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Zorn/God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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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Sonimage[ | ]

John Zorn 『Godard / Spillane』

신음악계의 대표적 인물인 존 존의 디스코그라피를 고찰해본다면, 그의 네이키드 시티(Naked City) 프로젝트와 유태 전통음악의 도큐멘테이션 시리즈인『마사다(Masada)』나 『외로운 장소(Locus Solus)』, 『대총격전(Big Gundown)』등의 검증된 대표작들로 통합되지 않는 틈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간격을 메우고 그의 음악에 다가가기 위해 존 존이 프리 재즈계의 색소폰 테크니션이자 하드 밥에 정통한 뮤지션이라는 것을 상기해보고, 하드코어 음악이 프리 재즈와 같은 아우라를 내포하고 있다고 했던 그의 선언들을 떠올리고, 그래서 그가 오네트 콜맨의 곡을 하드코어 버전으로 해석한 앨범 『스파이 대 스파이(Spy vs. Spy)』나 그의 하드코어 프로젝트 페인킬러(Painkiller) 활동을 고려해보자. 그는 록이야말로 하이브리드 음악이라고 했고, 80년대 이후 그에게는 내내 포스트모던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그의 출발점은 재즈이거나 현대음악일 것이다. 또는 존 케이지이거나 고다르이거나 리처드 포어만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의 전기적 기록에 의하면 음악적 출발점은 『오페라의 유령』과 마우리치오 카겔이다. 그는 버트 바카락과 엔니오 모리코네와 샤를르 갱스부르 사이를 오가며, 소니 롤린스와 존 콜트레인과 칼 스탈링(워너 브러더스의 애니메이션 『벅스 버니』의 작곡가)과 잭 스미스(뉴욕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대부, <불타는 피조물들(Flaming Creatures)>의 바로 그 감독)와 스즈키 세이준, 일본의 로망 포르노들을 매개하는 역량을 발휘한다.

그는 서로 이질적인 영역들을 오가며, 그 안에서 통합의 논리를 발견해낸다. 그는 장르 구분을 믿지 않으며(“음반을 팔아먹기 위한 음반업계 관계자들의 상업적 전략일 뿐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것 자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자신의 음악적 창조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삼는다. 아방가르드 음악 이론가로서, 작곡가로서의 존 존의 면모들을 살펴본다면, 그의 게임 피스(game piece) 이론이나 파일 카드(file card) 작법, 음악적 눈 극단(Theatre of Musical Optics) 창설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뉴욕의 신즉흥파로 부상했던 그의 음악적 기반들이 이러한 이론들과 더불어 어떻게 이미지와 사운드의 만남으로 전이되었는지, 웹스터 대학에서 영화와 음악과 철학을 전공했다고 하는 그의 경력들이 어떻게 『고다르/스필레인』 음반으로 이어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오늘의 주제이다. 그리고 이로써 그의 사운드에 접근하는 무수한 방법론들 가운데 여러분에게 가장 익숙한 타이틀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존 존의 영화에 대한 관심은 『고다르/스필레인』 앨범 속지에 그가 언급하고 있는 영화광으로서의 시절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하루에 네편의 영화를 보았던 영화광이었음을 고백하며, 히치콕, 프리츠 랑, 오손 웰즈, 오토 프레밍거, 조셉 폰 스턴버그, 토드 브라우닝, 막스 오퓔스, 미조구치 겐지, 장 비고, 존 카사베츠, 루이스 브뉴엘 등에 이르는 끝도 없는 오마주의 리스트를 토해낸다. 그리고 특히 고다르가 자신의 음악작업에 영감을 제공한 것 이상으로 방법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존 존의 음악이 영화와 가진 긴밀한 관계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작품들을 재해석한 『대총격전』이나, 『뒤라스/뒤샹』, 또는 호금전 영화의 지혜로운 여협객으로 등장했던 슈팽(徐風)을 주제로 한 앨범 『슈팽(Xu Feng)』을 비롯하여 영화에 대한 자발적 애정에 근거해 작업한, 일본 만화영화와 미국 언더그라운드 필름들의 사운드트랙으로 만든 14장에 달하는 『필름 웍스(Film Works)』 등에 이른다.

존 존의 레이블 짜딕(Tzadik)이 2000년에 발매한 『고다르 / 스필레인』앨범은 경계없는 하이브리드의 아방가르드 작곡가인 존 존 자신의 가장 기념비적인 시기를 회고하는 앨범이다. 이 앨범에는 19분에 달하는 「고다르」와 25분이 넘는 「스필레인」, 그리고 보너스 트랙으로 캐롤 송인 「블루스 노엘」의 세 곡이 담겨져 있다. 원래 「Godard」는 1985년에 프랑스의 레이블 나토에서 발매된 『고다르, 그를 노래한다(Godard Ça Vous Chante)』에 수록된 곡이며, 「스필레인」은 86년에 논서치 레이블에서 발매된 『스필레인』 앨범의 첫 곡으로, 존 존의 음악적 여정에 있어서 중요한 방법론들인 파일 카드 작법과 음악적 눈 극단 활동을 통해 음악이 사운드와 시간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펼쳤던 시기의 곡들이다. 만약 고다르를 내러티브 구조의 복합성과 인터컷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존 존의 파일 카드 작업은 고다르에 기인한 바가 클 것이다. 또한 리처드 포어만이 무대에서 연기 자체를 철저히 배격하고 텍스트 자체를 명확하고 살아있는 것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측면을 고려한다면 존 존의 음악적 눈 이론이 뮤지션을 인형사의 위치에 두고 악기를 발견된 대상으로 사고했고, ‘비주얼 뮤직’을 구체화시키고자 한 점은 포어만에게서 비롯한 바일 것이다.

이 앨범에서 고다르와 더불어 소개되고 있는 인물인 믹키 스필레인은 『나, 배심원』, 『격렬하게 키스해주세요』, 『복수는 나의 것』 등의 작품을 쓴 미국의 하드보일드 소설가이다. 존 존은 고다르의 영화 텍스트와 스필레인의 범죄소설 텍스트를 음악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가 사용한 파일 카드 작법은 각각 해당 영화들과 소설들에서 얻은 아이디어와 이미지들을 메모한 카드 묶음들을 종류와 순서에 따라 곡의 뼈대로 삼는 것이다. 이 각각의 카드들에는 특정 악기의 코드나 스케일을 적은 것에서,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 기차의 충돌음, 또는 특정 분위기, 나레이션 등이 적혀있게 된다. 기본적으로 이 카드들은 존 존이 그동안 고다르나 스필레인의 작품을 접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들, 인상들을 기록하고 있으며,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카드들 중에서 선택된 카드들이 음악의 한 부분으로, 멜로디로 통합되고 오케스트레이션되는 것이다. 「스필레인」의 경우는 60장의 카드가 사용되었다. 이 곡들은 기본적으로 장르 간의 침입과 통합을 바탕으로 하며, 노이즈에서 재즈와 피아노, 하프시코드, 첼레스타 선율, 스크래치 음, 휴먼 보이스 등에 이르는 차별적인 음색들의 수평적인 배열을 시도하고 있다. 즉흥성은 존 존 작업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 앨범은 그가 『대총격전』에서 처음 시도한 스튜디오 작업이 이어진 것으로, 치밀하게 구상한 사운드 전체에 대한 개념과 틀이 분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존 존은 이 앨범의 속지에서 통합과 소통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는데, 그는 작곡이란 음악을 상상하는 것이며 다른 뮤지션들과의 소통방법, 그리고 음악들 간의 소통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기보화되어 있는 전제적인 음악적 방향성이 아닌, 단순한 지시들, 예를 들어 ‘약에 절은 16세 소년처럼 드럼을 쳐라’와 같은 것들을 통해 참여 뮤지션들이 가능한한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음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이 앨범은 카드들이, 즉 고다르와 스필레인에 대한 음악적 비전들이 ‘비주얼 뮤직’으로 나아가는 과정들의 마술 같은 순간들을 함께 담고 있다. 고다르와 그의 영화들과 존 존과 그의 음악들이 소통과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이 담겨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앨범은 존 존과 개인적 코드에서조차 소통의 무한가능성을 가진 음악적 동료들이 함께 하고 있다.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 피아니스트 안토니 콜맨, 드러머 바비 프레빗, 키보디스트 데이빗 웨인스타인 등이 참가했고, 리처드 포어만과 존 루리가 나레이션으로 참가했다. 「블루스 노엘」에는 프레드 프리쓰가 참가했다.

『고다르/스필레인』 음반은 존 존의 음악에 대한 사고에 보다 근접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작품이며, 단순히 영화나 소설에 대한 감상의 기록물이 아니다. 존 존은 여기서 고다르를 음악적으로 상상하고 있으나, 고다르 영화의 주제의식에 다가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점프컷처럼 펼쳐지는 이 음악들에서 고다르의 영화들이 가진 외적인 장치에 보다 주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단편적 에피소드들의 꼴라주 이상으로 각기 다른 모티브를 가진 드라마들을 시각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즉, 「고다르」가 확실히, 이를테면 <네멋대로 해라>에서 고다르가 온갖 영화의 장르들을 즉흥적 구도 안에서 뒤섞은 것을 참조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고다르」는 당신에게 <미치광이 삐에로>에서 , , <여자는 여자다>에 이르는 영화들의 이미지들을 분명히 떠올리게 할 것이다. 그래서 당신과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영화작가에 대한 경의 속에서 자신의 음악 작업의 지평을 넓힌 아방 정신의 소유자를 다시한번 주목하게 만들 것이다.

  • 이 글은 월간 KINO 2001년 6월호에 실렸던 글이다. KINO의 재창간에 맞추어 가장 KINO의 방향성과 잘 어울리는 앨범이었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연재의 첫번째였다. 당시 편집부에서 달았던 제목은 '고다르와 하드보일드, 그들을 노래한다'이며, 원고가 너무 길다는 이유로 마지막 단락이 상당 부분 잘려나간 채 실렸었다. 그때 이 원고를 담당해서 임의로 끝부분을 잘라냈던 최모 기자에게 얼마나 화를 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연재가 진행되었던 긴 시간이 지난 후, 최모 기자는 나에게 정말 마음으로 아끼는 사람이 되었다.

-- Sonimage 2004-4-10 6:01 pm

2 # 촌평[ | ]

지금, 다시 존 존의 파일카드 작법을 살펴보니, 이건 확실히 개념미술의 영향을 받은 방법론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 Sonimage 2004-4-10 6:1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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