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astica

# The Menace[ | ]

  (Warner, 2000) ★★★☆

음악보다는 음악 외적인 것들로 더 유명해지는 것이 가장 영민한 여성 뮤지션들의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남자친구들의 유명세를 톡톡히 치루는데 있어서 저스틴 프리쉬먼 Justine Frischmann과 커트니 러브 Courtney Love의 운명은 비슷해 보인다. 일래스티카의 데뷔앨범 [Elastica]는 오아시스 Oasis의 [Definitely Maybe] 기록을 깰 정도로 많이 팔려나갔지만, 2집이 햇빛을 보기까지 5년이라는 공백과 프론트 우먼 저스틴과 블러 Blur의 데이먼 알반 Damon Albarn과의 끊임없는 소문은 일래스티카도 이대로 한 때 반짝이고 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했다. 내부적으로도 자신들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혹과 갈등을 딛고 나왔을 그들의 새로운 앨범 [Menace]는 하지만, 마치 96년이나 97년에 나왔음직한 사운드로 ?나 없는 동안 무슨 일 있었어?? 하고 시치미를 떼고 있는 듯 하다.

저스틴 프리쉬먼은 아시는 대로 스웨이드 Suede의 초기 기타리스트였다가 브렛 앤더슨 Brett Anderson과 결별함과 동시에 스웨이드를 나와 일래스티카를 결성한다. 저스틴과 함께 사운드의 핵을 양분했던 도나 매튜스 Donna Matthews가 밴드를 탈퇴하자, 일래스티카의 새 앨범은 점점 불가능한 계획 (미션 임파서블?)처럼 보였다. 새로운 멤버로 기타리스트 폴 존스 Paul Jones, 키보디스트 데이브 부쉬 Dave Bush, 그리고 뮤 Mew를 영입하고 발표한 이번 앨범 역시 그들의 1집처럼 뉴웨이브 펑크라 불릴만한 사운드로 가득 차 있는데, 평소 블론디 Blondie와 애덤 앤츠 Adam & the Ants 등의 팬임을 감추지 않았던 일래스티카의 사운드답게 글래머러스하고 경쾌하다. 포스트 펑크 밴드였던 폴 The Fall의 보컬 마크 E 스미스 Mark E Smith 와 함께 부른 ?How We Wrote Elastica Man'를 비롯, ?Your Arse, My Place 같은 일련의 펑크 에너지 가득한 곡에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겁없는 틴에이저 밴드였던 샴푸(여러분들이 이 이름을 아직 기억하신다면)처럼 버릇없고 섹시하게 들린다. 하지만 ?Nothing Stays the Same'처럼 도나가 밴드에 남기고 떠난 몇몇 슈게이징 같은 넘버들과, 저스틴이 브라이언 이노 Brian Eno에게 경도되었던 1997년에 만들었다는 곡들에서 이들의 음악은 보다 실험적인 세계를 넘보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앰비언트를 연상케 하는 이노적 사운드에 사랑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담은 ?My Sex'는 데이먼 알반이 [13]에 이들의 연애시절 이야기를 써먹은 것에 대한 답가처럼 보인다. 예전에 광고 음악으로 쓰여 귀에 익은 독일 그룹 트리오 Trio를 리메이크한 ?Da Da Da'의 코러스는 공교롭게도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너도 나를 사랑하지 않지 I don't love you/You don't love me'라고 노래하고 있다.

예기치 않게 저스틴은 영국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중 한 명의 대접을 받고 있다. 블론디의 데보라 해리 Deborah Harry처럼 금발의 섹시한 미녀도 아닌 그녀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녀의 중성적이면서도 쿨한 모습이 도시의 영국인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일 것이다. 스타일을 빼면 할 말이 별로 없는 영국 밴드들 중에서도 음악은 가장 뜨겁고, 태도는 가장 쿨한 밴드 일래스티카의 귀환은 일단 성공적이다. --vanylla, 2000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