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chboxTwenty

# Mad Season[ | ]

  (Warner, 2000) ★★★

'거대한 소울 soul'. 예전에 성문영씨가 故 제프 버클리 Jeff Buckley를 일컬어 말했듯이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목소리를 가진 어떤 보컬리스트들이 존재한다. 특히 기타-베이스-드럼-보컬로 이루어진 락 그룹이라면 보컬의 역량에 따라 밴드의 평가가 크게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카피를 달고 나오는 매치박스 트웬티의 보컬리스트 롭 토마스 Rob Thomas 는 얼핏 들으면 과연 그 위대한 보컬리스트의 계보에 차기 후보로 올려놓아도 아무 손색이 없을 듯한 목소리를 갖고 있다. 산타나 Santana 의 ?Smooth'에서 목소리 하나로 미국과 그래미를 흔들어 놓은 것도 바로 그가 아니었던가.

매치박스 트웬티는 이들의 싹수를 일찍 알아본, 21세기 클래식 락의 구루라는 다소 과한 칭호를 수여 받은 맷 설렉틱 Matt Serletic (컬렉티브 소울의 프로듀서) 이라는 인물에 의해 지방클럽에서 픽업되었다. 컬렉티브 소울 Collective Soul, 카운팅 크로우즈 Counting Crows, 데이브 매튜스 밴드 Dave Matthews Band. 상기 열거한 밴드들은 모두 컨트리, 블루스, 루츠락적 성향을 띤 매우 미국적인 음악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제대로 이해 받지 못하는 정서를 담고 있는 이런 음악들은 사실 90년대를 주름잡은 브릿팝이나 일렉트로닉스에 비해 ?쿨? 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스핀 지의 상담 코너에는 데이브 매튜스 밴드를 좋아한다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 어떤 소녀의 사연이 실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에는 영혼이 담겨있다?고 추켜세우는 미국 언론들의 평가가 거짓말만은 아닌 것은, 때로 이 음악들이 모래 바람 부는 황량하고 메마른 곳에서 생각지도 않게 자신의 영혼과 마주치는 듯한 체험을 안겨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미국적?인 음악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그치지 않고, 브릿팝 처럼 흙먼지를 털고 말쑥하게 단장하여 세계시장에 어필할 준비를 하고 있다.

겉모습만 보면 여느 영국 밴드들 못지 않게 패셔너블한 매치박스 트웬티의 보컬 롭 토마스의 목소리에서는 어쩐지 대량생산의 냄새가 나는데, 이것은 깊은 감정을 담은 음악을 하기에는 아직 이들의 연륜이 짧은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능성은 있는 친구들이니 이들이 정말 ?거대한 소울?이 될 때까지 기다려 줄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이번 앨범을 들어보니 이미 ?루츠락적 색채를 가미한? 팝 밴드로 방향을 잡은 이들에게 문제는 시간이 아닌 듯 하다. ?If You're Gone'이나 ?Bed of Lies' 같은 곡들은 양질의 락 발라드임엔 틀림없지만, 1집에 이어 이번 앨범도 프로듀스한 맷 설렉틱이 이들의 노래에 'songs that meant something' 같은 형용사를 붙이는 건 조금 당혹스러운 일이다. 첫 싱글로 많은 이들의 귀에 익은 ?Bent' 같은 곡을 들어보면, ?Bed of Lies' 같은 평범한 발라드를 부르기에는 롭 토마스의 목소리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vanylla,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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