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교통사고 이야기

1 # 거북이 : 2005-04-03[ | ]

근처의 친구네 놀러 가려고 차를 끌고 나왔다. 2차선을 멀쩡하게 달리다가 앞차가 멈추려고 하길래 나도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는데 3차선의 그레이스가 갑자기 낑겨들어오더니만 뒤통수로 내 차 마빡 오른쪽 옆(앞바퀴 바로 앞쪽)을 긁고 눌러놓았다. 나는 2차선 안에 멀쩡하게 있었는데 이 아저씨가 냅다 급차선변경을 한 것이다.

그런데 아저씨는 내리자마자 나에게 화를 낸다. 내가 그 전에 신호를 건너면서 3차선을 침범했다가 2차선으로 돌아갔다고 왜 운전을 그따위로 하느냐고 한다. 뭐 나는 운전 초보라서 신호를 건너다가 조금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거기서는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상관없다. 거북이처럼 움찔대는 나에게 아마도 이 아저씨가 겁을 주려했었나보다. 좁은 곳으로 갑자기 차선변경을 한 것이다.

아저씨 아줌마 함께 내리시더니 계속 애도 있는데 아까 차선을 변경해서 놀랐다는 둥, 나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랬냐는 둥 계속 사고와는 관계없는 얘기를 하면서 배를 짼다. 뭐 그쪽 보험사 조사아저씨가 와서 사진찍고, 체크하고 갔는데 명백한 상황앞에서 계속 소설을 쓰시는 것이 좀 괘씸하다. 보험사 아저씨는 보통 이런건 7:3 정도 나온다고 하면서 적당히 합의보라고 하면서 갔다. 어쨌든 마흔을 한참 돌파하신 분 같아 내가 잘 참아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으나, 부부가 함께 배를 째니 인상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생애 첫 접촉사고에서 나는 여러가지 교훈을 얻었다.

  • 교차로에서는 양쪽 백미러를 한번씩 봐줄 필요가 있다. 가끔 다른 차들은 신호를 주곤 하는데 그것에 대해 익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아직도 빨리가라는 신호나, 끼어들겠다는 신호나 이런 것에 약하다.
  • 사고가 나면 일단 현장을 보존해라. 바퀴자국을 락카로 찍고 사고난 위치등을 건물들과 함께 찍어서 사고난 포지션을 확실히 해야 한다.
  •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자르고 사고에 대해서만 말해라.
  • 차 수리 견적을 떼기 전에 일단 그것으로 인해 부가적으로 발생할 상황에 대해서 말해라. 일단 차가 공장에 들어가면 그 사이에 출퇴근을 위한 렌트카를 빌릴 비용이 필요하고 병원에 가야 하면 병원갈 비용이 필요하니까.
  • 자기가 아는 카센터로 가자고하는 사람이 있는데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내가 알아서 견적 받아올테니 따라오려면 따라오라고 해라. 지금 이것 때문에 내 시간과 차비 등이 날아가고 있음에 대해서도 확실히 말해라.
  • 내가 떼온 견적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 그럼 그쪽이 카센터 점원 데리고 오던지 해서 이쪽 카센터 사람과 대질하라고 해라. 내 시간에 맞춰서. 저쪽이 나를 못믿는다는 식으로 나오면 강하게 나갈 수 밖에 없다.
  • 강하게 나가야 할 때는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나같은 경우 100% 저쪽의 과실이었고, 나에게 왜 양보운전하지 않았냐고 보험사에서 판정해도 7:3 이상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좀 더 강하게 했어야 했다.

착하게 살고 싶은데 서울의 운전자들은 너무 험하다. 좀 더 양보운전을 하면서 지내야 할랑가보다.

When I first kissed you~ =_= -- 거북이 2005-4-4 1:2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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