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Lang

# Invincible Summer[ | ]

  ★★★

"나이를 먹을수록 당신은 더욱 편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I think that as you get older you get more comfortable with what you are)" 처음 필자가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누군가 인용한 그녀의 말에서였다. 하지만, 10대 후반의 한참 피끓던 나이의 필자에게 평화와 여유는 자유, 우울, 낭만 이런 단어들에 비하면 한참 우선 순위가 밀려 있었기 때문에 당시엔 '호오, 과연 그럴까' 정도로 지나치고 말았으리라.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젠 필자도 "comfortable" 이라는 덕목의 가치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 라고 얘기하는 건 좀 너무한 일인가 (웃음). 캐나다 출신의 고급스런 크로스오버 뮤지션으로 그래미 단골 수상자인 케이 디 랭이 보내는 메시지는 영화 <바그다드 까페> 가 주는 느낌과 비슷하다. (그녀는 같은 감독의 영화 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레즈비어니즘에서 출발해 휴머니즘으로 향하기. 이미 오래 전에 커밍 아웃한 케이 디 랭이 노래하는 사랑은 흔히 생각하는 남녀의 사랑보다 훨씬 보편적이고 넓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녀의 2000년 새 앨범은 알베르 까뮈의 "겨울의 한가운데서 나는 마침내 내 안에 저항할 수 없는 여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In the depth of winter, I finally learned that within me there lay an invincible summer)" 라는 문구에서 제목을 따왔다. 햇빛에 금빛으로 물든 그녀의 머리칼에선 여름과 해변, 일요일의 냄새 같은 것들이 금방이라도 풍겨 나올 듯 하다. 첫 번째 싱글인 <the Consequences of Falling> 에서는 그녀의 멜로우한 보컬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경쾌한 에 이어 <Love's Great Ocean>은 따뜻한 바다의 물결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처럼 기분 좋게 넘실거린다. 로맨틱한 현악 연주와 살짝 가미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세련되었지만 아직 그녀의 충고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뜨거운 피를 가진 이들한테는 예전의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다지 흥미 없는 앨범이 될 수도 있겠다. --vanylla,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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