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inSalad가 끔찍해 하는 것들

1 # 안 웃기는 이야기 들어주기[ | ]

솔직히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혼자서만 호방하게 웃어제끼는 사람들을 대할때 난 정말 난감하다못해 순간이동을 해서 어디론가 사라졌으면 하는 심정이다. 아는 이야기를 한다고해서 꼭 그런건 아니고, 모르는 유머래도 정말 안 웃기는 이야기도 많지 않은가? 문제는 이야길 해주는 사람으로선 "이야 요거 정말 웃기는 유머인데말이지..."하는 생각으로 말을 하고 말을 하는 와중에 다시 생각해도 자긴 너무 웃기는거다..이런 순수한 생각으로 접근하는 사람에게 그게 머야? 이럴수도 없는 노릇이고...까짓거 같이 껄껄킥킥거리면서 가식을 표해주면 쉽게 넘어갈 상황이지만 난 그게 안된다. 매우 어색한 웃음으로 그저 냉대는 하지않는다는걸 상대에게 심어주는 정도? 더구나 이런 상황은 대개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발생되는 상황이다보니 더욱 곤란하고, 그래서 난 정말 끔찍하게도 이런 상황을 싫어한다. 한편으로는 내 성격의 단점이라면 단점을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2 # 길 막힐 때 운전하기[ | ]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운전을 하면 인격을 절반으로 낮추고 운전을 하게된다. 물론 마인드콘트롤에 더욱 능한 사람들은 절반 수준은 아니고 80%,90% 선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하여간 운전하면서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 수준으로 단연 세계최고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도로의 그 살벌하고 몰인정함 속을 뚫고 요리조리 겨우 다니다가 설상가상 교통체증을 만나 제자리에서 기어갈 때의 허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짜증이 되어 나를 짓누르게된다. 막히는 길 무던하게 따라가는 사람도 많기는 많던데 참을성 부족한 본인은 바로 그 조급함으로 인해서 더욱 막히는 샛길을 택하기도 하는 우를 범하고는 한다. 출퇴근 길에 운전을 하지않은지 1년여가 되어간다. 아침저녁으로 짜증 덜 내서 좋고 집에서 자주 못 듣는 음악들 혼자 씨디피로 들어서 좋고, 오며가며 책 실컷 읽고 다니니 짜투리 시간 활용하기 좋아서 좋고, 조금이라도 더 걸어다니니 건강에 도움되서 좋고, 여러모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 같아 귀차니즘과 게을리즘을 극복한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명절에도 나는 버스로 시골을 다녀오곤 한다. 역시 막히는 길 운전은 겁이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이가 생기면 그래서 큰 걱정이다. 분명 다시 저급인격체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지 모르는데, 아이 보는데서 아버지로서 보여줄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해결책으로 생각해두었던 그것을 행해야 할 때가 왔나보다...그것...그것은...차량용 TV와DVD를 설치하는 것이다...-_-;;

3 # 비오는날 걸어다니기[ | ]

비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않는다. 구질구질하게 내리는 비야 말할것도 없지만 시원스레 퍼붓는 비조차도 썩 유쾌하진 않다. 비가 내려서 참 좋다...라고 느끼는건 1년에 한번이나 될까말까? 하물며 그 싫어하는 비 속을 걸어다닌다는 상상만 해도 번접스럽고 구질해진다. 딱 질색이다. 어려서는 흐린색 바지를 입고 비오는 날 길을 나서면(학교는 가야될거 아닌가) 도착지에서 보면 꼭 흙탕물을 뒷종아리에 튀겨서 바지가 볼성사납게 되어있곤했다. 내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는건지 그때부터 짝다리여서 그런건지 여하튼 다른 애들 별로 안튀어도 나만 혼자 종아리에 흙탕물 튀겨서 돌아다니곤 했다. 비에 대해선 이쁠게 별로 없는 어린 시절 기억이다. 눈은 반대로 좋아했었다. 다같이 하늘에서 수증기가 응축되어 떨어지는 물질이고, 응집되는 온도차에 따라 비도 되고 눈도 되는 것이지만(이렇게 얘기하니 정말 정나미 떨어진다.) 암튼 눈에 비해서 비는 차별대우를 받아온게 사실이다. 그렇다고해서 해가 쨍쨍 나는 날을 가장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날씨는 너무 어둡지않게 환하게 흐린 날. 구름이 온통 밝은 회색빛으로 하늘을 모두 덮고있는 날씨. 그래서 바람이 적당히 불어주고 하루동안 아주 잠깐씩 오전에 두어번 오후에 서너번 햇살이 구름 사이로 들락날락하는 그런 날씨가 가장 좋다. 여하튼 내가 싫어하는 것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비오는 날엔 집안에서 파전이나 부쳐서 막걸리에 쌀 건더기 동동 띄워 먹으라는 풍습(?)이 생긴건가보다. 요즘에 결혼 이후로는 비오는 날도 이따금 집앞에 마트에 장을 볼 일이 생긴다. 당근 비오는 날 우산쓰고 걷는걸 죽도록 싫어하는 필자는 차를 가지고 마트를 가려하고(마트에서 우리 아파트 직선거리 200미터-_-)아내는 비를 좋아하는 여부와 관계없이 다리가 퇴화되기 일보직전인 신랑을 억지로라도 끌고 걸어가려고 하고....실갱이 끝에 늘 언제나 당연히 내가 진다. 혹시 일요일날 비가 오거든 행신동 LG마트 앞을 두리번거려보라. 우산에 장바구니 들고 입이 댓발은 튀어나온 BrainSalad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4 # 당근 ㅡ..ㅡ[ | ]

사진이 없었으면 혼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여하튼 내가 못 먹거니와 지독히도 싫어하는 것은 바로 다름아닌 당근이다. 유일하게 안먹는 음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것들이야 기호나 취향차원에서 굳이 난 이걸 안먹는다...고 해서 크게 이슈가 될 거리가 아닌데다가 사실 안먹는 음식이 거의 없다. 왠만한 혐오식품(?)들도 맛있게 잘 먹는 편이다. 말 나왔으니 말인데 바로 이 '혐오식품'이라는 말도 나로선 맘에 안드는 표현중 하나이다. 어디까지나 기호고, 그 중엔 몇백년동안 내려온 전통음식도 많은데, 누구를 기준으로 혐오스러운 음식이란건가? 음식이 얼마나 귀중하고 신성한건데 그걸 두고 혐오스럽다고 할 수 있는건가? 정작 그 자신은 얼마나 고매한 음식만 먹고 사는건지 원...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혐오식품이란 말은 하루빨리 없어져야한다. 말이 완전히 새버렸는데 어쨌든, 난 당근을 못먹는다. 깍둑썰기부터 채썰기까지, 심지어 가능만 하다면 다진 당근조차도 음식 구석구석에 어렵사리 끼고 숨어있는 당근이란 당근은 가능한 모조리 찾아내어 골라내고 먹는다. 30살이 넘은 어른이, 그것도 메뉴 자체를 못먹거나하는게 아니라 편식 아동마냥 당근이나 촘촘히 골라내고있는 광경이라니... 그러나 누가 머라해도 못먹겠는건 못 먹는거다. 원래도 편식성으로 당근향을 싫어하던 내가 준 알러지 수준으로 당근에 혐오감(? ^^;;)을 갖게된 결정적 계기는 초딩(국민학교)시절 학교급식을 먹던 때의 일이다. 5학년 담임을 맡았던 조현성 선생님(선생님 청주에서 건강하시길...)께서 외아들 이장원이놈의 편식 버릇을 고쳐놓으리라....급식에 나온 당근과 감자볶음을 억지로 먹인 것이 화근이었다. 학생은 구토를 해대고 난리부르스를 피면서 녹아웃되었고 좋은 지도 한번 하시려던 선생님은 그야말로 뻘쭘...(애를 잡을뻔 했으니...-_-) 그뒤로는 정신적인 공포까지 덧붙여서 당근이라면 질색팔색을 하게된 것이다. 이런 내가 당근먹기로 일생일대의 내기를 한 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신주엽이란 인간이 결혼을 하던 당시, 여의도 참치횟집에서 총각파리랍시고 술을 다같이 마시는 자리였다. 다들 2차로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으로 가자는 분위기에서 정작 전주인 신랑 신주엽군이 엄두를 못내는 것이었다. 분위기에 고무되고 격앙된 이장원, 급기야 이런 내기를 하고야만다. "내가 당근 한개를 다 먹느냐 못먹느냐를 놓고 내기를 하자. 내가 다 먹으면 주엽이 너가 술을 진하게 사러가는거고 아님 마는거야..." 술의 힘을 빌어 미쳐도 단단히 미쳤었다...좌중은 나의 제안에 더욱 광분상태로 돌입했고 제안은 받아들여지고 이내 스틱처럼 토막낸 당근 한접시가 당도했다. 어떻게 되었을것 같나? 그 날 우린 북창동 어느 술집에서 잊지못할 술자리를 갖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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