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내다본 환경정책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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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내다본 환경정책 세워라

1 환경정책 100년대계[ | ]

“새만금 얘기만 나오면 참으로 답답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해 한 오찬행사에서 한 말이다. 국가 정책의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마저 딜레마에 빠뜨린 새만금 사업은 환경문제 해결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우리 환경정책의 허와 실을 잘 보여준다. 물론 개발과 보존을 모두 만족시킬 환경정책을 입안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도 한탄강 댐 건설, 경유차 배출가스 기준문제 등의 논란이 불거지는 등 환경정책은 여전히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기후변화협약과 다가오는 교토의정서 발효 등 국제적 환경기준의 강화에 발맞추는 한편 질 높은 삶을 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칙을 지키는 환경정책이 요구된다.

2 길게 보는 장기계획이 절대 필요[ | ]

그렇다면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멀리 보고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 환경관련 연구원, 환경단체, 심지어 공무원들까지 한결같이 지적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환경정책은 여전히 중ㆍ단기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기 일쑤다. 여기서도 새만금사업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본보기다. 한반도의 지도를 바꿔놓을 대역사로 91년 첫 삽을 뜬 새만금 사업은 사전 환경영향평가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시작됐다. 사업기간만 20년이 걸리고 그 결과는 자손 대대로 영향을 미치게 될 사업이 한건주의식으로 결정된 것이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는 “간척지를 만들면 농토나 산업용지를 얻는 경제적 이득이 먼저 보이고 홍보하기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50년, 100년 뒤를 생각하면 갯벌을 파괴하는 등의 생태계 피해가 크기 때문에 사업성이 의문시 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환경정책을 펴야 함을 강조했다. 환경정책이 장기적이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환경문제가 정부내 한 부서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광임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정책부장은 “환경정책은 사실 환경부를 비롯,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지방자치단체 등 거의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조율되고 형성된다”며 “충분한 협의와 조정을 거쳐 신중하게 정책이 세워져야 하므로 장기계획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3 총수요 관리에 역점둬야[ | ]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모여사는 현실은 환경정책을 수립하는 데 별다른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땅이 필요하면 무분별하게 갯벌을 메웠고, 물이 필요하면 댐을 만들었으며, 교통이 혼잡하면 도로를 넓히느라 애쓸 뿐이었다. 맹지연 환경연합 정책팀장은 “공급이 수요를 낳았을 뿐” 이라며 수요를 관리하는 데 환경정책의 핵심이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환경정책담당자들이 공급위주에서 수요관리로 정책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물 절약 목표치를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김명자 환경부장관은 “지자체마다 물 절약의 방법과 목표를 세워 2000년 2억4,000만톤, 2001년에는 3억톤의 물을 아꼈다”며 “댐을 하나 새로 건설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필요를 억제하기 보다는 충족시키고야 말겠다는 발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맹 팀장은 “정부나 정치인이 인기에 연연해 개발정책을 남발하는 경향이 여전하다”며 “부족하면 우선 공급을 늘려놓고 보자는 사고방식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4 지속가능한 발전 나서라[ | ]

결국 장기계획, 관리위주의 정책이 표방하는 합일점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지난 92년 리우정상회의에서 제기된 후 현재는 세계 각국에서 환경정책의 기본 이념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도 2000년 대통령 직속으로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두고 있다. 경제성장, 환경보호, 사회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은 글자 그대로 매력적이지만 실제 이를 이행하기란 쉽지않다. 무엇보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고 합의점에 이르기가 어렵다. 강대인 환경정책평가원 박사는 “결국 지속가능한 발전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의 확보가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환경부가 추진하는 녹색GDP 사업 등을 통한 방대한 자료구축과 정책평가를 공정하게 할 수 있는 기구가 언제든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5 환경단체[ | ]

" 환경행정이 사후 처리 위주라는 것이 답답하다. 개발 담당부처도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노력하겠다.” 지난해 김명자 환경부장관이 한 여류문인과의 대담에서 지적한 문제는 시민사회도 똑같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환경단체들은 환경정책에도 문제가 있지만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환경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보고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환경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정부가 알면서도 걸핏하면 경기부양을 한답시고 난개발을 부추겨 환경을 희생하고 있다”면서 “환경을 우선한 정책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의 환경정책이 환경과 경제를 연동시키는 측면이 두드러지고 있는 점도 환경단체나 시민사회가 곱지 않게 보는 대목이다. 환경을 경제적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삼거나 경제원리에 맞춰 환경관리 혹은 정책을 펴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칫 환경정책의 기조가 경제 논리에 종속될 수 있음을 시민단체들은 경계하고 있다. 박항주 환경운동연합 정책팀 간사는 “정부가 환경산업과 환경기술에 중점 투자하는 것은 반갑다”며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환경규제도 강화돼야 하는데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딜레마가 생겨 결국은 환경정책의 기조마저 제대로 서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환경단체들은 환경을 규제로만 보호하려는 정부정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장구조ㆍ세제 등을 환경 친화적인 방향으로 개혁해야 근본적인 환경보존과 질 높은 삶의 틀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경애 환경운동연합 간사는 “오염을 제공한 측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시장구조를 개혁해야 환경에 좋은 상품이 더 값싸게 팔릴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경제시스템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6 재계[ | ]

재계는 환경경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100% 동의하지만,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해서는 말을 삼가는 편이다. 자칫 규제를 피해가려 한다는 인상을 주거나 기업이익만을 챙기려 한다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방침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오히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떳떳이 요구하자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환경에 해가 되는 기업활동은 스스로도 줄이지만, 규제정책에 얽매여 기업활동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최근의 경유차 대기배출 기준 문제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경유차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 기업, 시민 공동위원회`에서 자동차업계는 활발하게 의견을 제시하며 문제를 조율했다. 그 결과 정부의 환경보호정책을 충분히 이해, 배출가스 총량을 줄이자는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지나친 규제로 자동차산업이 위축되는 것을 막는 절충안을 이끌어냈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경유차 문제에서 보여졌듯 환경정책이 국민경제와 산업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감안, 현재의 환경기술 수준과 발전 속도 등과 발맞춰 펼쳐져야 한다고 본다. 지나치게 급속한 환경규제 강화는 선진국과 경쟁중인 산업의 발목을 잡고 성장성을 빠르게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임찬석 전경련 환경경영팀장은 “환경규제치를 글로벌 스탠다드와 조화롭게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규제 강화도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술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정기술개발을 지원하고 환경친화적인 상품이 잘 팔릴 수 있도록 권장하는 정책도 재계가 바라는 대목이다. 금지형 환경정책이 대다수인 것은 현 상황에서 어쩔 수 없지만 기업과 시민들이 환경보호에 자발적으로 나서려면 충분한 동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장기복 환경정책 연구원 기획실장은 “정부와 금융시장은 환경효율성, 지속가능한 개발에 앞장서는 회사에 대해 자본비용이 적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 정부의 환경정책[ | ]

정부가 내세운 환경정책의 최대 목표 역시 환경보전과 경제발전의 균형이다. 과거 환경의 중요성이 평가절하 되던 시절을 거울삼아 친환경적인 정책수립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속가능한 발전 실현을 환경정책의 기조로 삼고,

  • 정책간 조화와 통일
  • 사전예방, 수요관리 중심의 환경관리
  • 자율과 파트너십 강화 등을 통해 이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환경부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환경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도록 유도하면서 환경정책 수립 및 추진과정에도 민간의 참여를 적극 확대시킬 방침이다. 이필재 환경부 정책총괄 과장은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생명공동체를 꾸리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나 인간 중심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환경정책이 생태 중심주의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환경정책의 미래가 어둡지 않은 것은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상대적으로 환경에 소홀했던 산업자원부 역시 환경을 정책 수립의 기본 고려사항으로 충실히 반영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산자부가 지난 시기의 산업정책이 환경에 적잖은 문제를 가져왔다는 점을 인정, 앞으로의 정책수립과 실행이 지켜볼 만 하다. 산자부는 일단 산업정책과 환경정책을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의 원칙을 세워놓고 생태ㆍ경제 효율성을 최대화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핵심 환경기술 개발 및 환경규제의 합리화에 중점을 두고 중ㆍ장기적으로는 청정 생산구조로의 전환과 환경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조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종갑 산자부 산업정책국장은 “단기목표 뿐아니라 중ㆍ장기계획에도 각각의 추진과제를 구체적으로 설정해 이를 이행할 것”이라며 “핵심 환경기술 개발에 앞으로 5,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각 분야마다 예산도 충분히 확보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8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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