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peed You! Black Emperor

1 # 초기앨범리뷰[ | ]

2 Godspeed You Black Emperor![ | ]

LIFT YOUR SKINNY FISTS LIKE ANTENNAS TO HEAVEN

3 고결한 이상주의자들의 서사시 [ | ]

     

세기말에 바라본 세계는 세기초의 우려와 불안을 그대로 안고 있다. 그때보다 더 나빠진 것은 없지만, 더 나아진 것도 없다. 그러한 우려와 불안을 자기 시대의 컨텍스트에 의거해 표현해낸 캐나다의 몬트리올로부터 온 밴드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Godspeed You Black Emperor!/이하 갓스피드 유)는 세기말의 악몽과 희망을 표현해낸 밴드로 현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이들의 음악은 작은 반향이고 공명이었는데, 이제는 북미의 대학가 라디오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급부상했다. 이들의 음악에 들어있는 설득력과,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보기 드문 뮤지션쉽, 고결한 이상주의를 통해 오늘날 갓스피드 유가 이토록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를 알아보기로 하자.

1. 세기말 전야의 긴장

갓스피드 유의 음악은 “뮤지션쉽과 카타르시스가 결합된 너무나 인상적이며 소름끼치는 작품”이라고 한다. 세상의 아름다움과 미움을 대조시키면서 이들의 음악은 냉소적인 숙명주의와 불가해한 로맨티시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멜로디에 기대는 주선율이 진행되다가도 불가피한 결론처럼 붕괴와 분열의 사운드가 등장한다. 자신들의 음악적 지형도의 광대함과 무한함을 제시하기에는 이보다 더 적절한 스타일이 없을 것만 같다. 단순히 영화적이고 피안의 음악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이들의 음악에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이들의 음악은 포스트 록 이후에 등장했지만, 포스트 록의 지적인 시도들을 순수한 영혼이 구원과 용서를 위해 기도하는 자신들의 음악으로 물리쳐 버렸다. 어쩌면 이들의 음악은 그렇게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스티브 라이히와 필립 그래스와 소닉 유스와 엔니오 모리코네와 모과이와 래브래드포드와 존 존과 크로노스 쿼텟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이 이 시대에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이 시대를 암흑으로 규정짓고 그 안에서 구원을 구하고자 한 음악들은 아주 많았다. 그렇지만 그러한 메시지를 이토록 절박하고 단정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한 밴드는 별로 없었다. 지금의 시대에 갓스피드 유는 개인을 유기시키는 이 방종한 세계에 대한 맹렬한 거부와 한숨섞인 포기의 음악과 구제불능의 희망과 멜로디시즘의 음악을 결합시키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눈물과 소름을 동반한다. 이들의 음악은 이들만의 방언으로 쓰여진 즉흥적 음악 언어이다.

갓스피드 유의 음악은 임프로바이제이션에 근거를 둔 아방-록 또는 익스페리멘틀 인스트루멘틀이다. 또는 사이키델릭 심포니이기도 하다. 또는 순수한 감정의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이들의 음악은 그림이 없는 수퍼 8미리의 입자가 지글거리는 거친 영화이기도 하다.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지 모른다. 영미 지역의 평론가들은 자신들의 모든 수사학적 능력을 이들의 음악을 표현해내기 위해 바치고 있다. 분노와 노이즈와 피드백과 천상의 아름다움이 결합된 아트-노이즈 오케스트라이다. 또는 조용한 열정의 외침이고, 내성의 크레센도이며, 세상의 종말을 위한 협주곡이며, 밀레니엄의 긴장과 불안을 정의하는 음악이며, 예언자들의 음악이며, 이곤 쉴레를 위한 아름답고 저주받은 젊음의 감수성의 음악이며(이것은 레이첼스를 정의하는 말이기도 하다), … 등등등.

갓스피드 유는 인터뷰를 별로 하지 않는다. 갓스피드 유의 멤버들은 블랙 플랙(Black Flag)과 같은 미국 펑크의 이상주의가 사라진 현실을 개탄한다. 그들은 뮤지션들이 말이 너무 많아진 것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발 뮤지션들이 입을 닥치고 음악이나 더 열심히 했으면 한다.” 대신 갓스피드 유의 앨범에는 자신들의 시선을 담은 슬리브 노트가 있다. 거기에는 이 썩은 세상에 도래한 변화와 용서의 순간을 위해 음악을 한다고 적혀있다. 그 잠시의 순간을 위해 자신들이 음악을 한다고 한다. 음악이 서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그것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갓스피드 유는 공연 때 테이프에 녹음된 긴 모놀로그로부터 공연을 시작한다.

2000년 4월 런던의 로얄 페스티벌 홀에서 가진 공연에서의 모놀로그는 다음과 같다. '이 세계에는 악마가 있다. 그리고 우리를 구원할 천사는 없다. 우리의 관계는 이 뒤집어진 세상처럼 썩었고 상처받았다. 그들은 우리의 이웃을 디즈니랜드로 바꾸고 있다. 그들은 더 많은 감옥을 짓고, 경찰차를 두배로 늘린다. 우리의 도시가 불타고 있을 때 미스 셀린느 디온은 러브 송을 부른다. 이 시대에 모든 것은 부정되었다. 어떤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날마다 완고하고 조악하고 아름다운 생각들이 시들어가는 포도나무 줄기에서 썩는다. 모든 꿈은 좌절되었고 실패는 아이러니가 된다. 그리고 아이러니는 최신의 수퍼스토어의 파스텔 색으로 우리를 숨막히게 한다...... 어떤 문화가 여기에 세워질 수 있다. 모든 종류의 일들이 가능하다. 만약 우리가 거부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오늘의 공연을 조용한 거부, 시끄러운 거부, 슬픈 거부에 바친다. 우리는 급박한 시장 붕괴에 바친다. 우리는 목수들과 웨이트리스들과 마약중독자에게 바친다. 비서들과 알콜 중독자들과 신경쇠약자들과 소년들에게 키스하는 소년들, 소녀들에게 키스하는 소녀들, 소년들에게 키스하는 소녀들, 그 사이의 모든 사람들에게 바친다. 이 세상의 모든 수감자들에게 바친다.’

2. 몬트리올 꼬뮌

갓스피드 유의 음악은 익스페리멘틀 인스트루멘틀이다. 스포큰 워드(spoken word)가 곡의 구조에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어쨌든 이들의 음악에는 보컬이 없다. 세 대의 기타와 두 대의 드럼, 두 대의 바이올린, 두 대의 베이스, 글로켄스필(철금), 실로폰, 그리고 테이프 루핑, 영사기 등으로 이루어진 9인조 밴드이다. 94년 무렵에 기타리스트인 에프림(Efrim)과 베이시스트인 마우로(Mauro)가 그들의 친구인 모야(Moya)와 함께 밴드를 시작했다. 로컬 밴드인 스테이크 72(Steak 72)의 공연 오프닝을 부탁받은 에프림은 즉석에서 마우로와 모야와 밴드를 결성했고, 공연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은 30분 동안 음표 하나만 연주하기로 했다. 이것이 갓스피드 유의 시작이다. 이때 이미 에프림과 마우로는 카셋트 앨범으로 ALL LIGHTS FUCKED ON THE HAIRY AMP를 녹음했었다. 이들이 당시에 만나게 된 돈 윌키와 이안 일라브스키는 자신들의 새 레이블 컨스털레이션(Constellation)을 만들었다. 컨스털레이션 레이블에서는 몬트리올의 4인조 밴드 소파(Sofa)의 앨범 두 장을 발매했고, 세 번째로 발매한 것이 바로 갓스피드 유의 F#A#INFINITY(∞)이다.

갓스피드 유의 멤버 구성의 변천 과정은 다음과 같다. 마우로가 아는 사람이 악기를 연주할 줄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받아들이고, 또 그 사람의 친구가 악기를 연주한다고 해서 또 받아들이고 해서, 한때 이 밴드의 멤버는 15명에 이르기까지 했다. 지금은 9명이 함께 연주하고 함께 삶을 살아간다. 이 밴드의 구성 멤버들은 여러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 본래 에이단(Aidan)은 이그조스트(Exhaust)라는 밴드에 있었고, 로저(Roger)는 플라이 팬 암(Fly Pan Am)에 있었다. 지금은 갓스피드 유의 첼리스트인 노르솔라(Norsola)는 플라이 팬 암에서 연주하기도 한다. 이들은 마치 자신들만의 작은 공동체(community)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실제로 이들에게 공동체의 개념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리고 이 밴드의 멤버들은 앨범에 자신들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 준다. 이름은 있지만 성을 표기되어 있지 않다.

9명의 멤버들은 갓스피드 유에서 소화되지 않는 각자의 다른 음악적 아이디어를 다른 프로젝트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컨스털레이션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는 실버 마운트 자이온(A Silver Mt. Zion)은 에프림과 소피(Sophie)와 띠에리(Thierry)의 프로젝트이다. 여기서 에프림은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도 한다. 소피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띠에리는 베이스를 연주한다. 원-스피드 바이크(1-Speed Bike)는 드러머인 에이단의 밴드이다. 플라이 팬 암은 로저가 갓스피드 유에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던 밴드인데, 여전히 로저에게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이들의 작곡 과정은 이렇다. 먼저 누군가가 곡의 뼈대가 될 만한 리프를 생각해와서 연주해본다. 그럼 나머지 멤버들이 그 뼈대에 맞추어 연주를 시작하여 결국에는 원래의 뼈대가 사라져버리고 그저 아주 시끄러운 노이즈만 남게 된다. 그리고 잠시 쉬면서 담배도 피우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한번 서로가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서 연주한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어느 순간 정말 최고의 곡이 연주되지만, 그런 최고의 곡을 테이프에 녹음해놓은 것을 들어도 다시 연주할 수 없다고 한다. 갓스피드 유는 많은 멤버들 덕에 밴드 내부에서 서로들 인간관계를 익히고 자신들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한다. 이들은 처음에 많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음악적 아이디어가 자신들의 음악을 보다 풍부하고 언제나 변화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제는 투어를 다니며 밤마다 거의 같은 곡을 연주해야하긴 하지만.

이들의 음악과 앨범 재킷을 보면 이들의 기차에 대한 낭만적 환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이 함께 연주하고 살아가는 몬트리올 교외의 집 바로 옆에 기차길이 있었다고 한다. 쿼벡주에 소속되어 있는 몬트리올에는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프랑스어를 못하고 영어만 쓰는 사람들이 많이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서 몬트리올에는 빈 건물들이 많다고 한다. 어쨌든, 기차길. 에프림은 기차길이 인생의 역정을 나타내고 그 부침의 순간을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기차는 연인을 실어 떠나 버리기도 하고, 새로운 미지의 땅으로 데려다 주기도 한다고 한다. 이들의 기차에 대한 환타지는 전근대적 교통 수단에 대한 열망과 같은 것은 아니다. 그냥 우리 모두가 갖는 동네의 기차길 옆 오막살이의 삶에 대한 표현일 뿐이다.

이들의 음악의 이해를 돕는 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갓스피드 유는 라이 쿠더를 좋아한다고 한다. 빔 벤더스의 영화 “파리, 텍사스”에서 미국의 황폐한 마음의 풍광을 라이 쿠더가 너무나 잘 표현했다고 한다. 또 이들은 글래스고우에서 공연할 때 모과이에게 함께 연주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유는 한번도 모과이의 라이브를 본 적이 없어서였다고 한다. 또 이들은 블랙 플랙의 고결함을 헨리 롤린스가 망쳤다고 생각하고, 소닉 유스를 게펜이 망쳤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안티-록적인 성격은 블랙 플랙과 마이뉴트맨의 전통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음악은 우리에게 속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이 음악이 다른 부적절한 영향에 의해 오염되고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한다’라는 그 전통 말이다.

이들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는 정말 놀라운 것은 이들이 정말 소유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사회가 소유와 집착의 물질만능으로부터 부패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멤버들이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정말 이상주의자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의 전복을 외치는 레이지 어겐스트 머쉰이 그들이 노래 속에서 거부하는 미국 음반 산업계의 메이저를 통해 일반 대중과 소통하는 것처럼 갓스피드 유도 역설적인 돌파구를 선택하고 있다.

3. 하늘을 향한 안테나처럼 가녀린 너의 주먹을 들어올려라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라는 밴드 이름은 일본의 야나기마치 미치오의 74년 영화 “Buraku Empororu”의 영어 제목에서 따왔다. 지금은 예술영화감독으로 꼽히고 있지만 야나기마치 미치오는 이 다큐멘터리로 영화를 시작했다. 입자가 거친 흑백의 16미리 필름으로 찍은 이 영화는 도쿄의 오토바이 소년 갱단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나레이션도 없고, 예정된 스크립트도 없고, 조명조차도 거의 없는 이 영화는 갓스피드 유의 음악과 유사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갓스피드 유의 새 앨범 LIFT YOUR SKINNY FISTS LIKE ANTENNAS TO HEAVEN이 발매되었다. 데뷔 앨범 F#A#INFINITY(∞) 이후 EP SLOW RIOT FOR NEW ZERO KANADA를 발매하고 세 번째 앨범이다. SLOW RIOT FOR NEW ZERO KANADA는 암흑을 뜻하는 히브리어를 앨범 재킷에 새기고 내지에 세상에 도래할 암흑과 황무지의 시간을 예언한 예언자 예레미아의 묵시록적 예언을 기록했다. 그리고 두 번째 트랙 <Blaise Bailey Finnegan III>에서 이들이 프로방스에서 만난 블레이즈 베일리 피네간 3세의 미국 사회에 대한 저주와 독설을 담은 스포큰 워드를 중심으로 곡을 구성했다. 이 EP가 갓스피드 유의 비전이 얼마나 묵시적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앨범이었다면 이들의 새 앨범 LIFT YOUR SKINNY FISTS…는 보다 자신들의 음악적 마인드를 정리한 앨범이다. 보다 많은 희망을 담은 셈이다.

새 앨범은 두 장짜리 더블 CD이다. 트랙은 다섯 개 뿐이지만, 앨범 내지에 보면 이 트랙들이 여러 곡이 모여진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이를테면 시작부터 5분 29초까지는 <Lift Your Skinny Fists…>이고, 5분 30초부터 11분 32초까지는 <Gathering Storm>이며, <Gathering Storm>의 마지막 부분은 <Il pleut à mourir>이다. 첫 번째 CD와 두 번째 CD는 전체적으로 다른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첫 번째 CD는 갓스피드 유 특유의 오케스트레이션의 텐션을 구현하고 있는데, 갓스피드 유의 이전 작품들의 무게감을 효과적으로 재창출해낸 작품이다. 더 어둡고 더 낭만적이며 한꺼번에 쏟아지는 볼륨과 노이즈를 아주 세련되게 정리한 작품이다. 두 번째 CD는 첫 번째 CD보다 더 어둡고 더 낭만적이지만 훨씬 아방-노이즈에 가까운 작품이다. 사실 이 두장의 CD를 무리하게 다른 음악 스타일이라고 구분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갓스피드 유의 마인드는 이 두장의 CD를 연결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Murray Ostril: "...they don't sleep anymore on the beach“>와 같은 곡에서 휴먼 보이스의 신경질적인 소프라노를 차용한 것이나, 이후 트랙 내의 전개에서 사이키델릭 록적인 요소들을 차용하여 프로그레시브적 웅장함을 표현해낸 것은 첫 번째 CD의 보다 간결하고 예상가능한 곡 구조에 비하면 여러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 이번 앨범은 록 사운드의 여러 시도들을 한데 접목시키고 있는데, 거의 스피드에 있어서는 하드코어적인 부분들도 있다. 노이즈와 드론의 사운드는 단순한 루핑의 연속 속에서 극한으로 달리기도 하고, 첼로나 바이올린, 피아노 등이 주선율을 이루는 부분에서는 멜로디시즘의 극히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캐나다의 한 목사를 비롯한 예언자들이 등장하여 세상에 대한 한탄과 종말에 이르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설교하고 있다. 갓스피드 유 음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침묵이 곡의 여러 브릿지들 사이에서 영혼처럼 떠돌고 있고, 슈게이징적인 요소들이 군데군데 월 오브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들 사운드의 공격적인 요소들은 조금도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첫 번째 CD가 좀 더 록의 세계와 무관한 갓스피드 유의 기존 사운드를 재생하고 있는 편이고 두 번째 CD는 다양한 악기들의 다양한 음역들을 오가며 오히려 클래식에 도달하려는 록의 신화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특히 두 번째 CD에는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밴드들과 프랑스의 프로그레시브 밴드들과 미국의 인디 밴드들로부터 가져온 여러 음악적 영향들이 한데 모여 있다. 벡의 마이너 레이블에서의 프로젝트들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곡도 있다. 첫 번째 CD가 신이 보낸 예언자가 세상을 돌아보며 얻은 아름다움과 추악함의 인상을 담은 것이라면 두 번째 CD는 보다 세속적인 인간상을 인간의 시선으로 구현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갓스피드 유의 입장에서는 두 번째 CD의 세속적 혼돈의 사운드가 보다 실험적인 시도가 될 것이다.

갓스피드 유의 음악에는 너무나 많은 노이즈와 천상의 사운드가 있다, 모든 소리들은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나서야 멈춘다. 이들의 음악이 감정적인 서사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 아마 가장 큰 장점이 되겠지만, 그것을 떠나서도 펑크와 노이즈와 익스페리멘틀과 인스트루멘틀의 영역에서 서구 대중음악계의 젊은이들이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사운드로의 탐험이라는 점에서도 필히 들어보아야 할 앨범이다. 거의 핑크 플로이드의 시도가 무색하게끔 열린 마인드로 음을 탐색해가는 이 앨범 속에는 기존의 음악적 매커니즘에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자유로움이 있다.

지난 해에 영국의 주간지 NME에서 가사가 없는 모과이의 음악이 비정치적 또는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고 평한 적이 있다. 이런 평이 모순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티스트의 세계관에 대한 그네들의 관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에 비하면 갓스피드 유는 삶을 이루고 있는 모든 관계적 속성들 속에서 절대로 정치적이지 않을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근간들 속에서 갓스피드 유의 음악은 더욱 폭넓은 사운드스펙트럼을 쟁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음악은 우리 삶의 유일한 진실이므로. 이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듣고 공감한다는 것은 부가된 선물일 뿐이다’라는 말을 갓스피드 유에게서 들었을 때는, 정말 많은 뮤지션들이 이런 말을 했지만, 이들에게서는 정말 진정성이 느껴진다. 자신들의 음악을 밀레니엄과 세상의 종말을 예언하는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에 비평가들이 만들어낸 컨텍스트일 뿐이라고 했지만, 갓스피드 유의 말없는 음악이 역설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그리고 이들의 순결한 세계관과 이상주의의 깃발은 새로운 사운드를 찾아나서는 그들의 뮤지션쉽에서 더욱 선명하게 펄럭거리고 있다. 부디 이들의 음악 속에서 안식과 공명을 찾기를.

  • 이 글을 쓴 것은 2001년 초였다고 생각되는데, 정말 열에 들뜨게 할 정도로 온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음악이었다. 2000년대의 프로그록이라고나 할까.

-- Sonimage 2004-4-13 11:41 pm

3.1 # Slow Riot for New Zero Kanada[ | ]

[종합예술인, mailto:villastrangiato@hanmail.net]

God Speed You Black Emperor- Slow Riot for New Zero Kanada [EP]

이들의 그룹의 이름은 일본의 예술영화 감독인 '야나기마치 미치오 '의 데뷔작 黑帝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런 꾸밈도 없는 거친 흑백화면과 예정된 지향점없이 달려나가는 폭주족 黑帝(ブラク アムペラ)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의 화면은 뭔가 이들의 음악적 지향점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사족이지만 특히 거칠게 질주하는 테일램프의 질주를 잡은 그 씬은 정말이지 명장면이었던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렇다면 그들의 지향점은 예술적이지만 거칠고 키치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뭔가 앞서나가는 음악인 것이다.

이 음반은 그들이 1집인 'F# A# (Infinity)'를 낸 후에 2집을 내기전 휴지기에 발표했던 E.P앨범이다. 언제나 그들이 지향하는 음악은 노이즈 사운드를 통한 밀도높은 사운드 스케이프의 창출과 청자의 황홀경으로의 몰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시도가 1집에서는 다소나마 미흡했다면 2집에서는 천상의 노이즈 사운드의 구현을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앨범의 성격은 그야말로 1집과 2집의 중간선상에 서있다고 할 수 있겠다.
1집이 다소 거칠고 뭔가 모잘랐다면 2집은 너무나도 매끈하여서 뭔가 거부감이 들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을 처음 접하신다면 난 이 E.P.
앨범부터 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앨범역시 단 2곡의 대곡으로 이루어져있는 앨범이다.
1번곡은 영사기의 돌아가는 소리로서 시작이 된다. 이윽고 이어지는 그야말로 몰입의 세계로 청자를 몰아가는 천상의 노이즈가 바야흐로 흘러나오며 기저에는 느릿느릿한 첼로소리가 깔려서 더욱 신비감을 조장시킨다. 잠시후 이어지는 절망적인 선율의 고딕적인 바이얼린, 2대의 바이올린과 첼로가 노이즈위에 유영한다. 이 순간의 선율은 정말이지 서글프기 짝이없는 서정적인 선율이다. 첼로와 바이올린만으로도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것은 충분한데 거기에 실로폰 소리가 더욱 더 뭔가 어릴 때 내가 잃어버렸던 그 중요한 무언가를 깨우치게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원초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을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천상의 노이즈위를 유영하는 이 실로폰소리는 정말이지 내 Basic에 대한 그리움을 한껏 자극하는 소리이다. 다시금 이어지는 첼로와 바이얼린, 노이즈 기타, 둔중한 드럼, 실로폰의 5중주는 이 앨범상의 압권이다. 이어지는 과격한 드럼위에 분노로 일그러진 쟁글거리는 노이즈와 바이얼린, 뭔가 급박하게 쫓기는 듯한 실로폰 소리까지 이어지며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아픈 선율의 기타의 외침, 정말이지 드라마틱한 부분이다. 계속 분노로 일그러진 듯한 악기들의 연주가 이어진 후 다시금 그 고딕적이면서도 절망적인 바이얼린과 첼로의 2중주로서 아름답기 그지없게 곡의 끝을 맺는다.
이어지는 2번트랙은 1번과의 연결이다. 한 마디로 1,2번 곡이 한 곡인 것이다. 특유의 영사기를 사용한 영화대사가 다시금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뭔가 긴박한 느낌을 주는 대사들이다. 그 대사위에 다시금 숨가쁘게 나오기 시작하는 드론노이즈와 실로폰의 독특한 협주, 이어지는 감정의 이완을 종용하는 느릿느릿한 클린톤의 기타, 이 기타는 뭔가 얘기하고싶은 것이 가득찬 것처럼 보인다. 다시금 둔중한 드럼의 비트가 이어지고 그 위에 애상적인 바이얼린의 선율이 합쳐지면서 다시금 분노를 나타내는 퍼즈걸린 쟁글거리는 노이즈가 이어진다. 이 노이즈도 잠시... 기분나쁘고도 뭔가 냉소적인 영화대사가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그 기저에는 또 다시 맑은 피아노의 선율과 애절한 바이얼린의 선율이 이율배반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다시금 이어지는 바이얼린의 선율, 또 다시 이어지는 분노로 가득찬 노이즈...내가 듣기엔 이 앨범의 압권은 이 부분에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계속 이어지는 이 긴장감 넘치는 바이얼린과 노이즈의 이중주가 끝나노라면 신비롭기 그지없는 노이즈가 이어진다. 이 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바이얼린과 이 노이즈의 이중주역시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정말이지 울고싶을만큼 애절한 멜로디가 첼로의 멋진 뒷받침위에 울려퍼지노라면...그저 한숨밖에 안 나온다. 이들의 최고명반은 2집이지만 최고의 명곡은 이 곡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이 바이얼린의 선율과 함께 이 음반은 끝을 맺는다.

이 이질적인 선율의 중첩이 추구하는 바는 극도의 몰입이다. 그러면서 자신들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진보적인 정신을 이 음반 안에 완벽하리만큼 집약시켜놓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최대한 풍성한 선율위로 끈임없이 이어지는 독특한 천상의 노이즈 사운드는 탠져린 드림의 21세기형 진화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끝도없고 지향점도 없는 아름다운 노이즈의 향연에 빠져보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앨범은 그 해답을 시원하게 제시해 줄 것이다.

3.2 # Lift Your Skinny Fists Like Antennas to Heaven[ | ]

[종합예술인, mailto:villastrangiato@hanmail.net]

갓 스피드 유 블랙 엠페러? 그놈들 이름 참 길다. 항상 그렇듯이 이름이 길면 유럽쪽 밴드일 경우가 많다. 게다가 스피드에 블랙이라는 단어까지 들어간 걸 보아하니 듣기전에는 그 동네에 유행하는 스타일의 말발굽 메틀 밴드라고 상상을 했었다. 그런데 이 CD를 빌려준 사람이 메틀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인지라 음악이 어떨지 참 상상이 안 갔었다.

쟈켓을 보자.뭔가 빛을 향해 내뻗는 두 손의 모습이 뭔가 새로움을 갈구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디지팩의 쟈켓을 열면 초현실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일러스트들이 펼쳐진다. 한마디로 쟈켓부터 어딘지모르게 굉장히 앞서간다는 느낌을 준다.
이 밴드는 미스테리 밴드다. 기본적으로 9인조편성을 알려져 있는 어디 부럽지 않은 대규모편성을 자랑하는 밴드이다. 게다가 보컬이 배제된 순수한 인스트루멘틀밴드이다.
이게 뭘 말하는 걸까? 그렇다. 그들의 뿌리는 영미의 팝사운드에서 파생된 밴드가 아닌 진지한 탐구와 실험을 중시했던 프로그레시브 락인것이다.
프로그레시브의 중심적인 이념은 누군가를 앞서나가는 음악. 즉 Avant-Garde Spirit에 있다. 이전의 틀을 깨트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틀을 창출해내는 그런 정신 바로 아방가르드라는 것이다.
이들의 음악을 듣노라면 몇 가지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소닉유스, 로버트 프립, 슈게이징,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단어에 앞서는 특성 크라우트 락과 전자음악, 그 중에서도 탠져린 드림과 클라우스 슐츠라고 할까?

이들의 진보는 초현실적인 가사나 현란한 테크닉에 있지 않다. 오로지 '사운드'에 대한 여러 가지 실험에 기초한 싸이키델릭하면서도 초현실적인 '락' 심포니인 것이다.
누구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장대하게 펼쳐지는 환상적인 노이즈위에 갖가지 기괴한 사운드와 때로는 격하게 때로는 조용하게 뒤를 받쳐주는 두 대의 드럼이 뽑아내는 가지가지의 비트, 때때로 흘러나오는 명상적인 효과음들은 마치 핑크플로이드의 편집증적이기까지한 사운드에 대한 탐구를 방불케한다.

CD1을 살펴보자.
단 두 곡의 대곡으로 이루어져있는 CD1의 첫 곡인 Storm:Levez Voz Skinny Fists Comme를 들어보자. 처음에는 환상적이고도 꿈결같은 서정적인 노이즈로 시작이 된다. 벨벳같은 부드러움으로 귀를 간질이는 기분좋은 노이즈가 끝나갈 무렵 악몽같은 격렬함으로 다가오는 부분을 만날 수 있다. 마치 구스타프 말러의 5번 교향곡처럼 서정적인 부분과 격렬하고 사악하기까지한 부분의 대비가 오금을 저리게 할 만큼 극적이다. 그 사악한 부분(빠르고 격렬한 부분을 앞으로 이렇게 표현하겠다.)이 끝나갈 무렵 이들의 전위적인 실험이 빛을 발하는 영사기의 효과음이 나오면서 중간중간 절망적이고도 명상적인 어두운 피아노가 섬뜩하게 다가선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섬뜩한 느낌의 결말을 보여주면서 일단 1번곡이 끝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삽입한 것이 굉장히 처절한 절규위에 펼쳐지는 악몽같은 피아노의 선율이 가장 압권인 부분이라고 할만하다.

두 번째 곡인 Static:Terrible Canyons Of Static은 더욱 신비로운 노이즈로 시작된다. 우주공간에서 미지의 생물체와 맞닥들였을 때의 느낌이랄까? 신비롭고도 장엄한 노이즈가 울려퍼지노라면 이들만의 개성이라고 못 박아도 좋은 영사기의 대사들이 너무나도 서정적인 노이즈 사이에서 유영한다. 뜻모를 대사들이 전해주는 낮선 서글픔은 애수에 청자를 애수라는 감정으로 몰입시킨다. 그러나 이들의 과격한 드라마틱함은 청자를 감상적인 애수에 오래 빠져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윽고 긴장감넘치는 흐느적대는 바이얼린이 또 한번 소리에 몰입시킨다. 아방가르드하고 어두우면서도 기분나쁜 선율이 계속 청자의 귀를 자극하노라면 다시 한 번 실로폰의 소리위로 거칠면서도 히스테릭한 기타의 노이즈가 이어진다. 마치 킹 크림슨의 스타리스를 들을 때의 감흥에 비견할 만하면서도 이들의 독자적인 암울한 서정미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점점 박자가 빨라지면서 노이즈는 더욱 기괴해지고 듣는 이의 심장도 또 한번 박자에 맞춰서 뛰면서 점점 빨라지며 호흡은 거칠어지고 클라이막스가 극으로 치달을 때 갑작스러운 템포 체인지로서 한번쯤 숨을 돌! 리게 해준다. 그리고는 명상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펼쳐주는 노이즈가 이어진다. 공포라는 감정을 조성하는 데에 더 할나위 없는 부분이다. 정말 공포스러운 곡이다.
후...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잘 만든 곡들이다.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에 손은 두 번째 CD로 간다.
두 번째 CD의 첫 곡'Sleep:Murray Ostril (They Don't Sleep... '도 역시 영화의 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뭔가 냉소적인 어투의 대사가 끝나면 특유의 서정미로 가득찬 애수에 가득찬 바이올린의 선율이 시작된다. 굉장히 애잔한 느낌의 끝을 알 수 없는 리리시즘으로 가득찬 노이즈와 바이올린은 청자를 더욱 그들의 음악안에 침잠시킨다. 이윽고 드럼의 비트와 전위적인 기타웍이 이어진다. 귀곡성같은 노이즈와 쟁글거리는 분노에 찬 이죽거리는 듯한 강렬한 노이즈의 대비는 정말이지 천의무봉의 조화다. 어두운 분노와 애수로 가득 찼던 노이즈의 대비가 끝나노라면 격렬한 그루브의 연속이다. 울분에 찬 귀곡성같은 노이즈의 격렬함은 괜히 가슴이 저릴만큼 애처롭다. 그리고는 기분나쁠 정도로 음산한 아방가르드한 기타가 이어진다. 마치 로버트 프립의 분노에 찬 모습을 연상시키는 기타가 연신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가운데에 울려퍼지는 철금의 소리는 묘한 여운과 동시에 편안함을 준다. 정말이지 묘하기 짝이 없는 대비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분노로 가득 찬 기타. 이율배반적인 서정적이고 뭔가 급박하게 쫓기는 듯한! 기타. 중간에 불어넣어지는 관악기의 숨결. 원래 개인적으로 구성원이 많은 밴드를 그렇게 안 좋아하는데 정말이지 멋진 부분이라고 생각하면서 빅밴드의 진수를 느꼈다. 그리고서 또 다시 이어지는 애수로 가득 찬 바이올린 미치겠다. 숨이 막힐만큼 아름답다. 난 이런 바이올린을 원했었다. 애수와 분노의 멋들어진 공존. 이 곡이 지향하는 바가 아닌가 생각된다.
다음 곡인 'Antennas to Heaven:Moya Sings Baby'는 일종의 포크 송으로 시작된다. 흥겨운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와 음울한 보컬이 이어진다. 그리고는 또 하나의 노이즈의 홍수가 이어진다. 이제는 지칠 만도 하건만 이 노이즈는 도대체 지치게 하지 않도록 다양한 노이즈의 배분이 너무나도 멋지다. 그리고 이어지는 독특한 실로폰 소리와 프랑스어로 된 어린이들의 대사가 뭔가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신비로운 노이즈는 계속된다. 이 천상의 노이즈를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언제나 그렇듯이 또 한번 드라마틱한 반전을 예고하는 느릿한 노이즈 사이로 갑작스레 폭발하는 쟁글거리는 분노의 노이즈 그 위를 감싸않는 아름다운 바이얼린의 소리, 다시금 갑자기 찾아드는 정적속의 신비로운 음괴들...미치겠다. 어떤 소리가 나올지 모르는 희한한 불안감속에서 계속되는 신비로운 노이즈 사운드는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나의 온 몸을 이완시킨다.
다음에 이어지는 소리를 난 노이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이들은 남의 뒤통수 때리기를 좋아한다. 이어지는 서정적이지만 상처로 가득 찬 블루스 기타...이어지는 피드백사운드를 통한 홍수같은 천상의 노이즈속에 다시금 퐁당 빠져버리고 어떻게 이렇게 자욱한 노이즈를 가지고 아니 가장 청아하지 못한 탁한 소리를 가지고 천상의 소리를 뽑아내는지...그들의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 황홀경에 헤매노라면 또 다시 실험적이고 기괴하면서도 예술성넘치는 노이즈가 귀를 자극한다. 그리고서는 이 황홀경속에서 이 음반의 끝을 맞이하게 된다.

감동이란 과거의 경험을 자신이 재구성하는 것이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가고 우리의 오감은 보고 듣고 냄새맡고 그리고 느낀다. 흘러가버린 순간순간과 그 수많은 감정 느낌들. 예술이 지닌 무한한 감동은 이 지나가버린 과거의 편린들을 다시 현재속으로 되살려내는데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는만큼, 경험한만큼 ..감동받는다. 그렇다면 이 이질적인 감동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이들의 음에대한 열린 그리고 자유로운 마인드에서는 핑크 플로이드의 진한 색채를 끝도 없는 지향점없는 노이즈를 통한 황홀경으로의 인도는 탠져린 드림의 모습을 닮았다. 그러나 그들이 차용하고 있는 방법론은 가장 혁신적이고 전통의 재창조에 있다. 고로 이들의 음악은 극도로 진보적이다. 이질적인 그러나 가장 혁신적인 사운드의 승리를 맛보고 싶다면 이들의 음악은 청자에게 가장 완벽한 승리를 안겨줄 만한 음악이다.

나락같은 삼수의 봄에...

3.3 # 촌평[ | ]

they dont sleep anymore on my leech -- 2005-4-22 12:34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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