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fin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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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Long / In The Tr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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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Great Thou Art / The Brooklyn Tabernacle Choir

매주 수요일 저녁, 무의탁 한인 할머니들의 집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청소하고 밥해주러 다녔는데, 당시 나와 짝꿍이 된 할머니는 욕쟁이, 심술쟁이로 유명했었다. 그래서 딴 할머니들 한테도 따돌림을 받는다고 봉사단체 실장님께서 잘 지내라고 일부러 말씀도 하셨댔지만 걸레질 하고 있으면 잘 움직이지도 못하심서 어느새 내 옆에 오셔선 '이년, 저년, 저 육실할 년' 하시면 어르신이니 조용히 있어야 할 테지만 때론 그러지 않고 '할머니 자꾸 나 구박할래~?' 라고 나두 반말로 막 나가며 티격태격 했었다. 그래도 그렇게 친해지는게지..라고 생각을 했었고 몇달이 지났다.

그런데 나도 사는게 너무 힘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잘 까먹고 잘 울고 웃는 성격탓에 어떻게든 헤쳐 나갔는데 그땐 너무 힘들어서 눈뜨면 왜 여태 살아있나..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 때였으니 타인을 향한 내 시선이 고울 수 없었는데 하루는 할머니네 가서 청소를 하려고 걸레를 찾으니 안보여서 어딨냐고 여쭤 봤더니 냉큼 니년한테 맡길 바에야 내가 한다시며 심술을 부리는게 아닌가. 걸레 달라고 살살 달래다가 나두 화가나서 '할머니 진짜 이러기에요!'했더니 내 얼굴로 날아온 걸레. 갑자기 너무 서러워져서 얼른 밥만 해놓구 집으로 달려 왔다. 다신 안간다고 맘 먹으며. 그리고 그 다음 주 수요일.

며칠 전부터 비가 올거라고 했었다. 그날 아침에도 잊지 않고 우산은 챙겼지만 지하철에서 책에 빠져있다가 허둥지둥 내리면서 잃어버린걸 집에 가려고 건물 입구로 나올 때까지 생각조차 못했었고, 퍼붓는다.라는 말에 꼭 들어맞게 내리는 비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내 뒤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내 작업실 윗층에 사는 총각이다. 지나가다 얼굴은 익혔지만 그때까지 이야기 한번 한 적 없었는데 그날 그는 내 옆에 서더니 지하철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했고 우린 아무 말 없이 지하철로 향했다. 지하철 역에 다다랐을 때, 고맙다고 인사하니 그는 망설이다 말했다.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싶다고. 괜찮다고 하자 또 망설이더니 그러고 싶은 기분이라고 했다. 다른 때 같으면 이게 무슨 뜻일까. 하며 한번쯤 쏴줬을 법도, 곱씹어 볼 법도 했는데 그의 낮은 목소리와 쑥스러운 표정에 왠지 거절 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서 그를 쳐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린 35분간의 여행을 떠났다.

E express train. 집으로 갈 트레인이 도착하자 우린 자릴 찾아 앉았고, 둘 다 어색하게 있다가 난 결국 책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이야길 시작했다. '나.. 그 건물에 산 지 벌써 4년이 되었어. 그런데 아는 사람이 참 없단 생각이 얼마 전에야 들더라' 속으로 휴...하고 한숨쉬며 책을 덮은 후 그에게 답했다. '난 1년 됐는데 몇명 친하게 된 사람 있어' 지금 생각해도 참 얄미운 대답이었다. 그런데 그는 뭐 이렇게 선한 눈이 있나 싶게 따뜻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좋겠다. 나도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그런 그의 눈을 들여다 보자 이유를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어서 화제를 바꿔야지 싶었다. 내 기억으로 그는 다모의 장두령 같은 좀 긴듯한 갈색 머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날 보니 완전 삭발을 해서 옳다구나. 싶어 새 헤어스타일이 멋있다.라고 했더니 그는 웃으며 말했다. '키모테라피 땜에... 너무 많이 빠져서 그냥 밀어 버렸어'

그때처럼 어쩔줄 몰라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는 당황한 기색의 날 보며 괜찮다고, 사람들이 섹시해 보인다고 해줬다며 웃었다. 그의 웃는 모습을 보자 지난 몇주간의 내 행동이 그렇게 후회될 수 없었다. 왜 죽음을 그리 가볍게 보았나. 내 입장에서만 보지말고 바꿔서도 보고, 넓게 보자고 그렇게 맘 먹은지 오래 되었는데 그건 왜 다 까먹었었나. 나의 이기심, 편협한 마음, 그리고 용서할 줄 모르는 마음. 그 몇주 내가 한 모든 행동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타인의 불행으로 내 삶에 가치를 느끼게 된 것 역시 미안한 맘이 들었댔는데 그는 날 보며 말했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니까... 여태 타인에게 친절한 적이 없단 걸 알았어. 그래서 아까 널 보기 전에 집에 있던 동전을 다 모아서... 손내미는 사람마다 하나씩 넣어줄 생각이었어'라며 작은 가방에서 불룩한 주머니를 하나 꺼내 보여 주었다. 그러면서 데려다 줄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가슴 한구석이 저려와서 입을 뗄 수도 없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using 'f' word. 그간 날 괴롭힌건 분노와 배신감이었다. 그런데 상대를 향해 'fuck'하고 욕을 하는 대신 난 날 향해 그 단어들을 쓰고 있던 거였다. 그러니 아플 수 밖에. 그러다가 또 깨닫은게 있었다. 'forgiveness' 'forgetable' 같은 말머릴 가진 이 단어들로 대신하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보.. 이렇게 간단한건데... 그러자 살고 싶어졌다. 다시 웃는 내가 보고 싶어서.

그에게 시간 있냐고 물었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있긴 있는데...?' 했고 난 그런 그를 끌고 지하철을 바꿔타고 한인들이 많이 사는 플러싱이란 곳을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문을 열자 나 대신 온 선배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니 쇼파에 누워 계시던 할머니가 고갤들어 보시곤 버럭 소릴 지르셨다. '다신 안 올 것처럼하구 가더니 왜 또 왔어! 이 벨도 없는 년' 할머니야 그러거나 말거나 옆으로가선 '마져. 나 벨도 없는 년이야. 오늘은 손님도 왔는데 이렇게 소리 지를꺼야?'하구 그에게 들어오라 손짓을 했다. 그는 수줍게 들어와서 앉았고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못알아 들으시는 할머니는 '이년아. 왜 양놈까지 데리고 오고 지랄이여... 뭐라는거여...' 라며 당황 + 수줍은 표정으로 날 쿡쿡 찌르셨고, 그런 할머닐보니 나이 들어도 여자는 여자구나 싶어 웃음이 나오는걸 참을 수 없었다. '할머니 이쁘다고... 늙어두 이쁘다고... 그러니 백년 더 살어요. 네?' 그랬더니 그녀는 내게 '미친년'이라 했고, 우리가 무슨 얘길 나누나 궁금해 하는 그에게 그녀가 예쁘지 않냐고 했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렇게 맡은 일을 다시 하고 나오니 선배가 내게 이야길 했다. 할머니가 하루 종일 조용했었다고. 자기가 온 걸 보고 그때부터 아무 말씀없이 계속 소파에 누워 계셨다고. 너 기다리셨나봐.. 하는 말에 찔끔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우리 셋은 같이 커필 마셨고,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에게 고맙다고 말은 못했지만 헤어지며 잡은 내 손으로 그런 맘을 느꼈는지 세게 맞잡아 주었다. 아마 그는 가는 길 내내 동전을 하나씩 주고 다녔을 것이다. 그는 잘 살아 나가고 있고 나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이야기... -- 자일리톨 2004-8-17 9:41 am


오야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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