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co

Formula3

1 # 이춘식[ | ]

"가을에는 왠지 메틀을 듣기가 좀 썰렁한데 뭐 들을만한 앨범있니?"하고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질문을 한적이 있다. "너 같이 무미건조한 인간도 가을을 타냐?" 하면서 당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앨범들로는 Angelo Branduardi, Cico, Ciro D'ammicco 그리고 Umberto Balsamo 정도였다. 그래서 그 앨범들을 녹음해 주고난 뒤 어떤 것이 좋았느냐고 물었더니, "안젤론가 뭔가 하는 친구랑 치코, 내 발음 맞냐? 그 사람 노래 좋더라!"하는 대답이었다.

Angelo Branduardi의 앨범은 이미 국내에서도 라이센스로 소개되었지만, 그 목석같은 친구에게도 먹혀든 대단한 뮤지션 Cico의 앨범이 발매된지 20여년만인 이번에 빛을 보게 되었다.

Cico!

이렇게 그의 본명 아닌 본명을 써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그의 Full Name을 적어보면 Tony Cicco, 즉 이태리 아트록 그룹들 가운데 그 실력의 진가를 보여주었던 커다란 족적의 팀이었던 Formula 3의 드러머겸 보컬리스트이다.

69년 4월 Alberto Radius(Guitars), Gabriele Lorenzi(Keyboards)와 함께 대그룹 Formula 3를 결성한 Cico는 1949년 11월 28일 이태리 남부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나폴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Antonio Cicco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학창시절 정규 음악교육을 받았다. 그의 형인 Ciro Cicco는 드러머로 활약했는데, 그 덕택으로 아마츄어 밴드를 결성해 Cico 역시 드러머로 활동하다가 Alberto Radius를 만나 Formula 3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Formula 3 당시 Tony Cicco라는 가명을 사용했던 그는 70년부터 73년까지 총 4장의 앨범에 참가한 뒤 그룹이 해산되자 솔로로 독립하여 첫 작품인 "Notte"를 74년에 공개한다.

한편의 동화를 형상화한 이 앨범의 커버는 여성 깐쪼네 싱어인 Mita Medici와 자매 사이인 Carla Vistarini가 그렸으며(물론 같이 들어있는 24페이지의 소책자 그림도 그녀가 담당함) 또한 그녀는 본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작사하기도 했다(후에 그녀는 I Pooh 출신의 싱어인 Riccardo Fogli의 앨범 가사도 만들었다). 이태리에서 발매된 오리지널과 똑같이 본 라이센스 앨범에도 실린 소책자에는 그녀가 구체화시킨 청순하고 소박한 동화 속의 정경이 Cico가 부른 곡들의 이미지를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 앨범에 참가한 다른 음악인들로는 기타에 로마에서 활약했던 Silvano Chimmmenti, 베이스에 Amedeo Tommaso, 키보드와 오케스트레이션에는 Paolo Ormi가 그리고 그와 그의 형 Ciro Cicco가 드럼을 맡았다.

잠이 오지 않는 밤 깜깜한 천정을 바라보고 드러누운 한 남자의 가녀린 심장박동소리 같은 드러밍으로 시작하는 첫 곡 'Insonnia'는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하여 잠을 청해도 좀처럼 잠이 들지 않는 심정을 강한 비트를 리드하는 드럼과 Cico의 목소리,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기타연주가 대변해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적어도 세 번 이상 베갯잇을 적셔보지 못한자는 상대방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들 하는데 Cico의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세 번 아니 삼백번쯤 울어서 이제는 그러한 문제는 초탈한듯한 천연덕스러운 Cico의 목소리가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두 번째 곡인 'Il Successo'는 드러머인 Cico의 절제있으면서도 신나게 두들겨대는 록 비트의 리듬과 Silvano Chimenti의 기타 사운드가 70년대 초반 유행했던 스타일을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가 알기로는 아마 이 앨범에서 이태리 본국에서도 히트된 곡들이 (La Notte)와 (Il Fiore Rosa) 정도가 아닐까 라고 생각되는데 의외로 세 번째 곡인 (Se Mi Vuoi)가 싱글 커트되어 차트에 랭크되었다.

Cico의 첫 솔로앨범인 본 작품에서 74년 11월 커트되어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곡은 호소력 짙게 다가서는 Cico의 목소리와 마치 바닷물의 밀물, 썰물처럼 밀려들다가 빠지는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갑자기 전환되는 빠른 박자의 조절 등이 뛰어나다. 또한, 후반부를 장식하는 담백한 기타연주도 아름답다. I Pooh, Il Giardino Dei Semplici 등 이태리 로맨티시즘 사운드를 확립한 그룹들의 곡과 비교해 볼 때 전혀 손색이 없는 (I Cattivi Consigli)에 이어 본 작품에서 꾸준한 리퀘스트를 받고있는 'Il Fiore Rosa'는 새벽에 듣고 있으면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리는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진짜 장미향이 나는 감미로운 곡이다. 소책자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흐드러진 장미꽃밭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몰래 듣고싶은 곡이다.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피아노 솔로, 그리고 이어지는 오케스트레이션은 듣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황홀경으로 몰아간다.

고조되었던 감정을 가라앉히고 B면으로 넘기면 갑자기 등장하는 웅장한 건반연주에 압도당하는 'Il Prete E Il Semplice'는 Formula 3의 곡을 듣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아름다운 현악연주의 인트로가 클래식 소품을 연상시키는 (Il Gatto Di Casa)는 곡 구성에 있어서 Cico의 번뜩이는 재치를 읽을 수 있는 곡으로 전반, 중간,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현악연주가 앙증스럽다.

하프시코드 연주가 포문을 여는 (Non Dire Di No)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곡인데, 여러 어쿠스틱 악기 사운드와 그 속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내는 Cico의 보컬이 매우 뛰어나다. 웬만한 앨범들은 이정도까지 들으면 사운드의 일관성으로 인해 지루한 느낌이 드는데 Cico의 앨범은 전혀 그런 기분이 느껴지질 않는다. 경쾌한 리듬의 (Distrazione Mentale)는 어느 곡이든지 소화해 내는 Cico의 재능이 엿보인다. 다음 곡인 (Piu)는 만약 이태리어가 아닌 다른나라 언어로 불러도 이 정도의 이미지 전달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태리어가 낯선 외국어가 아닌 친근한 말로 들린다.

이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명곡 (La Notte)는 이 한곡 때문에 이 작품 전체를 감상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시한 곡으로 절정 부분에서 그가 부르는 "Via La Notte E And Via~"라는 가사가 뇌리속에 강한 여운을 남긴다.

그는 이 앨범 외에도 (E Mia Madre), (La Gente Dice), (Macchine-Macchinette)등 여러장의 솔로작품을 공개했으며, Viola Balentino와 함께 Fantasy라는 팝 그룹을 결성해 [Uno]라는 앨범도 발표했다.

따뜻한 카푸치노와 함께 그의 노래를 듣는다면 곡마다 진하게 배어있는 그의 체취를 느낄 수 있으며, 이 가을 따뜻함을 나누고 싶어하는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앨범이다.

글/이춘식

SONGS/TRACKS 1. Insonnia 2. Il Successo 3. Se Mi Vuoi 4. I Cattivi Consigli 5. Il Fiore Rosa 6. I Pooh, Il Giardino Dei Semplici 7. Il Gatto Di Casa 8. Non Dire Di No 9. Distrazione Mentale 10. Piu 11. La Notte

2 # 촌평[ | ]


[조영래, mailto:cynical@hitel.net, 94]

Notte ★★☆ Formula 3의 드러머이자 보컬리스트였던 Toni Cico가 그룹 해체후 자 신의 이름을 내세워 결성한 그룹의 첫번째 앨범이다. 수록곡중 ' La Notte '가 국내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케스트레이션의 주도 알 래 서정적인 멜로디가 주를 이루는 본작품은 타이틀곡이 매우 특출난 넘버이긴 하지만 그 외의 곡들은 '평범'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게 조금 흠이다.


[유영재, mailto:espiritu@hitel.net, 94]

Cico - Notte ★☆ 본작에서도 역시 가치를 부여해 줄 만한 곡은 'La Notte'뿐이 아닐까 싶다. 나머지 곡들은 그저 그런 수준. 토니 치코 한 명에게서 Formula 3시절의역량까지 기대한다는 것이 애시당초 무리였을런지도 모른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지만, 개인에 따라선 매우 지겨울 수도 있는 앨범 (시완)


[정철, mailto:zepelin@hanmir.com, 98]

CICO Notte A0 이게 왜 이리 점수가 높냐 하면 나는 이것을 락의 범주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히 이탈리아 팝이며, 이를 다른 팝음반에 비교해 볼때 단연 이수준이 되는 음반이다. 가뜩이나 서정적인 목소리인데 곡들이 너무도 따스하여 조화가 이루어진 음반이다. 계약 문제로 더이상 이 음반을 찾아보기 힘들엇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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