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 A Space Odyssey 관련자료:없음 [25827] 보낸이:정철 (zepelin ) 1999-08-20 00:32 조회:274

몇년전에 봤는지 기억조차 잘 안나지만 난 이 영화를 보다가 지루함에 지쳐 쓰러져 잤다.
내 머리속에 남아있던 단편적인 기억들로는 왠 원숭이들이 끽끽대는 것하 고 컴퓨터가 빨간 시각 센서를 들이대며 느려터진 소리로 쭝얼거리는 것 뿐 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재출시가 되어 비교적 깨끗한 화질로 볼 수 있겠다 싶어 다 시금 집어들었다. 적어도 나는 그때에 비해 내공이 강해져 왠만큼 지루한 영화는 다 참을 수 있으니까.

허나 이 영화는 여전히 강적이었다.
너무 호흡이 길다.
스토리라고 말할것도 없고 단지 사건 몇개가 존재한다.
140분동안. . . -_- 도구를 발견한 원숭의이 포효, 우주에서의 느려터진 움직임, 코믹하기까지한 우주선의 발레. . .

이 영화의 제작시기를 생각해보면 이해해줄만한 여지도 좀 있다.
당시는 우주진출의 꿈이 현실과 매우 가까이 느껴지던 시기이다.
이 영화가 68년작이고 69년에 닐 암스트롱이 달을 밟았으니까.
잘 모르긴해도 당시엔 인간이 우주를 쉽게 정복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꼬마일적인 80년대 중후반까지 그런 분위기가 팽배했 으니까. 쉽게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우주진출은 가까운 것으로 여겨졌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함께 떠오르는 타이틀 화면은 존재만으 로도 희망적이다. 컬럼버스가 인도라고 생각했던 아메리카를 보았을때가 아 마 비슷한 느낌이었을거다.
하지만 지금은 우주적이라고 하기보단 무척 '지구적'인 분위기이다.

테크놀로지 측면에서 이 영화가 보여주었던 것은 당대 최고치이다.
SF영화를 섭렵한 축은 아니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본 SF치고 이 영화 세트의 영향받지 않은것은 없는것 같다. 그것은 이 영화의 세트가 가지고있는 개연성때문일 것이다.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그다지 터무니없지 않은 그러한 디자인을 큐브릭은 만들어내었다.
아마도 블레이드 러너가 나오기 이전까지 가장 영향력있는 설정이 아니 었을까.

최고의 SF작가인 아서 클락과 함께 만든 이 영화에서는 우주의 고요함, 종종 인간에게 무척이나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위압감, 그리고 우주가 안겨 주는 극한상황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게다가 큐브릭 특유의 신랄한 시선으 로 컴퓨터에 의해 지배당할지도 모른다는 '창조주를 배반한 창조자의 두려 움'을 리얼하게 묘사해 내어 우울한 기분은 더욱 강화된다. 원인을 알수없 는 현상이 우주비행사에게 다가오는 것을 환상적으로 잡아내었건만 결코 장 미빛은 아니다.
큐브릭은 끝까지 미래를 밝게 그리지 않는다.
루카스와 스필버그의 정반대에 서있는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힘은 강렬하다.
그만큼 진실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당대의 희망과 불안을 모두 담고있으며 당대의 기술력을 그대로 담고있으니까.
큐브릭이 2001이라는 숫자를 붙인것은 그 나름의 희망이 섞여있는지도 모른다.

별로 보라고 권하고싶지는 않고. . .
60년대 사람들은 우주를 어떻게 생각했을까가 궁금하면 봐도 좋으리라.
아니면 나처럼 큐브릭이라는 인간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거나.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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