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병일기0331

# 3.31 (토)[ | ]

수요일, 금요일에 이어 오늘도 수료식 연습을 했다.
군대는 실속보다는 뽀대를 중요시하는 곳이다.
행군때문에 몸이 곯을대로 곯았는데 두시간이상 연습을 하니 다 죽으려한다.

수료식의 압권은 부사단장의 훈시였는데, 정말 정말 길었다.
한 말 또하고, 한 말 또하는데 술취한 사람 같더구먼.
특히 훈시항목 6번째가 나오는 순간 모두 절망했다.
10번까지 나오나 싶어서.
다행히 6번째에서 끝났다.
행군만큼이나 힘든 시간이었다.
철모가 짓눌러서 머리가 다 뽑히려 했다.

여튼 수료식이 끝나고 사복을 입으니 모두 너무 행복한 얼굴이었다.
나갈때 경민이 행가레 한번 쳐주고 가족이 온 사람은 가족과, 안 온 사람은 전우들끼리 흩어졌다.

다들 나가자마자 담배를 빨고 단것을 사먹기 시작했다.
난 크런치와 딸기우유를 먹었다.

그리고 모두들 일동으로 몰려가 탕수육에 짜장면을 먹었다.
정말 우라지게 맛이 없더만.
다들 평소에 먹던것이 그리웠나보다.

집에와서 메일을 확인한 뒤에 쓰러졌다.

  • 해설

이 수료식 훈시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는데...
다들 5번째가 나오면서 이제 끝나는군...하고 다음 동작을 준비하고 있던차에...
6번째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정말 모두 당황했다.
혹자들의 말에 의하면 앞에서는 애기들[가족들이 참관했다]이 울고 여자애들이 노골적으로 '너무 길지 않니?' 등등의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경민이는 우리 소대의 훈육분대장[담임역할]을 하던 79년생 핏덩이.

다시는 포천 이동에서 짜장면을 안먹기로 했다.

그날 집에오는 길에 거의 구역질이 날뻔했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계속 속이 안좋았다.
그 안에서 며칠 더 굴렀으면 난리났을지도 모르겠다.

일기는 이것으로 끝이다.
집합대기의 악몽에 시달리다가 다음날 일어나니 6시 1분이었다.


훈련병의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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