) * Sultana Detrii (Waterfall city) Ch'ai? (Waterfall city) Saucers (Strangeitude) Aramanu (The hidden step) * Eternal wheel (Erpland) Vibuthi (Become the Other) Sploosh (Strangeitude) Encore Encore Personell: ED WYNNE gtr, keyb'ds JOHN EGAN flute, vcls ZIA GEELANI bs SEAWEED keyb'ds RAD drms, perc

이상하게도 새 앨범 홍보차원에 의한 투어인데도 새 앨범에서는 달랑 두곡밖에는 선곡이 안됐습니다. 하긴 오즈릭 앨범이라곤 Erpland와 Strangeitude밖에 못 들어본 저로선 별 차이가 없지만요. 그래도 맨 마지막 곡인 Sploosh를 봤을땐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제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유일하게 멜로디를 아는 곡이었거든요. 아직 오즈릭은 나타날 기미는 안 보이고 옆의 녀석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웬 아낙네가 CD를 들고 다니면서 하나씩 나눠 주더군요. 공짜라고 해서 잽싸게 받았습니다. Pheonix sampler Vo.2라는 CD데요. 모두 15곡이 들어 있습니다. 전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밴드들로 가득차 있는데요. 오즈릭의 곡(Coily)도 한 곡 들어 있습니다. 여러 밴드들의 샘플러 CD인 만큼 소리도 각양각색이더군요. 안에 내용물을 살펴보니 전에도 pheonix rising이라는 콤파일레이션 음반에 오즈릭의 Waterfall city곡이 실리기도 했네요. 안 그래도 싼 값에 들어왔는데 샘플러 CD까지 얻으니 임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지더군요. *^_^* 어느정도 분위기가 성숙해지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앞으로 모이기 시작하더군요. 전 제자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무대앞에 바싹 섰습니다. 둘러보니 대부분 20대의 청년들이 대부분이고 정말 나이 먹어보이는 50대의 아저씨들도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정말이지 한국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에요. 싸이키델릭한 음악을 그것도 생긴지 15년 남짓한 밴드의 음악을 들으러 오다니… 게다가 저도 입기 민망한 울긋불긋한 싸이키델릭 문양이 들러간 오즈릭의 티셔츠를 입고 왔습니다. 들어오기전에 티셔츠를 보고 도저히 입을 수 없겠다는 판단하에 안사고 들어왔는데 이 50대의 아저씨들은 버젓이 입고 있었던 것 입니다.

10:30PM :
드뎌 갑자기 조명이 바뀌더니 신디사이저 음악이 휘몰아 치기 시작합니다. 곧이어 오즈릭의 멤버들이 뛰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우오오~와" 한 동안 난리가 났습니다. 정말이지 맨 앞에 섰던 관계로 피리부는 John과 저의 거리는 불과 1m도 되지 않았습니다. "오옷!" 왜 사람들이 Magonia의 연주때 냉담했는지... 도대체 사운드 자체가 비교가 안되고 있었습니다. Rad라는 드럼치는 이친군 비쩍 마른 체구에 비해 엄청난 힘으로 어려운 박자들을 아무 거리낌없이 내려치고 있었습니다. Bass치는 Zia, 이 친구는 고개만 좀 까닥거리며 얌전히 치고있고, 기타의 Ed는 다리만 좀 흔들며 키타 리프를 뜯고 있었습니다. 신디사이저를 맡고 있는 Seaweed(이하 해초)는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연상시키는 광기가 번뜩이는 웃음을 지으면서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John은 레게파마 이후 한번도 감지 않은듯한 걸레같은 머리를 휘날리며 구멍이 숭숭뚫린 티셔츠에 작업복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해초 역시 레게파마를 했는데 앞부분의 두발이 없는 관계로 앞부분만은 앞으로 풀어 해쳤더군요. ^_^;; 드럼이 위치한 벽에는 다리를 활짝 펼친 문어를 위에서 찍은듯한 문양 2개가 프로젝션되어 뱅글뱅글 돌고 위에서는 현란한 조명과 스모그가 내려 오고있었고 바로 눈앞에 있는 할로겐 램프4개가 1초에 5~6번씩 껌벅거리는데 사람 맛을 완죤히 보내더군요. 엄청난 박력의 드럼과 Bass, 휘몰아치는 신디사이저, 그 사이를 뚫고 들려오는 날카로운 기타리프는 메탈리카 저리가라 였습니다. 적어도 저에게 만은요.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John의 피리소리가 거의 들을수 없는 상태라는겁니다. 바로 코 앞에서 들었는데도 클라리넷 이외의 것들(대략 10가지 정도 됨)은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들린 듯 마이크사이의 간격을 좁혔다 떨어졌다 부는 John의 모습은 가히 예술이었습니다. 오즈릭에 대한 저의 공력이 부족한데다가 이곡이 그곡같은 오즈릭음악의 특성상 첫 두곡이 후다닥 지나가 버렸습니다. 말이 후다닥이지 거의 한곡당 10분에 달하는 대곡이었습니다. 앞으로 나오는 곡은 이들의 새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John이 소개를 하는군요. "이제 연주할 곡은 새 앨범 The Hidden step에 수록된 곡이야. 요즘 내 아들 Alex가 냅스터를 통해 메탈리카의 곡들을 모으고 있던데 이 곡은 냅스터로도 구할 수 없을걸." 하며 세번째 곡인 Pixel dream을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이전 스타일을 고스란히 이어 받은 곡이었습니다. 관중들은 열광하고 저 역시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곡이 바뀔때마다 앞에서 뱅글뱅글 도는 문어 모양도 같이 바뀌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하얀색이었던 것이 노란색으로 보라색으로 따라 바뀌고 있었습니다. "아!~ 이것이 싸이키델릭이 아니고 무었이겠는가?" John은 자기의 연주소리가 관중들에게 잘 안들린다는 걸 인식하기라도 했는지 행동으로서 관중들을 즐겁게 해주더군요. 바닥에 줄을 긋는 시늉을 하고 그위를 위태롭게 걸어가는 써커스 단원의 모습을 판토마임으로 연출해 내기도 하고, 옆에있던 그 녀석이 아닌 다른 녀석이 마리화나를 꺼내 피면서 John에게 연기를 내 뿜었을 때 천사가 되어 날아가는 John의 모습은 익살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연기를 좀 마셨죠. -_-;; 이왕 소리가 안 들릴바에는 Peter Gabriel처럼 여우가면이나 쓰고 나와서 재롱을 부렸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를 숨겨 갖고 왔는지 플래쉬가 터지고 있었고 더 신기한건 아무도 재제를 가하지 않았다는 점 입니다. 이럴줄 알았다면 나도 갖고 올걸... ToT 어느 정도 공연 후반기에 들어서자 해초와 Ed가 마리화나를 꺼내 피기 시작했고 Zia도 곧 이어 따라 피면서 연주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다들 피는데 열심히 손과 발을 노려야만 하는 Rad와 피리를 불어야 하는 John이 안돼보였습니다. ^_^;; 어느덧 마지막 곡인 Sploosh에 다다랐고 John이 한마디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운드를 들려주마." 관중들은 열광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벽에 비춰지는 문양은 윈도우의 screensaver로 볼 수 있었던 Starfield로 바뀌어져 있었고 우리 모두는 오즈릭의 음악에 취해 우주를 날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speechless였던 것입니다. 관중들의 환호에 보답하기 위해 곧바로 앙콜을 하더군요. 덕분에 무슨 곡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전 곡과 다를게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연주에 취해 헤롱헤롱거리는 상태였기 때문에 무슨곡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상태를 유지해주는 그 무언가를 끊임없이 원하는 상태 였기 때문입니다. 드럼이 무너지도록 1시간 반 동안 두들겨 댔던 Rad는 거의 탈진 상태가 되어 안으로 들어가더군요. 앙콜 한 곡으로는 그 들을 곱게 보내줄 수가 없어 다들 바닥을 발로 구르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한번 등장한 오즈릭, 관중 여기저기서 White Rhino를 외쳤지만 준비해온 다른 곡을 연주 하더군요. 다 죽어가던 Rad도 예의 엄청난 파워로 다시 드럼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관중들 반은 눈을 감고 상체만이 잠에 취한듯 흔들리고 있었고 나머지 반은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습니다. 저는 6시간째 서있는 거라 기력이 쇄해 눈을 감고 흔들리는 축에 속했습니다. 곡이 끝난 후 이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뒤로한채 들어가 관중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바로 다음날 펜실배니아 주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 관계로... 공연장을 빠져 나올때는 벌써 12시 15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공연전부터 6시간을 함께해온 그 녀석에게 작별의 인사를 했습니다.

"야, 난 Simon이야 너는?"
"난 Chris, 만나서 반가웠어 크림슨왕 공연때 또 보자구."
"물론이쥐!" 그 녀석의 이름은 크리스 였습니다. ^_^;; 다시 회사로 가기 위해 차까지 걸어가는 도중에 너무 무리를 한 나머지 다리가 후들거리더군요. 아직까지도 귀가 멍멍해 있는 상태였고 믿거나 말거나 달리는 차안에서 들리는 모든 소음이 휘몰아 치는 신디사이저의 소리로 들렸습니다. 회사로 돌아가니 같이 일하는 녀석이 도대체 6시간 동안 어디 갔었냐구 묻더군요. 넘들은 이 시간까지 일하는데 공연보고 왔다고 차마 말할 수가 없어 집에서 쉬다 나왔다고 말했고 새벽 4시까지 그 녀석한테 잡혀 있었답니당~ "아!~ 오즈릭 그들의 공연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6 # 2000 10 31 공연기[ | ]

http://yebadong.net/review/ozrics.htm

Gig review by Fish, Incheol Shin, mailto:icshin@bioneer.kaist.ac.kr

10/31/2000 Ozric Tentacles at Jack Leg's ***

Ozric Tentacles의 공연 소식을 알게 된것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그동안 식당이나 수퍼마켓같은데 쌓여있는 무가지들을 들여다보면서 꾸준히 제가 있는곳 근처의 공연소식을 모니터하곤 했는데요.. 설마.. Ozric Tentacles가 '내쉬빌 같은곳'에서 공연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Ozric Tentacles같은 '거물' 밴드의 공연 소식이 이렇게 로컬 무가지에 작게 다루어지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다른 무명 로컬밴드들의 공연수준으로 조그만 광고하나 달랑 나와있더군요.

오즈릭스의 오피셜 홈페이지 ozrics.com에 가면 이번 새 앨범 Hidden Step 홍보 순회공연의 일정이 나와있는데 그곳에서도 내쉬빌의 공연 계획은 정확히 표기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아마 나중에 추가된 모양이에요.

실은.. 전에 잠시 리뷰드린 테네시 출신의 심포닉 그룹 (정말 안어울리는군요.. 마치 청학동 출신의 하드코어 그룹..하고 비슷한것 같아요.) Salem Hill의 홈페이지에서 잠시 그들의 옛 공연사진을 보고있던 중 그들이 Jack Leg's라는 클럽에서 공연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Jack Leg's라.. Citysearch.com을 돌려보았습니다. 역시나 내쉬빌 최고의 번화한(?)거리 2nd Avenue와 Broadway 교차점에 있는 Rock 전문 클럽이더군요. 혹시나.. 재밌는 공연이 없을까. Jack Leg's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온갖 어중이 떠중이들의 스케쥴들 사이에서 믿을수 없는 한줄의, 아니 두줄의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10/31 Halloween Special:Ozric Tentacles with Star People

아... 정말일까 ? 정말 무인도 표류 삼년만에 옛 애인을 만난것처럼 반가왔습니다.

공연 당일. 핼로윈 열기에 도시는 반쯤 돌아보였습니다. 흡연장소에서 자주 만나던 한 간호사 할머니는 머리에 주황색 색종이를 더덕더덕 붙이고 광대 분장을 하고 버젓이 근무를 하고 있었고 거래은행의 미남자 크리스 과장(?)은 인디안 복장을 하고 은행에 앉아있었습니다.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오즈릭스 공연당일의 분위기로는 괜찮은듯도 싶었습니다.

일찌감치 퇴근을 해서 주차를 하고 Jack Leg's 클럽에 사전 조사를 하러 들렸습니다. 컨서트가 열릴것 같은 바는 폭이 8 미터 정도. 길이가 25 m 정도 되는 작지만 제법 '깊은' 장소였습니다. 장발에 쭉쭉딱딱한 몸매의 락커같은 청년들이 여섯시부터 무대위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었습니다.

"실례.. 오늘 혹시 오즈릭 텐타클스 공연 있니?"
"응"
"지금 표 살 수 있을까?"
"아니 있다가 여덟시에 문을 열테니 그때 올래? 땡큐."

생각같아선 여섯시부터 죽치고 있고 싶었지만 공연시작 시간이 오후 열시라는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또 그다지 많은 사람이 올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죽이러 가까운 학교앞 맥주집에 들려 버드와이저 두병과 버팔로 윙을 네개 시켜먹었습니다. 랜치소스에 찍어먹는 버펄로 윙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

한국에 있을때보다 술이 많이 줄어서 두병만 마셨는데도 입에서 술냄새가 펄펄 나더군요.. 하지만 택시를 타고 갈수도 없는 노릇. 음주운전을 해서 주차를 하고 다시 Jack Leg's를 찾아갔습니다.

입구에 흑인 할아버지가 시가를 피우면서 표를 팔고 있었습니다. $7 이라는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돈을 내면서 정말 미안했습니다. $30 정도는 낼 생각이 있는데.. $7 이라니.. 정말 이건 범죄다..

어두컴컴한 바 아래로 내려가니 군데 군데 테이블에서 핼로윈 복장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술을 찔끔거리고 있었습니다. 바텐더는 우주인 복장.. 맥주갖다주는 아줌마는 클레오파트라 분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3을 내고 버드와이저를 하나 사다 먹었습니다. 저는 일찌감치 앞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더 먼저 와있었던 녀석들도 역시 있었습니다. Ozric Tentacles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걸 보아 그냥 오다가다 들린 녀석은 아닌것 같았습니다.

공연시작은 열시.. 그것도 오프닝 밴드가.. 한시간 반 가량 남았지만 주변의 핼로윈 군상들을 보느라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플린스톤스 원시인으로 분장한 녀석, 팀버튼 영화 가위손 주인공으로 정말 똑같이 변장한 녀석.. 평소에 하고싶었던 짓은 다 해보는 날인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멀리서.. 그날의 모든 핼로윈 커스텀들을 압도하는 초 고수가 등장했습니다. 모자와 턱수염.. 그리고 사이키델릭한 망또, 그리고 망또위로 자랑스럽게 빛나는 은색 글씨 OZRIC TENTACLES...

바로 오즈릭스 앨범의 아트웍에 종종 등장하던 마법사의 분장을 '정말 똑같이' 한 고수 할아버지가 등장했습니다. 옆에는 마누란지 불륜인지 마녀로 분장한 할머니까지 대동하고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아.. 정말 그 할아버지와는 사진이라도 한번 같이 찍고 싶었습니다. 사이먼님 말씀을 듣고 카메라를 가져올걸.. 땅을 치면서 후회했습니다.

약속한 시간 열시가 되었습니다. 오프닝 밴드 'Star People'이 나올 차례가 되었습니다.

빨간색 타이트한 원피스로 무척 매력적으로 보이는 날씬쭉쭉한 여자가 빨간색 전자 바이얼린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Ron Wood를 연상시키는 외모의 베이스 주자가 8현 베이스를 들고 연미복을 입고 등장했고 역시 웨이터 복장의 키보드 주자와 드러머가 빠박 밀은 머리로 각자의 포지션에 가서 앉았습니다. 그리고 언뜻 보아도 Robert Fripp을 흉내낸것처럼 보이는 외모의 기타리스트가 역시 연미복을 빼입고 Fripp 스타일의 안경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역시 Fripp처럼 의자위에 앉아 깁슨기타를 튜닝하기 시작했습니다.

"King Crimson 흉내내는 밴드인가.."

일렉트릭 바이얼린 주자.. 프립과 닮은 스타일의 기타리스트 8현 베이스.. 등은 뭔가 크림슨과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조명이 밝아지면서 등장한 두명의 프론트맨의 모습은 그러한 상상을 완전히 비웃는 듯 했습니다.

"오 레이디스 앤 젠틀맨 웰컴 투 아워 쇼우Jmnote bot (토론)"
"위아 스타 피플 !!!!"
priceline.com을 선전하는 느끼하게 생긴 아저씨와 닮은 배나온 아저씨가 하얀 연미복을 입고 등장했고 그의 왼쪽으론 역시 같은 복장의 조금 젊은듯한 친구가 타악기 앞으로 자리잡고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이 두 프런트맨과 바이얼린주자 (Miss Star)는 오페라 창법으로 마치 Magma를 연상시키는 합창으로 첫곡을 열었습니다.

곡의 진행은 도저히 종잡을 수 가 없었습니다. 마그마 (?) 적인 합창이 나오는가 하면 Eddie Jobson과 Jean Luc Ponty와 Mark Wood등을 연상시키는 일렉트로닉 바이얼린의 미친듯한 연주가 지속되기도 하고 천둥같은 8현 베이스의 폭격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음악이 카바레 음악으로 바뀌면서 리더 아저씨와 Miss Star가 탱고를 추기도 하고 대머리 신스 주자의 불같은 키보드 연주가 번뜩였다가 종내에는 Red-era King Crimson적인 헤비한 기타로 마감하는.. 정말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스타일의 음악이었습니다.

음악도 음악이려니와 이들은.. 김정렬이나 황기순같은 80년대 코미디언들이 주로 사용하던 표정연기와 어떻게 저런 춤을 출수 있을까 싶은정도의 황당한 춤연기로 무대위에서 쇼를 벌였습니다. (e.g. 김정렬의 '숭구리당당 숭당당' 춤, 양종철의 '물방개 춤' 과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갑자기 샴페인을 가져와 따라서 한잔씩 나눠마시기도 하고.. 빙빙도는 테이블위에 Miss Star를 올려놓고 그녀의 몸매를 감상시키도 하고.. 미개인들의 주술적 의식에 쓰는듯한 이상한 타악기들을 들고나와 리듬에 맞추어 흔들어주기도 하고.. 정말 예측할수 없는 토털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주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마치 King Crimson + Tom Jones + 개그컨서트의 쇼를 보는듯 했습니다. 저와 동행은 미친듯이 따라 웃으면서 공연을 보았지만 다른 사람들 반응은 그다지 시큰둥 한것이 아마 이동네 클럽에서는 많이 써먹은 레파토리인 모양입니다.

Star People의 정신없는 공연이 45분만에 끝났습니다. 나를 비롯한 몇명이 앵콜을 외쳤습니다만 그건 본심이 다들 아니었을듯 합니다. 빨리 오즈릭스를 보고싶었겠죠..

11시 반. 메인 이벤트인 오즈릭스의 공연까지는 사십오분 가량이 남았습니다. 이제 슬슬 모여들어오기 시작하는 관객들. 일찌감치 맨 앞자리로 자리를 옮겨서 바닥에 주저앉기도 합니다.

황당한 핼로윈 복장을 한 친구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얼추 한 200명 정도가 들어온것 같네요. 커버 차지인 $7이 모두 밴드한테만 간다고 해도.. 200명이면 약 $1400. 공연 진행요원들과 밴드들이 나눠 가진다고 해도 한 사람앞에 채 $100이 가기 힘들듯 합니다. 정말 너무나 싼 인건비에 공연을 하게 되는것 같아서 조금은 섭섭했습니다.

앞에 있는 녀석이 입고있는 오즈릭스 티셔츠가 이뻐보여 무대 뒷쪽의 티셔츠 부스로 갔습니다.

이들의 앨범 Afterswish, Waterfall Cities, 그리고 Star People의 앨범, 또 Ed Wynne의 사이드 프로젝트인 Nodens Ictus의 씨디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반팔 티셔츠를 살까 긴팔을 살까 고민하다가 $22을 주고 무난한 스타일의 오즈릭스 티셔츠를 한장 샀습니다. 좀 더웠지만 입고있었던 예스 티셔츠를 벗고 화장실에서 갈아입었습니다.

"새 앨범 Hidden Steps는 없어 ?"
"응 없어.. 다 팔렸어 다른 도시에서."

오즈릭스의 공연 로디로 보이는 키 큰 친구의 영국발음은 무척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아까의 초 고수 아저씨 말고도 군데 군데 마법사 모자를 쓰고 오즈릭스 앨범 자켓에 등장하는 마법사로 분장한 녀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정말 Ozrics가 오는거 맞기는 맞는것 같아..."

예스와 로저워터스처럼 오랫동안 어렸을때부터 좋아하던 아티스트의 공연은 아니었지만.. 또한 각별한 추억이 있는 오즈릭스의 공연을 직접..

그것도 예스나 로저워터스의 공연때처럼 멀리서 바라보는것이 아니고 바로 코앞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현실화 되어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셋리스트 좀 없어 ?"
"What?"
"Setlist, I mean Playlist"
"아하 셋리스트, 잠깐.."

로디 한녀석이 부스럭 거리면서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습니다.
"잠깐 줘봐 좀 받아적게.."

오즈릭스의 곡들을 연주만 듣고 무슨 앨범의 무슨 곡인지를 기억하는건 아무래도 불가능할것 같아 저는 셋리스트를 받아적었습니다.

"음 비타 붐이 첫곡이네.. 픽셀 드림.. 이건 신곡인가? Verbouti? 이건 무슨 곡이지?"
"아 이건 내가 잘못 쓴거야 스펠링이 어려워서 내가 적어줄께.."

그 친구가 적어준 곡은 Become the Other 앨범의 Vibuthi였습니다.무슨 뜻일까요 ? :-)

보스톤의 팬들 수준만큼은 되지 않는지 벽에 붙여있는 셋리스트도.. 공짜로 나누어주는 프로모 씨디도 없었습니다. $7에 공연해주는 것만도 감지덕지인데.. 뭘 더 바라겠어요..

약속한 시간 열한시 반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휘파람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마법사로 분장한 녀석들이 바닥에서 텀블링을 하고 춤을 추고 방정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흰 불빛이 무대위에 켜지면서 드디어 오즈릭스가 등장했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
저는 무대 왼쪽의 두번째 테이블.. 무대에서 한 2 미터 정도의 거리에 앉아있다가 저도모르게 벌떡 일어나 테이블에 발을 올리고 곤두섰습니다.

제일 키가 큰 John이 다 떨어진 보라색 반팔셔츠에 헐렁한 면바지를 입고 온갖 피리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메고 등장했습니다 키가 182 cm 정도.. 몸무게는 68 Kg 정도밖에 안나가는걸로 보였습니다.

이어 등장한 해초 (Seaweed) 사이키델릭한 얼룩무늬 티셔츠에 역시 얼룩무늬 바지. 사이먼님이 말씀하신대로 남성형 탈모증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긴머리가 잘 어울리는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체구는 왜소한 편인것 같았습니다 168 cm에 60 Kg 정도?

그리고 이어서 그룹의 리더 Ed Wynne이 기타를 메고..(아니 기타는 미리 무대위에 있었습니다) 등장했습니다. 80년대 헤비메틀 연주자들의 헤어스타일에 역시 콰이엇 라이엇이나 트위스티드 시스터가 입으면 어울릴듯한 티셔츠를 입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입은 바지가 이들 메틀 키드로부터 그들을 차별화 시켜주었습니다. 인도 스타일의 사이키델릭 몸뻬바지..^^; 정말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Ed도 무척 왜소한 편이었습니다. 해초와 거의 비슷한 사이즈였습니다.

그리고 174 cm 정도 되어보이는 베이시스트 Zia가 등장했고 마지막으로 제일 어리고 제일 체격 좋은(184cm 78 Kg?) 드러머 Rad가 나오자 무대가 꽉 차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
200명 남짓의 관중들은 모두 앞으로 몰려갔습니다. 저도 이들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벽을 타고 높이 올라갔습니다.

Rad의 드럼 터치 (신기하게도 Star People이 놓고 간 드럼세트를 그냥 쓰더군요.)와 Zia의 베이스 워크로 시작하는 첫곡 Vita Voom이 시작되었습니다. John은 역시 사이먼님의 말씀대로 시종일관 춤을 추거나 피리를 불면서 뭔가 아픈 사람처럼 무대위에서 몸을 배배 꼬았습니다. John은 서있는 나머지 멤버들, Ed, Zia, Seaweed보다 키가 훌쩍 커서 자연히 많은 시선을 받았습니다.

Ed의 폭발적인 기타솔로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말 사이먼님의 말씀대로 꽉찬 초강력울트라캡숑짱 싸운드는.. 메탈리카의 그것보다 더 강력했고 섹스피스톨스의 그것보다 더 공격적이었고 킹 크림슨의 그것보다 더 폭발적이었습니다. (물론 비유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 섹스피스톨스의 공연을 제가 본적이 없지만요.. ;) 자그마한 베뉴가 정말 떠나가는 듯 했습니다.

마법사로 분장한 할아버지와 마녀로 분장한 할머니가 무대 앞쪽에서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고 있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아.. 저 나이에도 저렇게 즐길 수 있구나.."
신기하게도 로저워터스나 예스의 공연에서는 유색인종을 거의 찾아볼수 없었지만... 이번 오즈릭스 공연에서는 200명 정도의 작은 인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자리에는 흑인이 한명.. 그리고 뒷자리에는 태국여자 같이 보이는 여자가 백인 남자랑 동행해서 앉아있었습니다. 아마 티켓 값이 싸기때문에.. 또 핼로윈이라는 특수상황때문에.. 덩달아 따라온 친구들인것도 같았습니다.

"땡큐.. 땡큐.."
첫곡 Vita Voom이 끝났습니다. 무대위에는 그새 이들이 흘린 땀으로 김이 뽀얗게 차 올랐습니다.

"고마와 고마와.. 근데 내쉬빌에서는 다 옷을 그렇게 입냐?"
John이 알아듣기 힘든 영국발음으로 관중들의 핼로윈복장에 대해 한마디 했습니다.
"음.. 뉴욕 공연 마치고 보스턴 공연 끝내고 밑으로 내려오는 중이야. 근데 이쪽 남쪽 스테이트로 내려오니 꽤 덥네.."
정말 더웠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하기에는.. 지난번 앨범 Waterfall Cities의 Xingu가 연주되었습니다. 물론 이 앨범을 가지고 있지만.. 셋리스트를 받아적지 않았으면 무슨 곡인지 몰랐을 겁니다.

오즈릭스의 곡들은 멜로디가 강조되어있는 몇곡들을 제외하면 솔직히 곡들이 너무 서로 비슷해서 어느곡이 어느곡인지 잘 알기가 힘듭니다. 저도 비록 초기 카세트 릴리스도 몇개.. 그리고 씨디로 나온 오즈릭스의 앨범은 거의 다 가지고 있는 어느정도 중급 팬이라고 할 수 있지만..

누군가 아침에 자는 나를 깨우고 오즈릭스의 앨범 트랙들을 랜덤하게 틀어준다음 곡명을 맞추라고 하면 채 반의 반도 맞추기 힘들다는게 솔직한 말씀입니다.

처음 오즈릭 텐타클스의 음악을 듣던 날이 생각납니다. 92년인지 93년인지.. internet의 i자 통신의 ㅌ자도 모르던 컴맹 이공대 대학원생이던 저희 실험실이 새로 이사를 가면서 인터넷 라인이 깔렸습니다.
"이게 뭐냐?"
"형 랜선이라는건데요.. 이제 이걸로 컴퓨터끼리 연결하게 돼요."
"인터..넷이라는거니.."
"그럼요 무지하게 좋은거에요."
후배가 깔아준 linux의 x-window로 텔넷질, 뉴스그룹질을 전전하다가 alt.music.progressive (rmp의 전신) 뉴스그룹을 발견했습니다. 1993년.. Ozric Tentacles가 Jurassic Shift라는 그들의 앨범중 '최고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앨범'으로 한참 잘나갈때입니다. Jurassic Shift는 영국인지 미국인지 앨범차트에도 올라갔었다고 하더군요.. (Shimrox님 혹시 빌보드챠트에 올라갔었나 알려면 어떻게 하죠 ? ^^;)

당시 a.m.p는 거짓말 안하고 거의 1/4 이상이 Ozric Tentacles에 관한 논란이었습니다. 좋다느니 아니라느니 등등.. 그래서 저는 제가 한 최초의 인터넷 메일오더로 Ozric Tentacles의 출세작 Erpland를 주문했습니다. (당시만해도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판다는건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불리던 시절이죠.. CDnow나 Amazon도 없던 시절. 아마 telnet으로 cdconnection, cdeurope만이 유일하게 접근할수 있었던 온라인 쇼핑몰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cdconnection에서는 오즈릭스의 앨범을 구할 수 없었고.. Ranjit[이 얼마만에 불러보는 이름인지..:-)]한테 이메일을 보내고 이메일로 인보이스를 받고 수표를 끊어 보내고.. 그렇게 한 후에 구했던 기억이 나네요.. 선사시대.. 즉 pre-yebadong era; 1994년 4월 이전.. 의 이야기였습니다. ^^;)

너무나 이뻤던 디자인의 Erpland.. 더블엘피를 씨디로 재현해서 양적으로 충실히 꽉 찼던 그 Erpland.. 붕붕 부유하는듯한 ..그 생전 처음 들었던 오즈릭스의 사운드.. 후배의 씨디피로 실험실에서 처음 오즈릭스의 음악을 들은지 어언 7년.. (밖에 안됐지만..) 그후로 저는 주욱 오즈릭스의 새 앨범을 기다리는 팬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역시 부유하는 해초의 키보드가 인상적이었던 'Xingu'가 끝났습니다.
"우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고마와.. 고마와.. (연신 땀을 닦으며)"
Ed는 가끔가다 한마디 하는 정도였고 대부분의 멘트는 프론트맨인 John이 했습니다.

"이번에는 새 앨범에서 한곡 연주할께. 이 앨범을 들고 다녔었는데.. 다 팔렸어. 아마 씨디샵에서는 살 수 있을거야. 우리는 고양이 앨범이라고 부르거든. 앞에 고양이 그림이 있어. 운좋으면 발견할 수 있을걸.. 새 앨범 '더 히든 스텝' 노래 제목은 '픽셀 드림'"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제목의.. 뭐 원래 오즈릭스는 디지털 성향이 강한 그룹이었지만...오즈릭스의 신곡이었습니다. 온갖 무늬를 비추며 뱅뱅 돌아가던 조명의 그림이.. 정말 Pixel처럼 작은 무늬로 바뀌어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도입부가 조금은 조용한 곡이었습니다. 마악 드럼비트가 빨라지면서 흥이나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나를 툭툭쳤습니다.

"왜그래 ?"
"좀 내려가지.. 영 위험해 보여.."
저는 무대앞에서 2 미터쯤 떨어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벽에 기대서.. 아니 바닥위 1 미터쯤 위에 있는 벽 모서리에 발을 올리고 벽에 기어올라가 조금 위태롭게 자리를 잡고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만.. 가게 주인이 보기에 조금 위험해 보였던 모양입니다.
"할수없지 뭐.."

1 미터 위에 발을 딛고 보다가 바닥으로 내려오니 영 시야가 좋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선 그래도 큰편에 속하던 내 키였는데.. 여기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마법사 분장 할아버지와 007분장 아저씨를 뚫고 앞으로 앞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바로 Seaweed의 코털과 반팔입은 Ed의 겨드랑털이 보이고.. John의 침이 튀는 무대앞 으로 왔습니다. John이 용트림을 할때마다 그의 땀이 바로 내 앞에 떨어졌습니다. Zia가 튕기는 베이스 스트링의 생소리가 직접 들립니다.

픽셀 드림.. 정말 속이 다 시원하게 확실하게 때려부숴주는 신곡이었습니다. 지금 앨범 버젼을 듣고 있는데 그때의 감동은 좀 재현되기 힘든것 같기도 하네요.. 확실히 새 앨범 '히든스텝'이 공연후 보스턴과 뉴욕에서 다 팔릴만한 이유가 있었던것 같아요.. 오즈릭스 팬 여러분 새 앨범 꼭 사세요. 물론 냅스터로 다운받을수 있지만.. 오즈릭스 망하면 안됩니다..흑..

지난번 앨범 Waterfall Cities의 Sultana Detrii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시작되었습니다. 비교적 소프트하게 시작되는 곡인데요.. 이때를 틈타 클레오파트라 분장의 주인 아줌마가 앞자리를 돌아다니며 호객행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아 ?"
"응 괜찮지 그럼"
"맥주한잔 더 안해?"
"됐네.. 아니..아 .. 한병만 더 줘.."

무대 오른쪽.. 그러니까 우리가 보기엔 왼쪽에 자리잡은 Ed의 기타와 해초의 신세사이저가 주고받듯이 연주되는 곡의 중반부입니다. Ed도 기타뿐 아니라 신세사이저를 꽤 많이 연주하는데요... Ed나 해초나 신세사이저 연주하는 모습은 역시 신세사이저라는 악기의 한계인지 좀 액션이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

한참 뿅뿅뿅뿅하는 신세사이저 소리에 맛가면서 몸을 흔들고 있는데 막상 연주자를 바라보면 조그만 다이얼 스위치 하나 붙잡고 몸을 마구 비비 꼬고 있으니. 그 장대한 음향과 그 환상적인 사운드에 비해 정작 연주자와 악기와의 interaction은 그다지 괄목할만하지 않아 좀 아쉬운 면이 있었습니다. ^^;

이정도의 사운드라면 적어도 온 손가락을 프렛위에서 날렵하게 비벼대던지 온몸을 흔들며 정열적으로 건반을 두드려 대야 할것 같은데.. 신세사이저는 고작 조그만한 버튼만을 붙잡고 돌리고 있으니.. 저 정도의 간단한 행위로 이런 복잡한 사운드가 나오다니... 라는 정도의 조그만 배신감도 있었습니다.

Afterswish앨범의 China Type입니다. 공연이 중반으로 접어들었습니다.

Jack Leg's 클럽은 완전히 사람으로 포화되었습니다. 사형수로 변장하고 목에 줄을 매달은 녀석이 맨앞에서 정말 믿기지 않는 스테미너로 사이키델릭 댄싱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오늘 공연이 마지막인 사형수의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이곡에서도 Ed는 주로 키보드 앞에 서서 해초와 듀엣으로 신세사이저를 연주했습니다.

이들의 음악만을 들을때는 Steve Hillage, Gong등의 레퍼런스가 떠올랐으나 직접 라이브 공연을 보니 듀얼 신세사이저 연주가 마치 Tangerine Dream의 공연 모습을 연상시켰습니다. Tangerine Dream의 곡들을 스무배쯤 빨리 연주하고 Edgar Froese를 기타 연습을 좀 더 시키면 오즈릭스의 음악과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

조금은 딱딱한 신세사이저 연주에 싫증이 날 무렵 Ed Wynne이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등장했습니다. 엘리트 팬인 저는 한눈에 알아보고 소리질렀습니다. ^^; "Saucers !!!!"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신세사이저와 맛깔스럽게 버무려진 Strangeitude 앨범의 멋진트랙 'Saucers'가 연주되었습니다. Ed의 스트록은 너무나 물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간만의 생소리에.. 컨트리 음악에 익숙해져있던 내쉬빌 피플들은 간만의 통기타에 환호를 던졌습니다. :-)

John도 가방에서 다른 모양의 피리를 꺼내 불었습니다. 이제보니 관중 중 맨 앞자리에 John의 스토커가 한명 있었습니다. John의 피리와 거의 비슷하게 생긴 피리 세트를 들고 John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피리를 불며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아... 저런 팬이나.. 마법사 분장 할아버지 팬에 비하면 저는 암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더 열심히 발광했습니다.

뱅뱅 돌아가는 조명 너댓병 먹어 알딸딸한 맥주.
매캐한 담배연기 그리고 대마초 연기..
아.. 꿈에도 그리던 오즈릭스가 눈앞에서 공연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신곡인 Aramanu가 끝나고 Ed Wynne이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John의 발음보다는 알아듣기가 쉬웠습니다.
"아.. 고마워 고마워. 여러분들 정말 끝내줬어. 이번에는 뭔가 좀 팬시한 곡을 할께.."
'부빠삐빠 뻬삐빠뻬.....' '징징징~ 지지지지징~' "으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많은 이들이 오즈릭스의 대표곡으로 알고 있는.. 그리고 가장 전형적인 오즈릭스의 곡인 Erpland 앨범의 첫곡 Eternal Wheel입니다. 때맞춰 환호를 질러 준 나와 Ed가 눈이 잠깐 마주쳤습니다. :-)

무대뒤에는 커다란 바퀴모양의 무늬가 조명으로 비쳐져서 아까부터 계속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점멸하는 스팟라이트 돌아가는 사이키 조명.. 완전히 맛이 가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언뜻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가 넘었습니다. 섬머타임 이전 시간으로는 새벽 두시입니다. 피곤해야 정상인데 몸에선 정말 에너지가 넘쳐흘렀습니다. 오즈릭스의 박스세트 Vitamin Enhanced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오즈릭스의 연주는 맛이 가버린 body and soul에 "VITA"min을 공급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또다른 비타민을 찾는 나의 flesh에 맥주 한병을 더 집어넣었습니다. 알콜과 '남이 피워대는' 대마초 연기와 그리고 오즈릭스... 아..

역시 비교적 근작앨범인 Become the other의 Vibuthi가 끝나고 공연의 최대 하일라이트중 하나였던 Sploosh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들 연주의 볼륨이 더 커진것 같았습니다. 정규 세트리스트의 마지막 곡이라는것을 알고 있다는듯이 관중들의 광란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는 나같은 세미-얌전한 무리들부터 아예 무대는 쳐다볼 생각도 안하고 땅을 보면서 온갖 슬램댄스를 구사하는.. 그래서 주변 1 미터 반경안으로 아무도 못들어오게 하는 과격한 슬램댄싱 무리까지.. 온갖 군상들의 광기가 뒤범벅된 울트라갤럭틱올개스믹아수라장으로 Jack Leg's는 변하고 말았습니다. 무대위에서 이들 극렬팬들을 바라보는 John의 표정은 참으로 의기양양했습니다. 노상 뽕맞은 표정으로 피리를 불어대던 그가 흠뻑 땀을 흘리고 나더니 아주 만족스런 표정으로 변했습니다. Rad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정말 엄청난 파워로 드럼을 두들겨 댔고 (귀가 다 멍멍했어요..) 해초는 앞자리 여자들과 악수도 하는등 아주 인기 만발이었습니다.

"땡큐!!!!"
John이 Sploosh가 끝나자 마이크에 대고 한마디 했습니다.
"정말 즐거웠어. 다음번에 또 올께 (언제????)"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즈릭스의 미국공연은 그렇게 흔한게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는듯 팬들의 반응도 무척 처절했습니다.

Ed도 한마디 했습니다.
"땡큐..정말 나이스 익스피리언스였어.. 바이.."
Ed가 제일 먼저 무대에서 나가고 그다음 John.. 그리고 Zia가 베이스를 들고 역시 무대밖으로 빠져나갔습니다. 해초도 자리를 툴툴털고 손을 언뜻 관객들에게 들어보인 후 백스테이지로 갔습니다. 그리고 묵묵히 엄청난 드러밍을 들려준 Rad, 유일하게 짧은머리이자.. 유일한 20대인...그가 드럼킷에서 일어나자 여자들은 다시 자지러졌습니다..
"오빠Jmnote bot (토론)!!!!!"
가장 성질이 드러울듯한 표정의 Rad였지만 쑥스러운듯한 인사를 꾸벅 하고 역시 무대뒤로 사라졌습니다.

메인 이벤트인데 앵콜 한번은 기본이겠죠..
죽어라 발을 동동 굴러대고 죽어라 White Rhino Tea를 외쳤습니다. 사이먼님의 말씀으론 보스턴에서는 앵콜로 White Rhino Tea를 외치는 친구들이 많았다던데 여기선 굳이 구체적인 곡목을 외치는 친구들은 없었습니다. 보스턴과 내쉬빌의 문화적 수준차이 ^^;를 느낄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잠시 뒤 기대했던대로 오즈릭스가 재 등장했습니다. 해초만이 입에 조그만 대마초를 물고 있을뿐 다른 친구들은 다 피우고 온듯했습니다. 제 예상밖으로.. 이들은.. 바로 White Rhino Tea를 연주했습니다.
"끼야아아아악 !!!!!"
흰코뿔소차. 제목이 무슨 의민지는 모르겠지만 Erpland의 Eternal Wheel이 이들의 Stairway to heaven이라면 White Rhino Tea는 Rock'n'Roll이나 Whole lotta love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가능한한 무대앞으로 몸을 밀착하고 마법사할아버지 그리고 마녀 할머니 옆으로 가서 마구 몸을 흔들었습니다. 빵모자를 눌러쓴 젊은녀석과 몸이 가끔 부딪쳤는데 서로 그런것따위 신경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라이브에서 더욱 더 빛을 발하는 White Rhino Tea.. (Live at Underslunky 버젼과 스튜디오 버젼을 비교해보시면 압니다.) 완전히 마지막으로 관객들을 맛을 보내려는듯 무대에는 연기가 푸욱 차 오르고 조명은 마지막 숨넘어가는 사람처럼 발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노래는 자연스럽게 역시 Erpland 앨범의 Sunscape로 넘어갔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Sunscape는 White Rhino Tea가 Whole lotta love라면 Dy'er Mak'er나 Fool in the Rain정도 되는 곡이라고 할까요? 암튼 오즈릭스의 곡들 중에서 멜로디가 가장 뚜렷한 곡이라 관중들의 반응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음악의 볼륨은 점점 커지고.. 홀 안의 온도도 점점 상승되고..

나도 맛가고 그녀도 맛가고 Ed도 맛가고 Zia도 맛가고 해초도 맛가고 Rad도 맛가고 John도 맛가고 앞자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완전히 맛이 갔습니다.

오즈릭스를 좋아하던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떠올랐습니다. 연봉 오천만원 받는 친구.. 일찌감치 대학교수된 친구.. 벤쳐 사장돼서 돈 펑펑 쓰고 다니던 친구.. 평소에 잘나가던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오즈릭스의 공연을 못보는 그들이 너무나 측은했습니다. ^^;

새벽 두시가 넘어서 공연이 끝났습니다. 썰렁한 거리에는 부랑자들과 청소부만 보였고 공연장서 같이 나온 친구들도 집에 가느라 다들 부산한 모습이었습니다.
"괜찮았지?"
"응"
"난 정말 뼝갔어.. 저번 로저워터스나 예스때보다 더.."
"왜?"
"전엔 눈과 귀로만 느꼈지만.. 오늘은 온몸으로 느꼈자나.."

정말 소규모 클럽 공연의 진수를 본 느낌이었습니다. 아틀란타로 그들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굴뚝같았습니다. 다시한번 그들을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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