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eche Mode

1 # Songs of Faith and Devotio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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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빈스 클락 식의 감성도 좋아졌어요. 이래이저Erasure도 잘 듣구요. 취향이란 변하는 것이군요.

★★★★★, UK

뭐 아직 90년대는 끝나지 않았지만 90년대를 대변하는 작가는 거의 다 나온듯 하다. 그러한 거물급 아티스트 중에서도 Depeche Mode의 존재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흔히들 U2와 비교하곤 하지만 동급이라고 해도 좋을정도이다.

이들의 초기 음악은 뿅뿅사운드로 가득차있는 신스팝이며 사실 나는 좋아하려고 해봐도 정이 절대 안간다. 바로 그 장본인 Vince Clarke가 튀어나가만든 Erasure를 들어봐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이 진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중기 사운드의 시작인 <Black Celebration>인듯 하다. 이때부터의 음악은 <Music for the Mass>나 를 들어봐도 뒤의 음산함과 초기의 발랄함이 뒤섞여있다는 느낌이다. David Gahan의 목소리도 이전과는 달리 굵어지고 오케스트레이션이 들어가는 등 사운드가 초기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이 시기부터 이들은 음반을 내면 무조건 팔리는 밴드가 되었다.

<Songs of Faith and Devotion>은 그야말로 혁신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음반이다. 이건 누가 들어도 신스팝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기타가 키보드와 더불어 전면에 드러나있고 유려한 현악라인이나 여성코러스가 맛깔스럽게 깔리는 곡들이 들어있다. 즉 이들을 이전 시기와 명백하게 갈라놓는 그런 음반인 것이다. 이 음반에서 기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데 전체적인 음악에 획을 긋는다는 표현을 쓰면 좋을것 같다. 절정부분에서 한번씩 긁어주니 화룡점정이라고 하면 되겠다. 처절하고 암울한데 춤추고싶은 음악이 있다고 말해주자 듣던 후배가 웃었다. "그런것두 있어요?" 그런데 바로 이 음반이 그렇다. Martin Gore의 작곡력은 정말 천부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의 음악이 점점 달라지면서 유려해져갔다는 사실을 알아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리드믹한 베이스 위에 실어놓는 피아노와 Gahan의 목소리는 듣는이를 종종 그 처연함에 떨게한다.

그리고 이 음반은 음반 타이틀이 의미하듯이 전체가 하나의 테마위에 엮어지는 컨셉트 앨범이며 폭넓게 해석할 수 있는 사랑노래까지 포함하면 상당수의 곡이 가스펠에 가깝다. 전체적으로는 사랑의 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곡의 주조이며 그것이 퇴폐적이지만 힘있는 Gahan의 목소리에 실려서 가슴을 후린다. 역시 밴드의 핵은 Gore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전곡의 작사작곡을 맡고있으며 코러스는 물론 종종 리드보컬까지 하는 인물이다. 명 프로듀서 Flood가 프로듀싱을 했는데 special thanx에 이름이 있고 리믹스 갈은것을 맡은 것으로 보아 Brian Eno의 입김도 상당히 들어간 듯한 사운드이다. 이미 Eno는 U2의 사운드를 만들면서 어떻게하면 음역을 풍성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달인이 되어있었을 것이다. Flood역시 U2음반에 참여했었다.(잡담이지만 Flood라는 별명은 그가 물컵을 잘 엎질러서 얻은 별명이라고 한다.)

이들이 이 음반에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면 이 음반의 곡들을 순서도 안바꾸고 그대로 편집한 라이브 음반을 낼 정도였고 그것이 <Songs of Faith and Devotion Live>이다. 스튜디오반에 바로 이어서 나온 이 라이브는 스튜디오반에 비해서 많이 다르진 않으나 음반 자체의 웅장함을 그대로 라이브에 가져다놓은듯한 것이고 라이브만의 생생함이 거기에 덧붙여져있어 놓치기 아쉬운 음반이다.

최근에 <Singles 86-98>이라는 중후반기 싱글모음이 나왔는데 물론 이들의 정규작 5장을 비교적 알차게 압축해놓은 경제적인 음반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2CD가 한장값이라면 뭐 두말할 것 없이 사주는게 예의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고 이 걸작을 포기한다면 그건 좀 슬픈 일이다. 곡이 겹치는게 죽는것보다 싫은 사람이 아니라면(뭐 곡이 겹쳐도 버젼은 조금씩 다르다) 이 음반만은 들어보기를 바란다. 이 음반은 누가 뭐라고 해도 90년대를 대표하는 음반중 하나이다.

1998년 11월 쓰다.

2 # Excite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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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K 사실 이친구들 쯤 되면 지금 당장 평가를 내릴수는 없다. 메가데스에게는 철퇴를 날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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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쉬 모드Depeche Mode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생각해보면 무척 놀랍다. 이들이 People Are People같은 곡을 히트시킬때 20년쯤 후에 지금과같은 음악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뉴 웨이브New Wave 신스팝SynthPop밴드가 일렉트로닉Electronic 고딕Gothic 팝락을 구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빈스 클락Vince Clark이 디페쉬 모드를 일찌감치 떠난 것은 데이브 머스테인Dave Mustain이 데뷔앨범도 내기전에 메틀리카Metallica를 떠난 것과 비견할만한 선견지명(?)이었다고 할 것이다. 빈스 클락이 만든 두 밴드 야즈Yaz(aka Yazoo)와 이래쥬어Erasure는 디페쉬 모드보다 훨씬 발랄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일렉트로닉 팝을 구사했던 것이다. 빈스 클락이 계속 디페쉬 모드에 있었다면 또다른 걸출한 작곡가 마틴 고어Martin Gore와 지속적인 투쟁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디페쉬 모드의 음악은 86년의 Black Celebration이후 급격히 고딕분위기를 띠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경향은 15년이상 지속되면서 자신들만의 양식미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나는 그 정점을 93년에 발매한 Songs of Faith and Devotion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앨범에서 구사한 암울한 분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께를 움직이게 하는 팝적 리듬감, 침잠하는 키보드, 신스팝이면서도 끈질기게 나오는 기타 훅과 인더스트리얼적인 비트 등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추구한 일렉트로닉 고딕 사운드의 전범을 만들었다. 이 자신감은 이들이 이 앨범을 그대로 라이브로 재현하여 발매한 Songs of Faith and Devotion Live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 이후 앨범 Ultra를 내기까지 4년, 또 다음앨범 Exciter가 나오기까지 4년이 걸렸다. 이들은 90년대 들어서 무척이나 더디게 음반을 내고있지만 근 20년간 범작을 내놓은 적이 없다. 이런 신뢰감이라는 것은 팬과 작가의 관계에서 무척 중요한 것이다. 이미 큐어Cure, 유투U2와 더불어 90년대의 대표적인 광장밴드(Arena Band; 수만명의 관객을 두고하는 대규모 공연만 치르는 스타밴드)가 되어버린 이들에게는 앨범 한장 한장 내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앨범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첫곡 Dream On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만하기 짝이없는 Shine, 그리고 Dead of Night의 비장미, I Feel Loved에서 들을 수 있는 질주하는 비트까지 팬들을 만족시킬만한 사운드를 담고있다. 반면에 Love Theme, Freelove, Goonight Lovers와 같은 곡들에서는 앰비언트 성향이 짙은 잔잔한 연주파트를 담은 곡들을 들려주는데 이런 경향은 Ultra앨범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변화는 무척 조심스럽게 이루어진다. 전작과 다음작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바뀌었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길게보면 이들의 변화는 방향성을 담고있다. 다음 앨범에서는 이들이 잔잔한 폭풍우quiet storm을 담은 또다른 명반을 가져다주길 기대한다. 오래 기다려야 하겠지만 말이다...-_-

2001년 6월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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