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an Eno - Before and After Science

1 개요[ | ]

Brian Eno
Before and After Science (1977)

2 거북이[ | ]

참여 멤버군은 전작 Another Green World와 비슷하지만 그 느낌은 훨씬 강하다. 이 앨범의 느낌이 강한 것은 앞면과 뒷면의 구성이 완전히 분리되어있기 때문이다.
첫곡 No One Receiving부터 King's Lead Hat까지 모든 곡이 드라마틱한데 역시 전작처럼 브랜드 엑스의 리듬섹션이 참여해주고 있으며 특히 King's Lead Hat의 경우 필 만자네라와 로버트 프립이 함께 기타를 쳐주고있다. 세번째 곡인 Kurt's Rejoinder는 쿠르트 슈비테르스(Kurt Schwitters, 1887-1948)의 곡을 샘플로 담고있다. 쿠르트는 다다이스트이자 조작가, 화가, 작곡가로 나치의 압제를 피해 미국에 건너와 활동한 일군의 독일계 모더니스트들 중 하나이다. 에노의 모노톤 보컬은 그 멜로디의 높낮이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매우 리드믹하여 마치 드럼, 베이스에 이은 세번째 리듬 파트의 역할을 하고있다. 이것은 다른 보컬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이다. 이 앞면에서는 그러한 요소가 매우 강하다.
반면에 뒷면을 이루고 있는 곡들은 Another Green World의 톤처럼 느릿하고 몽롱한 분위기를 담고있는데 그것은 특히 클러스터Cluster와의 협연인 By This River나 음악적 동지 헤롤드 버드HaroldBudd에게 헌정하는 Through Hollow Lands에서 두드러진다. Through Hollow Lands나 앞면의 유일한 정적인 곡인 Energy Fools the Magician에는 헨리 카우의 리더 프레드 프리스가 참여하고 있는데 그는 이미 소리의 탐색자로서의 여정을 시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이것으로 에노의 글램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이 시기의 라이브 음원으로는 Dali's Car라는 부틀랙이 거의 유일한데 들어보면 그는 역시 락커의 모습을 전혀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801 라이브보다 더 다이나믹했으면 했지 못하지 않은 파워를 가지고 그는 노래하고 연주한다. 이후 에노가 전적으로 글래머러스한 락커의 모습을 버리고 음악 철학자의 모습만을 보여준 것은 매우 큰 손실이다.

3 정용진[ | ]

등록자 : 정용진[1] 등록일 : 2000/06/29

핫트랙스에 주문한 before and after science 앨범이 방금 도착했다.
역시........ 역시........

완벽한 하나의 세계를 느낄수 있는 뮤지션은 브라이언 이노 밖에 없었다. 이것도 역시.

속지의 파스텔 톤 동화같은 배경그림 4조각이 나를 뭉클하게 했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밍숭맹숭하고 동요가 미약해지는 요즘 같은때에 솔직히.. 사놓고선 안 팔고 간직해 둘 시디는 브라이언 이노 것 밖에 없다.
만일 모아놓은 음반들이 어느날 갑자기 죄다 사라진다면 그저...
브라이언 이노의 음반들 중 반수 정도만 다시 모아놓곤 나머지 음악들은 머릿속에서 다 지워버리게 될 것 같다.

브라이언 이노의 음악을 들어보면.. 너무도 숙련된 그것이 느껴진다.
쉬지않고 스스로를 갈고 닦아 만들어낸 그런 소리가 사람의 청각에 안정감을 주며 자극을 배제한 소리로 귀를 미지근하게 유혹해 들어온다.

생각에 수도없이 찌들어 머릿속 멍멍한 아둔한 현실 상태에서의 채워진 찌든 때를.. 뭔가 다른 걸로 대신 채워넣으려는 것이 아닌 말끔히 비워줄 줄 아는 지혜로운 고요함, 미묘한 유혹적 요소같은 것이 있다.

듣다보면 종종.. 마시던 술이 그저 쓰게만 느껴지는 맛없는 약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 사람의 음악은 세상 어떤 술보다 맛있는 음악일 것이다. 내겐.

한 사람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음악 창작 과정에서의 그 사람 자신의 뭍어난 채취를 좋아하기도 한다.
이 사람의 음악은 격렬한 흥분과 쾌감, 밀물 치듯한 감동은 없다.
하지만, 뭍어나는 채취가 이만큼 강렬한 아티스트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브라이언 이노에 나와 같이 통하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일면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일 것이다.

듣는 청취자의 내면과 들려주는 아티스트의 내면이 한 파도를 탔음을 느낄때.. 그 음악은 하나의 가치가 생겨나는 것 같다.
넓은 모래바닥 속에서 조그만 진주 하나가 툭 불거져 나오듯.

음악이 가지가지인 만큼 사람의 내면도 저마다 그렇게 가지가지인 것 같다. 여러명의 나. 재밌다.


4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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